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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 황제와 사라진 시계의 비밀 ㅣ 숨 쉬는 역사 15
권인순 지음, 달상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순종 황제와 사라진 시계의 비밀/ 권인순 글·달상 그림/
청어람주니어
대한민국 춤꾼 박지민,
대한제국 취타대 김윤을 만나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데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어떻게 현재를 살고 또 미래를 살아갈지 제시하고 이끌어주는 게 '역사'이니까. 시간은 똑같이 흘러가지만, 제각기 다른 마음과 용기로 선택과 결정을 하면서 자신의 오늘을 살아나간다. 그 과거가 쌓이고 쌓여 역사가 되고, 현재로, 미래로 이어지게 된다.

청어람주니어 출판사의 '숨 쉬는 역사' 시리즈 15번째 이야기 [순종 황제와 사라진 시계의 비밀]은 과거로 떠난 시간 여행을 통해 우리 것을 지키려는 마음 그리고 역사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지민을 담아내고 있다.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지민과 대한 제국의 소리를 지키고 싶은 취타 내취 김윤의 짧지만 강렬한 만남이 '좋아하는 것에 진심을 다하는 삶'이 무엇인지 잘 그려내고 있다. '역사는 어렵고 재미없다'고 치부하던 지민이 달라진 것처럼 권인순 작가의 [순종 황제와 사라진 시계의 비밀]이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과 모습에도 변화의 불씨를 지필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지민은 사회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할아버지가 봉사 활동을 하는 역사 탐방 교실을 다니게 된다. 덕수궁에서 할아버지께서는 열띤 강연을 하시지만, 지루하기만 한 지민은 무리에서 빠져나와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 없는 곳을 찾아 들어간 곳에서 우연히 빛바랜 황금빛 회중시계를 발견하게 된다. 이 회중시계 덕분에 지민은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古今一體 時門相連 (고금일체 시문상련)
과거와 현재는 하나이니, 시간의 문은 서로 이어진다.
대한 제국은 조선 말기 1897년에 고종이 국가의 자주독립과 왕권 강화를 위해 설립한 국가이다. 광무개혁을 추진하는 등 나라를 부강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일제의 제국주의 칼날 아래 1910년 멸망하게 된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이다.

지민은 일제의 탄압이 심해지는 1907년의 대한 제국 경운궁(덕수궁) 한복판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일본의 강압으로 고종이 순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게 되어 열리는 진하의에서 대취타를 연주하기 위해 맹연습 중인 취타대 김윤을 만난다. 그리고 어두운 과거를 생생한 현재로 경험하게 된다. 황실 취타대, 순종 황제 처소의 지밀나인 순이, 순종 황제 등등 힘없는 나라의 황실이, 백성이 겪는 서러움뿐 아니라 밟아도 다시 일어나는 잡초처럼 나라를 지키고자, 소리를 지키고자 하는 민초의 투지를 지켜본 지민은 서서히 달라진다.
태평소는 우리의 소리이고 숨결이야.
황실 취타 내취들은 대한 제국 황실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는 일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걸 지키지 않으면 조선의 소리가
사라지게 될 거란 말이다.
대취타는 네가 감히 함부로 가벼이 말할
소리가 아니란 말이다.

권인순 작가는 갑자기 대한 제국으로 가게 된 지민이 대한민국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우여곡절에 시대의 아픔과 백성의 울분 그리고 전통과 소리를 지키고자 하는 염원을 잘 녹여내고 있다. 역사는 재미없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자신의 오늘이 되면 다른 얘기다.
역사적 인물과 사실을 배경으로 어린이 독자들의 눈높이와 기호에 맞춰 '역사는 현재와 상관없는 과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과거의 그들이 있기에 오늘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고마운 사실을 일깨워 준다.

끊어지지 않고 어제가 오늘로, 오늘이 내일로 이어질 수 있는 건 '좋아하는 것을 지키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순종 황제와 사라진 시계의 비밀]은 우리의 소리가, 전통이, 나라가 오늘 빛날 수 있을 수 있었던 가슴 뭉클하고 뜨거운 이야기와 지민의 신기한 시간 여행의 비밀을 품고 있다. 그 비밀을 푸는 어린이가 많아지면 좋겠다.

청어람주니어 출판사에서 준비한 독후 활동지와 함께 한다면 비밀 풀기가 한층 더 쉬워질 것이다. 독서 전ㆍ중ㆍ후로 구분된 활동을 하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 속으로, 역사 속으로, 전통 음악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역사소설이라 낯선 단어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시대를 이해하는 좋은 발판이 되어줄 것이기에 좀 더 주의 깊게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 배경지식을 정리해 준 페이지는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지게 해줄 것이다. 불과 100여 년 전 한반도에 존재했던 대한 제국의 소리가 지금 대한민국에 널리 울려 퍼지고 있다.
둥! 둥! 둥! 빠바밤! 삘리리리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