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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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와 파도/ 강석희/ 창비교육




<꼬리와 파도> 책 제목을 보고는 무슨 의미인지 유추할 수 없었다. 파도는 대충 감이 오는데 꼬리는 뭐지? 와닿지 않았다. 궁금증을 안고 책을 읽어나가다 이 문장에 이르렀다.

"꼬리는 정말로 파도가 됐다."

 

무경과 현정과 서연 그리고 예찬의 목소리가 꼬리에서 꼬리로 전달되어 파도를 일으켰다. 이 파도는 평범과 보통의 세계에서 어른들과 아이들에게 상처받았던 아이들에게 변화의 시작이 되어주었다. 상처입었던 또다른 이들이 아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던 학교, 어른을 향해 기꺼이 자신의 목소리를 더해 힘을 보태준 것이다. 나, 너가 아닌 우리가 되는 연대는 단단한 뿌리가 되어 아이들의 상처와 고통을 감싸주었다. 그렇게 <꼬리와 파도>는 이어졌다.

 

 

 


 

- 제 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수상작 -

'성장'에 내포된 의미들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가정, 학교, 사회로 이어지는 아이들의 상처와 고통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목소리로 세상에 잘못을 외쳐 드러내고 바로잡으려는, 주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 길을 걸어가는 아이들은 성장했다. 성숙했다.

하지만 그 고통의 원인이 되었던 이들은 과연 변했을까? 그들 또한 성장하고 변할 거라 믿고 싶지만, 20세기의 열여섯, 열다섯 이야기와 21세기 열여섯 이야기가 가슴시리게 닮아있었다.

 

그렇다면 20세기에 일렁였던 꼬리의 파도는 사라진 것일까? 의미가 없는 것일까? 많은 것을 바꾸진 못했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건 아니었다. 이 꼬리의 파도가 21세기 열여섯 선이와 미주에게 밀려왔으니까 또 그렇게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언젠가 꼬리가 사라지는 날을 떠올리며 웃어본다. 무경과 지선, 현정과 미란과 서연, 예찬과 종률 그리고 선이와 미주까지 다정하게 눈길을 마주치며 밝은 웃음을 나누는 그 날, 생각만으로 온몸에 온기가 차오른다.

 

 

성장한 사람인 '성인'인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 다각적으로 잘 드러난 작이었다. 어른이 마땅히 짊어져야하는 역할을 소수만이 감당해나가는 부끄러운 현실을 잘 그려내고 있다. 그보다 더 끔찍한 건 상처입은 아이들이 믿고 따랐던 어른에게 폭행을 다행하는 사실이다. 그들이 입은 상처를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위로해주던 다정한 입과 손이 그들에게 폭행과 추행을 저지르는 탐욕스런 입과 손으로 변하는 순간의 공포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믿음에 배신당해 산산조각난 마음을 이어붙을 수 있게 만드는 게 가능할까? 그 끔찍한 고통을 기꺼이 나눠지려는 친구들이 있고, 제방식대로 온기를 나눠주는 다정한 사람들이 있다면 '다음'이 올 거라 믿고 싶다.

 

 


 

이야기는 어른이 된 무경이 체육교사로 있는 중학교에서 시작되는데 의미있고 묵직한 감동을 전한다. 힘겨웠던 학창시절을 보낸 학교로 돌아와 상처입은 아이들을 보호하고 응원하며, 학교를 변화시키려 씩씩하게 나아가는 단단한 무경이 빛나보였다.

 

온라인수업 중 특정 제스처를 한 여학생을 대상으로 욕설과 비속어가 가득한 메시지를 보내 '응징(남학생들의 표현)'하는 일이 벌어진다. 담임 선생님의 미온적인 대처와 불성실한 남학생들의 사과에 분노한 여학생 선이와 미주는 체육교사 박무경을 찾아갔다. 그들을 맞은 무경은 "잘 찾아왔어. 제대로 찾아왔어."라며 다독여준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도록. 그리고 염려하는 선이와 미주에게 "괜찮아. 나한테는 친구들이 있거든."라 안심시킨다. 

 

 

"우리가 지켜 줄게. 혼자서는 못하지만

우리가 되어, 너를 지켜줄게."

 

 

 

학교폭력, 스쿨미투, 데이트 폭력, 운동부 사제 간 폭력

우리의 아이들이 배우고 성장하는 '학교'라는 곳에서 입에 담기조차 힘겨운 추악한 범죄, 사건들이 벌어졌다. 마땅히 이를 수면으로 끌어올려 제대로된 마무리를 해야하는 데도 안위와 평판 등을 이유로 덮기에 급급한 이들의 모습에서 피해자들은 더 큰 상처와 고통, 외로움을 겪는다. 하지만 외면하지 않는 무경처럼, 현정처럼, 예찬처럼 그렇게 세상에 외치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렇게 다같이 나아가는 단단한 걸음이 파도가 되어 우리의 발을 적시는 이야기가 탄생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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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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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장편소설/

안은주 옮김/ 한스미디어




이렇게 예쁜 옷을 입고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우리를 만나러 왔어요.

마음이 촉촉해지는 이 책으로 많은 분들이 위안 받았으면 좋겠어요.

소설 평점(★★★★★)

 

 

 

 

"늙음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저항하고,

달갑지 않은 피부를 벗어내듯

옆으로 치워버릴 것이다."

 

 

 

85세 할머니 그리고 죽음을 다루는 소설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이리도 유쾌하고 신선하게 풀어낸 작가 애니 라이언스의 저력에 감탄했다. 유도라와 로즈 그리고 스탠리 삼인방을 따라다니며 같이 웃고 울고 놀라다 보니 어느새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 끝나있었다. 솔직히 책을 처음 받아보았을 때 두께에 놀란 나는 페이지터너로 계속 넘어가는 책장에 또 한 번 놀랐다. 80대 할머니 할아버지와 열 살 소녀의 조합은 상상외로 신선하고 아름답고 다정했다.


 

 


 

 


삶을 어떻게 살지 선택해왔듯이 어떻게 죽을지도 선택하겠다는 유도라 허니셋. 그녀가 실행하고자 하는 '죽음'은 남다르다.

 

내 죽음이니까. 내 방식대로.


주문처럼 되뇌는 유도라의 결의에 찬 모습을 소설 속에서 마주할 때마다 이해가 되고 공감이 갔다. 하지만 시린 슬픔으로 가슴이 아렸다. 집안으로, 자기 안으로 침잠하는 그녀는 외롭지 않다 말하지만, 온기를 품어본 적이 없는 그녀이기에 부정하는 것이요, 외면하는 것이리라. 이런 유도라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사람들과 부대낄 수 있도록 다가서는 이들이 있어 감사했다. 타인에게 벽부터 치는 유도라지만 진심으로 친절을 베푸는 로즈와 스탠리에게는 조금 달랐다. 그렇게 세 사람은 친구가 되었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현재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그와 비슷한 내용인 유도라의 추억이 회상처럼 펼쳐진다. 1940, 50년대 과거 이야기와 2018년도 현재 이야기가 중첩되면서 독자는 '유도라 허니셋'이라는 인물에 더욱더 빠져들게 된다.

 

그녀의 일생을 톺아보는 일은 개인의 삶이 결코 개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였다. 아버지 앨버트 허니셋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전쟁터로 떠나야만 했다. 결국 전쟁은 유도라 가족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아버지는 전사하고, 어머니 베아트리스는 자신의 상처가 너무 커서 딸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지 못했다. 아버지는 한 번도 본 적 없고 어머니는 돌봐주지 않는 환경에서 동생 스텔라는 가족의 골칫거리로 자랐다. 그렇지만 우리의 주인공 유도라는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였다.

"아빠가 없는 동안 네가 씩씩하게 지내면서 엄마랑 아기를 돌봐줘야 해."

- 앨버트 허니셋

 




 

읽기 전에는 단순히 '죽음'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난 지금은 '삶'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기억된다. 죽음은 우리의 삶이라는 소중한 여정에 찾아오는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관계 속에서 두려움 없이 맞이하는 '좋은 죽음'을 말하고 있다.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사랑, 웃음, 눈물, 희망, 기쁨으로 충만한 삶을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죽음'에 대해 말하기를 권한다.

 


유도라는 가족들이 다 떠나고 홀로 남은 후에는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며 살아왔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들인 반려묘 몽고메리와도 냉랭하다. 노화로 점점 일상이 불편하고 힘겨워지자 '삶의 주도권'이라는 선택으로 '자발적 안락사'를 신청한다.

 

"죽음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동안만이라도, 삶을 선택해 주시겠어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 클리닉 레벤스발의 닥터 그레타 리버만(p.167)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감추는 것이 미덕이었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유도라. 자신의 행복, 기쁨, 사랑보다는 가족의 평온을 우선시했던 유도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베아트리스도, 동생 스텔라도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유도라였다. 유도라는 선택했다고 하지만, 나는 희생이라고 생각한다. 상호 작용이 일어나야 하는데 유도라의 선택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유도라는 점점 외부와는 단절된 채 내부로 침잠하게 된 게 아닌가 싶다.

 


매일 선글라스를 끼고 수영장을 찾아 삼십 분 동안 수영을 하는 시간이 예전 유도라에게는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추진력과 목적의식을 갖게 해주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물속에서의 느낌일 뿐 풀장에서 나오면 현실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발적 안락사' 병원에 연락하고는 이렇게 적었었다.

 


 

 


하지만, 유도라가 달라졌다!

회색이었던 그녀의 세상은 소녀 로즈가 형용색색 찬란한 빛으로 물들이면서 달라진다. 스탠리와의 우정은 동년배들과의 교류로 이끈다. 유도라의 세상에 온기와 웃음 그리고 친절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녀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안전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로즈와 스탠리와의 우정이 삶의 활력이자 목적이 되어준 것이다. 사람과 있으면 긴장되고 불편했던 그녀가 마음을 열고 다시금 관계를 맺어가는 이야기는 삶의 소중한 부분을 잘 비추고 있다. 발끝부터 차오르는 따스함이 온몸을 감싸고 올라왔다.

삶이란 소중한 것이고 우리에게 계속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한 우리는 그 여정을 따라야 한다고.

- 유도라 허니셋(p.322)

 


 

 


"유도라 할머니! 아직 살아 있어요?" - 로즈 트레위드니(p.496)

 

소설 속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로즈'였다. 너무나 사랑스러우면서도 통찰력이 있는 로즈. 그런 로즈의 현실적인 상처는 더 도드라져 보였다. 용감하고 배려심 넘치는 로즈일지라도 친구들에게 입은 상처는 깊고 쓰라릴 것이다. 그래서 두려워하고 외면하고픈 모습을 보인다. 이런 로즈를 위해 유도라와 스탠리는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빛나는 로즈의 웃음이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그 아이가 가진 풍부하고 섬세한 감성이 독특하고 유쾌하게 표출될 때마다 가슴은 따뜻해지고 눈시울은 뜨거워졌다.

 


삶을 사랑하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친구에게 친절을 베풀 줄 아는, 멋진 이들이 들려주는 '좋은 죽음 이야기'는 '좋은 삶' 이야기였다. 다정하고 따뜻하고 사랑 넘치는, 유쾌한 사는 이야기 속에서 죽음은 평온하였다. 천천히 마음을 담아 안녕!

 


괜찮을 거야. 다 괜찮을 거야.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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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에서 배워라 - 해나 개즈비의 코미디 여정
해나 개즈비 지음, 노지양 옮김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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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에서 배워라/ 해나 개즈비/ 창비




우리나라에서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낯설다. 하지만 OTT라는 플랫폼을 타고 다양한 문화와 예술,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오늘날에 약간의 생경함은 오히려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 그렇게 넷플릭스에서 해나 개즈비의 <나네트>를 만났다. 쇼 내내 그가 말한 대로 긴장감을 조였다 풀었다 강약 조절하면서 분위기를 압도했다. 강렬한 조우만큼 아쉬움이 큰 짧은 쇼 타임이었다. 그 아쉬움을 달래줄 두툼한 책을 마주했다.

 

 

 

 

선천적 기질과 오스트레일리아 남부 해안에 있는 작은 섬 태즈메이니아의 문화와 정치와 사회 그리고 관습 안에서 형성된 후천적 성격이 '해나 개즈비'로 발현되는 여정을 담고 있었다.

 

"액체가 분필에 스며들듯 자연스럽게"

 

 

코미디쇼에서도 느꼈지만, 활자로 만나는 그는 한층 더 독특하고 상상력이 넘치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다층적인 면모를 보였다.

 

첫 번째 책 시핀 소폰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이층 침대에서 자는 언니의 발이 달랑거리며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는 이야기는 그가 세상을 만나고 바라보는 방법을 보여주는 듯 여겨졌다.

이 세상 어떤 사람에게 한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이 발꾸러기에게 했다. 그래서 이 발이 더 이상 밤에 자신을 찾아오지 않게 되자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실감에 빠졌다고 한다. 저런, 발꾸러기가 이렇게나 부러울 수가. 남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를 그 발꾸러기는 맞장구치면서 잘 들었겠지.

 


 

"괜찮았다.

나는 언제나 한참 있다 보면 괜찮아진다.

변화에 적응하는 일이 남들보다

훨씬 더 어려웠을 뿐이다."

 

 

 

 

1998년 웨스턴의 커밍아웃

생뚱맞았지만 왠지 해나 개츠비 다웠다.

"너는 레즈비언"

평소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 풍경에 더해진 한 문장의 무게가 고스란히 손끝으로 전해져 왔다. 70세 이하의 첫 성인 친구에게 커밍아웃할 기회를 안전한 장소에서 선물 받았지만 해나는 받지 않았다.

 


 

 


해나 개즈비는 자신의 정체성을 태즈메이니아 출신과 뚱뚱한 몸 그리고 레즈비언으로 드러냈다. 그렇게 스스로를 비하하면서 웃음을 주던 그는 이제 코미디를 그만둬야 되겠다고 했다. 반의적인 표현으로 달라진 그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여자들은 안 웃겨. 하지만 당신은 예외야!

당신은 웃겨, 그러니까 당신은 괴짜야.

 

 


 

 


태즈메이니아를 떠나고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기까지 7여 년의 방랑 시절도,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에서 주최한 신인 코미디언 대회인 로 코미디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어서도, 경력의 정점에 있을 때조차 충만한 행복감과 안정감을 누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대에서 타인에게 펀치라인을 날리며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자신은 연애도 잘 안 풀리고, 즐겁게 쇼를 마치고 만족감과 자신감에 도취된 상태에서 피드백을 받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으면서도 말이다. 그리고 그가 언어로 표현하기 싫어하는, 수치심의 밑바닥에 파묻혀 열심히 휘저어야 들출 수 있는 성추행, 강간의 트라우마도 있다.

 

감정을 정제한 듯 최대한 절제한 표현에서도 해나의 내밀한 상처와 고통이 느껴져서 울컥하면서 읽고, 같이 분노하면서 읽었다. 그러다가도 피식 웃어버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는 천상 코미디언이다.

코미디 동료에게도, 다른 레즈비언에게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아 부모에게도 그리고 엄마에게도 피드백을 받거나 부정 받는 상황에서도 해나는 자신이 제일 잘하는 일에 열심이다. 바로 농담이다. 이 지치지 않고 뿜어내는 생명력에 압도당한다. 멋지다!

 

 


"내가 제일 후회하는 게 뭔지 아니?

내가 널 이성애자처럼 키운 거야.

네가 바뀌길 바란 거 같아. 세상은 바뀌지 않을 테니까.

엄마가 네 친구가 되어줬어야 했는데 못 했지. 나를 용서 못 할 것 같다."

해나 개즈비의 엄마의 말

 


<차이에서 배워라>

그가 코미디 페스티벌 무대에서 항의 시위 이벤트로 벌이는 동료들의 결혼식 축사에서 쓴 것처럼 배제의 부당함에 깊이 공감한다. 배제가 개인에게 가져온 파장을 조근조근 짚어주는 그의 섬세한 통찰력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인간이 동료 인간을 배제할 권리가 있는가?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성숙한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본다. 힘들고 어려울 수도 혹은 거북하고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찍어내는 인형이 아닌 이상 우리 인간은 다 다르고 다양하다. 반려견 더글라스가 전하는 온기뿐 아니라 우리가 발휘하는 인간애에 녹아들었으면 좋겠다.


 

"다양성은 우리의 힘입니다.

차이는 우리의 선생님입니다."

해나 개즈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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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날아 차 - 작심삼일 다이어터에서 중년의 핵주먹으로! 20년 차 심리학자의 태권도 수련기
고선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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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날아~차/ 고선규 지음/ 한겨레출판



읽는 내내 저자가 내뿜는 기운에 압도되어 읽었다. 저자가 다니는 태권도장 근처에 살았더라면 어느새 입회원서를 쓰고 있을지도 모를 정도로 기분 좋게 설득당했다.

 

<여섯 밤의 애도>, <우리는 모두 자살 사별자입니다> 저자가 쓴 에세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유쾌하고 기운찼다. 중년, 지천명이 가까운 나이에 저자는 역동적인 태권도를 시작하였다. 시대의 유행에 따라 안 해본 운동, 다이어트가 없을 정도인 그는 친구의 권유로 태권도를 시작하게 되었다.

 


"너랑 어울려. 네가 하면 재밌어할 거야. 한 번 해 봐."

 


진득함이 없는 그였기에 주위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으나 어느새 1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는 태권도에 매료되어 망설이고 있는 미래의 수련 동지들에게 손을 내민다, 아주아주 적극적으로.

 

본책에서도 나왔지만 태권도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많이 다니는 체육 학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아파트가 새로 들어서면 상가 건물에 가장 먼저 걸리는 간판은 학원이고, 그중에서도 피아노 학원과 태권도장이 1위다. 여자아이들은 피아노 학원, 남자아이들은 태권도장으로 유치원 하원 후, 초등학교 하교 후 줄지어 가는 모습은 흔한 동네 풍경이다.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들 위주라 태권도가 무술, 무예보다는 생활체육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성인이 다니는 태권도장을 연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희귀성 때문일 것이다. 특히 2,30대가 아닌 40대가 앗! 얏! 핫! 기합과 함께 땀 흘리고 있는 태권도장은 별천지나 다름없다. 그런 진귀한 세상을 고선규 저자는 <내 꿈은 날아~차> 책으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20년 차 심리학자의 태권도 수련기'라는 설명에 흥미가 생겨 서평단 신청을 한 책이었다. 우리 집에는 나를 제외한 모든 식구들이 유단자이다. 남편은 태권도 1단, 딸과 아들은 합기도 3단이다. 아이들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니 더 높아질지도. 한참 공부에 매진할 시기라 주위의 염려를 사고 있다. 하지만 달리기 외에는 체육활동을 좋아하지 않은 나였기에 휙휙 날고 떨어지는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신기하고 멋져 보여 그네들이 그만둔다고 할 때까지 무한 응원할 것이다.

 

청소년이 진로가 아닌데 도장에 다니는 것도 이렇게 신기한 일인데 중년의 여성이 태권도를 시작하였다. 계기나 배경을 비롯한 모든 게 궁금했다. 저자는 자신의 출생 일화부터 시작하여 삶의 순간 함께 했던 운동과 다이어트들을 되짚어보면서 태권도와의 역사적인 만남을 기록하였다.




 

 

자신의 체구에 대해 솔직하게 적어내려간 2장의 웃픈 역사를 안고 중년이 된 저자 앞에 '노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을 똑딱똑딱 타이머를 재며 다가오고 있다는 자각이 든다. 하지만 심리치료자답게 불안감을 다독여가는 3장의 이야기에 덩달아 힘을 얻는다. 몸으로 먼저 맞이하는 늙음, 나이가 들어 무언가를 욕망하려면 건강이 허락해야 한다는 진실을 깨닫고 새삼 서글퍼졌다는 글에서 마음이 서걱거렸다. 그래, 고통의 근원인 몸이 내는 소리, 신체 감각이 내는 소리를 듣기 위해 태권도를 시작했구나.

 

 

"나에게 태권도는 몸과 마음이 매우 민첩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

마음에만 집중할 때는 알 수 없었던 해결책이 신체감각을 자극하고

몸을 제대로 쓰면서 발견되기도 한다는 걸 깨닫게 한 운동이다.

태권도는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여러모로 특별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 "

 


태권도를 시작하면서 미처 몰랐던 자신의 악력을 깨닫고 타고난 핵주먹의 재능을 썩히고 있었던 게 아닐까 안타까워하는 모습, 즐기다 보니 기운이 참 좋고 그 기운이 격투기와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닫는 모습, 동년배들과 함께 수련하며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주고 힘을 받는 모습, 무엇보다 태권도를 사랑하는 모습이 멋졌다. 그리고 그 행복과 충만함, 자신감을 널리 나누고자 애쓰는 각고의 노력이 깊이 전해져 왔다.

 

'뒤듬바리'라 불렸던 중년의 지식 노동자가 즐기고자 시작한 태권도에 푸욱 빠져 무도로서의 태권도 면면을 통찰력 있으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매력을 뽐내며 전하고 있는 <내 꿈은 날아~차> 덕분에 땀 흘리며 운동하던 소싯적 기분에 젖어들었다. 70년대 태어나 향유했던 추억이 듬뿍 담긴 책이라 더 집중하면서, 공감하면서 빠져들어 읽었다. 특히 중년의 수련생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꿈꿀 수 있는 힘과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태권도는 나를 보호하기 위함이지 타인을 공격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태권도의 정신은 평화이며, 태권도는 평화의 무예입니다."

 


한겨레 하니포터6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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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커피일 뿐이야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2
이선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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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커피일 뿐이야/ 이선주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상실은 성인에게도 큰 상처를 준다. 충분한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남은 이들끼리 떠나보낸 이에 대해 같이 생각하고, 이야기하면서 감정을 토해내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쉽지 않다. 죽음, 상실로 인한 슬픔, 고통을 같이 나누는 것을 어려워한다. 더 슬플까 봐……, 더 아플까 봐……, 더 힘들까 봐. 이런 장애물들이 상처를 드러내는 행위를 망설이고 꺼리게 한다. 하지만 안으로 안으로 삼키기만 한 상처는 곪을 뿐이다. 되려 독소가 되어 자신을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힘들게 한다.

좀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상처를 내보일 수 있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강산의 이야기에 마음이 찡해지는 이유이다.

 


 

 

 

[단지 커피일 뿐이야] 주인공 강산은 평범한 가정에서 부모와 여동생과 함께 생활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이 상처가 아물기도 전인 1년 만에 엄마가 재혼을 했다, 아빠의 단골 카페 사장이랑.

 

아직 아빠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집에 낯선 남자가 들어오고, 커피 냄새가 퍼져나갔다. 산이는 커피 냄새가 불쾌하고 역겨웠다.

 

예전에 비해 다양한 가족 형태를 만날 수 있다. 강산의 재혼가정도 그렇다. 초혼의 남성과 재혼의 여성 그리고 여성의 두 자녀가 결합한 가정이다. 주위에 남 말 하기 좋아하는 이들의 타깃이 되기에 딱이다. 안타깝지만 남의 일은 구경거리요 이야깃거리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말고라는 식으로 억측들이 쏟아지고, 생명을 지닌 듯 커져간다. 드디어 산이에게도 그 억측의 줄기가 톡! 도착했다.

 


고등학생 2학년, 신체는 거의 다 자랐다 하더라도 정신적인 면은 자라는 중이다. 그런 아이에게 연달아 찾아온 아빠의 죽음, 엄마의 재혼은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납득하고자 노력하는 산이의 고투가 이해가 되고 안쓰러웠다.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진행된 일들이 자신의 삶을 뒤흔들고 있으니 얼마나 당황스럽고 화나고 싫을 것인가. 그리고 아빠와의 마지막 기억으로 자신을 미워하고 있는 산이에게는 더욱더 큰 고통일 것이다.

 

아빠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산이가 주위의 도움으로 갑작스러운 엄마의 재혼을 파헤쳐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참 가슴 시렸다. 산이가 가여워 눈시울이 붉어졌다.

진실은 이미 산이도 알고 있었기에 왜?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산이에게 엄마도, 새아빠 브랜든도 자신의 마음을 열어 보인다. 산이가 힘들다 SOS 구조요청을 보냈기에 늦었지만, 서로의 진심을 보여주었다.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재혼의 이유였다. 엄마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처음부터 이런 시간을 가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이 들지만, 

내 생각도 산이의 생각과 같다.

우리는 좀 더 빨리 이런 시간을 가져야 했다. 하지만 지금도 너무 늦진 않은 거겠지, 그렇게 믿고 싶었다.

 


 

 

 


브랜든의 시선에 눈길이 머물렸다.

"커피 냄새 같은 걸 늘 가지고 다니는 게 인생 같더라고. 그건 절대 없어지지 않아. 없어진 것 같더라도 조금만 방심하면 뒤에서 슬쩍 나타나서 나 여깄어, 하는 거지."

 

강산의 커피 냄새에 대한 불쾌한 반응은 엄마의 갑작스러운 재혼으로 생겨냈다. 폭풍우를 견뎌낸 강산과 가족들은 이제 일상을 보낸다. 시간과 제대로 된 설명이 있었다면 강산에게 커피 냄새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강산은 커피 냄새를 맡고 속이 울렁거릴 때마다 아빠를 떠올릴 것이다. 아빠를 추모하고 애도하는 자신의 방식이다. 어느 순간 커피 냄새에 아무렇지 않게 된다면 아빠를 온전히 떠나보낸 것이니 그냥 받아들일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일,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일에 대해 청소년 주인공이 들려주는 진솔한 이야기다. [단지 커피일 뿐이야] 청소년 추천 도서를 많은 청소년들이 읽고 힘을 얻기를 바란다.

 


나를 미워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구나.

나와의 추억을, 시간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구나.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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