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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 돔 아래에서 - 송가을 정치부 가다
송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로 초짜 열혈 사회부 기자 '송가을'을 세상에 선보였던 작가 송경화 기자는 무대를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옮겨 '정치부' 기자 송가을을 창조해냈다. 단단한 송가을의 파란만장한 국회 생존기가 <민트 돔 아래에서> 숨 가쁘게 펼쳐진다.
- 송가을 정치부 가다

민트 돔 아래에서/송경화 장편소설/한겨레출판
저자가 기자라 소설 속 기자들 일상 표현에 생동감이 넘친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모르는 정치부 기자와 그들의 취재원인 국회의원의 세계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정치용어와 기자 용어 및 은어들이 익숙하지 않아 헷갈리는 것도 잠시, 금세 적응할 만큼 흡입력이 강한 작품이다.
기자와 국회의원, 하나의 목표가 아닌 각양각색 목표와 목적으로 모인 국회는 욕망의 용광로가 되어 뜨겁게 타오른다. 과연 열혈 기자 송가을은 그 치열한 전쟁터에서 '좋은 기자'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민트 돔 아래에서>는 송가을의 좌충우돌 고군분투 국회 적응기를 의정 활동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고도일보와 타 신문사들과의 경쟁 구도, 고도일보 내부 줄다리기, 국회의원의 잇속 챙기기를 기저에 깔고, 의정 활동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 이슈들을 바라보는 이해관계 군상의 시선 또는 태도 차이를 잘 조명하고 있다. 우리네 현실에서 벌어진 사회적 약자의 비극적인 사건, 사고들을 소재로 활용하여 국회, 언론, 정부의 진정성 있는 자세를 다시금 환기시킨다. 이런 인재는 왜 되풀이되는가? 소설 안에서 벌어지는 행태를 보면 딱! 답이 나온다.
날것이 넘실대는 공간 속에서 '좋은 기자'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송가을의 분투는 밝은 내일만을 그리지 않는다. 바르고 옳은 길이라 믿었던 일의 결과가 쓰라리고 참담한 상처로 돌아와 예전처럼 껍질 속으로 들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송가을은 또다시 일어섰다.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들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누군가의 목숨 값으로 이룬 '정의'는 눈물로 얼룩진 반쪽짜리인 기쁨, 그러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준 결의가 아닐까 싶다.

송가을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유기적으로 이야기를 채워나가 구성이 탄탄하다. 고도일보 동기이자 정치부 말진으로 국회에서 부대끼면서 어느새 정이 들어버린 기민호, 대학교 시절부터 그를 좋아해 기자가 된 박동현, 최연소 정치부장이자 최초 여성부장인 서수경, 보수 성향의 3선 국회의원을 아버지로 둔 진보 성향의 윤장미, 특이한 초선 국회의원 금문성 등 각양각태의 인간상이 등장하여 이야기가 풍성해졌다. 개인적인 서사와 정치사회적 신념들이 상충되면서 전개되는 과정이 몰입하게 만든다.
송가을의 학창 시절 상처와 연결된 필리핀 대사 인터뷰는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는 결말을 보여주었다. 올바른 길을 가려는 그의 의지가 흔들리지 않게 다져주었다. 지난날의 상처를 딛고 각자의 자리에서 따뜻하고 바른 내일을 꿈꾸는 청년이 된 송가을과 친구의 모습은 감동이었다. 박새롬의 죽음과 대비되어서 더 애틋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한층 더 성숙해진 송가을을 상상할 수 있었다.
읽으면서 조금 의아하고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송경화 기자도 의식하는 부분인 듯싶다. 기자들이 사용하는 표현에 일본어 잔재가 이렇게 많이 남아있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정확한 표준어 사용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하는 직업군이 맛이 안 산다고 일본식 표현을 계속 사용하는 듯한 설명이라 공감되지 않았다.
그리고 기자들의 고충이 곳곳에 잘 드러나 있었다. 변하는 시대의 요구에, 조직 문화에 자신의 신념과 가치에 맞지 않더라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 기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들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장에서, 기사로 성장하는 것이 기자이겠지만, 소설을 통해 질문과 고민들을 털어놓고 생각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성장과 변화의 길일지도 모르겠다.
<민트 돔 아래에서>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위한 정책과 지원에 대한 조명과 관심은 송가을을 비롯한 기자, 국회의원이 꼭 장착해야 할 자세이자 무기가 아닌가 싶다.
"오늘 아침 장사 폭망이네. 제목에 더 센 걸 넣었어야 했나 봐.
저격수 가지고도 망설이고 앉아 있었으니……."
"기자님, 정치인한테는요.
자기 부고 기사를 제외하곤 모든 기사가 이득이에요."
기자와 국회의원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인간미를 잃지 않고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이미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들이 아닌 소외된 이웃에게 마이크를 건네는 포용의 자세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저 사람들은 목소리 낼 방법이 저거밖에 없는 거 아닐까?"
"사람들이 외면하는 이들, 약자들에게 먼저 손 내밀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기자.
난 그게 좋은 기자라고 생각해."
기자들의 워너비 '정치부'에 입성한 송가을 기자는 국회의사당 출근 첫날에 뜻밖의 사실을 깨닫는다.
"국회 돔이 민트색이었어? 하늘색인 줄 알았는데……."
낯설고 두려운 공간이었던 국회 안에서 의원 단식이 시작되자 평온하게 드러누워 '여의도에 어울리는 기자, 좋은 기자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송가을.
설렘이 한 방울 추가된 것 같은 민트색, 그 설렘은 송가을을 욕망의 용광로 '국회'에서 살아남게 해주었다. 이제는 기자 생활의 꽃이라는 청와대 출입 기자, '1호 기자' 송가을을 오매불망 기다려본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4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