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 - 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은 그 영화를 다시 볼 수밖에 없다
주성철 지음 / 씨네21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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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한다. 결혼하기 전에는 혼자서도 독립영화를 줄기차게 보러 다녔다. 십 대 시절 가수에 열광하던 친구들과는 달리 영화배우에 심취해 이민을 꿈꾸기도 하고, 여행을 계획하기도 했다. 친구들과 까르르 웃으면서 누가 먼저 그 꿈을 이루나 내기하던 상큼했던 시절도 있었다.

이런 나도 결혼을 하고는 영화관과 차츰 멀어졌고, 아이들이 영화를 볼 때쯤 애니메이션 영화만 섭렵하고 다녔다. 다시금 육아에서 조금씩 벗어나 영화관을 찾고 여유를 찾아가던 때, 코로나19가 터졌다. 영화, 한편 보는 게 이리도 어렵다니......

영화관을 찾기는 힘들지만 우리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OTT, VOD, IPTV 등 굳이 영화관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어디서든 쉽게 영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극장에서 보는 영화 맛이 최고지만 말이다.

 

 

신기하게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보니 오히려 영화를 선택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풍요 속의 빈곤, 넘치다 보니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영화 관련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어렸을 때부터 보았던 프로그램은 물론 영화음악 중심으로 영화를 분석해 주는 프로그램, 독특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을 찾아서 보게 되었다. 이런 나를 남편은 신기해한다. "그렇게 다 알고 영화를 보면 재미있냐?"라고 묻는다. 성향의 차이이겠지만, 나는 배경지식이 있는 영화 보는 것을 선호한다. 감독, 배우, 줄거리, 에피소드 등을 알고 보면 좀 더 풍성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재밌게 본 영화는 그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이나 관련 이야기들을 찾아본다. 그래서 주성철 기자의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책은 나에게 교과서이다.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주성철/씨네21북스/한겨레




영화평론가와 관객은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영화의 최종 스태프다.

 

 

이 책은 영화평론가 주성철이 큐레이터가 되어 영화를 주제로 네 개의 특별 전시회로 구성하였다.

  • 관객과 게임을 멈추지 않는 천재들_제1전시실 <감독관>

  • 손에 잡힐 것 같은 생생함_제2전시실 <배우관>

  • 장르 이단아들의 무한한 가능성_제3전시실 <장르관>

  • 장편이 상상할 수 없는 자유_제4전시실 <단편관>

 

자, 특별한 전시회에 초대되었으니 제대로 즐기는 일이 우리의 역할이다. 찬찬히 둘러보고 마음이 가는 공간에서는 한동안 머물러 시선을 맞추고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면 된다. 과연 어떤 이야기와 사람을 만날지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들어섰다.





제1전시실 <감독관>에 들어서니 조금은 위축되는 기분이 들었다. 천재들을 만난다고 하니 그런가.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살펴보니 10명의 감독 중 모르는 감독은 1명, '요르고스 란티모스'였다. 좋아하는 봉준호 감독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선정되어서 너무 기뻤다 아는 감독의 이야기들은 내가 알고 있는 그분들의 서사에서 곁가지를 힘차게 뻗어나가게 하였다. 그들은 모르고 나만 알고 있지만 좀 더 친숙해진 것 같아 좋았다.





<아무도 모른다> 영화를 보고는 관심을 갖게 되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유독 '가족'에 천착한다. 우리가 아는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가족이 아니라 다양한 결을 지닌 가족들을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가족'의 의미와 가치를 재창조한다. 이번에 개봉한 <브로커> 또한 '가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영화 이야기와 분복 영화사 설립 배경 그리고 <주전장> 상영 관련 에피소드는 '역시 고레에다 감독!', 그를 추앙하게 만들었다.

 

나홍진 감독은 알고는 있었지만 관심 영역 안에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에 큰 관심이 생겼다. <곡성> <황해> <추격자> 내가 잘 보지 못하는 장르여서 한편도 보지 않았다. 그래서 주성철 영화평론가가 보여주는 뒷모습이 너무 흥미로웠다. 죽기 살기로 영화에 매진하는 나홍진 감독의 모습에 잘 보지 못하지만, 그가 그렇게 열성적으로 만든 작품들을 봐야만 할 것 같았다. 보고 싶어졌다.





제2전시실 <배우관>의 첫 번째 배우는 '윤여정'이었다. 배우로서도 멋지지만 어른으로서도 훌륭하신 분이라 차분히 읽어나갔다.

주성철 영화평론가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불균질한 비범함'이라 표현했다. 고개가 끄떡여 졌다.

분명 그만의 색깔이 있다. 그리고 분명 주변과 어긋날 것 같은데 불편하지 않다. 주어지는 캐릭터마다 새로운 옷을 입듯 그만의 감성으로 표현해 내는 천상 배우이다. <미나리>를 보면서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보면서 받았던 감격을 이 전시실에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찰리 채플린, 내가 기억하는 찰리 채플린은 정장을 갖춰 입고 콧수염을 달고 슬랩스틱 코미디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모던타임즈> 속 모습이 각인되었다. 이 책에서는 영화 <위대한 독재자> 중심으로 찰리 채플린을 소개하고 있다. 유태인인 찰리 채플린이 히틀러를 연기했다는 점과 히틀러 또한 몰래 보았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제3전시실 <장르관>에서는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4대 천황이라 부르며 각자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모여서 보고는 했던 즐거운 시절이 떠올랐다. 홍콩 누아르, 지금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사나이들의 우정과 배신,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는 낭만과 의리 속에 특유의 미장센을 통해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중학생 시절 친구들과 한 집에 모여 감상했던 그 영화 <영웅본색>을 심층 분석한 글을 읽으니 묘했다. 주성철 영화평론가가 말하는 반복법을 얼른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졌다. 이미 몇 번을 본 영화라도 시선의 차이가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다. 그전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대조와 반복법을 생각하고 감상하는 <영웅본색>은 어떻게 다가올지 설렌다. 알고 보면 더 재밌다는 사실을 재발견하지 않을까.

 

 

제4전시실 <단편관>은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단편에 관한 기록이다. 나는 두 감독이 이렇게나 많은 단편들을 찍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박찬욱 감독의 '일장춘몽'만 알고 있었기에 신세계였다. 생각해 보면 작가들도 단편으로 낸 이야기들을 나중에 장편으로 완성하기도 하고, 장편으로 나왔던 이야기들도 등장인물에 대한 외전으로 단편을 내기도 한다. 감독 또한 자신이 하고픈 이야기를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에 걸쳐 할 수 있을 것이다.

단편들이 장편들과 교묘하게 얽히고설킨 설정과 감정선들을 읽다 보니 이 시대를 대표하는 대감독들의 단편은 어떤 맛일지 궁금해졌다. 주성철 영화평론가가 묘사한 맛을 눈으로 읽었으니, 다음은 직접 맛볼 순이다.

 

 

아는 영화 이야기는 알아서 반갑고, 모르는 이야기는 알게 되어서 기쁘다. 읽으면서 '내가 영화를 이렇게 좋아했구나.'라는 걸 새삼 깨닫고는 벅차올랐다. 왁자지껄 시끌벅적하게 살지 않는 내가 형형색색의 세상을 만나는 길은 독서와 영화이다. 특별한 영화 전시회를 열어준 주성철 영화평론가 덕분에 영화 레시피가 풍성해졌다.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디딜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손짓에 과감하게 실행해 옮기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다.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가 전하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이유는 영화를 애정 하는 이의 진심이 담겨있어서이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4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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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민트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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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지 않은 투박한 터치로 그려진 소녀는 눈이 부신 듯 손으로 그늘을 만든다. 하지만 햇볕에서 벗어나지 않고 따사로운 햇볕에 몸을 맡기는 듯하다. 소녀 뒤 꽃과 나무, 덤불 같은 식물들은 그녀를 더 생동감 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상큼한 표지의 는 우리를 햇볕으로 이끈다. 그늘을 벗어나 한걸음 밝은 곳으로 나가보자고!




『페퍼민트』 백온유/창비





유원」으로 만난 백온유 작가.

참 맑고 건강한 사람이라고 느꼈는데 이번 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는 희망 선의를 향한 믿음을 전하고 있다. 흔들리면서도 부러지지 않는 유연한 단단함이 천천히 스며든다. 평범한 내일을 꿈꿀 수조차 없는 오늘도 내려놓지 않는 시안 대신 그 고통을, 슬픔을 짊어지고 싶어졌다. 그 아이가 놓지 못하는 손을 누군가가 대신 잡아준다면 그 아이는 그늘에서 햇볕으로 한걸음 더 가까이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모든 노력과 정성이 물거품이 되는 느낌은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현실 세계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있는 우리처럼, 소설에서 프록시모 바이러스로 고통을 겪고 있는 시안이네 가족들이 나온다. 상냥하고 온화한 엄마는 식물인간으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그 변화는 시안이네 가족을 무너뜨렸다. 엄마와 나눈 마지막 대화를 잊을 수 없는 시안의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가 없다. 너무나 평범한 대화여서 더 가슴이 아픈 기억, 19살 시안이는 그 슬픔을 오롯이 감당해야 했다. 코로나19로 고통의 시간을 지나고 있기에 시안네 가족의 오늘이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모르는 이의 낯선 오늘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두려움이 우리를 스치고 있다.






소설 초반에 나온 어린 시절의 기억이 소설 후반에 꿈으로 다시 등장한다. 시안과 해원은 비눗방울을 터트리며 같이 놀았다. 뛰어가다 시안이 돌부리에 넘어졌다. 초반은 엄마가 약을 발라주는 기억이었는데, 후반에는 해원이 자기 때문에 넘어졌다며 사과하는 내용이었다.

 

 

"미안해."

"뭐가"

"그래도 미안해. 너 다 나을 때까지 내가 너 도와줄게."

"어떻게?"

"음, 학교 갈 때 가방 내가 들어 줄게. 계단 올라갈 때나 내려올 때 내가 부축해 줄게."

 

 

시안이는 해원과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심적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되는 것 같다. 끝이 없는 지금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은 해원에게 잔인한 부탁을 하게 한다. 양가감정, 모순된다고 하지만 시안이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아니 공감해 주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아 간절해지는 행복이 시안에게는 죽음이었다. 엄마의 죽음을 바라는 마음속 싹이 점점 자라날수록 독을 뿜어내었다.





책 속에서 사람은 누구나 다 늙고, 늙으면 아프니까, 스스로 자기를 지키지 못하게 되니까, 결국에는 누군가를 간병하게 된다고 나온다. 또 우리도 누군가의 간병을 받게 된다고 나온다.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시안이는 조금 일찍 하게 된 거라고 생각하라고 엄마를 간병해 주시는 최선희 선생님이 말했다. 담담하고 침착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이고 슬퍼하지 말라고 하는데……그래서 더 슬픈 것 같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온전히 책임져야 하고 돌봐야 하는 시간들은 왜 있는 것일까?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그 시간들 덕분에 지금껏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렇지만 그 시간을 감당해야 하는 이들 가운데 홀로 다 짊어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육아에 대한 정보와 사회적 관심이 많아지고, 육아 관련 정책과 사회 시스템들은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간병은 아직도 개인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백온유 작가는 에서 그 두렵고 불편한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시안이처럼 불안하고 껄끄러워서 공론화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는 게 아닌가. 사랑하는 이와 별개로 평범한 일상을 누려도 되는 것인가. 시안이 마음속 번뇌와 갈등이 정확히 내 마음 같아서 선의를 굳건히 믿는 최선희 선생님의 말씀을 되뇌어보았다, 몇 번이나. 그리고 고독사에 대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해원이 말처럼 혼자 죽는 거, 그건 징그럽거나 비위 상하거나 무서운 게 아니라 슬픈 거다. 지독히도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간병과 고독사, 모두 개인이 짊어지기에는 너무나 큰 부담이다. 사회 공동체 안에서 고민해야 하고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시안이처럼 서로의 슬픔을 조금씩 나누면 조금은 더 가벼워질지도 모른다. 

 

 

"넌 가고 싶은 대학 있어?"

" 먹었어?"

해원이는 시안이에게 궁금한 게 있다. 시안이는 그런 해원이의 관심이 좋다. 자신이 꿈꾸지 못하는 내일을 대신 물어봐 주는 친구여서 안녕을 고했다. "사랑하니까 헤어지는 거야." 흔한 핑계, 흔한 변명이라고,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중한 해원이를 지켜주기 위해 관계를 끝내는 시안을 보니, 그 말의 의미가 와닿았다. "잘 지내."

 

 시안과 해원이는 헤어져 각자의 내일을 향해 꿋꿋하게 걸어나갈 것이다. 자신들의 속도대로, 자신들의 마음대로. 다시는 만날 수 없더라도 밝은 곳에 서 있을 서로를 살아가는 내내 떠올릴 것이다. 그 다정한 연대가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백온유 작가의 글은 악인이 등장해서 사건이 발생하고 갈등이 커지는 것도 아닌데 현실이 무겁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세계의 규칙과 통념은 십 대들에게 상처를 준다. 그래서 어른에게 쉽게 마음을 터놓을 수 없어 그들만의 세계에 갇힌 십 대가 나온다. 그런데 어른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십 대 청소년들끼리 뭉칠 수밖에 없다. 서로의 손을 잡아주고 끌어주는 십 대들은 절망하다가도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본다. 따뜻하고 밝은 햇볕을 쫴 축축하고 눅눅해진 몸을 보송하게 만든다. 그러고는 툭툭 털고 일어난다. 그 강인한 생명력과 회복력에 빠져 백온유 작가의 글을 기다리게 된다.

내밀한 심리를 밀도 있게 그려내어서 그들의 감정 위를 걷다 어느새 젖어들어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끝까지 한걸음 한걸음 내딛게 된다. 그들이 포기하지 않았기에, 좌절하지 않았기에 나 또한 고개를 들게 된다. 시선 끝에 닿는 건 우리의 몫으로 남겨졌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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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리볼브 1~2 - 전2권 케이스릴러
이종관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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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릴러 시즌 4, 그 포문을 힘차게 연 【리볼브】

펼치는 순간 강렬한 임팩트로, 독자를 끌어당기고 놓지 않는다.



리볼브/이종관/고즈넉이엔티

 



 놀라운 페이지터너 

690 페이지에 육박하는 방대한 소설이건만, 순식간에 마지막 장까지 내리읽었다. 국내 유일 범죄수사 전문 잡지 편집장 이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수사물을 지필하고 있는 이종관 작가의 저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리볼브 REVOLVE 

「현장검증」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종관 작가의 차기작인 【리볼브】는 참신한 세계관으로 무장하고 독자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호기롭게 도전장을 받아들고 소설을 읽었다. 곳곳에 숨겨진 단서들을 찾아내어 큰 그림을 맞춰가는데 알듯 모를 듯 조여왔다. 긴장하며 읽어나가는데 어느 순간 탕! 터졌다. 머리를 강타하는 충격적인 반전이 펼쳐졌다. 예상치 못한 장치가 드르륵 모든 나사를 맞추고, 흐렸던 그림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광수대 형사인 강두만은 부인 한희령과 함께 과수팀장이자 믿고 따르는 지인인 선우현의 집으로 피신한다. 자신과 부인을 위협하는 누군가의 흔적을 발견하였는데, 수사 중인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의심하게 된다. 절대 희령을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없는 두만은 꼭 그 연쇄살인마를 잡아야만 하는데…

 

유력한 용의자로 좁혀지고 있는 냉장고 A/S 기사 차정후 뿐만 아니라 두만이 믿고 따르는 선우현 팀장도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속속 포착된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희령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 두만은 희령을 이 고통 속에서 구할 수 있을까?

 

 

숨을 죽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고통스러운 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우리의 삶은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 누군가는 나도, 너도, 전혀 모르는 타인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이 나에게 좋을지 나쁠지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 순간 선택하고 영향을 받는다. 부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좋은 결말에 이르기를 바라면서.

 

 

수사 현장에 익숙한 저자답게 광수대 형사인 두만이 개인적으로 범인을 쫓는 프로파일링이 날카롭다. 경찰 내부의 정치 싸움도 소설의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불쏘시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숨겨진 의도가 층층이 깔린 이야기는 미끼가 되어 나도 모르게 두만과 같이 생각하고 뛰게 하였다. 개와 고양이 등을 고문하고 죽이다 사람에게까지 확대되는 연쇄살인마에 대한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식상한 소재이다. 물론 그 끔찍한 행동은 용인될 수 없지만, 더 이상 큰 충격이나 자극이 되지 않는다. 영리한 이종관 작가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리볼브】에서 연쇄살인은 소재일 뿐 핵심은 아니다. 진실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도구가 되어버렸다. 많이 소비된 재료를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자신감은 그가 구축한 탄탄한 【리볼브】의 세계관에서 묻어나고 있다. 제대로 즐기는 것이 우리 독자의 몫이다.




생생한 긴장감과 불안은 【리볼브】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즐거움이다. 의도를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연쇄살인마의 행동, 그 내막을 알게 되는 순간 온몸이 찌릿찌릿할 것이다. 이종관 작가가 선사하는 서스펜스 그리고 한 여자를 향한 애절한 사랑에 흠뻑 빠져드는, 즐거운 한여름 밤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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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어떤 애
전은지 지음, 박현주 그림 / 팜파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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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어떤 애

          어떤 애가 없어졌다

          어떤 애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반 민진이가 사라졌다

    나는 김민진을 모른다

우리 반 어떤 애 김민진

 

 

<우리 반 어떤 애> 책을 마지막까지 다 읽고 다시 차례를 쭈욱 살펴보았다. 가슴이 시렸다. 글로 읽는 것만으로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시리게 아파서 민진이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우리 반 어떤 애/전은지 글/박현주 그림/팜파스



소설 현재 시점에서는 민진이는 등장하지 않은 채 민진이가 무단결석한 상황에 대한 반 아이들의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선생님도 반 아이들도 결석한 지 몰랐던 어떤 애가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선생님은 가족인 할머니와 어머니께 연락을 드렸다. 하지만 그들 또한 아이가 결석한지도,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는지 몰랐다. 학교든 가정이든 그 애가 온전히 기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 애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죽었을까? 온갖 추측만이 무성하다.

 

 

반 아이들은 민진이가 결석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찾아온 침묵은 그 애에 대한 애도라기보다는 '자살 그리고 죽음'이 몰고 온 압박감이 더 컸다. 그러고는 그 죽음에 자신이 관여했나?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짧은 글로 어린이가 주독자인 이 책은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존재조차 몰랐던 아이의 부재가 결석 - 실종 - 자살로 사건이 확대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긴장과 죄책감 그리고 갈등을 섬세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사건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도 잘 포착하고 있다. 다른 반 아이들은 그 애 반 아이들과 담임 선생님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던졌다. 다시 그 화살을 반 아이들이 그 애 가족에게 돌렸다. 민진이의 실종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남의 일'로 비껴 서서 비난할 대상 찾기에 혈안이 된 것 같았다.





'나의 일'이 아니면 상관없다는 이 무심함이 이렇게까지 팽배해 있는 교실을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나는 '고아영'인가? 아영이 방과 후 교실 옆 친구인가?

 

"아무리 친한 사이가 아니어도

왜 가출을 했는지,

왜 학교에 안 왔는지,

내일 학교에 올지…….

나라면 그런 게 좀 궁금할 거 같은데."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우리는 곁에 있는 이들과 소통하며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심'이 필요하다. 이는 마음과 시간이 요구되는 일이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상대의 좋은 점을 발견하고 호감이 생겨 관계가 맺어지고 깊어지게 된다.

유일하게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관계인 가족도 그냥 유지되는 게 아니다. 가족 구성원의 관심이 그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고 사랑을 꽃피우게 한다.

그렇다면 전혀 모르는 타인인 '너'와 '내'가 만나 '우리'가 되기 위해서는 알아가는 시간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너는 나를 안다. 나는 너를 안다.

 

"그럼 지금은 서로 아는 사이네."





아는 사이가 되면 모르는 사이였을 때보다 더 눈길이 간다. 관심이 간다.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 이름도 생김새도 모르는, 존재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였던 민진이. 

이제 나는 민진이를 안다.

민진이는 내일 학교에 올까? 아영이는 민진이에게 아는 척을 할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근두근 설렌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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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죽었다 - 영화 <오빠를 들고 갈 수 있는 사이즈로> 원작 에세이
무라이 리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오르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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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워했던 오빠의 고독한 죽음

 화내고 울고 조금 웃었던 5일간의 실화


오빠가 죽었다/무라이 리코 지음/오르골



"밤늦게 죄송합니다만, 무라이 씨 휴대폰 맞습니까?"

2019년 10월 30일 수요일 밤 11시가 넘은 시각에 갑자기 울린 휴대폰 너머로 생소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오빠가 추정 오늘 오후 4시경에 사망하였고, 최초 발견자는 함께 살던 아들이라고 전해주었다. 이제 저자는 오빠의 시신을 인수하고, 그의 죽음을 정리해야만 했다.

 

이 책은 소원한 관계였던 오빠가 세상을 떠난 후 그가 남긴 유품을, 흔적을 하나하나 정리해나가는 5일간의 실화를 담고 있다. 계획된 일정 때문에 바로 시신을 인수하지 못하고 며칠이 지난 후 오빠의 시신을 찾으러 가는 시작부터 저자의 부담스럽고 무거운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었기에 미처 오빠는 주변을 정리하지 못한 채 떠났다. 알지 못하고 또 알고 싶지 않아 외면했던 그의 삶 속에 '그' 없이 덩그러니 홀로 남아 정리해야 한다는 막막함과 미움이 전해졌다.

 

"안 슬퍼? 세상에 하나뿐인 오빠잖아?"

저자는 둘째 아들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남매 사이에는 어떤 이야기가 존재할까? 세월에 갇힌 해묵은 이야기가 먼지를 털고 일어나 기지개를 활짝 펴기를 기다리면서 책을 읽어 나갔다.

오롯이 혼자 혈육의 죽음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누구나 저자처럼 당황하고 무서울 것 같다. 더욱이 하나뿐인데 미워했던 오빠의 고독한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모르는 인생의 흔적을 걷어내야 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고 상상하는 순간부터 심장이 세차게 뛰고 손에 땀이 났다.

다행히 혼자가 아니라 오빠의 전처 가나코와 고모가 동행하였다. 서로 의지가 되어 일처리를 할 수 있었다. 오빠의 마지막을 저자 혼자 보내지 않아도 되어서 안도했다.

 

 

"한시라도 빨리 오빠를 들고 갈 수 있는

크기로 만들어버리자."

 

 

시오가마시에 가서 오빠의 시신을 인수하여 장례식을 치르고, 화장을 한다. 그리고 오빠의 유품을 정리해 집을 빼고, 차를 폐차한다. 조카 료이치는 엄마 가나코와 함께 살 것이다. 리코의 머릿속 구상이었다. 감정은 배제된 채 서둘러 끝내버리고 싶은 과제처럼 계획을 세웠다. 과연 그녀의 뜻대로 흘러갈까?

리코와 가나코는 사흘 동안 경찰서, 오빠 집, 장례식장, 조카 료이치의 학교, 시청, 아동상담소, 마트, 쓰레기 처리 시설, 자동차 판매점 등 많은 곳을 종횡무진하였다. 그러면서 리코는 몰랐던 오빠의 면면들을 알게 되고, 잊어버렸던 오빠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정말 싫은 오빠였는데…… 갑자기 떠나게 된 오빠가 가여워진다. 행복해하는 료이치의 모습을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된 그. 리코는 그가 놓친 행복들을 안타깝고 분통하게 여겼다. 무책임하다고 느꼈던 오빠였기에, 항상 남에게 의지하는 오빠였기에 거리를 두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떠나고 그가 남긴 공간에서 마주한 그의 삶은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빠를 잃고 나서야 오빠를 마주 보게 된 저자를 보면서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해본다.

 

징글징글한 족쇄 같아 벗어나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간절히 사랑받고 싶다.

같이 있으면서도 외롭다.

옆에 있으면 평안하다.

언제든 기댈 수 있고 언제 봐도 기분이 좋다.

항상 나를 믿어주는 존재이다.

 

다양한 반응들이 나올 수 있겠지만, '가족'은 한 개인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저자도 미운 오빠라도 죽음 이후 남겨진 것들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고 마지막 인사 "안녕!"을 고한 게 아닐까 싶다. 보이지 않지만 끊어지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는 가족이라는 진득함이 저자에게 오빠를 다시 찾아주었다.

힘겨운 삶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고자 한 오빠의 이력서와 행복 컬렉션이라 할만한 가장 행복했던 시기의 사진들, 가메키치 거북 그리고 오빠의 어린 시절을 닮은 료이치를 보면서 이기적이고 무책임하고 게을렀던 오빠를 지우고, 아들과 KFC 치킨과 작은 케이크로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던 다정한 아빠였던 오빠를 새겼다.




'이제 더 이상 료이치가 이별을 경험하지 않았으면'

고인이 된 오빠의 삶을 정리하는 일 중 가장 신경 쓰이고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아빠의 죽음으로 혼자가 된 료이치였을 것이다.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목격하고 아동상담소에서 보호받다가 위탁가정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 료이치. 엄마 가나코와 7년간 떨어져 살았기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여기에 담긴 이야기만으로 료이치가 아빠와 함께 보낸 7년의 시간을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그들 나름의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평범한 우리네 가족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반 친구들이 있었다. 료이치를 위한 환송회를 잊지 못할 것 같다.





한 남자의 갑작스럽고 고독한 죽음. 이를 정리한 5일간의 기록을 내가 함께 한 시간은 하루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고인의 삶의 궤적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동생과 전처 그리고 아들이 그를 떠나보내는 여정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이제 떠난 그가 엮어준 인연들이 제자리를 찾아 행복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도 평온할 거라 믿고 싶다.

 

"오빠, 이제 정말 안녕."

 

무라이 리코의 국내 첫 에세이  <오빠가 죽었다> 

죽음,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게 찾아오지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그 묵직함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여정을 가벼이 따라나섰다가 한 줌의 재로 변한 그가 이어준 인연들을 만나 웃고 울다가 뭉클해지고 만다. 그리고 언제일 줄 모르는 자신의 죽음 이후를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떠난 이는 모르고 남겨진 이들이 정리하고 받아들일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헤아려보게 될지도.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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