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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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와 파도/ 강석희/ 창비교육




<꼬리와 파도> 책 제목을 보고는 무슨 의미인지 유추할 수 없었다. 파도는 대충 감이 오는데 꼬리는 뭐지? 와닿지 않았다. 궁금증을 안고 책을 읽어나가다 이 문장에 이르렀다.

"꼬리는 정말로 파도가 됐다."

 

무경과 현정과 서연 그리고 예찬의 목소리가 꼬리에서 꼬리로 전달되어 파도를 일으켰다. 이 파도는 평범과 보통의 세계에서 어른들과 아이들에게 상처받았던 아이들에게 변화의 시작이 되어주었다. 상처입었던 또다른 이들이 아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던 학교, 어른을 향해 기꺼이 자신의 목소리를 더해 힘을 보태준 것이다. 나, 너가 아닌 우리가 되는 연대는 단단한 뿌리가 되어 아이들의 상처와 고통을 감싸주었다. 그렇게 <꼬리와 파도>는 이어졌다.

 

 

 


 

- 제 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수상작 -

'성장'에 내포된 의미들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가정, 학교, 사회로 이어지는 아이들의 상처와 고통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목소리로 세상에 잘못을 외쳐 드러내고 바로잡으려는, 주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 길을 걸어가는 아이들은 성장했다. 성숙했다.

하지만 그 고통의 원인이 되었던 이들은 과연 변했을까? 그들 또한 성장하고 변할 거라 믿고 싶지만, 20세기의 열여섯, 열다섯 이야기와 21세기 열여섯 이야기가 가슴시리게 닮아있었다.

 

그렇다면 20세기에 일렁였던 꼬리의 파도는 사라진 것일까? 의미가 없는 것일까? 많은 것을 바꾸진 못했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건 아니었다. 이 꼬리의 파도가 21세기 열여섯 선이와 미주에게 밀려왔으니까 또 그렇게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언젠가 꼬리가 사라지는 날을 떠올리며 웃어본다. 무경과 지선, 현정과 미란과 서연, 예찬과 종률 그리고 선이와 미주까지 다정하게 눈길을 마주치며 밝은 웃음을 나누는 그 날, 생각만으로 온몸에 온기가 차오른다.

 

 

성장한 사람인 '성인'인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 다각적으로 잘 드러난 작이었다. 어른이 마땅히 짊어져야하는 역할을 소수만이 감당해나가는 부끄러운 현실을 잘 그려내고 있다. 그보다 더 끔찍한 건 상처입은 아이들이 믿고 따랐던 어른에게 폭행을 다행하는 사실이다. 그들이 입은 상처를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위로해주던 다정한 입과 손이 그들에게 폭행과 추행을 저지르는 탐욕스런 입과 손으로 변하는 순간의 공포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믿음에 배신당해 산산조각난 마음을 이어붙을 수 있게 만드는 게 가능할까? 그 끔찍한 고통을 기꺼이 나눠지려는 친구들이 있고, 제방식대로 온기를 나눠주는 다정한 사람들이 있다면 '다음'이 올 거라 믿고 싶다.

 

 


 

이야기는 어른이 된 무경이 체육교사로 있는 중학교에서 시작되는데 의미있고 묵직한 감동을 전한다. 힘겨웠던 학창시절을 보낸 학교로 돌아와 상처입은 아이들을 보호하고 응원하며, 학교를 변화시키려 씩씩하게 나아가는 단단한 무경이 빛나보였다.

 

온라인수업 중 특정 제스처를 한 여학생을 대상으로 욕설과 비속어가 가득한 메시지를 보내 '응징(남학생들의 표현)'하는 일이 벌어진다. 담임 선생님의 미온적인 대처와 불성실한 남학생들의 사과에 분노한 여학생 선이와 미주는 체육교사 박무경을 찾아갔다. 그들을 맞은 무경은 "잘 찾아왔어. 제대로 찾아왔어."라며 다독여준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도록. 그리고 염려하는 선이와 미주에게 "괜찮아. 나한테는 친구들이 있거든."라 안심시킨다. 

 

 

"우리가 지켜 줄게. 혼자서는 못하지만

우리가 되어, 너를 지켜줄게."

 

 

 

학교폭력, 스쿨미투, 데이트 폭력, 운동부 사제 간 폭력

우리의 아이들이 배우고 성장하는 '학교'라는 곳에서 입에 담기조차 힘겨운 추악한 범죄, 사건들이 벌어졌다. 마땅히 이를 수면으로 끌어올려 제대로된 마무리를 해야하는 데도 안위와 평판 등을 이유로 덮기에 급급한 이들의 모습에서 피해자들은 더 큰 상처와 고통, 외로움을 겪는다. 하지만 외면하지 않는 무경처럼, 현정처럼, 예찬처럼 그렇게 세상에 외치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렇게 다같이 나아가는 단단한 걸음이 파도가 되어 우리의 발을 적시는 이야기가 탄생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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