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 (양장) -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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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클로버』


클로버/나혜림 지음/창비출판사





 


윤기가 흐르는 검은 털과 별처럼 빛나는 금빛 눈동자를 가진 고양이가 눈앞에 나타난다면? 그리고 그 검은 고양이가 헬렐 벤 샤하르 또는 루시퍼라 불리는 악마라고 한다면 어떨까?

 





『클로버』 주인공 15살 소년인 현정인은 너무나 덤덤하게 악마를 받아들이고 대한다.

주문처럼 '만약에' 이 한 마디만 던지면 계약이 성립된다고 달콤한 유혹을 건네는 악마에게 틈을 주지 않는다.

할머니와 단둘이 폐지를 주워 근근이 살아가는 소년은 또래 보다 큰 키처럼 웃자란 마음과 순수한 셈으로 진짜를 살아갈 뿐이다.

 

"자꾸 불평하면 안 돼. 불평하면 사는 게 지옥이 되니까." (15쪽)

 

'가난하다'라는 말이 '부끄럽다', '불행하다', '불쌍하다'라는 말들을 끌고 오는 세상에서 모든 것을 한순간에 뒤바꿀 수 있는 악마의 제안은 너무나 달콤하다.

정인의 말처럼 가난이 힘든 이유는 자신의 선택지가 없어서일 것이다. 하고 싶다. 갖고 싶다. 기본적인 욕구까지 차단당한 채 하루를 살아내는데 올인하게 만드는 가난은 '선택'의 문을 보여주지 않는다. 할머니와 단둘이서 괜찮다 다독이며 긴 세월 살아온 정인은 선택의 문을 등진 삶이 당연했다. 검은 고양이 헬렐이 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흔들어 댔을 때까지는. 다른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는 같은 반 친구 재아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을 때까지는.

 

식욕만을 다스리며 살아왔던 정인이 식탐을 이해하게 되면서 상황은 모든 게 달라졌다. 악마 덕분에 다른 삶을 경험하게 된 정인은 둘만의 견고한 보호막에 균열이 생겼다는 걸 알았다. 둘만이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었기에 세상의 변화와 주위 사람들의 말과 행동은 그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정인은 한 번의 일탈을, 반항을 했고, 결과는 잔인했다.

"나 좀 숨겨 줘요. 나 좀……." (194쪽)

 

 

정인은 악마에게 부탁을 했고, 자신이 만든 지옥을 경험했다. 상상하는 모든 게 이루어지는 곳에서 과연 정인은 행복할 수 있을까?

자신이 욕망하고 상상하는 모든 게 있는 지옥이었건만, 정인은 가장 중요한 사실을 알아버렸다.

모든 것이 다 가짜다!

재아가 가르쳐준 지옥화, 꽃무릇의 꽃말은 '잃어버린 기억'이었다.

자신 마음대로 안 풀린다고 걷어차 버리고 싶지 않은 기억, 삶, 세상이었다.

 



 


드디어 정인은 중요한 선택을 한다.

응달에서 잘 자라던 클로버(행운, 약속, 평화)가 꽃을 피울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힘겹지만 바늘 끝에 서보기로, 진짜 세상을 살아 보기로 했다.

 

자신의 발이 닿는 곳이 곧 길이리라.

진짜 세상에서 살아가고자 선택한 정인은 예전처럼 영리하고 바르고 꿋꿋할 것이고, 다른 사람이 손 내밀 때 잡을 것이다. 기댈 수 있는 어른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고마워할 줄 알 것이다. 그리고 다시 빛나게 살아갈 것이다. 돌고 돌아 원점에 다시 섰지만 진짜를 선택한 정인이니까.

 

외로움과 무력함, 두려움이 뒤섞인 소년의 악몽은 오르톨랑보다 달았다. (89쪽)

"누가 나한테 '하고 싶지?'라고 물어봐 준 거 처음이거든요.

내가 뭘 고르고 선택할 수 있다는 거, 그거 진짜 좋네요." (110쪽)

"신은 명령하지만 악마는 시험에 들게 하지. 선택은 인간이 하는 거야."

그게 악의 무서운 점이란다, 꼬마야. (111쪽)

 

정인이와 악마의 대화를 음미하다 읽다 보니 어느새 끝나버렸다. 적절한 인용들이 글을 풍성하게 만들고 꼬리를 무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정인이의 속마음을 인용구를 통해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만들어서 인상 깊었다.

 

정인이는 머리에 흰 천을 뒤집어쓰고 먹을 만큼 잔인한 요리인 오르톨랑 대신 라면을 먹으면서 '유모레스크'를 듣는 현실을 선택했다.

 

"내가 없었으면 할머니는 더 행복했을까?"

"왜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해?"

"그냥, 만약에."

"그런 소리 하지 마라. 그거 인생 망치는 주문이야."(61쪽)

 

나라면 어땠을까? 만약에? 인생을 망치는 주문이라는 할머니 말씀처럼 오늘을 즐겁게 살아야 하는 게 맞겠다 싶으면서도 금빛 눈동자가 빛나는 고양이가 살짝 궁금해지기도 한다. 신사적이고 매혹적인 악마 헬렐 벤 샤하르는 악마의 선입견을 와르르 무너뜨렸다. 이토록 민주적이고 약속을 잘 지키는 악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다.

어두운 밤의 시간이 지나고 햇빛이 비치는 아침을 맞이한 정인이의 경쾌한 발걸음을 잊지 못할 것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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