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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흡혈마을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8
성요셉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2월
평점 :
"갓을 쓰고 한복을 입은 남자가 돌아보았다.
조각 같은 얼굴에 희주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드디어 네오픽션 시리즈에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 등장하였다. 달달한 로맨스와 환상적인 판타지 세계관의 조합으로 우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 작품이었다.
조용한 흡혈마을/ 성요셉 장편소설/ 네오픽션/ 자음과모음
성요셉 작가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들이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이야기에 주목한다. 그 아이러니 속에서 '왜들 인간이 되고 싶었던 걸까? 정작 인간인 나는 인간답게 살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인간이 되고 싶은 흡혈귀의 이야기를 썼다. 그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고, 이제 독자인 우리 자신의 답을 찾을 시간이다.
<조용한 흡혈마을>은 외딴섬 자귀도를 배경으로 한다. 그 비밀의 섬에 흡혈귀들이 조용히 살고 있었다. 인간 남매 구희주와 양이루가 갑자기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인간의 등장으로 긴장하는 흡혈귀들의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서로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채 동상이몽을 꿈꾸는 인간 남매와 흡혈귀들의 섬 동거가 어떤 결말을 낳을지 궁금해 후다닥 읽게 된다.
"『조용한 흡혈마을』 페이지터너"
다양한 콘텐츠에서 경력을 쌓고 있는 성요셉 작가는 감각적인 문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조선 시대에 변을 당해 흡혈귀가 되었지만 인간성을 잃지 않고 기존 생활방식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자귀도 주민들의 모습과 자본과 쾌락, 욕망에 빠져 타인을 짓밟고 기본적인 도리마저 저버리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주제의식이 강렬하게 드러났다.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가볍지도 헤프지도 않게 서술하는 필력은 청소년들의 감성에 잘 맞는다.
재혼가정인 희주네는 화목한 가정이었지만, 한순간 큰 빚을 지게 되고 부모님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셨다. 갚아도 갚아도 줄어들지 않는 빚 때문에 악랄한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는 희주는 어린 시절 들었던 보물을 찾아 자귀도로 향한다. 외할머니 말년의 반대를 뒤로 한 채.
원래 자귀도는 희주 엄마인 '금보화'의 고향이다. 보화가 어렸을 때 떠나온 절대로 가서는 안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사채업자들이 가족들을 향한 협박을 하자 희주가 큰 결심을 한 것이다. 엄마가 떠나오기 전에 벼락 맞은 고목 밑에 숨겨놓았다는 보물만 있다면 아픈 외할머니도 잘 모실 수 있고 자신과 동생도 공부하면서 평범하게 인간답게 살 수 있으리라 꿈꾼다.
인간이었다 흡혈귀가 되었지만 다시 인간이 되고픈 영생의 존재들의 염원과 인간이지만 인간답게 살 수 없어 괴로운 인간들의 바람은 우리에게 '인간다운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조롱하듯 자신들의 쾌락과 유희를 위해 타인을 갈취하고 희롱하는 사채업자, 건달, 호러 동호회 사람들의 행태에 '인간' 자체에 의문을 품는다. 외면이 인간이라도 내면이 괴물인 이들을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
마지막 순간 괴물처럼 변한 자신을 깨닫고 뉘우치는 학철을 보면서 '인간'에 대한 희망이 싹튼다.
웹툰, 유튜브, 호러 동호회와 양반, 머슴, 종사관이 공존하는 소설 그런데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재혼가정, 흡혈귀가 되어서도 가족을 만들고 싶어 결혼하거나, 흡혈귀와 인간이 부부의 연을 맺어 아이를 낳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와 사랑의 모습은 아름답다.
"날개가 달렸어도 박쥐는 …… 포유류요."
서로 관계를 맺고 소중히 여기며 아끼고 사랑하는 삶 그리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는 인간이 보였다. 인간다운 삶을 향해 용기 있는 걸음을 내딛는 『조용한 흡혈마을』, 살맛 나는 세상을 열어 보였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