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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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장편소설/

안은주 옮김/ 한스미디어




이렇게 예쁜 옷을 입고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우리를 만나러 왔어요.

마음이 촉촉해지는 이 책으로 많은 분들이 위안 받았으면 좋겠어요.

소설 평점(★★★★★)

 

 

 

 

"늙음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저항하고,

달갑지 않은 피부를 벗어내듯

옆으로 치워버릴 것이다."

 

 

 

85세 할머니 그리고 죽음을 다루는 소설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이리도 유쾌하고 신선하게 풀어낸 작가 애니 라이언스의 저력에 감탄했다. 유도라와 로즈 그리고 스탠리 삼인방을 따라다니며 같이 웃고 울고 놀라다 보니 어느새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 끝나있었다. 솔직히 책을 처음 받아보았을 때 두께에 놀란 나는 페이지터너로 계속 넘어가는 책장에 또 한 번 놀랐다. 80대 할머니 할아버지와 열 살 소녀의 조합은 상상외로 신선하고 아름답고 다정했다.


 

 


 

 


삶을 어떻게 살지 선택해왔듯이 어떻게 죽을지도 선택하겠다는 유도라 허니셋. 그녀가 실행하고자 하는 '죽음'은 남다르다.

 

내 죽음이니까. 내 방식대로.


주문처럼 되뇌는 유도라의 결의에 찬 모습을 소설 속에서 마주할 때마다 이해가 되고 공감이 갔다. 하지만 시린 슬픔으로 가슴이 아렸다. 집안으로, 자기 안으로 침잠하는 그녀는 외롭지 않다 말하지만, 온기를 품어본 적이 없는 그녀이기에 부정하는 것이요, 외면하는 것이리라. 이런 유도라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사람들과 부대낄 수 있도록 다가서는 이들이 있어 감사했다. 타인에게 벽부터 치는 유도라지만 진심으로 친절을 베푸는 로즈와 스탠리에게는 조금 달랐다. 그렇게 세 사람은 친구가 되었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현재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그와 비슷한 내용인 유도라의 추억이 회상처럼 펼쳐진다. 1940, 50년대 과거 이야기와 2018년도 현재 이야기가 중첩되면서 독자는 '유도라 허니셋'이라는 인물에 더욱더 빠져들게 된다.

 

그녀의 일생을 톺아보는 일은 개인의 삶이 결코 개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였다. 아버지 앨버트 허니셋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전쟁터로 떠나야만 했다. 결국 전쟁은 유도라 가족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아버지는 전사하고, 어머니 베아트리스는 자신의 상처가 너무 커서 딸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지 못했다. 아버지는 한 번도 본 적 없고 어머니는 돌봐주지 않는 환경에서 동생 스텔라는 가족의 골칫거리로 자랐다. 그렇지만 우리의 주인공 유도라는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였다.

"아빠가 없는 동안 네가 씩씩하게 지내면서 엄마랑 아기를 돌봐줘야 해."

- 앨버트 허니셋

 




 

읽기 전에는 단순히 '죽음'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난 지금은 '삶'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기억된다. 죽음은 우리의 삶이라는 소중한 여정에 찾아오는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관계 속에서 두려움 없이 맞이하는 '좋은 죽음'을 말하고 있다.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사랑, 웃음, 눈물, 희망, 기쁨으로 충만한 삶을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죽음'에 대해 말하기를 권한다.

 


유도라는 가족들이 다 떠나고 홀로 남은 후에는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며 살아왔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들인 반려묘 몽고메리와도 냉랭하다. 노화로 점점 일상이 불편하고 힘겨워지자 '삶의 주도권'이라는 선택으로 '자발적 안락사'를 신청한다.

 

"죽음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동안만이라도, 삶을 선택해 주시겠어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 클리닉 레벤스발의 닥터 그레타 리버만(p.167)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감추는 것이 미덕이었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유도라. 자신의 행복, 기쁨, 사랑보다는 가족의 평온을 우선시했던 유도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베아트리스도, 동생 스텔라도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유도라였다. 유도라는 선택했다고 하지만, 나는 희생이라고 생각한다. 상호 작용이 일어나야 하는데 유도라의 선택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유도라는 점점 외부와는 단절된 채 내부로 침잠하게 된 게 아닌가 싶다.

 


매일 선글라스를 끼고 수영장을 찾아 삼십 분 동안 수영을 하는 시간이 예전 유도라에게는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추진력과 목적의식을 갖게 해주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물속에서의 느낌일 뿐 풀장에서 나오면 현실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발적 안락사' 병원에 연락하고는 이렇게 적었었다.

 


 

 


하지만, 유도라가 달라졌다!

회색이었던 그녀의 세상은 소녀 로즈가 형용색색 찬란한 빛으로 물들이면서 달라진다. 스탠리와의 우정은 동년배들과의 교류로 이끈다. 유도라의 세상에 온기와 웃음 그리고 친절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녀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안전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로즈와 스탠리와의 우정이 삶의 활력이자 목적이 되어준 것이다. 사람과 있으면 긴장되고 불편했던 그녀가 마음을 열고 다시금 관계를 맺어가는 이야기는 삶의 소중한 부분을 잘 비추고 있다. 발끝부터 차오르는 따스함이 온몸을 감싸고 올라왔다.

삶이란 소중한 것이고 우리에게 계속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한 우리는 그 여정을 따라야 한다고.

- 유도라 허니셋(p.322)

 


 

 


"유도라 할머니! 아직 살아 있어요?" - 로즈 트레위드니(p.496)

 

소설 속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로즈'였다. 너무나 사랑스러우면서도 통찰력이 있는 로즈. 그런 로즈의 현실적인 상처는 더 도드라져 보였다. 용감하고 배려심 넘치는 로즈일지라도 친구들에게 입은 상처는 깊고 쓰라릴 것이다. 그래서 두려워하고 외면하고픈 모습을 보인다. 이런 로즈를 위해 유도라와 스탠리는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빛나는 로즈의 웃음이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그 아이가 가진 풍부하고 섬세한 감성이 독특하고 유쾌하게 표출될 때마다 가슴은 따뜻해지고 눈시울은 뜨거워졌다.

 


삶을 사랑하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친구에게 친절을 베풀 줄 아는, 멋진 이들이 들려주는 '좋은 죽음 이야기'는 '좋은 삶' 이야기였다. 다정하고 따뜻하고 사랑 넘치는, 유쾌한 사는 이야기 속에서 죽음은 평온하였다. 천천히 마음을 담아 안녕!

 


괜찮을 거야. 다 괜찮을 거야.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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