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2-241 반올림 57
한수영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후 위기"

 

심상치 않은 이상 기후들을 몇 년간 겪으면서 현세대는 위기의식을 뼈아프게 체감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치솟는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협정을 맺고, 전 지구적인 노력과 관심, 실천을 호소합니다. 청소년들도 그들의 미래를, 지구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온도는 오늘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습니다. 지구 한쪽에서는 사막화가 진행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해수면이 상승하여 땅이 물에 잠기고 있습니다. 과연 오늘을 사는 우리가 지구를 위해, 우리를 위해, 후손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오늘을 살아가는 데도 힘겨워 여유가 없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책 오로라 2-241를 소개합니다.

 


 

 

오로라 2-241/한수영 지음/바람의아이들



"넌 사과가 사라지면 어떨 것 같아? 앞으로 평생 사과를 못 먹는다면 말이야."

"바나나 있잖아."

 

 

 

토르월드에서 사는 버드는 토르월드 사관학교에 입학 예정입니다. 하지만 버드의 부모는 마땅치 않아 합니다.

 

30년 전, 극소수의 지구인들만이 토르월드로 이주할 수 있었습니다. 버드의 부모는 운 좋은 극소수에 속했습니다. 토르사는 날씨를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버드의 부모는 지구의 날씨를 회복하기 위해 열심히 만들었으나, 토르는 사적인 욕망과 돈만을 챙기는 정치인, 장사꾼들에게 날씨를 판매하고 큰 수익을 얻습니다. 결국 책임 연구원이었던 아빠는 '사냥'에 반대하고, 연구실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토르월드에서 태어나고 자란 버드는 부모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토르를 존경합니다.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얼음안개'를 사용하거나 씨앗을 독점하기 위해 지구 북극의 스발바르 섬에 있던 '국제 종자 저장고'를 폭파했다는 이야기들을 근거 없는 가짜 뉴스로 생각합니다. 토르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버드와 부모의 갈등은 사관학교 입학이 가까워질수록 커집니다. 버드는 입학 전 자축을 하고자 지구를 답사하고 오기로 마음먹습니다. 아빠의 낡은 슈트를 입고 지구로, 마린 뉴욕 - 자유의 여신상으로 비행을 시작합니다.

쾅!

바닥에 닿는 순간 버드는 정신을 잃습니다.

 

 


 

 

2090년 토르월드에서 출발하여 타임 스크류에 휩쓸려 2023년 지구 대한민국 화양에 불시착한 버드는 단비네 사과농장에서 단비 가족들과 함께 지내게 됩니다. 이미 멸종된 사과를 정성껏 농사짓는 단비네와 함께 지내면서 기존의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게 됩니다.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지구의 자연과 날씨 그리고 버드와 단비의 사과 '오로라'는 변화를 부릅니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알았으면 좋겠어. 여기로 온 이유 말이야.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버드 너만은 그 이유를 알고 돌아가야 해."

 

 

 

 

다시 토르월드로 돌아가게 된 버드는 자신이 왜 화양에 불시착했는지 드디어 깨닫게 됩니다. 버드의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책 제목 [오로라 2-241]의 비밀을 깨닫는 순간 온몸을 감싸던 전율을 잊지 못합니다.

 

결코 믿지 못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된 소녀, 버드는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을 합니다.

"단비, 나랑 오로라 한번 키워볼래요?"

버드의 진심과 염원이 담긴 말을 주문처럼 되뇌어봅니다.

"살아남을 거. 우린……꼭 살아남을 거야."

 

 

 

지구에서 토르월드로 극소수만 이주하는 2060년의 미래가 이제는 더 이상 충격적이지 않습니다. 그만큼 지구의 신음 소리가 커져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거겠죠. 이 소설은 그 위기를 다루면서도 두 소녀의 기적 같은 만남을 배경으로 소중한 가치와 신념 그리고 그를 지키기 위한 용기와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엄마처럼 농부가 될 생각이 없었는데 버드와의 인연으로 날씨와 씨앗을 독점하는 토르에 맞서 끝까지 싸운 단비, 스윗 레인.

토르를 믿고 존경했지만, 화양 사과 농장에서 대장 이모, 알마 이모, 메이 이모, 단비와 사과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알게 되면서 진실의 눈을 뜨게 된 버드.

등장인물들의 이름에서도 작가의 마음이 담긴 섬세하고 다정한 소설책 [오로라 2-241]은 진한 감동과 희망을 전합니다. 페이지터너로 이야기가 가진 힘을 잘 보여주네요.

 

인공 날씨에 익숙한 버드는 날씨 때문에 마음을 졸이는 단비네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단비는 반대로 버드가 답답하죠. 날씨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만 인위적으로 날씨를 바꾸는 행위가 얼마나 큰 결과로 돌아오는지 작가는 다른 이야기로 보여줍니다.

해충을 잡기 위해 설치한 끈끈이에 들러붙어 죽은 동고비와 청송사과원 아저씨가 맹독 농약으로 말려 죽인 호두나무입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한 행동에 고통받는 존재는 자연이네요.

 

어느날 밤 대장 이모는 방에 들어온 나방을 죽이지 않고 방충망을 열어 줍니다. 생명을 귀히 여기는 그 마음이 희망입니다. 그 희망에 동참하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하며, 지구의 내일을 위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면 어떨까요?

 

"사과가 사라지면 바나나도 사라져."

"왜?"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탐정 셜록 홈즈 13 어린이 세계 추리 명작 시리즈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이혜영 그림 / 국일아이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 시절 '추리'의 세상으로 인도해 준 셜록 홈즈를 국일아이 출판 어린이 세계 추리 명작 시리즈 <명탐정 셜록 홈즈>로 다시 만났다. 문고판으로 읽었던 추억 속 셜록이 현대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하였다. 마법처럼 신기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버지에게 '명탐정 호움즈 시리즈'를 선물 받고 빠져 읽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명탐정 셜록 홈즈 13/아서 코난 도일 지음/이혜영 그림/국일아이



 

 

이번에 읽은 <명탐정 셜록 홈즈>는 시리즈 13번째 권으로 단편 3편이 수록되어 있다.

  • - 브루스 파팅턴 설계도

  • - 금테 코안경의 비밀

  • - 창백한 병사

 


'런던' 하면 떠오르는 지독한 안개가 범죄와 잘 어울리는지 셜록 홈즈의 하숙집 베이커 가 221B 초인종은 쉬지 않는다.

 

이번 책에는 영국 정부의 실세이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셜록의 형 '마이크로프트'가 등장하여 사건을 의뢰하는 장면에서 셜록의 명성과 실력을 실감케 한다.

지금 읽어도 트릭이나 범죄 수법이 어설프지 않아 꾸준히 사랑받지 않나 싶다. 분명 셜록과 같이 사건 설명을 듣고 현장을 살펴보는데 놓치는 부분이 있어 셜록의 추리쇼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왓슨은 우리 독자의 기분을 백분 이해할 것이다.

 


 


첫 번째 <브루스 파팅턴 설계도> 단편은 영국의 안보를 뒤흔드는 대형 사건이다. 영국 해군의 핵심 전력인 브루스 파팅턴 설계도를 도난당한 것이다. 영국 정부에서는 브루스 파팅턴 잠수함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기에 충격의 여파가 컸다. 셜록은 도난 사건의 전말을 밝혀 범인을 잡아 국가적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첫 이야기부터 흥미진진하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적당한 수준에서 멈출 줄 알았다면 셜록의 덫에 빠지지 않았을 텐데…

인간의 욕심은 무한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브루스 파팅턴 설계도> 이야기였다. 범죄자의 심리를 잘 파악하여 역이용하는 셜록의 대범함이 돋보였다. 19세기 영국이 배경이라 '여왕'이 등장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셜록 홈즈가 빅토리아 여왕과 함께 있는 모습은 상상이라도 어색했다. 하지만 셜록은 여성들의 마음을 활짝 열게 하는 타고난 말솜씨가 있으니 화기애애할지도 모르겠다.

 


 

셜록 홈즈의 팬이라면 이 말을 기억할 것이다. 이 격언을 바탕으로 사건의 퍼즐을 한 조각 한 조각 맞춰가는 셜록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나를 설레게 하였다.

 

 


두 번째 <금테 코안경의 비밀> 단편은 욕슬리의 오래된 저택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옛날의 계시 종교에 대한 근원을 밝혀내 책을 쓰려는 코람 교수의 젊은 비서가 서재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숨을 거두기 전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겼다. "교수님, 그 여자입니다……"

홉킨스 경감의 요청으로 욕슬리 저택을 찾은 홈즈는 특유의 관찰력으로 저택 구석구석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셜록' 하면 모자와 파이프 담배, 돋보기가 연상된다. 어릴 적 삽화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국일 아이 셜록 홈즈 이야기에는 모자와 돋보기 없이 파이프 담배만 등장한다. <금테 코안경의 비밀>에서 이 담배가 큰 역할을 한다. 저자 아서 코난 도일은 이런 경우의 수를 다 염려에 두고 셜록 홈즈 캐릭터를 설정한 건지, 설정된 캐릭터에 맞춤형 해법을 찾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절묘하게 이용하였다.

 

현대 추리물보다 전통 추리물인 셜록 홈즈의 클리셰를 좋아한다. 특히 이 이야기처럼 셜록이 명석한 두뇌와 꼼꼼한 관찰력으로 추악한 본성과 욕심을 감춘 채 살아가던 악인의 가면을 벗기고 민낯을 드러내는 전개가 인상적이다.

 

 


마지막 <창백한 병사> 단편은 치열한 전쟁을 함께 치르면서 우정이 깊어진 두 친구, 제임스와 갓프리의 이야기다. 전쟁 중 총상을 입은 갓프리와 연락이 끊겨 답답했던 제임스는 전쟁이 끝나자 갓프리의 집을 방문한다. 그전에 갓프리의 집으로 소식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갓프리가 세계여행을 떠나 1년 후에나 올 것 같다는 답장을 받았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제임스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조사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도착한 갓프리의 집에서 갓프리를 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친구였지만 너무나 창백한 얼굴이라 마치 유령 같았다. 과연 갓프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제임스는 셜록 홈즈를 찾아가 사건을 의뢰한다.



 


마지막 단편 <창백한 병사>는 극 중 셜록의 말처럼 단짝 왓슨이 없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셜록과 홈즈 대신 갓프리와 제임스 두 사람의 참된 우정을 그려낸 작품으로 어린이 독자에게 '진정한 친구'를 상기시켜줄 것이다. 친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우려 한 제임스의 용기와 결의가 오진으로 죽은 것보다 더 처참한 시간을 보낼 뻔한 갓프리를 구해낸 것이다.

 


 


명탐정 셜록 홈즈를 따라 영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사건을 조사하고 추리를 펼치는 모험을 떠났다 이제 막 돌아왔다. 섬세한 관찰력과 통찰력 그리고 빠른 두뇌 회전은 역시 설록! 감탄을 자아낸다.

국일아이 출판 어린이 세계 추리 명작 시리즈 <명탐정 셜록 홈즈>는 가독성과 집중력을 높이는 깔끔한 편집과 구성 그리고 감각적인 삽화로 어린이 독자의 시선을 잡아끈다.

 



 

     * 각 단편마다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을 잘 정리해줘서 사건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 글밥이 많은 편이나 적절한 편집으로 흐름이 끊기지 않고 긴장과 흥미를 

      유지하고 있다.

     * 삽화를 이야기 곳곳에 배치하여 이야기의 주요 포인트를 강조해준다.

 


국일아이 출판 어린이 세계 추리 명작 시리즈 <명탐정 셜록 홈즈>를 통해 '추리'의 매력에 빠져들 시간이다. 셜록 홈즈 특유의 관찰력과 추리력을 감각적으로 그려낸 책을 읽으면서 재미는 물론 추리력과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리앤더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 [올리앤더]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볼 수 있지만 책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답을 발견하리라 생각하며.


올리앤더/서수진 장편소설/한겨레출판

 

[올리앤더]는 호주 시드니 썸머힐 하이스쿨을 배경으로 해솔, 클로이, 엘리 세 아이의 이야기를 교차하여 보여준다.

 


우리나라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자라온 해솔은 고등학생이 되면서 갑자기 호주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엄마의 재혼으로 버려지게 된 것이다. 아는 이 하나 없는 곳으로 내몰린 해솔은 홈스테이를 하는 집에서 클로이를 만나게 된다.

 

한국의 빡빡하게 짜인 사교육 프로그램에 익숙한 해솔에게는 호주의 교육 시스템과 문화가 낯설고 불안하기만 하다. 해솔은 공부하고 시험과 성적으로 평가받고 인정받으므로 자신을 채워가는 생활에 길들여진 아이였기에 당연하다. 자신이 하고 싶고, 되고 싶은 무언가를 고민하는 과정 없이 부과된 과제들을 수행하고 결과를 내는 반복 속에서 일단 한국에서는 최상위권 성적으로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다르다. 불안감과 외로움 그리고 버림받았다는 상처는 해솔을 변하게 했다.

 

"신이 날 내다 버린 거야."

"원래 신은 그렇게 탄생하는 거야. 버려지면서.

버려진 아이는 모든 걸 할 수 있게 되잖아.

온갖 제약이 사라지면서. 그렇게 신이 되지."

"아냐, 너는 신이야, 나를 믿어. 너는 버려졌어."

(버림받은 신. p.212)

 

 

클로이는 어린 시절부터 의대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했다. 부모의 꿈이자 희망이었고, 클로이 본인도 의대만을 향해 직진이었기에 의문도 고민도 없었다. 아니 없어야만 했다. 그런데 모르겠다.

 

"죽으려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죽고 싶었던 적은 많지만." (버림받은 신 p.207)

 

 

엘리는 클로이 옆집 창고에 세 들어 산다. 엘리는 열쇠를 목에 걸고 다니는 아이였다. 엄마 아빠는 비자 없이 호주에서의 삶을 버티기 위해 하루 종일 일해야 했다. 엘리를 위해서 버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엘리는 외롭다.

 

엘리를 위해.

엘리가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자고,

혼자 학교에 다니도록 하기 위해. (멍청하게 p.190)

 

 

외로운 아이들의 위태로운 연대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누구도 그들을 제대로 바라봐 주지 않고 이해해 주지 않는다. 이제 아이들은 달라지기로 했다. 믿어주는 이가 없는 지금에서 벗어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멀리, 아주 멀리 떠날 것이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나라와 호주의 교육 제도와 학력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지를 조금은 파악할 수 있었다. 또 유학 생활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나 우려를 깨고 인종 내 차별에 주목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인 부모와 호주에서 자라난 아이와의 갈등은 호주 시드니가 배경이지만, 한국 중산층 가정에서 자녀의 계급 향상이라는 세습적 욕망을 위해 교육에 열을 올리는 그것과 똑 닮아있었다.

 

몇 년 전 큰 반향을 일으켰던 <스카이캐슬> 드라마를 보고 충격을 받은 클로이를 보여주지만, 클로이도, 해솔도, 엘리도 그들의 의사는 물어보지 않은 채 부모들에게 강요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고입을 준비하는 십 대 자녀를 둔 부모로서 고민이 깊은 시기에 십 대들의 심리를 심도 있게 그려낸 [올리앤더]를 접해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자녀를 독립된 개체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실질적으로 그 선을 지키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올리앤더]같은 청소년 소설을 즐겨 읽는다. 그 성장통을 되새기면 어른으로서의 나, 부모로서의 나를 바로 세우려고 애쓰는 노력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마땅히 해야 할 수고이다. '죽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라고 말하는 아이가 한 명이라도 줄어들 수 있다면.

 

해솔은 유독 창작 에세이를 힘겨워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없다는 것, 그것을 부끄러워해야 할 이는 해솔이 아니라 해솔 주변의 어른들이다. 해솔에게는 만족감, 충만함, 행복을 오롯이 느낄 추억과 시간이 없었으니까. 이제서야 해솔은 자신 스스로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그 아이가 써내려갈 자기만의 서사가 궁금하다. 그리고 엘리도 클로이도 산불이 토해내는 연기에서 벗어나 후회도 자책도 없이 당당하게 그 불길을 뚫고 새로운 세상으로 걸어나가길 응원한다.

 

책 제목 [올리앤더]는 나무 이름이었다. 꽃과 잎, 가지와 줄기까지 독소가 있는 이 나무는 황량한 클로이네 뒷마당에 유일하게 살아남아 여름이면 진분홍 꽃을 피운다. 클로이는 잘 관리된 옆집 뒷마당과 비교하며 올리앤더가 자기네 가족을 조롱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 강인한 생명력에 끌린다. 독이 있다고 예뻐하지도 가까이하지 않아도, 꿋꿋이 매년 진분홍꽃을 피우는 올리앤더는 클로이 같기도, 엘리 같기도, 해솔 같기도 하다. 돌보는 이도 감상하는 이도 없지만, 자신의 이야기에 충실한 올리앤더를 보면서 해솔, 클로이, 엘리가 떠올랐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5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지구공부 - 지구의 탄생부터 미래까지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 1·1·1 시리즈
마틴 레드펀 지음, 이진선 옮김 / 글담출판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지구공부] 

 

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지구공부/마틴 레드펀 저/글담출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대한 호기심은 가지고 있지만, 쉽게 이해되는 영역은 아니다. 46억 년 전 탄생한 지구답게 많은 이야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에 관한 현상 중 주요 50가지를 선별하여 지구의 탄생부터 미래까지 풀어낸 책이라면 어떨까.

 

먼저 [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시리즈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1분지식을 핵심 단어로, 주제에 관해 흥미로운 사실이나 의견을 한 문장으로 제시하면서 시작한다.

 

이 책의 시작 001. 알아두면 쓸모 있는 1분지식은 '탄생'이고, 한 문장은 '응축하는 힘 때문에 지구가 생겨났다고?'이다.

 


 

 

이렇게 시선을 집중시키고 오늘의 1분지식 1단어를 환기시킨 후, 상세 설명에 들어간다. 실제 1분에 끝나는 내용은 아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설명이라 001부터 050까지 순차적으로 읽는 것을 추천한다.

 

1. 지구의 기원에서 시작하고, 2. 그 지구의 내부를 샅샅이 파헤쳐 보고, 3. 다시 지구 표면으로 올라와 지구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현상들을 알아본다. 4. 인간 중심 관점에서 벗어나 살아 있는 지구의 시간을 살펴보고 생명의 진화와 인류의 출현을 이야기한다. 5. 지구의 미래를 예측해 본다.

 

이 책은 우리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를 공간의 개념이 아닌 살아 있는 행성으로 와닿게 한다. 그렇기에 지구의 탄생부터 마지막까지 여정을 함께 하면서 지구의 긴 사이클에서 한 점같이 짧은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인류가 이리도 지구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면하는 순간들이 더 가슴 아렸다.

 

지구는 자체적으로 대기와 기후의 균형을 조절하는 데 인류는 무분별한 개입으로 이 균형을 파괴하고 있다. 1·1·1 지구공부는 '지구와 인간의 공존'에 대한 고민으로 귀결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터전이자 수많은 생명체들이 출현하고 멸종을 반복하는, 살아 있는 유기체인 지구를 제대로 바라보기를 권한다.

 

 

 

1분 지식으로 총 50가지 현상을 정리해 주고 있는

 [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지구공부] 는 핵심적인 내용 중심으로 간결하게 풀어 설명하고 있기에 글뿐만 아니라 사진, 그림, 도표 등을 잘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지면 구성이 깔끔하고 단순하여 집중도를 높여준다. 지면 하단에 연대순으로 관련 내용을 표시해 줘서 정리하기 편한 점이 강점이다.



 


중고등학생 시절 들었던 내용과 최신 과학정보까지 다채로운 지식들이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 초대륙 판게아에 대해서는 알지만 윌슨 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대륙이 다시 합쳐질 것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 지구의 모습은 한순간에 변했을까, 서서히 달라졌을까? 18세기부터 맹렬히 이어진 이 논쟁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 책에서는 찰스 다윈의 시대에는 캄브리아기보다 오래된 화석이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믿지 않았고 이제는 다르다고 나온다. 부끄럽지만 나는 찰스 다윈 시대에 머물러있었나 보다. 에디아카라 구룽 지대에는 약 6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화석이 풍부하게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 인류가 떠난 자리에 대한 흥미로운 예측과 '판게아울티마'라는 미래의 초대륙에 관한 내용 그리고 새로운 지구를 찾아 우주로 향하는 탐색까지 지구의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지구공부] 

하루에 짧은 시간을 투자하여 지구를 알아가고 이해하면서 공존하는 내일을 바라보는 시선을 길러주는 과학 교양서이다.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최신 과학뉴스 및 지구에 관한 지식과 관심을 쌓을 수 있는 책으로 가족끼리 같이 읽고 대화하기를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새 2022년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12월이 시작되고 예년보다 포근했던 날씨가 변덕을 부르듯 아니 겨울을 제자리로 불러들이듯 쌀쌀해졌다. 쌀쌀해진 날씨로 한껏 움츠린 어깨와 등 위로 겨울에만 허락되는 감성에 대한 기대가 피어올랐다. 하얀 입김으로 전하는 서로의 안녕, 형용색색으로 반짝이는 전구로 장식되는 건물과 조형물과 새하얀 눈을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사랑이 샘솟아 넘쳐흐르게 되는 크리스마스도 있다. 겨울이 되면 종교적인 이유를 떠나서라도 사랑과 용서를 소중한 이들과 나누고픈 그 밤을 절로 떠올리게 된다.




크리스마스 타일/김금희 연작소설/창비




[크리스마스 타일]은 겨울 감성과 크리스마스에 대한 인상이 녹아있는 일곱 편의 이야기들이 벽난로같이 뭉근하게 타오르는 김금희 작가의 첫 번째 연작소설이다. 상실과 이별을 경험한 이들이 상처를 인식하고 치유하는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올 한 해 나의 인연과 이별과 감각들을 톺아보았다. 내 안에서 감정의 물결들이 거세졌다가 잦아들었다 몰아쳤다가 잔잔해지기를 오롯이 느끼면서 충만감에 젖어들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너의 이야기가, 너의 이야기가 다시 그들의 이야기가 되는, 공감 어린 연대였다.



연작소설이라 한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다른 이야기에 관련 인물로 등장하면서 관계가 엮어지는 구조가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다. 이야기 한 편 한 편 완성도와 감정이 훌륭해서 단편 자체로 만족감이 높다. 더 나아가 '연작' 형식으로 묶어낸 [크리스마스 타일]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확실하고 탁월하게 그려내는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연결되지 않는 이야기인데도 동일한 인물이 다른 비중과 시선으로 그려지면서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틈 안에서 일어났을, 일어날만한 사실을 상상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연작의 시작인 「크리스마스에는」 단편이 [[크리스마스 타일]의 마지막에 위치한다. 하나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세계가 얼마나 큰지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지민 - 현우' 이 두 사람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이별에서 뻗어나간 일곱 편의 이야기들이 숨을 내쉬고 있다.






 밤  

⊙ 방송국 교양예능국 피디인 '지민'의 동료인 방송작가 '은하'의 각성을 그린 「은하의 밤」

참여자 없는 연극이자 듣는 이 없는 아리아,

만남이 불발된 채 혼자서 나누는 열렬한 악수 같은 것. (11)

"아프지 마라. 죽어서도 아프덜 말고

살아서도 아프덜 말고 그 말벢에 더 있겄어." (54)



⊙ 지민의 또 다른 동료인 방송작가 소봄의 남동생인 '한가을'의 짝사랑을 담은

「데이, 이브닝, 나이트」

"너무 가까우면 …… 차라리 눈을 감게 되니까." (69)

"실내에만 있으니까 그 사람들한테는

우리가 그날의 계절이나 날씨 같은 풍경이겠지.

병원 밖 사람들도 다 그렇잖아.

날씨나 풍경 때문에 기분이 나쁘고 좋고.

난 심각해질 필요 없다고 생각해." (73)

 


⊙ 지민과 현우가 이별한 이유인 문학동아리 선배 '옥주'의 도피 이야기 「월계동 옥주」

세상 어디에서는 호숫물로 등잔을 밝힐 수도 있다는 얘기를

기꺼이 믿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상심이 아물면서

옥주는 옥주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136)




눈파티  

⊙ 맛집 알파고로 유명해진 데이터 분석가인 '현우'의 소개로 어린 시절 사랑하는 이를 다시 만나게 된 '진희' 「하바나 눈사람 클럽」

그렇게 한 단어씩 더할 때마다 우리는

우리가 과거의 어느 날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처음 만났던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이었다.

그때는 해명할 수 없었지만 늘 녹진하게 달라붙어 있던 어떤 감정들을

처음으로 공유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의 서글픔, 애석함, 손 내밀어보고 싶던 충동들을. (155)

창을 열어 손을 내밀자 밤바람이 불었고 순간순간 세기가 다른

그 바람들은 나를 자꾸 붙드는 찬 손들처럼 느껴졌다. (164)

내가 지녔던 슬픔을 세상에 흔하고 평균적인 기성의 슬픔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반응이었다. (172)



⊙ '소봄'이 상실을 극복하고자 혼자만의 힘으로 첫눈 사이로 걸어들어가는 성장기

「첫눈으로」

"소봄씨가 했던 말들은 차갑거나 못됐거나 그런 말이 아니야, 그냥, 뭐어랄까, 그냥."

"그건 그냥 너어무 두려워서 움츠러든 사람이 하는 아주 작은 말일 뿐이었을 거야." (181)



 하늘 높은 데서는  

⊙ 이십 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떠난 반려견 설기의 빈자리를 받아들이고자 최선을 다하는 '세미'의 고군분투기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이상하지. 당신 개 좀 보자고 해서 사람들을 만나면

자꾸 내 얘기를 듣게 돼. 나라는 인간이 분명해져."

"그 말 너무 좋고 다행으로 들리네." (249)



⊙ 헤어진 옛 연인 현우를 취재해야 하는 수렁에 빠진 '지민'이 그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 「크리스마스에는」

"잘 지내."

복수도, 화해도, 용서도, 기적적인 능력에 대한 찬탄이나 입증,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던 부산행이지만

적어도 생일 축하는 있었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니 홀리 하긴 홀리 했다고 여기면서. (302)




극적인 변화가 아니라 자연스럽고 담담한 깨달음을 그리고 있어서 더 공감되고 이해되는 따뜻한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이었다. 그 사람과의 시간과 공간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아 죽음과도 같은 이별 그리고 실제 죽음은 이 순간 살아가는 누구나 겪고 겪을 수 있는 상실과 피폐다. 그 허전함과 공허함, 죄책감 그리고 분노를 짊어지고 살아가기에는 버겁다. 등장인물들이 상실에 대한 실질적 두려움과 고독을 어떻게 잠재워가는지를 작가는 애정을 담아 성실히 적어내려간다. 그래서 우리는 그 글 안에서 인물들과 같이 치유받고 위로받으며 흰 눈 속으로, 똑같은 결정이 하나도 없다는 신비로운 눈 속으로 당당히 발을 내디딜 수 있다.

나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다시 일상으로 고개를 들고 나를 마주할 수 있는 힘이 차오르고 있으니 말이다.



평온한 하루를 보내세요. 한 손에는  [크리스마스 타일]책이 들려있기를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김금희 작가 친필 크리스마스 카드엽서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