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ON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송현 지음 / 우리학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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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ON/ 이송현 장편소설/ 우리학교





숨 막히는 무더위에 차가운 아이스링크에서 그 누구보다 뜨거운 질주를 하는 십 대의 이야기 [스위치 ON]을 읽었다. 똑바로 서 있기조차 버거운 링크에서 온갖 차별과 경쟁을 온몸으로 부딪쳐 온 열일곱 살 이다온. 자신을 이방인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 따라 경계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아이가 깨어나 스스로의 길을 향해 달려가는 성장소설이다.


"앞으로 살면서 다온 네가 넣어야 하고

내가 막아야 할 퍽은 많으니까.

그러니까 실망하지 말고 '다시' 움직이라고."




이송현 작가는 대학에서 아동·청소년 문학을 가르치며 동화, 동시, 청소년 소설을 쓰고 있다. <내 청춘, 시속 370km>, <일만 번의 다이빙>, <라인>, <나의 수호신 크리커> 등 다양한 소재로 우리에게 힘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번 [스위치 ON]은 캐나다로 이민 온 1.5세대 이다온이 주인공이다. 병치레가 잦던 작고 연약한 아이가 먼저 손을 내밀어 준 친구 루크와 같은 꿈을 품고 빙판에서 땀 흘리던 중 차별을 일삼던 팀원과의 충돌로 좌절하게 되었으나, 다시금 일어나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작가 본인이 스포츠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다양한 스포츠로 주인공의 현실과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로 사용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작은 거북이 내 상처를 보았다고,

이 작은 친구는 내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다고.

그러니 나 역시 너의 상처를 모른 척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민 1.5세대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구축된 소설이지만, 어둡고 부정적이지 않다. 다온이 겪는 차별과 시련 자체보다 다온의 태도와 심리를 세심하게 담아낸다.

자신을 동양인이라 업신여기고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낯선 나라에서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똑같이 맞서 싸우면서 쓰러지고 부러졌던 다온이였다. 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입장인 해인, 크루아상 맛집 카페 주인 안니엔, 이웃 한준이 형과 이블린 그리고 자신을 항상 응원하고 기다려주는 아버지와 루크 등등 주변의 사랑과 응원 덕분에 '스스로에게 흠집을 내고 상처 입히기에 스스럼없었던' 어리석은 과거의 자신에서 일어나 새로운 꿈을 향해 뜨거운 질주를 준비한다. 이송현 작가는 자연스럽고 촘촘하게 인연들을 엮어 이야기에 설득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앞발이 기형으로 태어난 바다거북 '꼬북'과 쌓아가는 유대는 딱 필요한 물 한 방울이었다. 첨벙~ 두려워하지 않고 바다를 향해 기어가는 작은 생명체의 담담함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그렇게 우리 모두 오늘을 살아간다. 참 대견하고 대단하다.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이고 밝은 면을 향해 고개를 돌릴 수 있다는 건 큰 힘이다. 특히나 자신의 상처에 속으로만 곪던 다온이 주변의 따뜻한 마음을 깨닫고 밖으로 표출할 수 있게 된 점이 큰 변화다. 세상 어느 곳에나 차별과 시련은 있다. 그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다온이, 해인이, 루크가 보여준다. 세상에 완전하고 완벽한 존재는 없다. 제각각 핸디캡을 안고 있지만 당당하게 살아가는 게 삶이라는 걸 다온은 밤바다 모래밭에서 구한 바다거북 '이꼬북'에게서, 루크에게서, 해인에게서, 아버지에게서, 안니엔에게서 배운다.



"이다온. 달리는 걸 멈추지 마라.

넌 혼자서도 충분히 잘 달릴 수 있는 애야."



다온의 팔 깁스에 해인이 그려준 네잎클로버처럼,

다온 엄마와 다온이 쌓아준 초코파이 초콜릿처럼,

아빠를 위해 요리한 치킨마요 덮밥처럼,

이블린을 위한 한 송이 해바라기 꽃다발처럼,

한준이 다온을 위해 꾸며준 웨스트 짐처럼,

인생의 '스위치 온'을 만들어주는 존재와 시간들이 있다. 남들이 뭐라든 뛰고 싶으면 뛰고, 점프하고 싶으면 점프하며, 자신의 속도로 원하는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이 세상의 이다온이 많아지면 좋겠다.


읽는 내내 아이스링크를 떠올리며 그 차가운 공간을 가득 채우는 열정과 땀, 눈물을 생생하게 보았다. 워낙 탄탄하고 생명력 넘치는 이야기라 영상화되면 좋겠다. [스위치 ON]이 발산하는 삶의 열정과 투지가 이 무더운 여름을 한층 더 뜨겁게 만들 예정이다.

자, 우리 모두 스위치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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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
파리누쉬 사니이 지음, 이미선 옮김 / 북레시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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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 파리누쉬 사니이 저/ 북레시피



여름이면 EIDF(EBS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를 즐겨 시청하곤 한다. 닿지 않았던 세계 곳곳을 비추는 논픽션 영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풍성해지고 깊어져 의미 있는 시간이다. 작년 EIDF 상영작 중 '이란 부인의 이런 남편'도 그런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예전보다 이란, 이슬람 문화권을 접할 수 있는 통로는 다양해졌다. 그렇지만 편하고 익숙하게 다가갈 수 없는 환경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이번에 읽은 파리누쉬 사니이 작가의 장편소설 [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은 그 허들을 뛰어넘어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란에서 태어나 이란 사회의 억압과 여성의 억눌린 삶을 조명해온 작가가 이란 사회에 번지고 있는 이민과 그로 인한 가족 간의 갈등 문제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큰 아들이 이란을 떠난 지 30여 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이 휴가를 함께 보내는 이야기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열흘 남짓. 과연 긴 시간의 부재를 극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되어줄 것인가. 독자들은 그 감격스러운 재회의 현장에 함께 하는 영광을, 고통을, 위로를 받았다. 각자의 터전을 떠나 모인 공간에서 시간적ㆍ물리적 공간의 거리를 좁히고 정서적 간극까지 허물 수 있을지 신경을 곤두세우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설렘과 긴장이 공존하는 책 읽기였다.

3대가 한자리에 모였다. 핵가족화가 가속화된 오늘날, 20명이 넘는 대가족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것부터가 아련한 기분이다. 어린 시절 명절이 떠오르는 환대와 기쁨의 출발이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낸 부모-자식, 형제자매간의 감격스러운 상봉이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들의 손주들이자 자식들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가 아니더라도 얼굴 한번 본 적 없기에 데면데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어른들은 점점 대립하게 되고, 아이들은 점점 친밀해졌다.





"아이들에게는 복수심이 없어.

그래서 쉽게 화해하는 거야.

공통의 언어를 찾아내는 방법도 알고.

하느님, 우리 어른들을 구해주소서!"




이란을 떠나 미국에서 공부해 의사가 된 장남 모하마드, 이슬람 혁명 때문에 귀국하지 못하고 여행지에 정착하게 된 장녀 마흐나즈, 탈영 때문에 이란을 떠나야만 했던 막내 메흐디 그리고 떠나간 형제자매들 대신 부모님 곁에 남아 장남 역할을 한 모흐센, 다정한 마리암 또 반체제 조직 활동으로 처형된 하비브까지 6남매의 서사는 이란의 격동기와 오늘을 섬세하게 투영하고 있다.

'정치 문제가 사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란에서는 모두가 정치인이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택시 기사부터 채소가게 주인들까지, 대학교수부터 주부까지. 정치적 이견으로 많은 가족이 풍비박산됐다는 표현이 암시하는 것처럼 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 사이에 이념 대립이 팽팽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이 긴장은 서로 교류하지 못한 채 힘겨운 상황에서 각자 생존에 외로이 몰두해야 했던 이들의 곪은 상처를 결국 터트리고야 만다.




"우리는 이 기억을 가지고 2,30년 전에 이란을 떠났어.

그래서 고국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이 기억을 떠올리는 거야.

새롭게 덧붙여지는 게 없어. 이 기억을 워낙 자주 떠올리다 보니

우리 마음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거고.

그런데 너희의 삶은 계속 이어지고 있어.

매일매일의 사건들이 몇 주, 몇 달, 몇 년에 걸쳐서

너희에게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내지.

그 새로운 기억들이 오래된 기억을 덮어버리는 거야."




떠난 이들은 남은 이들의 조국에서의 생활을 부러워하고, 남은 이들은 떠난 이들의 자유와 여유를 부러워한다. 이 첨예한 대립은 소

통의 단절로 해체된 이란의 한 가족을 예리하게 분해한다.




"이제는 더 이상 가족처럼 보이지 않아.

그냥 서로 삐걱거리는 낯선 사람들 같아."




타인보다 더 낯선 이들로 서로를 대하는 자식들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느끼는 침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부모를 잃고 할머니 손에 자란 '나' 도키는 악몽을 꾸고 천식 발작을 일으키고, 모하마드의 아들 마이클은 미국인 어머니를 여의고 보살핌의 울타리를 잃어 정체성이 흔들리고, 모흐센의 아들 시루스는 불안과 두려움, 긴장으로 가득 찬 8여 년의 시간을 보내고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깊은 우울에 빠져있는 등 가족들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재회의 자리를 갈등과 분노로 채우게 내몰았다.




"서로 터놓고 대화해야 해.

이 기회를 빌려 서로 다시 알아가야 해.

이렇게 하면 이해와 애정으로 이어질 거야.

이게 바로 오늘 우리가 할 일이야."




파리누쉬 사니이 작가의 해결책은 정공법이었다. 허심탄회한 대화로 미루어 짐작하여 쌓인 견고한 오해와 원망의 벽을 허물게 하였다. '나'라는 화자가 있지만, 이야기를 주도로 이끌지 않는 독특한 방식의 소설은 여정의 마지막에 이르러 마음의 빗장을 열고 함께 하지 못한, 서로의 긴 여백을 진솔한 마음의 목소리로 채워나간다. 인물들의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기발한 구성은 귀를 열게 만든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굴곡진 인생을, 파란을 경청하고 또 경청하게 만들었다.




"여러분이 새로운 곳에서 외로워했다면,

나는 내 집, 내 도시, 내 나라에서 외로웠어요."




'어디에나 나름의 어려움이 있다'는 걸 대화로 깨닫게 된 할머니와 가족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그들의 모습은 찬란했다. 몸은 비록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를 응원하고 함께해 줄 수 있게 되었다. 서로의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며 위로하고 격려하는 이별의 마지막 날이 마냥 슬프지는 않는다.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찾은 가족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를 함께 바라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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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 황제와 사라진 시계의 비밀 숨 쉬는 역사 15
권인순 지음, 달상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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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 황제와 사라진 시계의 비밀/ 권인순 글·달상 그림/ 

청어람주니어




대한민국 춤꾼 박지민,

대한제국 취타대 김윤을 만나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데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어떻게 현재를 살고 또 미래를 살아갈지 제시하고 이끌어주는 게 '역사'이니까. 시간은 똑같이 흘러가지만, 제각기 다른 마음과 용기로 선택과 결정을 하면서 자신의 오늘을 살아나간다. 그 과거가 쌓이고 쌓여 역사가 되고, 현재로, 미래로 이어지게 된다. 







청어람주니어 출판사의 '숨 쉬는 역사' 시리즈 15번째 이야기 [순종 황제와 사라진 시계의 비밀]은 과거로 떠난 시간 여행을 통해 우리 것을 지키려는 마음 그리고 역사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지민을 담아내고 있다.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지민과 대한 제국의 소리를 지키고 싶은 취타 내취 김윤의 짧지만 강렬한 만남이 '좋아하는 것에 진심을 다하는 삶'이 무엇인지 잘 그려내고 있다. '역사는 어렵고 재미없다'고 치부하던 지민이 달라진 것처럼 권인순 작가의 [순종 황제와 사라진 시계의 비밀]이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과 모습에도 변화의 불씨를 지필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지민은 사회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할아버지가 봉사 활동을 하는 역사 탐방 교실을 다니게 된다. 덕수궁에서 할아버지께서는 열띤 강연을 하시지만, 지루하기만 한 지민은 무리에서 빠져나와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 없는 곳을 찾아 들어간 곳에서 우연히 빛바랜 황금빛 회중시계를 발견하게 된다. 이 회중시계 덕분에 지민은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古今一體 時門相連 (고금일체 시문상련)

과거와 현재는 하나이니, 시간의 문은 서로 이어진다.





대한 제국은 조선 말기 1897년에 고종이 국가의 자주독립과 왕권 강화를 위해 설립한 국가이다. 광무개혁을 추진하는 등 나라를 부강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일제의 제국주의 칼날 아래 1910년 멸망하게 된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이다. 








지민은 일제의 탄압이 심해지는 1907년의 대한 제국 경운궁(덕수궁) 한복판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일본의 강압으로 고종이 순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게 되어 열리는 진하의에서 대취타를 연주하기 위해 맹연습 중인 취타대 김윤을 만난다. 그리고 어두운 과거를 생생한 현재로 경험하게 된다. 황실 취타대, 순종 황제 처소의 지밀나인 순이, 순종 황제 등등 힘없는 나라의 황실이, 백성이 겪는 서러움뿐 아니라 밟아도 다시 일어나는 잡초처럼 나라를 지키고자, 소리를 지키고자 하는 민초의 투지를 지켜본 지민은 서서히 달라진다. 





태평소는 우리의 소리이고 숨결이야. 

황실 취타 내취들은 대한 제국 황실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는 일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걸 지키지 않으면 조선의 소리가

사라지게 될 거란 말이다.

대취타는 네가 감히 함부로 가벼이 말할

소리가 아니란 말이다.

대한 제국 황실 취타 내취 김윤







권인순 작가는 갑자기 대한 제국으로 가게 된 지민이 대한민국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우여곡절에 시대의 아픔과 백성의 울분 그리고 전통과 소리를 지키고자 하는 염원을 잘 녹여내고 있다. 역사는 재미없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자신의 오늘이 되면 다른 얘기다. 

역사적 인물과 사실을 배경으로 어린이 독자들의 눈높이와 기호에 맞춰 '역사는 현재와 상관없는 과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과거의 그들이 있기에 오늘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고마운 사실을 일깨워 준다.









끊어지지 않고 어제가 오늘로, 오늘이 내일로 이어질 수 있는 건 '좋아하는 것을 지키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순종 황제와 사라진 시계의 비밀]은 우리의 소리가, 전통이, 나라가 오늘 빛날 수 있을 수 있었던 가슴 뭉클하고 뜨거운 이야기와 지민의 신기한 시간 여행의 비밀을 품고 있다. 그 비밀을 푸는 어린이가 많아지면 좋겠다. 








청어람주니어 출판사에서 준비한 독후 활동지와 함께 한다면 비밀 풀기가 한층 더 쉬워질 것이다. 독서 전ㆍ중ㆍ후로 구분된 활동을 하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 속으로, 역사 속으로, 전통 음악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역사소설이라 낯선 단어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시대를 이해하는 좋은 발판이 되어줄 것이기에 좀 더 주의 깊게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 배경지식을 정리해 준 페이지는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지게 해줄 것이다. 불과 100여 년 전 한반도에 존재했던 대한 제국의 소리가 지금 대한민국에 널리 울려 퍼지고 있다.



둥! 둥! 둥! 빠바밤! 삘리리리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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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무인도
박해수 지음, 영서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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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무인도/ 박해수 지음ㆍ영서 그림/ 토닥스토리/ 창비





다 버리고 훌쩍 떠나버리고픈 이들의 손에 들려주고픈, 잔잔하지만 단단한 이야기를 만났다. 토닥스토리에서 출간 예정인 박해수 작가의 [나의 완벽한 무인도]는 작가가 바닷가 마을에서 생활하며 품었던 상상을 글로 풀어낸 작품이다. 주인공 차지안도, 작가 박해수도 결과를 중시하는 오늘날의 풍조에 지친 현대인을 대변하고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살 듯 어느 날 문득 떠나고 싶은 그 마음을 깊이 공감하며 책을 한 장 한 장 넘겼다. 지안의 회복이 나의 일인 양.

영화 <리틀 포레스트>처럼 치열한 사회에 지쳐버린 청춘이 바다를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강원도 바닷가로 향한다. 발길 닿는 대로 도착한 그곳에서 항구의 거친 파도 덕분에 바닷가 마을 사람들이 건네준 따뜻한 국 한 그릇 덕분에 이곳에서 살아보기로 결심한다. 차지안의 홀로서기, 차지안의 자신 찾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박해수 작가는 삶의 큰 변화는 예기치 않게 불현듯 찾아오는 거라는 걸 담담하게 그려낸다. 지안은 갑자기 찾은 바닷가 마을에 정착하게 되고, 뱃일을 배우고,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가게 되었다. 상세한 계획과 의도가 아닌 불쑥 한번 살아봐야겠다는 의지가 샘솟은 것이다.




"저, 섬에서 혼자 살아볼래요."




도문항에서 연을 맺은 영일호 선장 오현주의 도움으로 무인도인 송도에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지안이 왜 그토록 절박하게 무인도에서 홀로 살아가고자 했는지, 집을 떠나올 수밖에 없었는지는 이야기 중간중간 꿈과 회상으로 그려진다. 단어 하나로 자신을 표현할 수는 없다고 당당히 외치던 지안이 어느새 몹시도 작고 나약한 존재가 되어버렸다.(엄마의 편지 중, 232쪽)








지안은 무인도에서 홀로 살아가면서 차츰 자신을 찾아간다. 느릿느릿. 사회, 타인의 속도가 아닌 오롯이 자신의 속도와 마음을 따라 하루를 채워나간다. 도시에서의 생활과는 판이하게 다른 무인도의 일상은 지안을 움직이게 하고 살아가게 하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수고가 들어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무인도. 물도, 음식도, 길도 모두 직접 해결해야 했다. 자연은 묵묵히 그 자리에 있었다. 바다에서 먹거리를, 숲에서 장작을 구하고, 빗물을 받아 물을 모으고, 텃밭을 경작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지안을 조용히 응원하는 듯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초겨울,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며 섬 생활에 익숙해져가는 지안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평온해졌다. 새벽 일찍부터 시작되는 그의 하루를 따라 걷다 보면 지안의 집이, 텃밭이, 바닷속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지안이 느끼는 바닷물의 온도차, 처음 본 여름밤 바닷속의 흥성거림, 그 여유를 감각하게 된다. 마치 내가 경험한 것처럼 저릿하다. 상처 입고 움츠려든 자아를 감싸주는 따스한 온기를 스스로 채워나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일보다 사람을 어려워한 지안이 무인도에서 자신을 찾아가려 마음먹은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교감, 교류가 아닌 고독을 택한 지안은 섬 생활에서 하나하나 삶의 중요한 부분을, 자신을 알아가고 채워나간다.






바쁘게 흘러가는 도시에서는 그 속도에 맞춰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인도에서는 조절할 수 있다. 선택할 수 있다. 꼭 해야 할 일도 자신의 계획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나간다. 그 여유는 주변을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게 하고, 느낄 수 있게 한다. 지안이 소나무 숲을 걸으며 맡은 수많은 내음과 향처럼.




"살아 있는 모든 것이 각자의 내음, 향을 갖고 있구나.

그렇다면 내가 풍기는 냄새는 어떨까.

나는 앞으로 어떤 향을 만들며 살아갈까. "




지안이 갯바위를 걷다 주욱 미끄러져 다리를 다친 것처럼 상처를 입는 일은 쉽다. 몸도, 마음도 쉽게 생채기가 생길 수 있다. 남들이 내는 상처뿐 아니라 내가 스스로에게 가진 적의는 더 깊고 큰 상처를 남기는 법이다. 지안은 곪은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스스로를 상처 내지 않도록 단단히 여물어가고 있었다. 천천히 자긍심을 쌓아가고 있었다.





지안이 섬 생활을 해나가는데 지금까지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주목하게 된다. 힘들었지만 조명업체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태양광 패널과 발전기로 전기를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주말농장에 다녔던 경험으로 텃밭에서 채소들을 잘 키워냈다. 수영을 배워서 더 쉽게 물질을 익힐 수 있었다. 요리 실력이 있어야 세상살이를 할 수 있다는 엄마의 지혜 덕분에 즐기며 요리를 해 자신에게, 현주 언니에게 대접할 수 있다.








삶은 단편적으로 보면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힘겨울 때도 외로울 때도 있겠지만, 사라지는 게 아니다. 매 순간이 자신이 걸어온 길이며 흔적이 되어 자신에게 쌓여가는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응원이 될지, 고통이 될지는 자신에게 달렸다.

다 처음이라 좌충우돌, 허둥지둥하기도 했지만 섬 생활을 나름 잘 헤쳐나가는 지안이었다. 하지만 심하게 아파 하룻밤을 꼬박 앓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중 '자유'에 관한 대목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 모든 일을 결국 내가 다 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 없는 지금의 이 현실이 어쩌면 자유의 한 장면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자유에는 이렇게나 많은 뜻이 있구나. 오롯이 나 홀로 호젓이 걷는 것도, 고독하게 아프고 쓸쓸히 견디는 것도, 이렇게 하룻밤을 꼬박 앓고 난 뒤 일어서는 일까지도 모두 자유로구나 생각한다.

상처를 제대로 마주하고 기꺼이 자신을 감싸안아주는, 그 감동스러운 치유의 시간을 지안의 무인도 생활로 마주할 수 있었다. 글과 그림으로 다정한 위로를, 격려를 건네는 [나의 완벽한 무인도]였다.



잘 가, 잘 살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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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이 되고 싶어
리러하 지음 / 한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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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이 되고 싶어/ 리러하 장편소설/ 한끼



어찌 보면 황당무계한 제목인 리러하 작가의 작품 [붕어빵이 되고 싶어]를 읽었다. 붕어빵, 붕어빵 소, 붕어빵 틀, 창조주, 용광로 …… 신이 '나'를 만들다 빠뜨린 재료가 나를 찾아온다면? 기발한 발상을 '붕어빵' 굽는 것으로 풀어낸다. 참으로 독창적이다.







10대 고등학생, 20대 소녀 가장, 60대 시니어, 30대 청년. 서로 접점이 없어 보이는 네 명에게 갑자기 누군가가 찾아왔다. 자신과 합체해야 완전해진다는 둥, 어떻게 사는지 구경 좀 하다가 가겠다는 둥, 완전한 붕어빵을 만들어 주겠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여놓는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천금2동에서 벌어지는 이 황당하고 기괴한 소동을 찾아다니며 분석하는 인물, 바로 40대 이혼녀 연주연이다. 붕어빵을 찾아다니는 붕어빵 소의 정체를 알고부터는 동네에서 일어난 비슷한 일을 파헤치고 다닌다, 마치 탐정처럼.









신이 인간을 만들다 빠뜨린 재료가 있다? 기상천외한 발상을 다양한 연령대의 공감 가는 서사로 엮어나가는 작가의 역량이 감탄스럽다. 붕어빵 소가 주장하는 결여된 부분(생각, 결단력, 용기, 배려심~)이 현재를 만들어내는 듯싶어 흔들리는 인물들의 심리와 갈등을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그려낸다.







청소년부터 시니어까지 그들이 처한 오늘은 현실의 우리를 투영하듯 날카롭다. 친구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성인이 된 동생을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감, 홀로 늙어가는 외로움, 좋고 싫은 기호가 없는 삶, 딸의 꿈을 제대로 서포트해 주지 못한 미안함 등등 살아가는 궤적 안에서 일어날법한 일과 감정이 인물들의 상처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제각각 선택을 한다.





난 선택을 못 하는 게 아니라,

동생을 '기다린다'는 선택을 한 거야.

- 하시나





무엇이 옳고 그른가. 이를 떠나 부족한 면면들을 채우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이나, 과연 완전한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느냐, 결여된 부분을 채워야지만 더 나은 존재냐, 채운 이후 '나'가 이전의 '나'와 같은 존재이냐 등등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작가의 생각도 나의 생각과 비슷한지 대부분의 인물이 비슷한 선택을 했다. '나'라는 존재는 인정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그냥 '나'다. 완전해져야지만 '나'가 아니다. 지금의 '나'를 그대로 바라보고 소중히 여겨주는 나, 가족, 친구가 있으면 된 거다. 삶의 단순하고도 소중한 진실이 따스하게 녹아들어 가 있는 책 [붕어빵이 되고 싶어]다.








달콤한 팥앙금이 가득 찬 붕어빵이 계속 생각나는 [붕어빵이 되고 싶어]는 갑자기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나타난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한 개개인의 선택과 의문을 파헤쳐 가는 주연의 분투가 짜임새 있게 그려져 흡입력 강한 작품이다. 글이 영상으로 표현되면 어떨까 한껏 궁금해지는 [붕어빵이 되고 싶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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