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 그대로의 섭식장애
정유리 지음 / 부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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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럽다. 

이런 날것의 고백을 들으니 이토록 치열하게 사는 인생 앞에서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는 '섭식장애'에 대해 무지했다. 그리고 자신이든 타인이든 대상에 상관없이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몸, 신체에 대한 평가, 잣대는 은근히 냉혹하다. 사회적 분위기, 연예인에 대한 동경, 프리사이즈의 기성복 등 다양한 이유로 매 순간 몸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듯하다. 이런 복합적인 배경이 날카롭게 관통하는 제목의 책, <날것 그대로의 섭식장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날것 그대로의 섭식장애/정유리 에세이/부키



책을 받고는 감각적인 표지에 적잖이 놀랐다. 갖가지 음식과 화려한 조명 아래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빨간 책 표지는 생동감 넘치고 살아있는 느낌을 주었다. '날것'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처럼 이 책은 적나라하게 '섭식장애'를 다뤄 그들만의 세계를 수면 위로 떠올렸다. 그 안에 담긴 수치심, 자괴감, 실망감, 슬픔, 외로움 온갖 감정들이 뒤범벅되어 늪처럼 저자를 끌어당기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이들의 사랑과 관심에 두 발로 꼿꼿이 서 버티려고 하는 저자의 의지가 강하게 전해져 나를 울렸다.


 '거식증'에 대해 심각한 질병이라는 인지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바로 수년간 거식증을 앓아온 프랑스 모델 이사벨 카로가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일이다.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그때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이 더 심각하게 체감하고 있다. 나이가 드니 자연스레 불어나는 살,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다이어트 등 일상에서 접하는 몸에 대한 스트레스, 집착은 더 커진 것 같다. 서구화된 체형과 발달된 미디어 기술은 오히려 우리 현대인(특히 여성)에게 정형화되고 규격화된 신체를 요구하는 듯하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나 다이어트해야 돼. 너무 뚱뚱해"를 달고 사는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답답했던 마음은 <날것 그대로의 섭식장애> 책을 보면서 가늠할 수 없는 고통의 깊이에 안타깝고 화가 났다.


 먹을 것을 좋아하는 나는, 폭식을 하지 않도록 자제해야 하는 나는, 돌아서면 배고픈 나는 식욕을 느끼면서도 절제하고 보상행동을 하는 섭식장애의 세계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그들이 비난받거나 수치스러울 필요는 절대!!! 없다고 생각한다. <날것 그대로의 섭식장애> 이 책이 나에게 전해준 소중한 가르침이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도 나쁜 의도로 타인의 몸을 지적하거나 비판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살이 쪘다, 너무 말랐다, 내 뱃살 좀 가져가라 등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듣는 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들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런 상투적인 표현도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자각이 나를 조금씩 변하게 할 것이다.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이 힘을 내 세상을 살아가려고 할 때 우리 또한 인식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괜찮아?'라는 그 한 마디를 한 번이라도 더 듣기 위해 살이 썩는 고통을 감내하거나, 더 오래 심하게 아프길 바라는 이가 있다. 어린 시절의 학대로 무력감에 잠식당해 거식 행위에 집착하게 된 이가 있다. 엄마의 어린 딸로 보살핌 받고 싶으면서도 엄마에게서 독립하고 싶은 양가적인 마음 사이에서 거식증에 걸린 이가 있다. 그들은 그저 그런 병에 걸렸을 뿐이다.

 

"그건 그저 병일뿐이고 병에는 책임이 없으니까."

_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단순히 결과론적으로 섭식에 대한 부분만 접근하는 게 아니라 섭식장애를 겪게 된 원인과 배경을 다뤄줘서 그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개인이 타인과 사회에 의해 붕괴되고 상처 입고 고통받아 종국에는 자신 스스로를 통제하는 상황을 다 헤아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들에게 향해진 비난과 분노의 화살이 잘못되었고, 진정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과 관심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잘 먹는 것은 결코 하찮은 기술이 아니다 - 미셀 드 몽테뉴



 13년째 신경성 식욕부진증을 앓아온 저자가 섭식장애에 대해서 오해 없이 알리고자 쓴 이 글은 처음에는 큰 충격을 줬다. 그러고는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그러고는 먹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졌다.

저자는 섭식장애를 이겨내기 위해 중요한 세 가지를 말하고 있다. 1. 동기 2. 무조건 먹기 3. 주위 사람들의 격려이다. '혼자이고 싶지 않다'에서 발전된 '혼자여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확실한 동기와 목표를 다지며 토하더라도 먹으니 체중이 늘어났다고 한다. 불어난 살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을 지인들에게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이겨냈다고 한다. 넘어져도 '괜찮다'라고 말해 주는 지인들의 따뜻하고 다정한 말과 함께 스스로를 믿고 동기와 목표를 지팡이 삼아 다시 일어선 저자의 고백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다양한 이유로 섭식장애까지 다다른 이들에게 과거의 상처를 외면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상처를 돌볼 때 변화를 넘어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을 건네는 저자의 진정성과 용기는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다정한 온기를 담고 있다. 지금도 끝나지 않은 싸움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견딜 수 있는, 이길 수 있는 힘을 보태고 싶어 마음을 담아 응원을 전해본다.

 

"먹어도 돼. 먹어야 해."

"너는 잠시 아픈 것뿐이야. 그게 네 잘못은 아니야."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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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플레이스의 비밀 - 그녀가 사라진 밤
리사 주얼 지음, 이경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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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비극은 '다크 플레이스'에서 시작되었다. 그곳을 떠올리면 으스스하고 서늘한 느낌에 소름이 돋는다. 불에 타 새까만 나무들로 둘러싸인 저택, 바로 그곳에 비밀이 숨어 있다. 그 비밀을 밝혀지는 순간,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매듭 지어지지 않은 이야기를 남긴 채 끝나버렸다. 슬프고도 끔찍한 그 이야기 속에서 사랑, 우정, 힘, 일탈, 욕구 그 온갖 것들이 뒤엉켜 일그러진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신기루를 쫓았던 그들의 이야기가 가슴 깊이 생채기를 새긴다.


다크 플레이스의 비밀/리사 주얼/한스미디어




그녀가 사라진 밤. 실종 사건이 벌어졌다.

열아홉 살 어린 커플이 오랜만에 저녁 외출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 사이에는 한 살배기 아들이 있다.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직물처럼 이야기가 짜여 나온다.

주로 세 여성의 시선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행방불명된 딸 탈룰라를 찾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어머니 킴 녹스와 시간이 흐른 뒤 그 마을 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남자친구를 따라온 미스터리 작가 소피 벡 그리고 사라진 대학생 탈룰라 머레이다.

 

각자 자신의 시간대에서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인 그녀들은 다르면서도 비슷하고,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소피와 탈룰라는 지금껏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선택으로 그들의 틀을 깨부쉈다. 이는 운명처럼 너무나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다. 행복이 차오르는 기분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순간의 강렬함과 다른 무언가를 갈망하는 욕구와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소피도, 탈룰라도 결코 몰랐으리라.

 

 

'아주 오랜 시간 혼자였고, 그렇다면 이런 터무니없는 일도 한번 해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잭이 존재하지 않으면 좋겠어. 그냥, 알잖아. 그냥 사라져버리면 좋겠어."

 

 

비슷한 연령대지만 소피와 킴은 너무나 다르다. 킴은 39살에 할머니가 되었다. 그리고 딸이 실종되었다. 소피는 34살에 싱글이다. 하지만 둘 다 관계를 중요시 여기며 강인하고 주체적인 여성이다. 킴은 실종된 딸 탈룰라가 낳은 손자 노아를 키우면서 포기하지 않고 실종의 진실을 파헤친다. 소피 역시 낯선 곳에서 실종사건에 의도치 않게 휘말리게 된다. 그리고 킴에게 공명하여 진실을 추적하게 된다.

 

 

"여기를 파보시오."

수상한 표지판으로 시작된 추리로 묻혀버린 진실이 파헤쳐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

"그 모든 게 다시 시작되겠군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끝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참 허망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15개월 후 떨리는 가슴을 심호흡으로 진정시키며 간절히 기다리는 킴에게는 밝혀진 진실이 너무나도 소중할 것이다. 힘겹게 되찾은 행복을 손에 꼭 쥐고 밝은 곳 Bright Place로 나아갈 멋진 그들이 그려졌다.

소피는 자신이 쓴 미스터리 소설 속 탐정 수지와 타이거처럼 사건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여기를 파보시오." 표지판을 본 순간부터 이미 예정된 운명이었다. 그녀의 첫 번째 소설 중 한 대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킴 - 탈룰라, 메그 - 잭, 조스 - 스칼렛, 케리앤 - 렉시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자신의 선택과 상관없이 맺어진 관계와 자신의 선택에 의해 맺어진 관계가 있다. 이들처럼 선택할 수 없이 부모 자식으로 맺어진 관계는 한 사람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탈룰라와 잭, 스칼렛, 렉시를 정의하면서 그들 부모의 흔적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지만 여성 캐릭터들의 개성과 역할이 도드라지는 소설이다. 소피, 킴, 탈룰라, 스칼렛 주요 캐릭터뿐만 아니라 갈등과 문제를 키우는 주변인들 또한 여성이 대부분이다. 리엄, 잭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남성 인물도 나오지만, 각양각색인 여성 인물들의 관계와 거미줄같이 엮인 심리 그리고 행동들이 소설의 맛을 살리고 있다. 얽힐 일 없을 것 같은 이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과 감정은 지켜보는 이들이 숨을 죽이고 집중해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딸 가진 엄마로서 너무 부러운 킴과 탈룰라의 깊은 유대감이 탈룰라가 잭에 대한 진심을 억누르도록 작용하는 흐름이 이해가 되면서도 가슴 저렸다. 엄마에게 상처 주기 싫은 탈룰라는 엄마에게 더 큰 고통은 그녀의 희생이라는 것을 모른다. 킴은 언뜻언뜻 보이는 탈룰라의 행동을 궁금해하고 물어보고자 하지만 시간은 허락하지 않았다. '만약', 이 말이 허용되지 않기에 인생은 의미가 았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킴과 탈룰라가 잭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니. 나는 돌아갈래. 이 일은 다 잊어. 나는 그보다 더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

 

특별 단편으로 나온 자그마한 책자 속 스칼렛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한 사람일 뿐이었다. 소중한 단 한 명, 탈룰라의 내일을 축하해 주며 영원한 이별을 받아들이는 그녀를 보면서 탈룰라뿐만 아니라 스칼렛도 달라졌음을 느꼈다.

 

잘 짜인 구조의 서사와 섬세한 감정 묘사가 끝까지 긴장감을 선사하는 <다크 플레이스의 비밀>, 리사 주얼이 우리에게 거는 한여름밤의 주문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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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퐁당퐁섬 대모험 책 먹는 고래 31
황선애 지음, 이혜원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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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

"당퐁"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네요.

이 소리를 들으니 아이들 어렸을 때가 생각납니다.

시끌시끌 요란법석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개구쟁이,

호기심 넘치는 장난꾸러기 덕분에 하루가 참 짧았죠.

퐁당퐁섬 모험을 떠나게 된 공유, 공찬, 예솔이처럼요.

청개구리 같은 모습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다가도

어느새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죠.

 

활기찬 삼총사가 어떤 모험으로 우리를 인도할지 두근거리네요.

 

신비한 퐁당퐁섬 대모험/황선애 지음/이혜원 그림/고래책빵


 

쌍둥이지만 너무 다른 형제인 공유, 공찬이는

친구 예솔이와 동굴 체험을 떠났어요.

항상 앞장서서 행동하는 공찬이는

이번에도 무작정 매표소로 향합니다.

성큼성큼 걷다가 '쿵!' 유리문에 부딪치고 말았어요.

빨간 글씨로 쓰인 커다란 글씨 '문 조심'을

보지 못하고 넘어진 공찬이를 위해

공유가 한 마디 합니다.

"문을 열어놓으면 되지 왜 닫아놓고

조심하라고 해요?"

이럴 때 보면 의좋은 쌍둥이가 맞네요.

 

이를 본 직원이 공찬이에게 팔찌 선물을 주고

공유와 예솔이도 팔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귀여운 삼총사가 크로스!

자, 동굴 체험을 용감하게 떠나볼까요?

 


 

 

보트를 탄 삼총사.

보트를 타니 절로 노래가 나왔어요.

 

"똑똑똑 노크 세 번, 랄랄랄 노래 세 마디,

불러라 불러라 문을 불러라,

불러라 불러라 문을 불러라."

 

갑자기 보트가 움직여 삼총사는

신비한 퐁당퐁섬에 도착했어요.

어떤 모험이 삼총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퐁당퐁섬은 신기한 일 투성이에요.

향긋하고 달콤한 열매가 나뭇가지에 묶여 있고,

숲속 동물들이 열매를 먹고 사이좋게 놀아요.

좋지 않냐고요?

여우가 다람쥐를 간지럽히고,

거북이 토끼에게 달리기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광경을 떠올려보세요.

거꾸로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에요.

도대체 퐁당퐁섬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거꾸로 하기 전문, 앞장서기 전문인

공찬이도 이 섬에 와서는 달라졌어요.

공유도, 예솔이도 달라졌죠.

달라진 모습을 보면서

공찬이는 공유와 예솔이를

조금씩 알아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공찬이는 예솔이와 친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달라진 예솔이의 말과 행동으로

예전의 예솔이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거꾸로 보고,

거꾸로 하는 사이에

더 친해지고 돈독해진 삼총사는

퐁당퐁섬의 비밀을 풀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신비한 퐁당퐁섬 대모험>을 통해

직접 알아보세요.

 

신비한 섬에서 펼쳐지는

신기하고 박진감 넘치는 모험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자신의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유연한 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세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세이죠.

 

 

순식간에 다 읽어버려 아쉬운,

좀 더 길______게 만나고 싶은

왕공유, 왕공찬 쌍둥이 형제의 대모험

스릴 넘치고 긴장감 가득한

<신비한 퐁당퐁섬 대모험>

이제 여러분이 모험을 떠날 시간입니다.

자, 출발!

 

"고마워. 청개구리들. 아니, 들, 리, 구, 개, 청"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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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바이러스가 문제일까? - 10대에게 들려주는 바이러스 이야기 왜 문제일까?
유윤한 지음 / 반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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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창궐한 지 벌써 3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전 세계를 강타한 전염병은 우리 현대인들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사람들은 겪어보지 못했던 아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대혼란과 공포를 견뎌내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위드 코로나'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우리의 계획을 알기라도 한 듯 다시금 '더블링'현상으로 재유행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예전만큼 강력한 거리 두기를 시행하기에는 우려와 반대가 예상되기에 방역과 의료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듯하다. 이제는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리라는 걸 안다. 그렇다면 우리는 '바이러스'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전에 들어서자 언론, 교육 현장 등 다양한 매체와 기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들을 쏟아냈다. 우리 아이들도 '바이러스'와 '코로나 바이러스' 그리고 '팬데믹'에 대한 수업을 많이 들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그리고 예방법을 적은 북아트 수업,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는 포스터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우리의 일상을 무너뜨린 '코로나19'에 대해 알아보았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미시적인 접근이 주를 이룬 수업들이라 '바이러스'라는 거시적인 측면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스페인 독감, 천연두, 페스트 같은 팬데믹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코로나 이전하고는 달라졌다.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바이러스'의 위력을 경험했다. 그리고 팬데믹은 주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걸 안다. 그렇기에 '바이러스'에 대해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왜 바이러스가 문제일까?/유윤한 지음/반니/왜 문제일까? 시리즈



<왜 문제일까?> 시리즈는 우리가 사는 오늘을 짚어보고 내일을 만들어가는 자세를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에 출간된 <왜 바이러스가 문제일까?>는 바이러스의 모든 것을 짚어주고 있다. 감염병의 원인이자 진화의 원동력인 바이러스가 무엇이며, 우리 인류의 삶에 미친 영향을 상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십 대에게 '바이러스'에 대해 들려주기에 딱! 적합한 책이다.




바이러스를 다각적 측면에서 분석해서 이해를 돕는다. 바이러스가 인류와 함께 하면서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알아가게 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와 '세균(박테리아)'를 헷갈린다. 나 또한 다르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구별해서 사용하는 게 쉽지 않다. 전자 현미경이 발명되기 전부터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증명하려고 많은 이들이 노력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추측하였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도 바이러스의 특성을 규명해나가는 과학자들의 근성과 수고가 대단하게 다가왔다. 드디어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은 전자기선을 쏘고, 그것이 반사되는 모양을 컴퓨터로 분석해 사진을 만드는 시스템을 사용하는 전자현미경의 발명으로,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짧은 파장의 길이보다 작은 '바이러스'를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실체를 드러낸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생물과는 다른 결정구조를 보여서 아직까지도 생물이냐? 무생물이냐? 의견이 분분하다. 생물이라 정의되는 특징에 부합하지 않는 '바이러스'는 스스로 증식을 못하지만 숙주세포를 만나면 어떤 생명체보다 더 폭발적인 생명력을 보이며 순식간에 증식한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세균이든 심지어 바이러스든 가리지 않고 침입해 기생하는 '바이러스'는 참으로 신기한 존재이다. 이러니 생물이라고도 무생물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경계의 존재인 것이다.

생물인지 아닌지, 생물이라면 세균이 먼저인지 바이러스가 먼저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앞으로 과학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다만, 확실한 것은 '바이러스는 모든 생물과 공통된 유전자 구조를 지닌 또 하나의 생명체'라는 사실이다. 물론 숙주세포를 만나는 순간부터 그렇다. 자, '단백질로 둘러싸인 핵산'뿐인 바이러스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 그 흥미로운 이야기도 만나보자. '바이오 노마드'로 불릴 만한 바이러스의 역량에 감탄만 하게 될 것이다.


 바이러스의 모양과 구조 그리고 세균에 침입하는 과정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이해를 돕는다.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서 복제, 증식하는 과정을 통해 바이러스의 놀라운 생명력을 깨닫게 된다. 유전자 변이, 유전자 재조합으로 끝까지 살아남고자 노력하는 바이러스는 자신의 진화뿐만 아니라 생물 전체의 진화에 기여해왔다.





생명의 중심원리에서 기본이 되는 과정은 DNA의 유전정보를 RNA가 베끼는 전사인데 일부 RNA 바이러스는 이 과정을 거꾸로 한다. 이 역전사를 하는 레트로바이러스가 인간의 DNA에 자신의 유전체를 끼어 넣어 인간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바꾸어 놓는다. 이런 행위는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생명체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놀랍게도 아주 오래전에 레트로바이러스가 전해준 유전자 덕분에 엄마 뱃속에서 생명을 지켜낼 수 있었다. 트러블 메이커라고 치부했던 바이러스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이 샘솟았다.

 

여러 생물종 사이를 건너 다니며 유전자를 운반하고 끼워 넣는 바이러스야말로 최고의 유전자 편집자이자 생물 진화의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인류 역시 때로는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괴로워하지만, 그 바이러스로 인해 새로운 유전자를 얻어 더 좋은 방향으로 진화할지도 모른다. (76쪽 - 생명 진화를 돕는 바이러스)

 

놀라운 생명력을 지닌 바이러스를 상대하기 위해 인간은 면역력을 키우고 백신을 발명했다. 코로나19 백신이 인류 역사상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직접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만든 최초였기에 부정적인 반응이 컸다. 짧았던 임상실험 또한 사람들의 공포와 불안감을 키웠다. 하지만 팬데믹의 대혼란을 하루라도 빨리 잠재우기 위해서 백신 접종은 필요불가결한 선택이었다.




바이러스가 바꾼 세계사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종교와 신분에 좌지우지되었던 봉건시대를 막 내리게 하고 이성을 중시하고 자본주의의 시대 태동을 부른 페스트, 아메리카의 주인을 바꾸게 한 천연두 그리고 아프리카의 풍토병 황일병, 제1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키는 데 기여한 스페인 독감에 관한 일화들은 바이러스와 인류의 역사가 절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전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겪은 초유의 팬데믹 코로나19 또한 현대인의 삶을 크게 변화시켰다. 제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언택트 시대를 열었다. IT 기반이 갖춰졌어도 실용화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을 기술과 정책들이 적용되었다. 그리고 일반인들의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메타버스, 블록체인, 원격진료 등 새로운 세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바이러스 잡학 지식!

<알쓸바잡> 코너를 통해 흥미로운 내용들을 부가적으로 접할 수 있어서 더욱더 좋았다.



기상 이변으로 인한 문제는 재해뿐만 아니라 전염병을 옮기는 매개동물의 서식지가 넓어지고 활동력이 왕성해져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질 수 있으며, 시베리아나 영구동토층에 잠자고 있던 수많은 '미지의 바이러스'들이 깨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온 상승으로 영구 동토가 녹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모기, 쥐, 해충같이 바이러스 매개체가 늘어나 바이러스를 빠르게 퍼트릴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그려볼 수 있다. 미지의 바이러스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상상조차 안된다.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반면교사로 삼아 달라져야 한다. 바이러스와 공존하며 살아갈 우리와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자세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고 실천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왜 바이러스가 문제일까?>는 바이러스에 대해 총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흥미로운 바이러스 이야기다. 십 대뿐만 아니라 누구나 읽어야 할!!!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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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천사 구미호
제성은 지음, 혜란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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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은 모두 아기로 태어난다. 시간은 흐르고 그 시간 속에서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경험을 하고 배우면서 성장한다. 그렇게 성인이 되면 우리는 '어른'이 되어야 하고, '부모'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선택의 문제라고 간단하게 확정 지을 수 없다. 또 자신이 선택했다고 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절대! 없다. "아빠가 처음이라 그래. 엄마가 처음이라 그래."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작고 사소한 문제에 한정된, 실수가 당연한 평범한 부모의 변이라 생각한다.


'어른'과 '부모'. 그 무게가 분명 무겁고 힘겹지만, 그만큼 의미 있고 값진 이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부모'가 아닌 '부모'가 많다. '어른'이 아닌 '어른'도 많다. 그들로 인해 작고 가녀린 영혼이 상처받는 일을 접할 때마다 깊이를 모를 슬픔과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그저 '사랑', 아이들이 바라는 건 사랑뿐이었는데…



달빛 천사 구미호/제성은 글/혜란 그림/크레용하우스




매일 밤,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아이가 있다. 그 마음이 닿아 큰 인연으로 이어지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내일을 노래한다. <달빛 천사 구미호>를 읽으니 다정한 달빛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달은 참 오묘하다. 어둠을 밀어내는 달, 날마다 모양을 바꾸는 달, 방아 찧는 옥토끼가 살기도 하고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로 보이기도 하는 달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해 수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달님에 닿은 한 아이의 간절함이 설화 속 특별한 존재들을 불러와 <달빛 천사 구미호> 동화로 탄생했다.




D-9

찾아오는 자에게 마음을 줘라.




어느 날, 구미호는 책과 열쇠 그리고 옷과 신발이 들어있는 보따리를 주며 인간이 되라고 말하는 여인을 만났다. 간절한 소원을 들어준다는 여인의 말이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간절히 바라는 일 따위는 없는데. 그렇게 구미호는 도시에서 인간들과 함께 생활하며 100일을 보내게 된다. 자신의 본모습을 아는 달빛을 피해. 그러면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다. 특별히 인간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던 구미호는 인간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점차 마음을 열어간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똑똑똑 똑똑똑.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다. 구미호가 아이를 위해 보여준 사랑은 숭고하다. 인간이냐? 구미호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이의 끼니와 안부를 걱정하기 시작한 그때부터 구미호는 아이의 엄마였다. 아이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구, 해, 줘."




굶주려 죽어가는 자신을 위해 구슬을 입에 물려주고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구미호가 착하고 좋은 엄마를 바라는 아이를 만나 운명처럼 가족이 되었다.

먹고 배설하고 입고 자는 행위는 인간이라면 기본이다. 하지만 아이는 이런 1차원적인 보호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엄마, 아빠, 가족, 가정, 우리 집, 따스한 온기를 품은 그 단어 모두 아이를 철저히 외면했다. 그런 아이에게 따뜻한 옷을 입혀주고 맛있는 밥을 주고 대화를 나누는 구미호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였다. 둘만의 비밀, 한편이 생겼다는 기쁨에 웃는 아이,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울어댔던 아이가 구미호를 바라보며 활짝 웃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아이를 온전하게 사랑해 주는 구미호를 보면서 '사랑'의 본질을 생각해 본다. 어떤 이유도, 조건도 붙지 않는 순수한 사랑을.


동화책 마지막 장에 그려진 그림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구미호와 아이의 모습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춥지 않고 아프지 않고 배고프지 않고 외롭지 않을 아이 그리고 더 행복해 보이는 구미호, 그들이 진정 가족이 아니런가.

외로웠던 두 영혼이 만나 서로를 채워주는 다정한 이 이야기가 달빛처럼 우리 모두에게 스며들기를 바란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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