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 모음 2022.가을 - 54호
자음과모음 편집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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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계간) 가을호

 부자 - 삶과 돈의 문제 

 

 

자음과모음 제54호(2022 가을호)/자음과모음



계절마다 발행되는 잡지인 자음과모음 가을호를 만났다. 가을, 이 풍요로운 계절에 게스트 에디터 최별 PD는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라는 마음을 기꺼이 인정하고 삶과 돈의 관계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자, 안락한 삶, 누리고 싶은 내일을 풍성하고 다채로운 구성으로 기획하였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

그 욕심에 무슨 문제 있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돈'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외면할 수 없다. 기술의 발달로 물질적 풍요가 넘치고, 세계화를 넘어 우주시대를 내다보는 오늘날 눈에 보이는 실질적이고 명확한 잘 사는 삶, 멋진 인생은 '돈'과 직결된다. 삶의 주거지, 주거형태, 직업, 직장, 연봉, 차. 성인이 된 나는 타인을 알아가는 질문지 안에 이런 항목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었다.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기준, 잣대의 변화는 자연스레 삶이 향하는 방향도 달라지게 한다. 영끌, 가상화폐, NFT 등 주된 이슈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물질적 향유와 시스템 속 편리를 포기하지 못하는 나에게 '부자가 되고 싶다'라는 날것의 욕망, 욕심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해부는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거침없이 스스럼없이 '부자'를 갈망하는 자신을 드러낸 최별 PD는 주변인들을 소환하여 <돈의 문제>에 관한 진솔한 에세이를 부탁하였다.

 

4편의 에세이에는 '부자'와 '돈'에 관한 진지한 고민들이 드러나 있었다. 디그니티(품위, 위엄)을 타인과 세상을 대하는 자세이자 태도로 디그니티가 넘치는 자야말로 '부자'라 생각하며, 기업의 가격경쟁력 마케팅에 흔들리지 않기 위한 500원의 디폴트를 챙기는 이야기부터 에세이를 맡기로 한 지인의 부친상으로 최별 PD가 직접 쓴 세상살이 이야기까지 여러 목소리가 담겨있다.

 

그중 장미빛 「잘 사는 법도 가.지.가.지」와 조재형 「우리를 부자로 만드는 키워드」 에세이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장미빛 님이 쓴 에세이는 꿈꾸는 내일이고, 조재형 님이 쓴 글은 공감하고 지금 당장 실천하고 싶어지는 마음가짐과 자세였다.

 

더 높이 오르기를, 더 빨리 달리기를 채근하는 안팎의 목소리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질펀히 주저앉는다. 최선을 다해, 안주한다. '한 곳에 자리를 잡고 편안히' '현재의 상황이나 처지에 만족'하며.

남의 욕망이 아닌 내 욕망으로 시간을 채워야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 있다.

 

<부자 - 삶과 돈의 문제> 주제와 연관되어 수록된 3편의 미니픽션은 색달랐다. 집은 거주지, 보금자리라는 생각을 지니고 살아가는 부동산, 재테크 문외한인지라 이번에 처음 듣는 키워드 '임장기'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좋아하는 최양선 작가의 〔초록 대문 집〕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주체는 아니었지만 가해자였던 내가 얼룩진 과거의 상처 그리고 그리운 친구를 갑자기 마주하게 된 순간을 감성적으로 잘 그려내어서 좋았다.

 

 

<기록Ⅰ비서울>

"다시 돌아오실 거죠?"

 

이 섹션도 집중해서 읽었다. '서울' 정말 지긋지긋하다고 하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 곳인가 보다. 어지간히 어긋나지 않으면 서울살이에서 벗어나기를 마음먹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서울이 아니라 경기도에 살고 있지만 말이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올라온 도시, 경기도는 마냥 낯설었다. 결혼 후 남편 직장 때문에 이사한 거라 혈혈단신인 이곳에서 남편의 퇴근만 기다리며 한동안 지냈던 것 같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고 직장을 옮겼더라면 좀 더 나았을까? 그래도 결혼으로 힘겨운 출근에서 벗어나 한시름 놓은 상태라 재택근무로 안온한 하루하루가 소중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귀촌 하고픈 나 홀로(남편은 싫다 하고) 꿈은 잠시 접어두고 자식농사에 수도권을 벗어나는 생각은 감히 해볼 수가 없다. 사회·경제·문화 인프라를 내 자식에게 제공하기 쉬운 이 공간에 대한 미련, 집착이 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기록Ⅰ비서울> 섹션을 더욱더 감정이입해서 읽었다. 류하윤 님의 〔나의 제자리〕 기록을 내 기록인 것마냥 꾹꾹 써 내려갔다.

 

나는 이상으로 가득한 사람이고, 현우는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걸 즐기는 사람이다.

삶에 따라 터전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터전에 따라 삶이 달라지기도 한다.

내 마음을 삶으로 살아내는 일에도 계속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나에게 친절할 때 비로소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가을의 시소' 선정 과정을 담은 페이지가 인상적이었다. 전문가가 아닌 문학을 '애호'하는 대학생들과 함께 후보작들에 대해 논의하고자 모인 대담을 지면에 담았다. 4명의 대학생들과 2명의 편집위원들이 허심탄회 감상을 나누는데 후보작품들을 읽어보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시를 이해하기 위한 접근법에 대한 부분이나 같은 작품을 읽고 쏟아지는 감상들이 흥미로웠다. 문학 관련 전공자이거나 창작활동을 하는 문학 애호인 대학생들의 시선과 목소리를 잘 담아낸 기획이었다.

 

잡지는 매력적이다.

한 가지 이야기만 담고 있지 않아서 이 지면이 내 마음과 만나지 않아도 괜찮다. 다른 이야기를 만나면 된다는 여유로움을 준다. 자음과모음(2022 가을호) 또한 수록된, 모든 작품들이 공감되고 이해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분명 존재해야 한다. 내가 공감하든 안 하든. 남에게 상처 주기로 마음먹고 독기로 가득 차 악으로 쓴 혐오, 망언, 차별이 아닌 이상 언제든 소리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들어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음과모음(2022 가을호)는 좋은 만남이었다. 부정할 수없이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돈'에 대한 고민으로 부자로 살고 싶은 욕심을 해부해 보고 제 나름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기에 솔직했다.

내가 읽고자 고른 시, 소설이 아니라 소개된 시, 소설을 만나면서 문학의 영역이 확장되는 경험을 하였다. 어쩌면 예전의 나라면 결코 읽지 않았을 시, 소설을 이미 읽은 지금의 나는 또 다른 시, 소설을 소화시키기 위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고 있으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자음과모음(2022 가을호)는 나에게 숙제를 남겼다.

가을의 시 〔문보영 지나가기

가을의 소설 〔전예진 베란다로 들어온

'가을의 시소'를 읽어보기

* 숙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설레는 시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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