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앤더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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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올리앤더]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볼 수 있지만 책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답을 발견하리라 생각하며.


올리앤더/서수진 장편소설/한겨레출판

 

[올리앤더]는 호주 시드니 썸머힐 하이스쿨을 배경으로 해솔, 클로이, 엘리 세 아이의 이야기를 교차하여 보여준다.

 


우리나라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자라온 해솔은 고등학생이 되면서 갑자기 호주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엄마의 재혼으로 버려지게 된 것이다. 아는 이 하나 없는 곳으로 내몰린 해솔은 홈스테이를 하는 집에서 클로이를 만나게 된다.

 

한국의 빡빡하게 짜인 사교육 프로그램에 익숙한 해솔에게는 호주의 교육 시스템과 문화가 낯설고 불안하기만 하다. 해솔은 공부하고 시험과 성적으로 평가받고 인정받으므로 자신을 채워가는 생활에 길들여진 아이였기에 당연하다. 자신이 하고 싶고, 되고 싶은 무언가를 고민하는 과정 없이 부과된 과제들을 수행하고 결과를 내는 반복 속에서 일단 한국에서는 최상위권 성적으로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다르다. 불안감과 외로움 그리고 버림받았다는 상처는 해솔을 변하게 했다.

 

"신이 날 내다 버린 거야."

"원래 신은 그렇게 탄생하는 거야. 버려지면서.

버려진 아이는 모든 걸 할 수 있게 되잖아.

온갖 제약이 사라지면서. 그렇게 신이 되지."

"아냐, 너는 신이야, 나를 믿어. 너는 버려졌어."

(버림받은 신. p.212)

 

 

클로이는 어린 시절부터 의대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했다. 부모의 꿈이자 희망이었고, 클로이 본인도 의대만을 향해 직진이었기에 의문도 고민도 없었다. 아니 없어야만 했다. 그런데 모르겠다.

 

"죽으려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죽고 싶었던 적은 많지만." (버림받은 신 p.207)

 

 

엘리는 클로이 옆집 창고에 세 들어 산다. 엘리는 열쇠를 목에 걸고 다니는 아이였다. 엄마 아빠는 비자 없이 호주에서의 삶을 버티기 위해 하루 종일 일해야 했다. 엘리를 위해서 버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엘리는 외롭다.

 

엘리를 위해.

엘리가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자고,

혼자 학교에 다니도록 하기 위해. (멍청하게 p.190)

 

 

외로운 아이들의 위태로운 연대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누구도 그들을 제대로 바라봐 주지 않고 이해해 주지 않는다. 이제 아이들은 달라지기로 했다. 믿어주는 이가 없는 지금에서 벗어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멀리, 아주 멀리 떠날 것이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나라와 호주의 교육 제도와 학력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지를 조금은 파악할 수 있었다. 또 유학 생활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나 우려를 깨고 인종 내 차별에 주목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인 부모와 호주에서 자라난 아이와의 갈등은 호주 시드니가 배경이지만, 한국 중산층 가정에서 자녀의 계급 향상이라는 세습적 욕망을 위해 교육에 열을 올리는 그것과 똑 닮아있었다.

 

몇 년 전 큰 반향을 일으켰던 <스카이캐슬> 드라마를 보고 충격을 받은 클로이를 보여주지만, 클로이도, 해솔도, 엘리도 그들의 의사는 물어보지 않은 채 부모들에게 강요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고입을 준비하는 십 대 자녀를 둔 부모로서 고민이 깊은 시기에 십 대들의 심리를 심도 있게 그려낸 [올리앤더]를 접해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자녀를 독립된 개체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실질적으로 그 선을 지키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올리앤더]같은 청소년 소설을 즐겨 읽는다. 그 성장통을 되새기면 어른으로서의 나, 부모로서의 나를 바로 세우려고 애쓰는 노력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마땅히 해야 할 수고이다. '죽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라고 말하는 아이가 한 명이라도 줄어들 수 있다면.

 

해솔은 유독 창작 에세이를 힘겨워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없다는 것, 그것을 부끄러워해야 할 이는 해솔이 아니라 해솔 주변의 어른들이다. 해솔에게는 만족감, 충만함, 행복을 오롯이 느낄 추억과 시간이 없었으니까. 이제서야 해솔은 자신 스스로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그 아이가 써내려갈 자기만의 서사가 궁금하다. 그리고 엘리도 클로이도 산불이 토해내는 연기에서 벗어나 후회도 자책도 없이 당당하게 그 불길을 뚫고 새로운 세상으로 걸어나가길 응원한다.

 

책 제목 [올리앤더]는 나무 이름이었다. 꽃과 잎, 가지와 줄기까지 독소가 있는 이 나무는 황량한 클로이네 뒷마당에 유일하게 살아남아 여름이면 진분홍 꽃을 피운다. 클로이는 잘 관리된 옆집 뒷마당과 비교하며 올리앤더가 자기네 가족을 조롱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 강인한 생명력에 끌린다. 독이 있다고 예뻐하지도 가까이하지 않아도, 꿋꿋이 매년 진분홍꽃을 피우는 올리앤더는 클로이 같기도, 엘리 같기도, 해솔 같기도 하다. 돌보는 이도 감상하는 이도 없지만, 자신의 이야기에 충실한 올리앤더를 보면서 해솔, 클로이, 엘리가 떠올랐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5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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