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발이는 벚꽃을 좋아해 공룡 대발이 이야기 동시
안도현 지음 / 봄이아트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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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대발이 - 이야기 동시 -

『대발이는 벚꽃을 좋아해』

 

 

대발이는 벚꽃을 좋아해/글 안도현/봄이아트북스


 

귀여운 공룡 대발이를 만났어요.

다양한 콘텐츠로 우리 아이들을 만나고 즐겁게 함께 노는 친구,

대발이가 이야기 동시로 찾아왔습니다.

『대발이는 벚꽃을 좋아해』의 저자는

바로바로 <연어> '안도현' 시인입니다.

그래서 이야기 동시인가 봅니다.

편안하고 친숙한 시어로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그가

이번에는 귀여운 아기 공룡 대발이를 통해 어린 친구들과 소통합니다.

 

 

큰 발을 가진 빨간 공룡 대발이.

벚꽃을 좋아하는 대발이는 좋아하는 친구 보드리와 함께

꽃구경을 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보드리는 거절하죠.

마음도 아프고 실망도 했을 대발이는 어떻게 할까요?

 

 


 

 

자신의 마음을 강요하지 않고 보드리의 말과 마음을 헤아리려는

대발이의 행동과 마음 씀씀이가 그려집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 어린 친구들은 느끼게 되겠죠.

우정과 사랑을 채우는 것은 배려와 기다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보드리와 재잘재잘 이야기 나누는 다른 친구들이 부러워도

보드리의 말을 기억하고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대발이의 얼굴에 분홍 꽃♥이 활짝 폈네요.

 

원색으로 쨍한 그림과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 그리고

안도현 시인의 글이

잘 조화를 이루어

한 편의 동시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천천히 읽고

찬찬히 생각하면서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어여쁜 동화책 『대발이는 벚꽃을 좋아해』입니다.



QR코드로 유튜브 영상에 접속하면

책 내용뿐만 아니라 대사가 추가된 확장판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낭랑한 목소리로 만나는 『대발이는 벚꽃을 좋아해』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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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 (양장) -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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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클로버』


클로버/나혜림 지음/창비출판사





 


윤기가 흐르는 검은 털과 별처럼 빛나는 금빛 눈동자를 가진 고양이가 눈앞에 나타난다면? 그리고 그 검은 고양이가 헬렐 벤 샤하르 또는 루시퍼라 불리는 악마라고 한다면 어떨까?

 





『클로버』 주인공 15살 소년인 현정인은 너무나 덤덤하게 악마를 받아들이고 대한다.

주문처럼 '만약에' 이 한 마디만 던지면 계약이 성립된다고 달콤한 유혹을 건네는 악마에게 틈을 주지 않는다.

할머니와 단둘이 폐지를 주워 근근이 살아가는 소년은 또래 보다 큰 키처럼 웃자란 마음과 순수한 셈으로 진짜를 살아갈 뿐이다.

 

"자꾸 불평하면 안 돼. 불평하면 사는 게 지옥이 되니까." (15쪽)

 

'가난하다'라는 말이 '부끄럽다', '불행하다', '불쌍하다'라는 말들을 끌고 오는 세상에서 모든 것을 한순간에 뒤바꿀 수 있는 악마의 제안은 너무나 달콤하다.

정인의 말처럼 가난이 힘든 이유는 자신의 선택지가 없어서일 것이다. 하고 싶다. 갖고 싶다. 기본적인 욕구까지 차단당한 채 하루를 살아내는데 올인하게 만드는 가난은 '선택'의 문을 보여주지 않는다. 할머니와 단둘이서 괜찮다 다독이며 긴 세월 살아온 정인은 선택의 문을 등진 삶이 당연했다. 검은 고양이 헬렐이 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흔들어 댔을 때까지는. 다른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는 같은 반 친구 재아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을 때까지는.

 

식욕만을 다스리며 살아왔던 정인이 식탐을 이해하게 되면서 상황은 모든 게 달라졌다. 악마 덕분에 다른 삶을 경험하게 된 정인은 둘만의 견고한 보호막에 균열이 생겼다는 걸 알았다. 둘만이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었기에 세상의 변화와 주위 사람들의 말과 행동은 그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정인은 한 번의 일탈을, 반항을 했고, 결과는 잔인했다.

"나 좀 숨겨 줘요. 나 좀……." (194쪽)

 

 

정인은 악마에게 부탁을 했고, 자신이 만든 지옥을 경험했다. 상상하는 모든 게 이루어지는 곳에서 과연 정인은 행복할 수 있을까?

자신이 욕망하고 상상하는 모든 게 있는 지옥이었건만, 정인은 가장 중요한 사실을 알아버렸다.

모든 것이 다 가짜다!

재아가 가르쳐준 지옥화, 꽃무릇의 꽃말은 '잃어버린 기억'이었다.

자신 마음대로 안 풀린다고 걷어차 버리고 싶지 않은 기억, 삶, 세상이었다.

 



 


드디어 정인은 중요한 선택을 한다.

응달에서 잘 자라던 클로버(행운, 약속, 평화)가 꽃을 피울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힘겹지만 바늘 끝에 서보기로, 진짜 세상을 살아 보기로 했다.

 

자신의 발이 닿는 곳이 곧 길이리라.

진짜 세상에서 살아가고자 선택한 정인은 예전처럼 영리하고 바르고 꿋꿋할 것이고, 다른 사람이 손 내밀 때 잡을 것이다. 기댈 수 있는 어른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고마워할 줄 알 것이다. 그리고 다시 빛나게 살아갈 것이다. 돌고 돌아 원점에 다시 섰지만 진짜를 선택한 정인이니까.

 

외로움과 무력함, 두려움이 뒤섞인 소년의 악몽은 오르톨랑보다 달았다. (89쪽)

"누가 나한테 '하고 싶지?'라고 물어봐 준 거 처음이거든요.

내가 뭘 고르고 선택할 수 있다는 거, 그거 진짜 좋네요." (110쪽)

"신은 명령하지만 악마는 시험에 들게 하지. 선택은 인간이 하는 거야."

그게 악의 무서운 점이란다, 꼬마야. (111쪽)

 

정인이와 악마의 대화를 음미하다 읽다 보니 어느새 끝나버렸다. 적절한 인용들이 글을 풍성하게 만들고 꼬리를 무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정인이의 속마음을 인용구를 통해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만들어서 인상 깊었다.

 

정인이는 머리에 흰 천을 뒤집어쓰고 먹을 만큼 잔인한 요리인 오르톨랑 대신 라면을 먹으면서 '유모레스크'를 듣는 현실을 선택했다.

 

"내가 없었으면 할머니는 더 행복했을까?"

"왜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해?"

"그냥, 만약에."

"그런 소리 하지 마라. 그거 인생 망치는 주문이야."(61쪽)

 

나라면 어땠을까? 만약에? 인생을 망치는 주문이라는 할머니 말씀처럼 오늘을 즐겁게 살아야 하는 게 맞겠다 싶으면서도 금빛 눈동자가 빛나는 고양이가 살짝 궁금해지기도 한다. 신사적이고 매혹적인 악마 헬렐 벤 샤하르는 악마의 선입견을 와르르 무너뜨렸다. 이토록 민주적이고 약속을 잘 지키는 악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다.

어두운 밤의 시간이 지나고 햇빛이 비치는 아침을 맞이한 정인이의 경쾌한 발걸음을 잊지 못할 것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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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동물의 역사 - 인류 문명을 이끈 놀랍고 신비로운 동물 이야기 한빛비즈 교양툰 18
카린루 마티뇽 지음, 올리비에 마르탱 그림, 이정은 옮김, 장이권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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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문명을 이끈 놀랍고 신비로운 동물 이야기

 

만화로 배우는 동물의 역사

카린루 마티뇽 글/올리비에 마르탱 그림/한빛비즈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살펴보는 대서사시

- 만화로 배우는 동물의 역사 -

 

그래픽 노블로 생명의 시초부터 예측 가능한 미래까지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동물의 역사를 총망라하여 정리한 책이다.

빅뱅이 137억 년 전에 일어나고, 태양계와 지구가 45억 년 전 탄생했다. 38억 년 전, 해양에서 최초의 생명이 출현한 이후 지구에는 진화를 통해 다양한 종들이 출현하게 된다. 이 유구한 역사 속에 인간이 등장한 시기는 4,500만 년 전으로 취약한 종이었다. 그런데  인간은 스스로를 다른 종보다 진화한 존재로 간주하고 다른 생물들을 지배하려고 했을까? 이 질문에 관한 답과 오류를 찾는 여정이 바로 이 '책'이다.

 

인간사 소용돌이에 휘말려 변화무쌍하게 달려온 동물의 역사가 숨 가쁘게 펼쳐진다. 카린루 마티뇽 작가의 담백하면서도 뼈 있는 글은 머리에 박히고, 올리비에 마르탱 작가의 주제가 담긴 그림은 가슴을 찌른다. 분명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지만, 감히 아프다 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동물에게 자행한 행위는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이고 잔혹했다.

 

 

동물을 관찰하면서 생존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획득하게 되고, 야생동물을 가축화함으로써 인간 사회가 변모하게 된다. 가축화는 복잡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공진화 과정으로,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큰 변화를 가져온다.

 


인간과 동물의 공진화


 

이렇게 형성된 인간과 동물의 밀접한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는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고대 - 중세 - 근대 - 계몽 시대 - 19세기 혁명 - 20세기 - 21세기

시대별로 인간의 필요와 요구에 의해 동물의 위상과 역할이 달라졌다. 처참한 진실의 문이 열리고, 지구 생태계의 하나의 종일 뿐인 인간이 저지른 끔찍한 만행을 목도하게 된다.

 

저자들은 에필로그에 예측 가능한 미래의 2가지 버전을 제시하고 있다. 선명한 극과 극. 우리의 선택이 어느 길로 향해야 할지는 분명하다. 변화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는 자명한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만화로 배우는 동물의 역사는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방식을 종교와 과학, 철학, 산업 등 다양한 분야와 접목시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은 동물에게 그러해도 마땅하다고 하는 그릇된 근거를 와르르 무너뜨린다.

 

신들과 인간의 중개자로 여기면서도 죽여서 제물로 바친다. 이슬람교의 '이드 알아드하' 축제나 힌두교의 '가드히마이' 축제 등 종교적인 희생이 계속되고 있다. 부활절, 추수감사절에도 수많은 어린 양과 칠면조가 도살당한다. 고대 동물을 신성시 여기고 숭상하던 분위기는 신이 인간의 형상을 띄게 되면서 점차 동물을 악마에 비유하거나, 인간의 도구나 기계로 대하게 되었다고 한다. 동물의 재판 이야기, 널리 알려진 철학자 데카르트, 칸트의 동물에 대한 생각들을 읽었을 때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계몽 시대에도, 현대에도 과학, 산업의 발달에 동물을 도구처럼 사용한 역사가 계속되었다. 우리가 먹는 음식뿐만 아니라 우리가 먹는 약, 우리가 바르는 화장품도 예외는 아니었다. 동물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계속되었지만 자본에 의한 움직임은 거대하고 강해서 현실적인 변화는 미흡했다.

 

 

 

농경이 시작되었을 때 인간과 가축의 생물량은 모든 포유류 총량의 0.1%를 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지구상의 전체 포유류 가운데 60%는 사육되는 동물이고, 36%는 인간, 4%만이 야생동물이라고 한다. 도표로 직관하니 더 충격적이다.

 

 

 


다행히도 동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동물윤리', '동물행동학' 등을 통해 동물과 소통하고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동물 그대로를 연구하고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독일의 동물당, 미국의 동물법, 휴머니멀 민주주의 등 실질적인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었다. 아직은 낯설고 생소한 개념이지만, 지구 생태계를 함께 살아가는 생물 중 한 종으로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명백하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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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가 제철 트리플 14
안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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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시리즈 14번째 이야기 『방어가 제철』을 만났다.

'작가 - 작품 - 독자'의 아름다운 트리플을 향한 멈추지 않는 도전이 우리를 들뜨게 한다.

3편의 단편과 1편의 에세이로 얇지만 단단한 구성으로 독자를 찾는 트리플 시리즈.

이번에는 '안윤' 작가의 『방어가 제철』[달밤 - 방어가 제철 - 만화경 - 없는 것들이 있는 자리]를 만날 수 있다. '20장 정도의 짧은 글로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는 이는 참 행복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 나서 굳이 장수를 세어보았다. 분명 술술 읽히는데도 강한 여운을 남기며 곱씹게 만들어 다시금 펼치게 만드는 글이었다. 그래서 세어보았다. 12장, 20장, 20장.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안윤' 작가에게, 작가 소개에 옆모습만 남긴 그에게 시기의 눈초리를 보내게 된다.



방어가 제철/안윤/자음과모음




'상실'을 경험한 이들이 세 편 모두 등장한다. 상실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일 수도 있고, 관계의 끝일 수도 있다.

1인칭 시점에서 서술된 [달밤][방어가 제철]은 지인과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을, 3인칭 시점에서 전개되는 [만화경]은 '이혼'으로 인한 상실이 타인의 죽음과 연결되고 있다.

'나'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점차 애도의 대상이 확대된다.

'나'가 사회에 나와 관계를 맺고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 언니의 죽음(달밤)에서

'나'는 선택할 수 없었지만 삶의 소중한 부분인 가족인 오빠와 엄마의 죽음(방어가 제철)으로 이어지고,

이혼 후 이사한 집에 살았던 바로 전 입주민이 죽었다는 사실(만화경)을 알게 됨으로써

상실의 아픔은 분명해지고, 애도의 대상은 보편화된다고 생각한다.

[만화경] 속 등장인물 '나경'이 '이미리내'라는 타인을 알게 된 순간부터 애도는 시작되었다.

상실을 경험한 인물들은 한결같이 그 상실을 수용하기까지 유예의 시간을 두었다. [달밤]에서는 1년 후의 시간을 그리고 있고, [방어가 제철]에서는 14년 후의 시간이 펼쳐진다. [만화경] 또한 이사 오기 전에는 알지 못한 사실이었으니 유예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상실을 받아들이기까지 각자에게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적당한 시간을 가진 후 다시 마주 볼 수 있어야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방어가 제철] 소설집 등장인물들은 어둠을 뚫고 빛을 마주할 수 있는 치유의 시간을 잘 보낸 듯하다. 눈부셨다.



'애도'를 하는 방식은 다 다를 테다. 죽음이 삶과 분리되지 않은 연장선상에서 존재한다고 본다면, 죽은 이를 보내고 다시금 살아있는 이들이 일어서야 한다고 본다면, 이 소설에서처럼 '음식'과 '식사'를 통해 몸과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방법이 좋을 듯하다.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자리로 죽은 이를 추억하고, 살아있는 이에게는 힘을 나눠줄 수 있으니 말이다.


[달밤]

좋아하는 동생의 생일상 육개장이 떠난 이의 제사상에 올려지는 시간의 단차는 주인공 '나'에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힘이 되어줄 것이다.

아프지 마. 안 아픈 게 최고야. 안 아픈 게 돈 버는 거야. _달밤 14쪽

그 애가 살아온 내력이 보이더라고요.

노동에 숙련된 몸, 어떤 환경에든 자신을 기꺼이 끼워 맞출 줄 아는

마음 같은 거요.

그건 네가 그런 사람이라서 보이는 거야.

아마 언니는 그렇게 말하려나요. _달밤 21쪽

좋아하고 사랑했던 언니가 떠난 후 언니가 본인에게 했던 말을, 소애에게 똑같이 하는 것처럼 마음이 이어졌다. 스스로 없기를 원한 언니를 무참히 떠나보낸 '나'는 살아있기에 살아갈 것이고, 언니와 그랬던 것처럼 소애와 마음을 나누며 살아갈 것이다.


너무 쉬워요. 버리고 버려지는 게요. _달밤 22쪽

말이 별로 없다는 소애가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나에게 했던 말이다. 버려지는 음식에 대한 상념이 꼬리를 물고 늘어져 꿈꾸지만 고단한 삶에 대한 푸념을 내비친다. 소애도, 나도 꿈꾸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도움 되지 않는 응원만 전할 수밖에 없어 무력하다.

축하해, 전소애. 태어난 거, 살아온 거, 살아 있는 거, 다. _달밤 26쪽

삶의 고단함과 무게 그리고 사랑이 느껴졌다. 소애의 '버리고 버려진다'라는 말을 포근하게 덮어줄 수 있는 응답처럼 들려와서 좋았던 구절이다. 우리는 이렇게 매 순간 축하할 일이 넘치고 축하받아야 할 일이 가득한 삶을 살고 있다.

[방어가 제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긋나기 시작한 밤, '어디서부터'가 되기 가장 알맞은 밤에 있던 4명 중 이제 2명만이 남았다. 오빠를 떠나보내고 잊어왔던, 아니 잊지 못했던 그에게 엄마를 떠나보내는 장례식 소식을 전했다. 그렇게 살아있는 '나'와 '정오'가 만났다. 그리고 계절마다 만나 맛있는 제철 음식들을 3년 동안 먹었다. 나는 그 3년의 시간 동안 먼저 떠난 오빠를 애도하고자 했던 마음만큼 그리웠던 '나의 정오'를 떠나보내는 준비를 했다.

그가 툭, 하고 무언가를 내려놓거나 구길 때마다

나는 날카로운 것에 할퀴인 상처를 마주하는 것처럼

마음이 불편했다. _방어가 제철 42쪽

아무도 잘못한 이들이 없는 듯한데 꼬여버린 삶이었다. '세상사 맘대로 되는 거 하나 없는데 반찬이라도 맘껏 고르면 좋지 않냐'라며 반찬가게를 했다는 엄마의 말을 나는 뒤늦게 이모한테 전해 들었다. 아이고, 불쌍해서 어떡해, 불쌍해서.

마음대로 되지 않은 세상사라 원망했던 삶이었건만 어느새 엄마의 반찬가게를 물려받아 이모들과 운영하면서 정오에게 순탄한 삶이라고 말하는 나를 보면서 묘한 기분을 느꼈다.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꿈이란 과연 무엇일까?

오빠의 죽음 이후 자신을 벌주듯 살아온 나는 정오 또한 고통받기를 바라면서도 잘 살아주기를 바랐다. 정오 또한 그런 마음이었으리라. 나와 정오의 끝맺음으로 나는 추억하는 순간을 오롯이 그리워할 수 있게 되었다. 돌이킬 수 없지만 눈부신 순간이었다. 모든 것이 진심인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질문에 답을 넌지시 건네는 단편이었다.

이혼 후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경에게 정신과 의사는 "일상을 뒤흔드는 큰 불행이나 걱정거리가 없는 상태, 조금은 단조롭게 느껴지는 날들이 행복에 더 가까워요."라고 말한다.

이혼 후 관심이 싫었던 나경이 연락하는 친구가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수진이었다. 나경과 수진의 상황은 대비되지만, 정답은 없다. 아니 각자가 짊어지는 삶의 무게와 형태가 다를 뿐이다. 나경은 가볍든 무겁든 자기 살기 바쁜 요즘, 자신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집주인 숙분 할머니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납득할 수 없는 행동들의 이유를 알게 되면서 그리고 새로 이사 온 숙분의 지인 단심 할머니를 만나게 되면서 나경도 차츰 마음을 열고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주위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런 분은 진짜 처음 봐. 진짜 그렇다. 우리는 다 다른 존재들이다. 비슷할 수는 있지만 똑같을 수는 없다. 처음 겪어본 사람처럼 느껴지는 기분은 진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관심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알게 된 후 알기 전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나경은 이제 행복의 문을 열었다. 서른세 개의 야광별이 뜬 베란다에서 행복을 채워나갈 일이 기대된다.

'안윤' 작가의 『방어가 제철』은 감각적인 소설집이다. 미각, 청각, 시각, 촉각 등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는 장치들을 곳곳에 잘 배치하였다. 그래서 작가의 의도와 등장인물의 감정이 깊숙이 파고든다.

단편마다 '음식'이 중요한 매체가 되어서 등장한다. 음식에 대한 묘사는 온기와 사랑 그리고 관심을 우리에게 불러일으켰다.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달았다. 마음이 투영된 음식이 고스란히 흡수되어 소화되었다. 또한 계절의 변화와 반짝이는 별, 모양이 바뀌는 달 그리고 파도가 치는 바다에 대한 시청각적인 묘사가 배경처럼 스며들었다.

떠난 존재들을 추억하며 다정한 인사를 건네고, 하루를 진심을 다해 살아가는 그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 곁에 그들의 안부를 걱정하는 이들이 함께 해서 다행이고 고마웠다. 그들의, 우리 모두의 안온한 하루를 기대해 본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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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딱지 송 고래책빵 어린이 시 5
백승찬 지음 / 고래책빵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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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딱지 송/백승찬/고래책빵




제목부터 유쾌한 <코딱지 송>의 작가는 초등학교 4학년 백승찬 어린이입니다. 어린 학생이지만 벌써 자기가 쓴 책이 있는 멋진 시인입니다. 시어 구사력이 흥미롭습니다. 소재는 어린이다우면서도 현실적인 표현에 웃음이 묻어나고, 주제와 어휘력, 표현력에 깜짝 놀랍니다.

 

'왜? 어째서? 어떻게?' 같은 질문을 만들고 상상으로 답을 하며 시를 짓는다는 백승찬 작가의 글이 인상적입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소재들로 구상하고 질문을 던지며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쳐 시를 지었을 모습에 대견하기도 하고 멋지네요.

 

우리를 반기는 첫 번째 시 <지퍼왕의 행차>

이 시를 읽고 백승찬 시인의 '생각의 깊이'에 놀랐습니다. 쭈욱~욱 지이~직 소리에 집중할 줄 알았던 어린이의 시선이 왕, 법, 정치, 이산가족에 이르다니요. 도도한 지퍼왕과 화난 백성들의 표정을 잘 담은 그림이 완성도를 높이는데 한몫 톡톡히 합니다.

 

 

<코딱지 송> 지퍼왕의 행차

 


총 4부로 묶은 시집은 풍성한 시와 귀여운 그림과 다채로운 생각들이 조화를 잘 이루었습니다. 재미가 주렁주렁 - 글자가 수군수군 - 수업이 들썩들썩 - 생각이 몽글몽글

 


<코딱지 송> 전학 온 친구 & 수영장

 


독특한 배치로 순간 '어떻게 읽어야지? 아, 글자 쓰는 순서대로 읽으면 되겠구나.' 당황하게 한 <전학 온 친구> 시가 재밌었어요.

 


 <코딱지 송> 수박의 패션쇼 & 제멋대로 농구공

 


어린이 특유의 재기 발랄한 생각이 돋보이는 <수영장>, <수박의 패션쇼>, <제멋대로 농구공> 같은 시들은 읽으면 재밌고 흥겹습니다.

 

그리고 팬데믹으로 많은 제약을 겪은 어린 세대들의 생각을 잘 표현한 <코로나-19의 생일파티> 시는 코끝을 시큰거리게 만들고 가슴을 무겁게 합니다. 맘껏 만나고 뛰놀고 웃으며 생활할 수 있는 날이 얼른 왔으면 합니다.

 

<코딱지 송> 코로나-19의 생일파티 & 수학 올림픽

 

 


공부하는 학생으로 느끼는 솔직한 마음이 전해져 학부모로써 더 애틋한 마음이 들었던 3부. 수업이 들썩들썩

학교생활의 다양한 모습과 공부에 대한 부담 그리고 배움을 향한 열정을 백승찬 시인만의 참신한 언어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피식피식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답니다.



시인이 경험하고 바라보고 이해하는 세상이 '시'를 통해 다시 재구성되는 마법을 함께 하면서 행복해졌어요. <동시집이 나오기까지> 백승찬 시인 어머니의 글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이 한 권의 시집에 담긴 온 마음이 읽는 독자까지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었다는걸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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