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날아 차 - 작심삼일 다이어터에서 중년의 핵주먹으로! 20년 차 심리학자의 태권도 수련기
고선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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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날아~차/ 고선규 지음/ 한겨레출판



읽는 내내 저자가 내뿜는 기운에 압도되어 읽었다. 저자가 다니는 태권도장 근처에 살았더라면 어느새 입회원서를 쓰고 있을지도 모를 정도로 기분 좋게 설득당했다.

 

<여섯 밤의 애도>, <우리는 모두 자살 사별자입니다> 저자가 쓴 에세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유쾌하고 기운찼다. 중년, 지천명이 가까운 나이에 저자는 역동적인 태권도를 시작하였다. 시대의 유행에 따라 안 해본 운동, 다이어트가 없을 정도인 그는 친구의 권유로 태권도를 시작하게 되었다.

 


"너랑 어울려. 네가 하면 재밌어할 거야. 한 번 해 봐."

 


진득함이 없는 그였기에 주위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으나 어느새 1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는 태권도에 매료되어 망설이고 있는 미래의 수련 동지들에게 손을 내민다, 아주아주 적극적으로.

 

본책에서도 나왔지만 태권도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많이 다니는 체육 학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아파트가 새로 들어서면 상가 건물에 가장 먼저 걸리는 간판은 학원이고, 그중에서도 피아노 학원과 태권도장이 1위다. 여자아이들은 피아노 학원, 남자아이들은 태권도장으로 유치원 하원 후, 초등학교 하교 후 줄지어 가는 모습은 흔한 동네 풍경이다.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들 위주라 태권도가 무술, 무예보다는 생활체육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성인이 다니는 태권도장을 연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희귀성 때문일 것이다. 특히 2,30대가 아닌 40대가 앗! 얏! 핫! 기합과 함께 땀 흘리고 있는 태권도장은 별천지나 다름없다. 그런 진귀한 세상을 고선규 저자는 <내 꿈은 날아~차> 책으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20년 차 심리학자의 태권도 수련기'라는 설명에 흥미가 생겨 서평단 신청을 한 책이었다. 우리 집에는 나를 제외한 모든 식구들이 유단자이다. 남편은 태권도 1단, 딸과 아들은 합기도 3단이다. 아이들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니 더 높아질지도. 한참 공부에 매진할 시기라 주위의 염려를 사고 있다. 하지만 달리기 외에는 체육활동을 좋아하지 않은 나였기에 휙휙 날고 떨어지는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신기하고 멋져 보여 그네들이 그만둔다고 할 때까지 무한 응원할 것이다.

 

청소년이 진로가 아닌데 도장에 다니는 것도 이렇게 신기한 일인데 중년의 여성이 태권도를 시작하였다. 계기나 배경을 비롯한 모든 게 궁금했다. 저자는 자신의 출생 일화부터 시작하여 삶의 순간 함께 했던 운동과 다이어트들을 되짚어보면서 태권도와의 역사적인 만남을 기록하였다.




 

 

자신의 체구에 대해 솔직하게 적어내려간 2장의 웃픈 역사를 안고 중년이 된 저자 앞에 '노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을 똑딱똑딱 타이머를 재며 다가오고 있다는 자각이 든다. 하지만 심리치료자답게 불안감을 다독여가는 3장의 이야기에 덩달아 힘을 얻는다. 몸으로 먼저 맞이하는 늙음, 나이가 들어 무언가를 욕망하려면 건강이 허락해야 한다는 진실을 깨닫고 새삼 서글퍼졌다는 글에서 마음이 서걱거렸다. 그래, 고통의 근원인 몸이 내는 소리, 신체 감각이 내는 소리를 듣기 위해 태권도를 시작했구나.

 

 

"나에게 태권도는 몸과 마음이 매우 민첩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

마음에만 집중할 때는 알 수 없었던 해결책이 신체감각을 자극하고

몸을 제대로 쓰면서 발견되기도 한다는 걸 깨닫게 한 운동이다.

태권도는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여러모로 특별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 "

 


태권도를 시작하면서 미처 몰랐던 자신의 악력을 깨닫고 타고난 핵주먹의 재능을 썩히고 있었던 게 아닐까 안타까워하는 모습, 즐기다 보니 기운이 참 좋고 그 기운이 격투기와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닫는 모습, 동년배들과 함께 수련하며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주고 힘을 받는 모습, 무엇보다 태권도를 사랑하는 모습이 멋졌다. 그리고 그 행복과 충만함, 자신감을 널리 나누고자 애쓰는 각고의 노력이 깊이 전해져 왔다.

 

'뒤듬바리'라 불렸던 중년의 지식 노동자가 즐기고자 시작한 태권도에 푸욱 빠져 무도로서의 태권도 면면을 통찰력 있으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매력을 뽐내며 전하고 있는 <내 꿈은 날아~차> 덕분에 땀 흘리며 운동하던 소싯적 기분에 젖어들었다. 70년대 태어나 향유했던 추억이 듬뿍 담긴 책이라 더 집중하면서, 공감하면서 빠져들어 읽었다. 특히 중년의 수련생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꿈꿀 수 있는 힘과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태권도는 나를 보호하기 위함이지 타인을 공격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태권도의 정신은 평화이며, 태권도는 평화의 무예입니다."

 


한겨레 하니포터6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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