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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이 되고 싶어
리러하 지음 / 한끼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붕어빵이 되고 싶어/ 리러하 장편소설/ 한끼
어찌 보면 황당무계한 제목인 리러하 작가의 작품 [붕어빵이 되고 싶어]를 읽었다. 붕어빵, 붕어빵 소, 붕어빵 틀, 창조주, 용광로 …… 신이 '나'를 만들다 빠뜨린 재료가 나를 찾아온다면? 기발한 발상을 '붕어빵' 굽는 것으로 풀어낸다. 참으로 독창적이다.

10대 고등학생, 20대 소녀 가장, 60대 시니어, 30대 청년. 서로 접점이 없어 보이는 네 명에게 갑자기 누군가가 찾아왔다. 자신과 합체해야 완전해진다는 둥, 어떻게 사는지 구경 좀 하다가 가겠다는 둥, 완전한 붕어빵을 만들어 주겠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여놓는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천금2동에서 벌어지는 이 황당하고 기괴한 소동을 찾아다니며 분석하는 인물, 바로 40대 이혼녀 연주연이다. 붕어빵을 찾아다니는 붕어빵 소의 정체를 알고부터는 동네에서 일어난 비슷한 일을 파헤치고 다닌다, 마치 탐정처럼.

신이 인간을 만들다 빠뜨린 재료가 있다? 기상천외한 발상을 다양한 연령대의 공감 가는 서사로 엮어나가는 작가의 역량이 감탄스럽다. 붕어빵 소가 주장하는 결여된 부분(생각, 결단력, 용기, 배려심~)이 현재를 만들어내는 듯싶어 흔들리는 인물들의 심리와 갈등을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그려낸다.

청소년부터 시니어까지 그들이 처한 오늘은 현실의 우리를 투영하듯 날카롭다. 친구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성인이 된 동생을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감, 홀로 늙어가는 외로움, 좋고 싫은 기호가 없는 삶, 딸의 꿈을 제대로 서포트해 주지 못한 미안함 등등 살아가는 궤적 안에서 일어날법한 일과 감정이 인물들의 상처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제각각 선택을 한다.
난 선택을 못 하는 게 아니라,
동생을 '기다린다'는 선택을 한 거야.
- 하시나
무엇이 옳고 그른가. 이를 떠나 부족한 면면들을 채우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이나, 과연 완전한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느냐, 결여된 부분을 채워야지만 더 나은 존재냐, 채운 이후 '나'가 이전의 '나'와 같은 존재이냐 등등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작가의 생각도 나의 생각과 비슷한지 대부분의 인물이 비슷한 선택을 했다. '나'라는 존재는 인정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그냥 '나'다. 완전해져야지만 '나'가 아니다. 지금의 '나'를 그대로 바라보고 소중히 여겨주는 나, 가족, 친구가 있으면 된 거다. 삶의 단순하고도 소중한 진실이 따스하게 녹아들어 가 있는 책 [붕어빵이 되고 싶어]다.

달콤한 팥앙금이 가득 찬 붕어빵이 계속 생각나는 [붕어빵이 되고 싶어]는 갑자기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나타난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한 개개인의 선택과 의문을 파헤쳐 가는 주연의 분투가 짜임새 있게 그려져 흡입력 강한 작품이다. 글이 영상으로 표현되면 어떨까 한껏 궁금해지는 [붕어빵이 되고 싶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