구구 아저씨
김은주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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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만 반짝하는 선수가 되지 않겠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친구들을 만났다. 육상 선수인 다연이와 고민을 들어주는 구구 아저씨. 이 놀라운 조합은 우리에게 상식의 틀을 깨부수는 파격을 안겨주는 동시에 서로의 고민과 꿈을 공유하며 소통하고 교류하는 관계의 정수를 선보인다.



구구 아저씨/김은주 지음/팩토리나인




다연이는 작년 중학교 3학년 때, 혜성처럼 등장해 12초 03의 기록으로 전국 육상 선수권대회 여자 100m 전체 2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올해 전국 체전 예선전에서 5m를 남겨두고 트랙 위로 고꾸라졌다. 왼쪽 발목이 부러지고 무서워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어딘가에 숨어 있던 괴물들이 일제히 사방에서 튀어나와 아우성치며 달려들 것만 같았다.

 

처음 경험한 실패는 다연이를 뒤흔들어 놨다. 부러진 발목은 시간이 흘러 붙었지만, 금이 간 마음은 좀처럼 낫지 않았다. 달려야 할지 아니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채 매일 한강 공원에 나갔다. 그리고 만났다. '구구 아저씨'를. "핫바 한 입만" 추운 겨울 한강의 벤치에 앉아 호기롭게 컵라면을 먹던 다연에게 들려오는 말이었다. "나 진짜 미쳤나 봐."

 

이렇게 이어진 인연으로 다연의 인생 상담을 해주는 구구 아저씨다. 상담료는 핫바, 컵라면, 삼각 김밥, 빙수용 인절미다. 진지한 말투로 조언을 건네기도 하고, 먹을 걸 달라 조르기도 하는 구구 아저씨에게 이제껏 혼자서 감당해야 했던 묵은 감정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구구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마음을 무겁게 했던 일들이 날아가는 듯했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곁에 있어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다행이네. 어떤 문제는 일단 입 밖에 내고 나면 별게 아닌 법이거든."

"누군가를 언제나 진심으로 대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그건 마음이 청춘인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야."

"A Better Tomorrow. 내일은 더 괜찮을 거라는 거지. 내일 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는 거야."



외할머니와 엄마. 이렇게 셋인 가족 구성원이 특별히 싫은 건 아니었던 다연이에게 갑자기 어렸을 때 헤어진 '아빠'라는 존재가 크게 다가오게 된다. 부상당하고 다시 달릴 수 없는 자신과 1군과 2군을 왔다 갔다 하다 결국에는 2군 코치를 하는 왕년 야구선수 아빠를 동일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힘들었던 아빠를 포기한 엄마에 대한 원망도 커지게 된다. 참 신기한 일이다. 어렸을 때부터 키워준 엄마한테는 서운하고 미운 감정이 들고, 양육비도 제대로 보내지 않고 다른 이와 결혼한 아빠한테는 유대감과 애착을 보인다.

 





발목은 나았지만 달리려고 하면 아픈 것은 이유가 있다. 이런 다연이의 고민과 걱정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런데 갑자기 멘붕이~ 소중한 전부가 담긴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찾아야만 한다. 이때부터는 소설 장르가 갑자기 바뀌었다. 하나에 꽂힌 열일곱 소녀와 비둘기라면 능히 벌일만한 행동이라 하기에는 엄청난 스케일의 사건이 펼쳐진다. 나 또한 정신 번쩍 차리고 긴장하고 글을 읽었다. 오~ 두근두근. 심장아, 그만 나대렴.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을 만큼 긴장되고 판타지스런 모험이 펼쳐진다. 다연이의 소중한 것을 지키고 찾고자 하는 마음을 응원하고, 구구 아저씨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랬다. 나의 상상력 너머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재밌고 신기하게 다가왔다.

 

 


"나에게도 '구구 아저씨'가 있으면 좋겠다."





'발목 부상'은 다연이에게 큰 시련이자 성장통이었다. 육체적인 회복만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고 깊어지게 했다. 그리고 소중한 인연을 이어주었다.

 

다연이의 성장 이야기를 통해 오히려 내가 힘을 얻게 되었다. 넘어졌다고 해서, 실패했다고 해서 무조건 새 출발 할 필요는 없는 거다. 충분히 잘 하고 있는 우리는 킵 고잉할 자격이 있다. 나답게 킵 고잉! 너답게 킵 고잉! 우리답게 킵 고잉!

 

유해조류이라고 우리가 터부시하는 비둘기를 특별한 존재로 당당히 등장시킨 김은주 작가의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에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알려준 대로 길가에서 만나는 비둘기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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