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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마음 - 나를 돌보는 반려 물건 이야기
이다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평점 :
"삶의 태도가 바로 그 사람이다.
태도가 곧 그 사람이다."
이다희 「사는 마음」 중
마음이 쿵!
애정 하는 정여울 작가님 추천문구처럼 맞장구치면서 읽다가 한순간 멈칫했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 나와 현실의 내가 충돌하여 강한 충격을 주었다. '이유야 어떻든' 태도가 '나'를 드러낸다는 사실은 나의 내면을 마주 보게 만들었다.
- 나를 돌보는 반려 물건 이야기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307/pimg_7258792673774293.jpg)
사는 마음/ 이다희 지음/ 한겨레출판
프롤로그에서 이다희 저자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나라는 사람은 소비를 통해, 소유를 통해, 그리고 소비와 소유에 대한 사유를 통해 정의되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절대 공감한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소비와 소유에 관한 - 지겹지만, 멈출 수 없는 - 저울질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다희 저자가 선택한 반려 물건들은 '이다희'라는 인물의 인생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저자의 아버지는 널리 알려진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고 이윤기 선생으로, 아버지의 권유로 번역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책 곳곳에서 부모님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글을 만날 수 있다. 이다희 저자가 SNS에서 글을 접하고 불쾌한 감정을 느끼고 왜?를 사유하는 꼭지가 있다.(만년필 - 특권은 가진 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를 읽으면서 나 또한 이다희 저자를 부러워하고 시샘하고 있다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나와는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 그만의 경험, 추억, 취향을 갖추게 된 그 시간을 부러워한 것이다. 딱 그 정도의 부러움과 시샘이다.
"내가 누리는 특권을 보지 못하고
괜한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시기심을 박탈감으로 오인하는 짓은
어리석고 무익하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d/k/dkdtlksu/IMG_505F062526FA.jpg)
물건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 페피노 루소 이야기가 나온다. 이다희 저자는 이 생각에 대체로 동의하는 편으로, 여기서 영혼을 추억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바이올린이나 책상, 자동차 등 긴 시간을 함께 한 물건들 앞에서 말을 조심하거나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을 자신의 추억이 깃든 물건에 대해,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추억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것이라 말한다. 과거의 자신에게 존경을 표하고 있다는 말에 울컥했다. 그의 반려 물건 이야기들은 동시대 사람으로서, 여성으로서의 내 인생을 반추하게 하였다. 지금 이 순간 나를 보여주는 반려 물건은 무엇인가? 바로 떠오르는 것은 책과 화분이다. 저자처럼 나 또한 책장이 가장 큰 고민이다. 절대 버리지 못하는 책, 해가 갈수록 쌓여가는 책, 아이들과 읽어싶어 모으는 책이건만 아이들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아 서글퍼하고 있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이다희 저자에게 아버지의 책장처럼 내 책장이 아이들에게 묵직한 고민을 안겨주고 나와의 이별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홀로서기를 그릴 수 있는 통로가 된다면 행복할 것 같다.
음악이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는 저자는 25년 동안 함께 한 바이올린에서 벗어나 어떤 상황에서도 낙심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의 힘을 키우고자 한다. 또 알아서 숨기는 것이 미덕인 세상을 일깨워준 큰 발을 가진 여성으로서 인터넷 쇼핑이 아닌 매장에서 발에 맞는 신발을 신어보고 사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한다. 일상적인 물건과 함께 시간을 공유하면서 추억을 나누고 이를 돌아보며 삶의 태도와 자세를 바로잡아가는, 주체적인 저자에 흠뻑 빠져든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d/k/dkdtlksu/IMG_5BFB8F74CAAA.jpg)
'건조기'에 대한 예찬, '그릇'에 대한 무한한 애정 등 비슷한 욕망의 그림자에 맞장구치고 '택배 상자'로 노동 시장의 계급화와 경직된 단면까지 풀어내는 사유에 깊이 공감하다 보면 '노트'로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은 자신을 그려내는, 열망하는 저자를 마주하게 한다. 왜 살며(live) 왜 사는가(buy)?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묻고 답할 수밖에 없는 이 질문에 대한 이다희 저자의 진솔한 답변의 기록이 사는 마음이다. 자연스레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답을 찾아가려는 움직임이 뇌에서, 마음에서 분주하게 일어나고 있다. 사는 마음, 사는 맛, 우리는 오늘도 살고 있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6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