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심리공부 - 나와 너의 마음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 1·1·1 시리즈
허용회 지음 / 글담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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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 보는 프로그램 <일타강사>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진, 재웅 형제가 출연하였다. '슬기로운 관계의 처세술'이라는 부제였다.

형제 전문의들이 전하는 관계에 대한 냉철하지만 수긍이 가는 조언과 개인적인 경험이 깃든 다정한 위로와 방향 제시를 들으면서 알찬 시간을 보냈다. 부모-자식, 부부, 결혼과 연애까지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진솔한 고민과 생각을 얘기하면 본질을 꿰뚫고 시원한 답변을 건넸다. 어떻게 저런 명쾌한 해답을 말할 수 있을까? 궁금증이 커지고 흥미로웠다. 그 관심은 <1.1.1 시리즈> 11단어 1분으로 끝내는 심리공부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심리공부/ 허용회 지음/ 글담출판




<1.1.1 시리즈> 네 번째 책인 심리공부는

인간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평소 나는 왜 이런 행동을 할까? 그 사람은 왜 저렇게 말할까? 이런저런 의문들이 드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그리고 한참 인기인 MBTI 성격유형검사에 관해서도 예전에 유행했던 혈액형 성격유형과 어떻게 다르며 정말 신빙성이 있는가도 궁금하다. 하지만 심리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일은 버거울 수 있다. 그럴 경우 펼쳐야 할 책이 바로 <11단어 1분으로 끝내는 심리공부>이다.

 

- 나와 너의 마음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고등 교과 연계 필수 개념부터 최신 뉴스와 신문에서 뽑은 100개 단어로 심리학의 기본 지식을 마스터할 수 있다. 100개 단어를 기본 개념 - 심리건강 - 심리실험 - 개인 특성 - 심리효과 - 심리학 역사 - 심리학자 총 7가지로 구분하였다. '1일 1단어 1분' 특색에 맞게 단어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서 설명한다. 그리고 단어들이 서로 연관된 부분들이 많아서 반복 설명되다 보니 처음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어도 읽다 보면 오늘 단어뿐 아니라 예전 단어에 관한 환기 및 이해가 가능하다. 친절한 설명, 짧고 명확한 분량은 청소년들이 부담 없이 심리학의 기본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글 내용이 나에게 부합되는지 살펴보면서 수용할 부분이나 노력할 부분을 찾아보는 게 가능하고, <심리로 세상 읽기> 코너를 통해 사회 현상을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긍정인 것도, 절대적으로 부정인 것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우리는 보통 '열등감'에 대해 '나쁜 것', '없애야 할 것'이라 여기는데 심리학적 관점에서는 양날의 검으로, 아들러가 인간의 발전 가능성을 발견한 것처럼 열등감은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방어기제'는 내면의 불안, 스트레스, 쉽게 통제되지 않는 욕망 등을 다스리는 심리적 행위를 말하는 데 보통은 회피하고 부정하고 전가하는 등의 미성숙한 방어기제만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승화'나 '수용'등 성숙한 방어기제를 활용하여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경우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레카!

 

심리학은 인문학의 한 갈래인 철학에서 시작되었다. 연구주제는 인문학적이지만 접근 방법은 과학적이다. 이 책에서 설명한 심리실험 중 '공 던지기 실험'이 기억에 남는다. 사회적 배척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실험 참여자들이 사회적 배척감을 느끼도록 인위적으로 유도해야 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고민 끝에 '사이버볼 게임'으로 적당한 수준만큼만 사회적 배척감을 유도할 수 있었다.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나에게 "당신은 '어떤' 완벽주의자입니까?"라는 질문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다차원적 완벽주의'에 따르면 자기 지향적 완벽주의, 타인 지향적 완벽주의, 사회적으로 부과된 완벽주의로 구분된다. 사회적으로 부과된 완벽주의는 처음 접해본 개념으로 주변 상황의 영향을 크게 받아 각종 심리적 부작용과 관련이 깊다는 설명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나는 자기 지향적 완벽주의자 성향이 강해 유연해지기를 매번 다짐하고 있다.

 

심리학 역사를 통해 심리학의 발전과 갈래를 알아보면서 심리학의 무궁무진한 영역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개념이나 실험은 알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문인 심리학자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어 유익했다. '인지 부조화'는 알았지만 알린 레온 페스팅거 심리학자는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것도 가스라이팅? 저것도 가스라이팅? 무엇이 가스라이팅일까?

나이 들수록 과거를 더 아름답게 기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이 오묘함은 무엇일까?

심리학을 배우면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나 때는 말이야~!' 어른들은 왜 옛날이야기만 할까?

혈액형으로 성격은 구분하는 데에는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다?

쉬는 날에는 항상 유튜브만 보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

재난 상황에서 심리학자들은 어떤 역할을 할까?

심리 상담을 받으면 다 나약한 사람일까?

당첨 확률이 매우 낮은데도 로또를 사는 사람들의 심리는?





누구나 한 번쯤 궁금했을 질문들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다양한 예시를 들어 설명해 준다. 개인적으로 100개 단어로 만나는 심리공부도 좋았지만, 이 코너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십 대 아이와 질문을 먼저 읽고 생각해 본 후 이야기를 나눈 후, 같이 정리된 글을 읽으면 좋겠다. 읽고 난 후에도 감상을 주고받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심리학은 독심술이 아니다. 하나의 현상을 보고 바로 판단 내리고 비판하기보다는 현상을 이루는 행동, 심리, 여러 가지 배경들을 수집하고 '왜 그렇게 되었을까?' 이유를 생각해 보는 학문이라고 한다. 좀 더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 테니 심리학의 기본을 잘 담고 있는 이 책 읽기부터 시작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와 너의 마음을 이해해 보자.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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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흡혈마을 네오픽션 ON시리즈 8
성요셉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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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을 쓰고 한복을 입은 남자가 돌아보았다.

조각 같은 얼굴에 희주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드디어 네오픽션 시리즈에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 등장하였다. 달달한 로맨스와 환상적인 판타지 세계관의 조합으로 우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 작품이었다.

 

 

조용한 흡혈마을/ 성요셉 장편소설/ 네오픽션/ 자음과모음


 


 


 

성요셉 작가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들이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이야기에 주목한다. 그 아이러니 속에서 '왜들 인간이 되고 싶었던 걸까? 정작 인간인 나는 인간답게 살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인간이 되고 싶은 흡혈귀의 이야기를 썼다. 그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고, 이제 독자인 우리 자신의 답을 찾을 시간이다.

 

<조용한 흡혈마을>은 외딴섬 자귀도를 배경으로 한다. 그 비밀의 섬에 흡혈귀들이 조용히 살고 있었다. 인간 남매 구희주와 양이루가 갑자기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인간의 등장으로 긴장하는 흡혈귀들의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서로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채 동상이몽을 꿈꾸는 인간 남매와 흡혈귀들의 섬 동거가 어떤 결말을 낳을지 궁금해 후다닥 읽게 된다.

 

"『조용한 흡혈마을』 페이지터너"

 

 

다양한 콘텐츠에서 경력을 쌓고 있는 성요셉 작가는 감각적인 문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조선 시대에 변을 당해 흡혈귀가 되었지만 인간성을 잃지 않고 기존 생활방식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자귀도 주민들의 모습과 자본과 쾌락, 욕망에 빠져 타인을 짓밟고 기본적인 도리마저 저버리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주제의식이 강렬하게 드러났다.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가볍지도 헤프지도 않게 서술하는 필력은 청소년들의 감성에 잘 맞는다.

 

 


 

 


 

재혼가정인 희주네는 화목한 가정이었지만, 한순간 큰 빚을 지게 되고 부모님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셨다. 갚아도 갚아도 줄어들지 않는 빚 때문에 악랄한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는 희주는 어린 시절 들었던 보물을 찾아 자귀도로 향한다. 외할머니 말년의 반대를 뒤로 한 채.

 


 

 

원래 자귀도는 희주 엄마인 '금보화'의 고향이다. 보화가 어렸을 때 떠나온 절대로 가서는 안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사채업자들이 가족들을 향한 협박을 하자 희주가 큰 결심을 한 것이다. 엄마가 떠나오기 전에 벼락 맞은 고목 밑에 숨겨놓았다는 보물만 있다면 아픈 외할머니도 잘 모실 수 있고 자신과 동생도 공부하면서 평범하게 인간답게 살 수 있으리라 꿈꾼다.

 

 


 

 

인간이었다 흡혈귀가 되었지만 다시 인간이 되고픈 영생의 존재들의 염원과 인간이지만 인간답게 살 수 없어 괴로운 인간들의 바람은 우리에게 '인간다운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조롱하듯 자신들의 쾌락과 유희를 위해 타인을 갈취하고 희롱하는 사채업자, 건달, 호러 동호회 사람들의 행태에 '인간' 자체에 의문을 품는다. 외면이 인간이라도 내면이 괴물인 이들을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

마지막 순간 괴물처럼 변한 자신을 깨닫고 뉘우치는 학철을 보면서 '인간'에 대한 희망이 싹튼다.

 

웹툰, 유튜브, 호러 동호회와 양반, 머슴, 종사관이 공존하는 소설 그런데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재혼가정, 흡혈귀가 되어서도 가족을 만들고 싶어 결혼하거나, 흡혈귀와 인간이 부부의 연을 맺어 아이를 낳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와 사랑의 모습은 아름답다.

 

"날개가 달렸어도 박쥐는 …… 포유류요."

 

서로 관계를 맺고 소중히 여기며 아끼고 사랑하는 삶 그리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는 인간이 보였다. 인간다운 삶을 향해 용기 있는 걸음을 내딛는 『조용한 흡혈마을』, 살맛 나는 세상을 열어 보였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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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 언어치료사가 쓴 말하기와 마음 쌓기의 기록
김지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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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장애를 안고 태어났고

그건 그냥 그렇게 되어버린 일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일에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민을 거두어야 할 순간] 중

 

 

부모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벅차오름이 아직도 생생하다. 2차 성징과 함께 찾아온 한 달에 한 번의 정기적인 생리가 끊기는 대신 자궁벽에 착상한 작은 생명체를 확인한 순간 경이에 사로잡혔다. 환희의 시간이 지나가고 염원과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우리 부부는 "건강하게 태어나렴." 되뇌었다.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기적 같은 생명, 아이들 덕분에 새로운 세계를 준비하고 경험하고 헤쳐나가면서 단단해지고 성숙할 수 있음이 감사할 따름이다.

 

부모가 되면서 바라는 자녀의 건강은 무엇보다 간절하다. 그렇기에 이번에 하니포터 6기 2월 서평단 활동책 『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는 먹먹하고 분해되지 않은 덩어리가 목에 걸리는 듯한 답답한 기분으로 읽기 시작했다. '언어치료사가 쓴 말 하기와 마음 쌓기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언어치료 수업을 받은 학생들에 대한 기록이다.

 


 

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김지호 지음/ 한겨레출판


 


김지호 언어치료사는 학생들과 처음 만남부터 마지막 헤어짐까지 성실하게 정리하고 있다. 학생별 맞춤 수업 목표와 방식을 수립하여 정진하면서도 건강한 라포 형성을 우선시하는 자세에 신뢰가 갔다. 언어의 세계에서 '정상'으로 분류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표현의 방법을 제시하고 소통의 창구를 열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를 보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쉽지 않은 길을 가는 이에게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든다.


 

 

 


김지호 언어치료사는 학생별 상태와 수업 목표, 함께 한 시간 속 추억을 공유하면서 수업했던 학생들에게 편지를 전했다. 수업 시간은 제각기 다르지만 아이들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은 하나다. 그들이 자신의 오늘에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또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합의로 풀어내야 하는 영역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우선, 복지제도와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사각지대 없이 필요한 이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받으려면 보편적 복지가 답이 되지 않을까. 복지 혜택을 받아도 적정 연령이 되어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되는 점도 안타까웠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권리는 더디게 보장되는 듯하다.

그리고 비장애인들의 인식 부족, 선입견을 들 수 있다. 뉴스에서 접했던 삭발 농성,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갈등 등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겪는 차별과 시선이 언어장애 아동과 가족들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장애 아동과 가족과의 관계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언어치료를 받는 학생을 온전히 돌봐야 한다는 것은 다른 가족들에게 큰 부담일 것이다. 생명과 사랑, 말로 표현하는 좋은 말과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진정한 실천을 하고 있는 가족들이 짊어진 무거운 짐이 이웃과 사회, 국가의 관심으로 점차 가벼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

 


 


마음과 마음이 통해 서로를 느끼고 이해하고 감흥 할 수 있다면 오해가 없을 텐데, 우리는 언어로 자신의 감정, 생각, 상황을 전한다. 그래서 '언어'는 큰 힘과 가치를 지닌다. 그 언어가 낯선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들이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적정한 속도로 발맞춰 나아가는, 진솔한 이야기에 눈물짓고 미소 짓고 힘을 얻는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6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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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45분 열차에서의 고백
리사 엉거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시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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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인생 속 감추고 싶은 진실을 낯선 이에게 고백한 해방감이 어느날 자신을 조여오는 올가미가 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네요. 셀레나와 마사, 그들의 이야기가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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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마음 - 나를 돌보는 반려 물건 이야기
이다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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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태도가 바로 그 사람이다.

태도가 곧 그 사람이다."

이다희 「사는 마음」 중

 

 

마음이 쿵!

애정 하는 정여울 작가님 추천문구처럼 맞장구치면서 읽다가 한순간 멈칫했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 나와 현실의 내가 충돌하여 강한 충격을 주었다. '이유야 어떻든' 태도가 '나'를 드러낸다는 사실은 나의 내면을 마주 보게 만들었다.

 

- 나를 돌보는 반려 물건 이야기


사는 마음/ 이다희 지음/ 한겨레출판
   



프롤로그에서 이다희 저자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나라는 사람은 소비를 통해, 소유를 통해, 그리고 소비와 소유에 대한 사유를 통해 정의되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절대 공감한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소비와 소유에 관한 - 지겹지만, 멈출 수 없는 - 저울질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다희 저자가 선택한 반려 물건들은 '이다희'라는 인물의 인생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저자의 아버지는 널리 알려진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고 이윤기 선생으로, 아버지의 권유로 번역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책 곳곳에서 부모님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글을 만날 수 있다. 이다희 저자가 SNS에서 글을 접하고 불쾌한 감정을 느끼고 왜?를 사유하는 꼭지가 있다.(만년필 - 특권은 가진 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를 읽으면서 나 또한 이다희 저자를 부러워하고 시샘하고 있다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나와는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 그만의 경험, 추억, 취향을 갖추게 된 그 시간을 부러워한 것이다. 딱 그 정도의 부러움과 시샘이다.

 

"내가 누리는 특권을 보지 못하고

괜한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시기심을 박탈감으로 오인하는 짓은

어리석고 무익하다."

 


 

 

물건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 페피노 루소 이야기가 나온다. 이다희 저자는 이 생각에 대체로 동의하는 편으로, 여기서 영혼을 추억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바이올린이나 책상, 자동차 등 긴 시간을 함께 한 물건들 앞에서 말을 조심하거나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을 자신의 추억이 깃든 물건에 대해,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추억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것이라 말한다. 과거의 자신에게 존경을 표하고 있다는 말에 울컥했다. 그의 반려 물건 이야기들은 동시대 사람으로서, 여성으로서의 내 인생을 반추하게 하였다. 지금 이 순간 나를 보여주는 반려 물건은 무엇인가? 바로 떠오르는 것은 책과 화분이다. 저자처럼 나 또한 책장이 가장 큰 고민이다. 절대 버리지 못하는 책, 해가 갈수록 쌓여가는 책, 아이들과 읽어싶어 모으는 책이건만 아이들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아 서글퍼하고 있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이다희 저자에게 아버지의 책장처럼 내 책장이 아이들에게 묵직한 고민을 안겨주고 나와의 이별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홀로서기를 그릴 수 있는 통로가 된다면 행복할 것 같다.

 

음악이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는 저자는 25년 동안 함께 한 바이올린에서 벗어나 어떤 상황에서도 낙심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의 힘을 키우고자 한다. 또 알아서 숨기는 것이 미덕인 세상을 일깨워준 큰 발을 가진 여성으로서 인터넷 쇼핑이 아닌 매장에서 발에 맞는 신발을 신어보고 사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한다. 일상적인 물건과 함께 시간을 공유하면서 추억을 나누고 이를 돌아보며 삶의 태도와 자세를 바로잡아가는, 주체적인 저자에 흠뻑 빠져든다.

 

 

'건조기'에 대한 예찬, '그릇'에 대한 무한한 애정 등 비슷한 욕망의 그림자에 맞장구치고 '택배 상자'로 노동 시장의 계급화와 경직된 단면까지 풀어내는 사유에 깊이 공감하다 보면 '노트'로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은 자신을 그려내는, 열망하는 저자를 마주하게 한다. 왜 살며(live) 왜 사는가(buy)?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묻고 답할 수밖에 없는 이 질문에 대한 이다희 저자의 진솔한 답변의 기록이 사는 마음이다. 자연스레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답을 찾아가려는 움직임이 뇌에서, 마음에서 분주하게 일어나고 있다. 사는 마음, 사는 맛, 우리는 오늘도 살고 있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6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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