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천사 구미호
제성은 지음, 혜란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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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은 모두 아기로 태어난다. 시간은 흐르고 그 시간 속에서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경험을 하고 배우면서 성장한다. 그렇게 성인이 되면 우리는 '어른'이 되어야 하고, '부모'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선택의 문제라고 간단하게 확정 지을 수 없다. 또 자신이 선택했다고 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절대! 없다. "아빠가 처음이라 그래. 엄마가 처음이라 그래."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작고 사소한 문제에 한정된, 실수가 당연한 평범한 부모의 변이라 생각한다.


'어른'과 '부모'. 그 무게가 분명 무겁고 힘겹지만, 그만큼 의미 있고 값진 이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부모'가 아닌 '부모'가 많다. '어른'이 아닌 '어른'도 많다. 그들로 인해 작고 가녀린 영혼이 상처받는 일을 접할 때마다 깊이를 모를 슬픔과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그저 '사랑', 아이들이 바라는 건 사랑뿐이었는데…



달빛 천사 구미호/제성은 글/혜란 그림/크레용하우스




매일 밤,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아이가 있다. 그 마음이 닿아 큰 인연으로 이어지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내일을 노래한다. <달빛 천사 구미호>를 읽으니 다정한 달빛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달은 참 오묘하다. 어둠을 밀어내는 달, 날마다 모양을 바꾸는 달, 방아 찧는 옥토끼가 살기도 하고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로 보이기도 하는 달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해 수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달님에 닿은 한 아이의 간절함이 설화 속 특별한 존재들을 불러와 <달빛 천사 구미호> 동화로 탄생했다.




D-9

찾아오는 자에게 마음을 줘라.




어느 날, 구미호는 책과 열쇠 그리고 옷과 신발이 들어있는 보따리를 주며 인간이 되라고 말하는 여인을 만났다. 간절한 소원을 들어준다는 여인의 말이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간절히 바라는 일 따위는 없는데. 그렇게 구미호는 도시에서 인간들과 함께 생활하며 100일을 보내게 된다. 자신의 본모습을 아는 달빛을 피해. 그러면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다. 특별히 인간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던 구미호는 인간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점차 마음을 열어간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똑똑똑 똑똑똑.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다. 구미호가 아이를 위해 보여준 사랑은 숭고하다. 인간이냐? 구미호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이의 끼니와 안부를 걱정하기 시작한 그때부터 구미호는 아이의 엄마였다. 아이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구, 해, 줘."




굶주려 죽어가는 자신을 위해 구슬을 입에 물려주고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구미호가 착하고 좋은 엄마를 바라는 아이를 만나 운명처럼 가족이 되었다.

먹고 배설하고 입고 자는 행위는 인간이라면 기본이다. 하지만 아이는 이런 1차원적인 보호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엄마, 아빠, 가족, 가정, 우리 집, 따스한 온기를 품은 그 단어 모두 아이를 철저히 외면했다. 그런 아이에게 따뜻한 옷을 입혀주고 맛있는 밥을 주고 대화를 나누는 구미호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였다. 둘만의 비밀, 한편이 생겼다는 기쁨에 웃는 아이,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울어댔던 아이가 구미호를 바라보며 활짝 웃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아이를 온전하게 사랑해 주는 구미호를 보면서 '사랑'의 본질을 생각해 본다. 어떤 이유도, 조건도 붙지 않는 순수한 사랑을.


동화책 마지막 장에 그려진 그림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구미호와 아이의 모습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춥지 않고 아프지 않고 배고프지 않고 외롭지 않을 아이 그리고 더 행복해 보이는 구미호, 그들이 진정 가족이 아니런가.

외로웠던 두 영혼이 만나 서로를 채워주는 다정한 이 이야기가 달빛처럼 우리 모두에게 스며들기를 바란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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