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 모음 2022.가을 - 54호
자음과모음 편집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음과모음(계간) 가을호

 부자 - 삶과 돈의 문제 

 

 

자음과모음 제54호(2022 가을호)/자음과모음



계절마다 발행되는 잡지인 자음과모음 가을호를 만났다. 가을, 이 풍요로운 계절에 게스트 에디터 최별 PD는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라는 마음을 기꺼이 인정하고 삶과 돈의 관계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자, 안락한 삶, 누리고 싶은 내일을 풍성하고 다채로운 구성으로 기획하였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

그 욕심에 무슨 문제 있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돈'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외면할 수 없다. 기술의 발달로 물질적 풍요가 넘치고, 세계화를 넘어 우주시대를 내다보는 오늘날 눈에 보이는 실질적이고 명확한 잘 사는 삶, 멋진 인생은 '돈'과 직결된다. 삶의 주거지, 주거형태, 직업, 직장, 연봉, 차. 성인이 된 나는 타인을 알아가는 질문지 안에 이런 항목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었다.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기준, 잣대의 변화는 자연스레 삶이 향하는 방향도 달라지게 한다. 영끌, 가상화폐, NFT 등 주된 이슈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물질적 향유와 시스템 속 편리를 포기하지 못하는 나에게 '부자가 되고 싶다'라는 날것의 욕망, 욕심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해부는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거침없이 스스럼없이 '부자'를 갈망하는 자신을 드러낸 최별 PD는 주변인들을 소환하여 <돈의 문제>에 관한 진솔한 에세이를 부탁하였다.

 

4편의 에세이에는 '부자'와 '돈'에 관한 진지한 고민들이 드러나 있었다. 디그니티(품위, 위엄)을 타인과 세상을 대하는 자세이자 태도로 디그니티가 넘치는 자야말로 '부자'라 생각하며, 기업의 가격경쟁력 마케팅에 흔들리지 않기 위한 500원의 디폴트를 챙기는 이야기부터 에세이를 맡기로 한 지인의 부친상으로 최별 PD가 직접 쓴 세상살이 이야기까지 여러 목소리가 담겨있다.

 

그중 장미빛 「잘 사는 법도 가.지.가.지」와 조재형 「우리를 부자로 만드는 키워드」 에세이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장미빛 님이 쓴 에세이는 꿈꾸는 내일이고, 조재형 님이 쓴 글은 공감하고 지금 당장 실천하고 싶어지는 마음가짐과 자세였다.

 

더 높이 오르기를, 더 빨리 달리기를 채근하는 안팎의 목소리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질펀히 주저앉는다. 최선을 다해, 안주한다. '한 곳에 자리를 잡고 편안히' '현재의 상황이나 처지에 만족'하며.

남의 욕망이 아닌 내 욕망으로 시간을 채워야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 있다.

 

<부자 - 삶과 돈의 문제> 주제와 연관되어 수록된 3편의 미니픽션은 색달랐다. 집은 거주지, 보금자리라는 생각을 지니고 살아가는 부동산, 재테크 문외한인지라 이번에 처음 듣는 키워드 '임장기'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좋아하는 최양선 작가의 〔초록 대문 집〕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주체는 아니었지만 가해자였던 내가 얼룩진 과거의 상처 그리고 그리운 친구를 갑자기 마주하게 된 순간을 감성적으로 잘 그려내어서 좋았다.

 

 

<기록Ⅰ비서울>

"다시 돌아오실 거죠?"

 

이 섹션도 집중해서 읽었다. '서울' 정말 지긋지긋하다고 하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 곳인가 보다. 어지간히 어긋나지 않으면 서울살이에서 벗어나기를 마음먹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서울이 아니라 경기도에 살고 있지만 말이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올라온 도시, 경기도는 마냥 낯설었다. 결혼 후 남편 직장 때문에 이사한 거라 혈혈단신인 이곳에서 남편의 퇴근만 기다리며 한동안 지냈던 것 같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고 직장을 옮겼더라면 좀 더 나았을까? 그래도 결혼으로 힘겨운 출근에서 벗어나 한시름 놓은 상태라 재택근무로 안온한 하루하루가 소중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귀촌 하고픈 나 홀로(남편은 싫다 하고) 꿈은 잠시 접어두고 자식농사에 수도권을 벗어나는 생각은 감히 해볼 수가 없다. 사회·경제·문화 인프라를 내 자식에게 제공하기 쉬운 이 공간에 대한 미련, 집착이 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기록Ⅰ비서울> 섹션을 더욱더 감정이입해서 읽었다. 류하윤 님의 〔나의 제자리〕 기록을 내 기록인 것마냥 꾹꾹 써 내려갔다.

 

나는 이상으로 가득한 사람이고, 현우는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걸 즐기는 사람이다.

삶에 따라 터전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터전에 따라 삶이 달라지기도 한다.

내 마음을 삶으로 살아내는 일에도 계속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나에게 친절할 때 비로소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가을의 시소' 선정 과정을 담은 페이지가 인상적이었다. 전문가가 아닌 문학을 '애호'하는 대학생들과 함께 후보작들에 대해 논의하고자 모인 대담을 지면에 담았다. 4명의 대학생들과 2명의 편집위원들이 허심탄회 감상을 나누는데 후보작품들을 읽어보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시를 이해하기 위한 접근법에 대한 부분이나 같은 작품을 읽고 쏟아지는 감상들이 흥미로웠다. 문학 관련 전공자이거나 창작활동을 하는 문학 애호인 대학생들의 시선과 목소리를 잘 담아낸 기획이었다.

 

잡지는 매력적이다.

한 가지 이야기만 담고 있지 않아서 이 지면이 내 마음과 만나지 않아도 괜찮다. 다른 이야기를 만나면 된다는 여유로움을 준다. 자음과모음(2022 가을호) 또한 수록된, 모든 작품들이 공감되고 이해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분명 존재해야 한다. 내가 공감하든 안 하든. 남에게 상처 주기로 마음먹고 독기로 가득 차 악으로 쓴 혐오, 망언, 차별이 아닌 이상 언제든 소리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들어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음과모음(2022 가을호)는 좋은 만남이었다. 부정할 수없이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돈'에 대한 고민으로 부자로 살고 싶은 욕심을 해부해 보고 제 나름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기에 솔직했다.

내가 읽고자 고른 시, 소설이 아니라 소개된 시, 소설을 만나면서 문학의 영역이 확장되는 경험을 하였다. 어쩌면 예전의 나라면 결코 읽지 않았을 시, 소설을 이미 읽은 지금의 나는 또 다른 시, 소설을 소화시키기 위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고 있으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자음과모음(2022 가을호)는 나에게 숙제를 남겼다.

가을의 시 〔문보영 지나가기

가을의 소설 〔전예진 베란다로 들어온

'가을의 시소'를 읽어보기

* 숙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설레는 시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민트 돔 아래에서 - 송가을 정치부 가다
송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로 초짜 열혈 사회부 기자 '송가을'을 세상에 선보였던 작가 송경화 기자는 무대를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옮겨 '정치부' 기자 송가을을 창조해냈다. 단단한 송가을의 파란만장한 국회 생존기가 <민트 돔 아래에서> 숨 가쁘게 펼쳐진다.

- 송가을 정치부 가다

 


민트 돔 아래에서/송경화 장편소설/한겨레출판


 

 

저자가 기자라 소설 속 기자들 일상 표현에 생동감이 넘친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모르는 정치부 기자와 그들의 취재원인 국회의원의 세계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정치용어와 기자 용어 및 은어들이 익숙하지 않아 헷갈리는 것도 잠시, 금세 적응할 만큼 흡입력이 강한 작품이다.

 

기자와 국회의원, 하나의 목표가 아닌 각양각색 목표와 목적으로 모인 국회는 욕망의 용광로가 되어 뜨겁게 타오른다. 과연 열혈 기자 송가을은 그 치열한 전쟁터에서 '좋은 기자'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민트 돔 아래에서>는 송가을의 좌충우돌 고군분투 국회 적응기를 의정 활동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고도일보와 타 신문사들과의 경쟁 구도, 고도일보 내부 줄다리기, 국회의원의 잇속 챙기기를 기저에 깔고, 의정 활동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 이슈들을 바라보는 이해관계 군상의 시선 또는 태도 차이를 잘 조명하고 있다. 우리네 현실에서 벌어진 사회적 약자의 비극적인 사건, 사고들을 소재로 활용하여 국회, 언론, 정부의 진정성 있는 자세를 다시금 환기시킨다. 이런 인재는 왜 되풀이되는가? 소설 안에서 벌어지는 행태를 보면 딱! 답이 나온다.

 

날것이 넘실대는 공간 속에서 '좋은 기자'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송가을의 분투는 밝은 내일만을 그리지 않는다. 바르고 옳은 길이라 믿었던 일의 결과가 쓰라리고 참담한 상처로 돌아와 예전처럼 껍질 속으로 들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송가을은 또다시 일어섰다.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들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누군가의 목숨 값으로 이룬 '정의'는 눈물로 얼룩진 반쪽짜리인 기쁨, 그러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준 결의가 아닐까 싶다.

 

 

 

 


송가을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유기적으로 이야기를 채워나가 구성이 탄탄하다. 고도일보 동기이자 정치부 말진으로 국회에서 부대끼면서 어느새 정이 들어버린 기민호, 대학교 시절부터 그를 좋아해 기자가 된 박동현, 최연소 정치부장이자 최초 여성부장인 서수경, 보수 성향의 3선 국회의원을 아버지로 둔 진보 성향의 윤장미, 특이한 초선 국회의원 금문성 등 각양각태의 인간상이 등장하여 이야기가 풍성해졌다. 개인적인 서사와 정치사회적 신념들이 상충되면서 전개되는 과정이 몰입하게 만든다.

 

송가을의 학창 시절 상처와 연결된 필리핀 대사 인터뷰는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는 결말을 보여주었다. 올바른 길을 가려는 그의 의지가 흔들리지 않게 다져주었다. 지난날의 상처를 딛고 각자의 자리에서 따뜻하고 바른 내일을 꿈꾸는 청년이 된 송가을과 친구의 모습은 감동이었다. 박새롬의 죽음과 대비되어서 더 애틋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한층 더 성숙해진 송가을을 상상할 수 있었다.

 

 

읽으면서 조금 의아하고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송경화 기자도 의식하는 부분인 듯싶다. 기자들이 사용하는 표현에 일본어 잔재가 이렇게 많이 남아있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정확한 표준어 사용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하는 직업군이 맛이 안 산다고 일본식 표현을 계속 사용하는 듯한 설명이라 공감되지 않았다.

 

그리고 기자들의 고충이 곳곳에 잘 드러나 있었다. 변하는 시대의 요구에, 조직 문화에 자신의 신념과 가치에 맞지 않더라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 기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들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장에서, 기사로 성장하는 것이 기자이겠지만, 소설을 통해 질문과 고민들을 털어놓고 생각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성장과 변화의 길일지도 모르겠다.

 

 

<민트 돔 아래에서>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위한 정책과 지원에 대한 조명과 관심은 송가을을 비롯한 기자, 국회의원이 꼭 장착해야 할 자세이자 무기가 아닌가 싶다.

 

"오늘 아침 장사 폭망이네. 제목에 더 센 걸 넣었어야 했나 봐.

저격수 가지고도 망설이고 앉아 있었으니……."

 

"기자님, 정치인한테는요.

자기 부고 기사를 제외하곤 모든 기사가 이득이에요."

 

 

기자와 국회의원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인간미를 잃지 않고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이미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들이 아닌 소외된 이웃에게 마이크를 건네는 포용의 자세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저 사람들은 목소리 낼 방법이 저거밖에 없는 거 아닐까?"

 

"사람들이 외면하는 이들, 약자들에게 먼저 손 내밀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기자.

난 그게 좋은 기자라고 생각해."

 

 

기자들의 워너비 '정치부'에 입성한 송가을 기자는 국회의사당 출근 첫날에 뜻밖의 사실을 깨닫는다.

"국회 돔이 민트색이었어? 하늘색인 줄 알았는데……."

 

낯설고 두려운 공간이었던 국회 안에서 의원 단식이 시작되자 평온하게 드러누워 '여의도에 어울리는 기자, 좋은 기자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송가을.

설렘이 한 방울 추가된 것 같은 민트색, 그 설렘은 송가을을 욕망의 용광로 '국회'에서 살아남게 해주었다. 이제는 기자 생활의 꽃이라는 청와대 출입 기자, '1호 기자' 송가을을 오매불망 기다려본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4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은 두 컷 만화 - 마이웨이 누누씨의 할 말은 하고 사는 인생
누누씨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이웨이 누누씨의 할 말은 하고 사는 인생

 

이번에 <인생   만화> 서평단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누누씨 손에서 탄생한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들이 깜찍하고 대범한 발언들을 하는, 크로스 매칭이 자연스러운 매력적인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 Z세대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너무 귀엽지 않아?" "아, 이 캐릭터 알아요." 신기한 발견이라도 한 듯 요란스럽게 보여주었던 저는 민망했답니다. SNS를 잘 하지 않는 저만 몰랐던 겁니다. ^^a

 

 

 

인생은 두 컷 만화/누누씨 글.그림/중앙books


 

13만 팔로워 OMZ 세대 선정 요즘 가장 핫한 만화!

우주 최강 귀요미상 수상

 

책 표지 앞에 떡! 하니 이런 수식어들이 있었건만, X세대인 저는 눈이 침침한 지, 보고 싶은 것만 보이는 건지 그냥 스쳐 지나갔네요. 하지만 덕분에 우리 집 Z세대들과 누누씨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짧은 기간에 많은 이들의 공감과 호응을 이끌어내는 저력을 보여준 누누씨! 게으르고 염세적이면서도 사랑과 희망을 믿고 오늘을 버티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듯한 만화 그리고 뻥~ 뚫리는 사이다 같은 발언에 위안과 대리만족을 느끼게 됩니다.

 

 

이 책은,

1. 쉿! 우리만의 고민 해결책

2. 인생 살기 짱 쉽다!!

3. 꼬옥 안아주면 되~ ♡

총 3 Part로 이루어졌습니다.

 

누누씨, 덕춘-덕자-덕희 세쌍둥이 토끼, 식이

총 5명?의 캐릭터들이 두 컷 만화를 책임지고 있답니다.

놀랍게도 이 캐릭터들은 익숙한 툴인 '그림판'에서 탄생하였습니다. 책 시작 부분에서 누누씨가 친절하게 <토끼 그리는 법>을 설명하고 있지만, 정말 마법의 손을 가진 사람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림판으로 그린 만화라는 생각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하면서도 친숙한 만화로 사랑스러움을 장착하고 다가옵니다.

 

PART1은 인☆에서 받은 고민들에 대한 해결책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진지한 세상사 고민부터 시시콜콜한 개인적인 고민까지 각양각색입니다. 누누씨는 고민들 하나하나에 똑같은 태도와 무게로 해결책을 담아냈네요.

 


읽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고 웃게 되는 답변들

 

 

그리고 자신만의 고민을 짤로 직접 그려보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머리를 아프게 하는 고민이 있다면 한번 그려보면 좋을 것 같아요.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으면 꼭 나오는 활동, 그만큼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익숙하지 않은 우리이기에 일부러라도 마주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고민이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 거예요.

 

 

마이웨이 누누씨의 할 말은 하고 사는 인생 기조를 확실하게 다루고 있는 부분은 PART2입니다.

 

누구나 한 번뿐인 인생을 너무 내달리지도 말고, 쉽게 살려고도 말라며,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가면서 처방하고 있습니다. 뜨끔하다가 푸하하하 웃음을 터트리다가 눈물도 찔끔거리면서 읽게 되네요.

 

 

사랑 넘치는 그림으로 시작하는 PART 3. 꼬옥 안아주면 되~ ♡입니다.


 

요즘 세대의 '사랑'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재치 넘치고 당당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사랑이 여기저기에서 피어났습니다. 고민과 걱정은 내려놓고 행운과 사랑을 안고 당당히 가슴 펴고 살아가자고 토닥여주는 책입니다.

 

 

 

덕춘, 덕자, 덕희 토끼들과 식빵 식이와 같이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고 있는 누누씨가 전하는 메시지가 힘찬 응원이 되네요. 깜찍한 토끼 세쌍둥이와 간간이 인사 나누는 사이가 될 것 같습니다.

 


고민, 걱정은 넣어둬. 우리가 대신해줄게. 힘들면 언제든 찾아와!!!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대에게 권하는 법학 - 우리 사회에 법은 왜 필요한가요? 10대에게 권하는 시리즈
전제철 지음 / 글담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열풍이 불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변호사가 로펌 동료들과 협력하여 여러 소송들을 해결해나가면서 성장하는 드라마였다. 이상한? 수식어를 당당히 달고 나온 우영우 변호사에게 시청자들은 빠져들었다. 그녀의 개인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변호사로서 고민하고 성숙해져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진실과 의뢰인 이익 앞에서 인간적인 고민하는 그를 통해 거대 로펌 속에서 깎아지고 다듬어지는 고통과 다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요즘에는 드라마 <천 원짜리 변호사>를 시청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변호사도 독특하다. 이상한? 수식어를 이어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는 우영우와는 다른 결을 지닌 변호사이다. 초입 변호사였던 우영우와는 다르게 검사를 하다 본인의 의지에 따라 '수임료 단돈 천 원' 변호사 길을 걷는 인물이다.

변호사니까 법으로만 해결하겠다는 게 아니라, 의뢰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데 목표가 있는 천지훈 변호사.

'변호사는 의뢰인을 위해 대신 싸워주는 것이다.'라는 신념으로 법 테두리 안에서만이 아니라 본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의뢰인에게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상의 변호사라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무죄 추정의 원칙' &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원칙을 잘 풀어낸 일화로, '법'의 가치와 의미를 일반인들에게 친절하고 강렬하게 조명하였다 생각된다.

 

변호사 관련 드라마를 계속 접하다 보니 '법'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생겼다.

살다 보면 작든 크든 '법'과 관련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우선이겠지만, 우리 스스로가 어느 정도 법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과 정의가 확립되어 있다면 좀 더 수월하게 접근하지 않을까 싶다.

 

 

10대에게 ★권하는 법학/전제철 지음/글담출판


 


『10대에게 권하는 법학』

<우리 사회에 법은 왜 필요한가?> 주제의식으로 접근하여 법에 대한 총괄적인 내용을 망라한 책이다. 주된 독자층을 십 대로 정하여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법'을 상세하고 알기 쉽게 풀어썼다. 법의 유래, 법의 역사, 법의 역할 등 꼭지별로 나누어 방대한 정보를 핵심적인 내용 중심으로 간략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법'과 관련된 진로를 고민하는 십 대 청소년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

 

1. 법이란 무엇일까요

2. 법을 왜 공부해야 하나요

3. 법은 어떻게 발전되어 왔을까요

4. 법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요

5. 법으로는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까요

6.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 책은 이렇게 총 6개의 챕터로 꾸려져 있다.

이 꾸러미 속에 차곡차곡 담겨있는 '법'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는 '법'과 '사회'가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의미부터 적용, 유연성까지 톺아보는 '법'의 총체라고 볼 수 있는 『10대에게 권하는 법학』 은 법학에 관해 잘 알려진 사례와 역사적 사실을 들어 설명하고 있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10대 청소년들과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다. 법학 입문서로 적당한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법은 문명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고대 이집트, 함무라비 법전, 고조선의 8조법 등 인류의 역사와 함께 법도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법은 사회 구성원의 생활을 규율하기 때문에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변해왔다. 오늘날 법치주의는 역사적 과오와 실수를 바탕으로 갖춰져 왔다. 왕이나 일부 귀족이 법을 만들고 일반 국민이 지켜야 한다는 전근대적 의미의 법치주의에서 계몽주의에 의해 국민의 대표자가 법을 만들며 일반 국민뿐 아니라 통치자도 지켜야 한다는 근대적 의미의 법치주의로 바뀌었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당시에는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몽테스키외의 저서가 교회의 금서로 지정될 정도였다고 한다.

이렇게 몽테스키외의 계몽주의에 의해 구축된 근대적 의미의 법치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큰 변화를 맞게 된다. 나치 독일의 사례에서 법률이 의회에서 다수결로 통과되어야 한다는 형식적인 합법성뿐 아니라, 법률의 목적과 내용도 정의와 헌법의 이념에 합치되어야 한다는 '실질적 법치주의'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리하여 오늘날 법을 통해 진정한 정의를 실현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추구하며 실질적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고자 하는 현대의 법치주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법의 세 가지 이념


 

법은 정의를 세우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한편으로는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그래서 독일의 법철학자 라드부르흐는 법의 이념을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하는 '정의'

  • 정의는 사람의 관점이나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정의될 수 있다. 평균적 정의와 배분적 정의로 구분할 수 있는데 '법' 뿐만이 아니라 제도와 지원정책 등 여러 부분에 합리적 차별의 기준으로 공정하게 설정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합목적성'

  • 합목적성은 '목적에 맞도록 방향을 설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이 따라야 할 가치 또는 기준이 시대와 사회의 지배적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 근대 초기에 '자유'를 중시하던 시대에는 '법'의 가치도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있었다. 하지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사회적 갈등이 심해지자 '복지국가의 원리'가 등장하게 되었다. 시대적 요구에 의해 법의 가치와 기준도 자유와 함께 평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달라졌다.

 

현재 상태를 존중하는 '법적 안정성'

  • 사회생활이 법에 의해 보호되고 보장되어 안전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법적 안정성이 유지되려면 법의 내용이 명확하고 법이 함부로 바뀌지 않으며, 실제로 실현될 수 있으면서 국민의 법의식과 합치되어야 한다.

 

"정의만이 통치의 기초이다."(정의) Vs

"국민이 원하는 것이 법이다."(합목적성) Vs

"악법도 법이다."(법적 안정성)

 

이 세 가지 이념은 상호 모순되면서도 협력과 보완이 요구되는 관계이다. 세 가지 이념을 어떻게 조화롭게 해석해서 적용하느냐 하는 균형잡기 과제의 중요성은 국사와 세계사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논리적인 흐름과 질문으로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법' 속으로 파고들 수 있도록 인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이 무엇이며, 법의 이념과 가치를 알아본 다음, 법의 역할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이 마땅히 지켜야 하는 의무임을 강조한다. 그 후, 사람들이 법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에 아무런 의문을 가지지 않은 이유 - 강제력을 행사하는 정당성을 가지게 된 이유 -가 무엇인지를 <생각 더하기+> 코너에서 다룬다. 사고의 확장과 단계별 지식·정보 제시가 적절해서 마음에 들었다. 법의 정당성은 '왕권신수설'과 '사회계약설'에 의해 뒷받침된다는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의식하고 생활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영역에 법들이 존재한다.

자연법 - 실정법의 대분류부터 시작해서 실정법을 공법 - 사법 - 사회법으로 구분하고 그 이후 우리가 익숙한 명칭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헌법 - 행정법 - 형법 - 민사 소송법 - ...... - 노동법 - 경제법 - 사회보장기본법 등 법의 종류는 다양했다. 분쟁이 일어났을 때 어떤 법에 규율되느냐에 따라 재판 절차가 달라지기 때문에 법을 분류해놓았다고 한다.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라는 유명한 법언이 있다. 범죄를 저지른 후 몰랐다고 하더라도 처벌을 면할 수 없으니 일반인들 또한 법의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법을 알아야 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법은 삼권분립에 의해, 입법부는 법을 만들고 행정부는 법을 집행하고 사법부는 법을 도구로 재판을 한다. 그런데 입법부인 국회에서 '법률'을 제정해도 위계질서에 의해 그 상위법인 '헌법'에 반하면 그 법률은 위헌 무효가 된다. 단순하게 본다면 권력분립의 정신에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미국의 건국 초기에 있었던 <마버리 대 매디슨> 사건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사건을 사법부가 행정부에 예속되는 것을 막고 입법부가 만든 법률의 위헌성을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을 모두가 인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사법부 우위의 미국식 삼권분립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단언컨대 무엇이 법인지 결정하는 것은

사법부의 영역이자 의무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법'에 관해 가지고 있던 일반적인 생각들의 한계를 인식하고, '법'과 '사회'에 관한 생각들을 정리해 보고 확장시킬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느냐 안 받느냐 '법'과 '도덕'의 일반적인 차이뿐만 아니라 '법'을 통해 정의롭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사회를 인지하게 되었다. 법은 처벌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이미 분쟁이 일어났다면 다툼을 공정하게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법은 중요하고 지켜야 할 가치와 이념이 명확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을 대표해서 국회에서 만드는 '법'에 대해 국민인 우리 스스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인의식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함께 변화해온 '법'

법은 국가가 개인의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가 발전하면 법도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절차상 정당하게 제정, 개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법의 내용과 목적이 헌법의 이념에 합치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세계사를 통해 현대의 법치주의 국가 체제를 구축하기까지 얼마나 힘겨운 투쟁과 희생이 있었는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법학'에 관한 관심과 공부는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생각이 깊어졌다.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  &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법학'에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10대에게 권하는 법학』이라는 지름길을 소개한다. 10대 & 성인에게도 알차고 유용한 정보가 가득하다. 특히 <생각 더하기 +> 코너에 제기된 질문은 토론 주제로 안성맞춤이다. 『10대에게 권하는 법학』은 사고력의 깊이를 넓혀주고 세상의 시야를 트이게 해줄 것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가들의 인생 그림 - 자화상에 담긴 상처와 치유의 순간들, 2022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강필 지음 / 지식서재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화상 : 스스로 그린 자기의 초상화

화가가 자기를 그린 초상화인 '자화상' 속에 담긴 의미를 읽어내는 책 - 『화가들의 인생 그림』

 



화가들의 인생 그림/강필 지음/지식서재


 

강필 저자가 14명의 화가들이 남긴 자화상에 담긴 상처와 치유의 순간들을 포착하여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덕분에 국적도, 나이도, 추구하는 바도 달랐던 14명의 개성 넘치는 예술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예술가가 아닌 '기술자'로 분류되었던 시기의 화가부터 자본주의와 상업주의가 팽배해진 현대사회에서 자신을 상품으로 소비한 화가까지 너무나도 극과 극인 삶을 되짚어보면서 그림 속에 담은 화가들의 진짜 마음을 읽어내는 작업에 기꺼이 동참하였다. 화가에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그림'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세상에 남긴 그림 특히 그들 스스로를 그린 초상화인 자화상이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당신의 그림이 내게 말해 주는 것들"

 

올해는 미술에 관련된 책과 인연이 많다. 그래서인지 14명의 화가들이 친숙하게 다가왔다. 그만큼 그들의 인생 이야기에 더 깊은 충격과 고통을 느끼고 공감하며 읽었다.

 



1. 세상이 알아주기 않아도 자신의 가치를 믿다 - 얀 반 에이크의 수수께끼

  1. 2.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길을 만들다 - 알브레히트 뒤러의 자기애

  2. 3. 폭군 고용주와 치열하게 일하는 법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처세

  3. 4. 그릇된 선택으로 자신의 미래를 망치다 - 카라바조의 살인

  4. 5. 성폭력의 트라우마를 딛고 거장이 되다 -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복수

  5. 6. 편견과 차별을 이기고 최고 위치에 오르다 -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계획

  6. 7. 쇠락해 가는 노년의 시간들을 담담히 기록하다 - 렘브란트 판 레인의 자세

  7. 8. 인간이 만든 지옥 같은 세상을 경험하다 -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암흑

  8. 9. 주변의 냉소와 멸시에 굴하지 않고 나의 길을 가다 - 빈센트 반 고흐의 노력

  9. 10. 삶을 덮치는 죽음의 공포와 이별의 슬픔에서 살아남기 - 에드바르 뭉크의 공포

  10. 11. 자식을 잃은 세상 모든 부모들을 위로하다 - 케테 콜비츠의 사랑

  11. 12. 내게 닥친 모든 고통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다 - 프리다 칼로의 고통

  12. 13. 세상에서 버림받은 나를 사랑하는 법 - 프랜시스 베이컨의 분열

  13. 14.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상품이 되다 - 앤디 워홀의 전략

 

 

강필 저자는 '자화상'이라는 개념을 확장하여 적용하였다. 그래서 14명의 화가들 이야기 속에서 화가가 등장하지 않은 그림을 자화상의 좋은 예라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화가의 성격과 인생관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는 부연 설명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도 읽다 보면 자연스레 빠져들어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니, 저자의 한판승이다.

 

 

'빈센트 반 고흐' 오늘날 모르는 이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이름이다. 하지만 그 시대에는 <붉은 포도밭>이 팔린 거의 유일한 그림인 비운의 화가였다. 남동생 테오의 경제적 지원 없이는 생활할 수 없었던 그였지만, 자기 그림에 대한 노력과 확신, 자신감이 충만하였다. 10년이라는 짧은 작업 기간에 2,000여 점의 그림을 그렸다고 하니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알 수 있다. 강필 저자는 <빈센트의 의자>라는 그림을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이라고 말한다. 이 그림을 통해 빈센트를 만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투박한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난 등받이와 네 다리, 골풀로 짠 좌판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구조인 의자. 군더더기 없이 기능에 충실하게 만들어진 것이 소박하고 직선적인 빈센트의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흐가 그린 <고갱의 의자>가 필요하다. 좌판에 담배 파이프와 연초 덩어리가 놓여있던 빈센트의 의자와는 다르게 한껏 멋을 낸 의자로 좌판에 불 켜진 초와 지성을 상징하는 책 두 권 그리고 뒤쪽 벽에 조명이 커져 있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의자와 배경 모두 호화롭고 장식적이다. 그래서 저자 강필은 <빈센트의 의자>와 <고갱의 의자>를 한자리에 있어야 진가를 발휘한다고 하였다. 의자 그림을 통해 두 화가의 성격을 분석한 작업이 흥미로웠다.

 

 

현대사회에서 대화가로 칭송받는 화가가, 명화로 추앙받는 작품이 그 시대에는 주목받지 못하여 불운한 삶을 살거나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읽을 때마다 괴리감에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그 간극은 매번 돌고 돌아 더 커진 충격으로 현실의 나를 공격한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너무나도 유명한 대화가인 그의 자화상을 마주하고 그가 삶을 대하는 자세에 경건해졌다. 미켈란젤로는 절대권력자 교황의 주문에 20여 년의 시간차를 두고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와 벽화를 그렸다. 1541년 완성된 벽화 <최후의 심판>에는 성경 속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중 성 바돌로매는 예수의 12제자 중 한 명으로, 예수 승천 이후 여러 나라를 떠돌며 포교 활동을 하였다. 아르메니아의 아스티아게스 왕자에게 붙들려 산 채로 살가죽이 벗겨지는 고문을 당한 뒤 참수형 또는 십자가형에 처해졌다. 그래서 그림에서 자신의 살가죽과 칼을 든 모습으로 등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살가죽의 얼굴이 미켈란젤로의 얼굴과 비슷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최후의 심판>을 그릴 당시 미켈란젤로의 심정을 대변한다고 말한다. 일지옥에 빠져 건강을 해치고 정신이 피폐해져가던 그를 떠올려보면 괜스레 가슴이 저릿하면서도 감탄스럽다. 열악하고 내키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과 성취감으로 멋진 작품을 완성해 내고야 마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고용주와 시대의 방해 속에서 마음고생하며 꿋꿋이 그려야 했던 대화가 미켈란젤로의 붓질을 다시 한번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미켈란젤로가 그림 속에서 자신을 괴롭힌 이들(고용주)에게 한 복수가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가 틀리다?!! 몰랐던 사실을 새로 알게 되는 경우도 즐겁지만, 알았던 사실이 재해석되어 새로운 이야기로 변신하는 경우는 경이롭다.

'얀 반 에이크' <조반니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은 유명한 그림이다. 여러 미술 서적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미술 시간에 배워서 익숙한 그림이다. 조반니 부부의 결혼 서약식을 증명하기 위한 그림으로 촛대, 신발, 개, 침대 조각상의 의미 등을 알아가는 과정이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아 나도 아이들도 재밌게 감상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강필 저자는 새로운 해석을 펼치고 있다. 조반니 부부의 결혼식 시기가 1447년으로 그림이 그려진 1434년보다 13년 후라는 것이다. 더욱이 화가 얀 반 에이크는 1441년에 사망하였다. 새로운 증거들의 등장으로 이 그림의 의미는 180° 달라지게 되었다. 의견이 분분한 그림, 이 모든 가설들이 오히려 그림을 신비스럽게 만들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이 그림을 화가 얀의 자화상으로 분류했다. 그림 속 흐릿하게 표현되었지만 거울에 비친 남자들 중 한 명이 화가로, 거울 위쪽 벽에 "얀 반 에이크가 여기 있었다. 1434년"이 쓰여있다. 얀이 활동하던 시기에 화가는 손재주 좋은 기술자 신분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숨어 있어야 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얀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그림에다 "ALS ICHKAN"(내가 할 수 있는 한)이라는 문구를 자주 넣었다고 한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신의 가치를 믿고 스스로의 존재를 그림에 담아냈던 얀 반 에이크의 호기를 오늘날 우리는 제대로 읽어내 그를 인정하고 존경하고 있다.

 

 

 

'프리다 칼로' 책 표지가 강필 저자가 선택한 그녀의 자화상 <물이 내게 준 것>이었다. 화가가 자신을 반사하는 매개체로 거울을 많이 활용하는데 프리다 칼로는 욕조에 앉아 자기 몸을 내려다보는 순간을 택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고 벌거벗은 몸이 감추는 것 없이 드러나 있는, 솔직해질 수밖에 없는 시간을 통해 몸에 새겨진 여러 기억들, 고통을 담아낸 자화상을 완성하였다.

<물이 내게 준 것>에 등장하는 여러 요소들을 살펴보는 것이 바로 프리다 칼로의 인생을 이해하는 여정이 된다. '프리다'라는 개인적 삶과 사회·역사·문화적 배경을 오롯이 반영하고 있다.

한 장의 그림 속에 녹아있는 프리다의 굴곡진 삶은 그녀의 꺾이지 않는 생명력과 의기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사고와 유산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과 남편과 여동생의 배신으로 입은 정신적 충격은 그녀를 피폐하고 참담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우주, 대지, 나, 디에고, 세뇨르 솔로틀이 하는 사랑의 포옹> 작품에서 느낄 수 있듯이 프리다는 작은 포옹에서 큰 포옹으로 확장되어가는 통합적이고 조화로운 세계관을 구축하게 되었다.

 

"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프리다"

 

그녀가 죽음을 앞두고 그린 그림 <비바 라 비다(인생만세)>이 우리에게 전하는 소중한 메시지를 저자 강필은 강조하였다. 일생을 고통과 함께 한 프리다가 남긴 말이니, 믿어보자고. 아무리 괴롭고 고통스러워도, 인생은 한번 살아볼 만하다고 말이다.

 

 

'자화상' 하면 떠오르는 화가 '렘브란트 판 레인'과 필적할 만큼 많은 자화상을 남긴 화가 '케테 콜비츠'의 꼭지도 인상적이다.

 

 

렘브란트는 일기를 쓰듯 자화상으로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기록하였다. 80여 점의 작품을 통해 렘브란트의 삶을 살펴볼 수 있다. 그의 인생사를 함께 하다 보면 우리네 삶을 마주하게 되고, 묵직한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담담한 그의 눈이 다독이는 듯하다.

전쟁으로 아들과 손자를 잃은 케테는 개인적인 슬픔과 고통을 보편적인 감정으로 확장시켰다. 선과 표현 요소를 최소화하면서 본질에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그의 작품은 자식 잃은 세상 모든 부모를 위로해 주었다.

 

"죽는다는 건 두렵다. 하지만 죽어 있는 상태, 그래, 좋다. 

그건 내가 자주 기대하던 것이다."

 

케테의 말년을 그린 자화상 <옆모습 자화상>과 <죽음의 부름>에 담긴 죽음에 대한 통찰과 사색이 나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화가들이 세상에 남긴 그림의 의미를 함께 읽으면서 상처는 어루만지고 고통과 슬픔은 나누며 공감하는 치유의 시간을 통해 고단한 삶의 옷깃을 여미며 다시 일어설 채비를 하였다. 다시금 예술은 삶과 별개가 아니라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는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