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플레이스의 비밀 - 그녀가 사라진 밤
리사 주얼 지음, 이경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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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비극은 '다크 플레이스'에서 시작되었다. 그곳을 떠올리면 으스스하고 서늘한 느낌에 소름이 돋는다. 불에 타 새까만 나무들로 둘러싸인 저택, 바로 그곳에 비밀이 숨어 있다. 그 비밀을 밝혀지는 순간,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매듭 지어지지 않은 이야기를 남긴 채 끝나버렸다. 슬프고도 끔찍한 그 이야기 속에서 사랑, 우정, 힘, 일탈, 욕구 그 온갖 것들이 뒤엉켜 일그러진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신기루를 쫓았던 그들의 이야기가 가슴 깊이 생채기를 새긴다.


다크 플레이스의 비밀/리사 주얼/한스미디어




그녀가 사라진 밤. 실종 사건이 벌어졌다.

열아홉 살 어린 커플이 오랜만에 저녁 외출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 사이에는 한 살배기 아들이 있다.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직물처럼 이야기가 짜여 나온다.

주로 세 여성의 시선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행방불명된 딸 탈룰라를 찾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어머니 킴 녹스와 시간이 흐른 뒤 그 마을 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남자친구를 따라온 미스터리 작가 소피 벡 그리고 사라진 대학생 탈룰라 머레이다.

 

각자 자신의 시간대에서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인 그녀들은 다르면서도 비슷하고,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소피와 탈룰라는 지금껏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선택으로 그들의 틀을 깨부쉈다. 이는 운명처럼 너무나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다. 행복이 차오르는 기분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순간의 강렬함과 다른 무언가를 갈망하는 욕구와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소피도, 탈룰라도 결코 몰랐으리라.

 

 

'아주 오랜 시간 혼자였고, 그렇다면 이런 터무니없는 일도 한번 해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잭이 존재하지 않으면 좋겠어. 그냥, 알잖아. 그냥 사라져버리면 좋겠어."

 

 

비슷한 연령대지만 소피와 킴은 너무나 다르다. 킴은 39살에 할머니가 되었다. 그리고 딸이 실종되었다. 소피는 34살에 싱글이다. 하지만 둘 다 관계를 중요시 여기며 강인하고 주체적인 여성이다. 킴은 실종된 딸 탈룰라가 낳은 손자 노아를 키우면서 포기하지 않고 실종의 진실을 파헤친다. 소피 역시 낯선 곳에서 실종사건에 의도치 않게 휘말리게 된다. 그리고 킴에게 공명하여 진실을 추적하게 된다.

 

 

"여기를 파보시오."

수상한 표지판으로 시작된 추리로 묻혀버린 진실이 파헤쳐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

"그 모든 게 다시 시작되겠군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끝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참 허망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15개월 후 떨리는 가슴을 심호흡으로 진정시키며 간절히 기다리는 킴에게는 밝혀진 진실이 너무나도 소중할 것이다. 힘겹게 되찾은 행복을 손에 꼭 쥐고 밝은 곳 Bright Place로 나아갈 멋진 그들이 그려졌다.

소피는 자신이 쓴 미스터리 소설 속 탐정 수지와 타이거처럼 사건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여기를 파보시오." 표지판을 본 순간부터 이미 예정된 운명이었다. 그녀의 첫 번째 소설 중 한 대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킴 - 탈룰라, 메그 - 잭, 조스 - 스칼렛, 케리앤 - 렉시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자신의 선택과 상관없이 맺어진 관계와 자신의 선택에 의해 맺어진 관계가 있다. 이들처럼 선택할 수 없이 부모 자식으로 맺어진 관계는 한 사람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탈룰라와 잭, 스칼렛, 렉시를 정의하면서 그들 부모의 흔적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지만 여성 캐릭터들의 개성과 역할이 도드라지는 소설이다. 소피, 킴, 탈룰라, 스칼렛 주요 캐릭터뿐만 아니라 갈등과 문제를 키우는 주변인들 또한 여성이 대부분이다. 리엄, 잭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남성 인물도 나오지만, 각양각색인 여성 인물들의 관계와 거미줄같이 엮인 심리 그리고 행동들이 소설의 맛을 살리고 있다. 얽힐 일 없을 것 같은 이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과 감정은 지켜보는 이들이 숨을 죽이고 집중해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딸 가진 엄마로서 너무 부러운 킴과 탈룰라의 깊은 유대감이 탈룰라가 잭에 대한 진심을 억누르도록 작용하는 흐름이 이해가 되면서도 가슴 저렸다. 엄마에게 상처 주기 싫은 탈룰라는 엄마에게 더 큰 고통은 그녀의 희생이라는 것을 모른다. 킴은 언뜻언뜻 보이는 탈룰라의 행동을 궁금해하고 물어보고자 하지만 시간은 허락하지 않았다. '만약', 이 말이 허용되지 않기에 인생은 의미가 았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킴과 탈룰라가 잭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니. 나는 돌아갈래. 이 일은 다 잊어. 나는 그보다 더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

 

특별 단편으로 나온 자그마한 책자 속 스칼렛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한 사람일 뿐이었다. 소중한 단 한 명, 탈룰라의 내일을 축하해 주며 영원한 이별을 받아들이는 그녀를 보면서 탈룰라뿐만 아니라 스칼렛도 달라졌음을 느꼈다.

 

잘 짜인 구조의 서사와 섬세한 감정 묘사가 끝까지 긴장감을 선사하는 <다크 플레이스의 비밀>, 리사 주얼이 우리에게 거는 한여름밤의 주문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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