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든 분식 - 제1회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 대상 수상작 초승달문고 52
동지아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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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든 분식/ 동지아 글/ 윤정주 그림/ 문학동네



동지아 작가의 첫 번째 책 <해든 분식>

제1회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주룩주룩 비가 오는 어느 날, 우산을 잃어버린 정인이가 겪는 뜻밖의 에피소드를 사랑스럽게 담아낸 작품이다. 둘째로서 엄마한테 느낄 수 있는 서운함, 친구 사이의 우정과 부러움 그리고 미묘한 기류 등 정인이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신비한 경험이 펼쳐진다. 순수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따스하고도 맛난 하루를 만날 수 있다. 







"그 우산 펴면! 음……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으로 변한다!

한 번 더 펼치기 전까지는 절대 원래대로 못 돌아와!"







정인이는 지안이와 소미랑 함께 튀김 삼총사다. 오지안은 오징어튀김, 고소미는 고구마튀김, 강정인은 닭강정. 닭강정은 우정 별명이자 좋아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지난주 생일파티 이후 닭강정이 예전만큼 좋지 않은데…… 

비가 오는 날, 하교하려는데 우산이 없다. 정인이는 친구 준찬(반찬)을 의심하고, 준찬은 자신이 가져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정인이는 말다툼이 이어지자 저주 걸린 우산이라며 실컷 쓰라며 쏘아붙인다. 그러고는 비를 맞은 채 학교 앞 엄마 가게 '해든 분식'으로 뛰어간다.







엄마는 배달 가고 홀로 가게를 지키면서 분식집 둘째 딸이라 겪는(다고 생각하는) 설움 털어놓는 정인이가 사랑스럽다. 언니한테 물려받아 쓰고, 가게에서 공부하는 일상이 자신의 마음을 세심히 살펴주지 않는 엄마 때문에 더 큰 상처가 되어버린다. 특히 생일 파티가 문제였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을 테다. 정인이의 속상한 마음이 비가 되어 내리듯 하늘에서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정인이의 뾰족해진 마음이 글을 통해 잘 드러난다. 



정인이의 시선을 좇으며 가족과 친구들을 살피는 게 재미있다. 정인이가 바라보는 그 너머 캐릭터들을 들여다보면 정인이는 모르는 속마음을 알게 된다. 글자 사이사이에서, 문장 사이사이에서, 그림에서 빼꼼히 고개 내미는 진짜 마음이, 감정이 어여쁘다. 센스는 부족하지만 좋아하는 음식으로 파티를 열어주고픈, 항상 든든히 먹이고픈 엄마의 다정한 마음, 우정과 사랑 사이 챙겨주고 싶은 준찬이의 설레는 마음이 빙긋 미소 짓게 만든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마음이 오가는 사이, 정인이는 아찔한 모험은 겪는다. 숨 졸이게 만드는 아슬아슬한 상황들이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새 비가 그치고 햇살이 드리운 <해든 분식>이다. 정인이의 서운한 마음도 햇살이 스르르 녹여주었으려나~ 



딱 정인이 다운 상상력과 고소짭짤 매콤달콤한 맛난 분식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읽는 내내 침이 고이는 맛난 책 <해든 분식>은 읽기 전 준비물이 있다. 바로 강정인이 좋아하는 닭강정이다. 꼬치 꽂아 하나씩 먹으며 읽어야 제맛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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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
심너울 지음 / 한끼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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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너울이 창조한 세상 속에서 살고 싶다는 욕망이 솟구치게 만드는 이야기 -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


드라마 시나리오를 쓰고, 원작이 영화화되는 SF 소설가답게 눈앞에 그려지는 생생하고 감각적인 글로 독특하고도 엉뚱한 세상을 전하고 있다. 아홉 편의 단편들로 구성된 소설집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는 심너울 표 상상력을 세상에 각인시키기에 충분하다 못해 넘치고 있다. 


MBTI, 인공지능, 외계인, 초능력, 지구 멸망 등등 다채로운 소재로 꾸려진 이야기들은 미래 시점이지만 신기하게도 현재 시점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있다. 심너울 작가의 유머 코드와 현실 인식이 잘 녹아든 블랙코미디 같다가도 인류애 넘치는 정의로운 영웅들이 등장하는 히어로물 같다가도 세상 애절한 러브스토리가 펼쳐지니 산해진미로 가득 찬 뷔페 같다. 취향껏 즐길 수 있고, 애정 하는 등장인물의 이후를 상상할 여지가 많다. 


글 속 현실 에피소드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펜촉으로 꼬집은 현상은 현실에서나 가상에서나 씁쓸함을 동반한다.  

정부 주도로 MBTI 유형별 일자리 지원정책을 시행하거나, 국가 존망 위기에 최첨단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이 내놓은 대책이 대형마트에 유통되는 대파의 가격에 관한 것이거나, 초능력자에게 배달 앱 같은 플랫폼에서 일거리를 제공하거나, 게임 시장의 열악한 개발 환경들은 현실 속 우리와 소설 속 등장인물들과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버린다. 그들의 오늘이, 더 나은 내일을 향한 선택이 절절하고 절실하게 다가온다. 



따지고 보면 진짜 초능력은 자본 아닌가 싶더라고요. 최경현이 스톡옵션으로 번 돈만 수백억이 넘는다는데 진짜 우리 힘을 부러워하겠어요? 그 능력으로 이렇게 이용되기나 하는데?

- 내 안의 영웅, 핸디히어로 205p


진부한 인간의 한계에 얽매여 있는 존재인 현우가 결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현우는 아무 결정도 할 수 없었다. 이 하얀 감옥 속에서, 그는 여전히 인간성의 클리셰를 사랑하고 있었다.

- 클리셰 149p






신, 창조주, 창시자에 관한 이야기가 눈에 띈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 컬럼을 쓰는 작가, 게임 개발자, 가상세계 제작가, 설계자가 미지의 세계를 구축하면서 스스로를 '신'이라 여기는 장면들이 나온다.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 빠져들면서 도취하여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다 다시 딱딱한 바닥에 발을 딛게 하는 현실 자각이 일어난다. 무기력한 좌절을 겪고도 다시 현실을 뛰어넘고자, 지키고자 나름대로 행동한다. 진부함을 이기기 위해 의식을 컴퓨터로 전송하고자 하거나 신의 버그를 눈치채고 세상을 구원하고자 애쓰는 인물들의 선택은 흥미로웠다. 


인간은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낸다. 질서를 빚는 것만큼 신적인 일이 어딨겠는가?

- 클리셰 138p






아홉 편의 단편 중 가장 인상적인 글은 <싹둑>이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합의된 규칙, 규정에 어긋나는 일을 하는 데 일단 부담을 느끼는 터라, 커넥텀 네트워크를 연결하지 않은 '아이리스' 존재 자체가 크게 다가왔다. 수천 명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신념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그 아이의 단단함이 놀라웠다. '소통'과 '갈등'에 대한 통찰이 인도한 의미 있는 지점이었다. 올리브는 아이리스가 말하는 진정한 소통을 스스로 서서히 깨우쳐갔다. 자아와 타아의 구분부터 다르기에 다른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는 소통의 본질을 말이다. 







<달에서 온 불법 체류자>는 영상으로 만나보고픈, 매력 넘치는 작품이다. 초능력자가 넘치게 된 세상에서 초능력자를 관리 ·통제하는 프로미넌스와 월인의 대치는 선악 구조로 히어로물의 포맷을 따르고 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과 주인공의 뒤늦은 자각과 각성까지 볼거리가 풍성하다. 






<키스의 기원>은 극과 극인 남녀의 사랑이 이뤄낸 결말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보다 인간이 키스를 시작하게 된 연유를 '외계인의 지구 정복'과 연결 지은 심너울 작가의 상상력은 엉뚱함을 넘어 기발하였다. 이토록 평화롭고 감미로운 방법으로 이루는 지구 정복을 노리는 녹색 꼴뚜기 닮은 외계인을 본 적이 있나 싶다. 


인공지능에 관한 인간의 상반되는 시선을 보여주는데 오히려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긍정적인 여론이 뒤끓는 데, 부정적인 편의 인간이 대통령이 되도록 인공지능이 도와준다. 심너울 작가는 이 <영웅의 탄생>을 인공지능 모델의 도움을 받아 집필했다고 한다. 허를 찌르는 그의 서사는 글을 읽는 내내 즐거움을 돋우는 자극이 되어주었다. 



다양한 미래를 친절하게 보여주고 있는 심너울표 SF 소설집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

현실의 나무에서 여러 방향으로 뻗은 가지 끝에 매달린 미래 하나를 똑~ 따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가능성을 품은 내일을 그려보는 이들이 있고, 또 읽는 이들이 있다. 심너울이 전하는, 쉽지 않지만 왠지 유쾌하고 다정한 미래 이야기가 오늘의 고단함을 녹이는 불씨가 되어주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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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밀 케이스릴러
이종관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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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밀/ 이종관 지음/ 고즈넉이엔티




역시 이종관! 

캐릭터 간의 숨 막히는 긴장감이 읽는 내내 압박해온다. 대영이 되었다가 해인이 되기도 하면서 등장인물에 동화하여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한번 든 책을 좀처럼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글과 함께 호흡하며 절정을 향해 치닫게 된다. 


드디어 밝혀지는 진실


하지만 문 앞에서 망설이고, 문을 연 후에도 서성이는 대영과 해인을 보면서 '비밀'이 지닌 힘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비밀은 언젠가 몸통을 흔드는 꼬리가 되어 당신을 무너트린다




범죄 스릴러인 <당신의 비밀>은 토막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알게 된 '비밀'을 거래하는 사이트 '당신의 비밀'을 둘러싼 반전극이다. 


어떤 사실도, 어떤 누구도 믿지 못할 상황에 처한 대영과 해인 부부는 사건의 본질에 다가서고자 애쓴다. 등장인물들은 잘 짜인 게임 속 말처럼 범인의 의도대로 생각하고 움직인다. 도대체 어떻게 이들을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만드는 것일까? 대영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불구덩이로 뛰어든다. 




비밀의 가치는 나눌수록 작아지니까요.



단순히 아내를 위해 진범을 잡으려고 했을 뿐인데 진범의 계획에 이용당하는 형사 대영. 이종관 작가는 형사로서, 남편으로서, 개인으로서 '대영'이라는 인물을 면밀하게 그려낸다. 

유능한 형사이지만 가정에는 소홀한 알코올중독자인 그는 아내의 불륜을 형사의 촉으로 감지한다. 하지만 그는 아내의 뒤를 미행하면서도 술을 끊지 못한다. 

중독으로 기억이 끊기는 상황까지 치달아도 끊지 못하던 술, 그 술이 다른 무언가로 대체되는 순간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다. 충격적이면서도 이해가 되는 대영의 선택에 압도되었다. 





세상에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은 없거든요.

대단한 권력이군. 

비밀은 그래서 치명적이죠.





이야기는 시작부터 조여오던 긴장과 속도를 끝까지 놓치지 않고 독자들을 단숨에 결말로 이끈다. 선악의 이차원적 구도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비밀이 어떻게 무기가 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비밀'을 '비밀'로 거래한다. 섬뜩한 상상이지만, 비밀이 어떻게 몸통을 흔들어 무너트리는지를 미리 맛본 자로서 씁쓸한 여운을 즐기고 있다. 




한 번이라도 남의 비밀을 쥐고 흔들어보면, 

절대 못 끊어요.

비밀은 마약 같거든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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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임의 바다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3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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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임의 바다/ 팀 보울러 장편소설/ 다산책방




팀 보울러 작가에게 '바다'는 강렬한 존재이다. <리버보이>, <미짓>에 이어 위험도 불사르는 모험과 도전을 불러일으키는, 바다(물)의 넘치는 생명력을 보여주는 <속삭임의 바다>이다. 


모라 섬에 살고 있는 열다섯 살 소녀 헤티.

헤티는 다른 섬마을 주민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주민들 대부분은 이 능력에 대해 공감 대신 비웃음, 걱정을 보인다. 폭풍이 심했던 어느 날, 배 '모라의 자랑'은 부서지고 낯선 노파가 해변에 떠내려왔다. 주민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퍼 영감은 노파를 '악'이라 칭하는데……






바다유리 속 형상을 보고, 바다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을 느끼는 헤티는 노파를 향한 주민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갑자기 나타난 노파에게 운명을 느끼고 주저 없이 '친구'라 칭한 아이는 주민들의 분노와 증오, 두려움이 끔찍하기만 하다. 팀 보울러 작가는 헤티와 마을 사람들의 대립을 극한으로 몰아붙인다. 한치의 물러섬 없이 팽팽한 대립은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헤티가 힘겨워할 때 한결같이 그랜디 할머니와 그녀의 친구들이 곁을 지켜주었다. 섬은 사람들을 용감하게 만들기도 하고, 겁이 많게 만들기도 한다. 고립된 상태가 두려움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래도 넌 퍼 노인에게 심한 거야. 

퍼 노인이 살아온 세월이 무척 길다는 거 알지? 

그만큼 퍼 노인은 사람들이 바다에 빠져 죽는 걸 

숱하게 보아왔단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이들을 구하느라 

배에서 지체하다가 

그만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걸 

수도 없이 목격했어. …… 

그런 엄청난 비극을 겪고도 매정해지지 않거나 

운명론자가 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지. 

이 할머니가 네가 강해지길 바라는 것도 그래서란다. 

우리는 우리의 정신에 의지해. ……  

결국 견디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인내하지 않으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가 없어. 

- 그랜디 할머니가 헤티에게 전하는 말





섬에서 특히 모라 섬처럼 주변에 다른 섬이나 육지가 없는 동떨어진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사람들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두려움에 빠져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퍼 노인과 그를 따르는 이들은 노파뿐 아니라 그를 돕고자 하는 헤티를 향해 배타적이고 위협적이며 비열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그들이 '악'이라 칭한 노파는 단순히 폭풍에 휘말려 모라 섬에 떠밀려 온 가여운 영혼일 뿐인데 말이다. 이미 정상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진실로 굳어진 믿음은 같은 섬사람인  열다섯 살 소녀 헤티까지 분노와 증오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렸다. 




악은 무지와 냉소와 어리석은 가슴에서 오는 거야.


바다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소녀. 헤티는 자신의 믿음대로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간다. 자신의 고향인 모라 섬을 뒤로 한 채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헤티를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자신을 이루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노파를 집으로 데려다주겠다는 일념 하나로 거침없이 바다로 뛰어드는 뜨거운 열정과 사랑을 지닌 소녀라니~ 





두려움과 상실, 편견을 뒤로 한 채 사랑과 희망을 안고 용기 있게 속삭임의 바다를 항해하여 마침내 기필코 기어이  노파를 떠나왔던 집으로 모시고 왔다. 그리고 노파의 가족이 들려주는 노파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왜 헤티가 노파를 보고 운명이라, 친구라 느꼈는지 알 수 있는 가슴 저릿한 이야기였다. 사랑과 희망 그리고 용기에 관한 기나긴 이야기 끝에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헤티를 마주하였다. 







<속삭임의 바다>는 용기 있는 헤티의 모험을 통해 삶의 소중한 가치를 강렬하게 전해주고 있다. 

두려움에 침잠하지 않고 진정한 용기로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신비롭게 그리는 이 이야기가 고립되고 퍽퍽한 현대인의 삶을 다정하게 품어줄 수 있으리라. 소설 속에서는 헤티와 노파의 눈에만 바다유리 속 형상이 보였지만, 현실에서는 다를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믿고 꿈꾸고 희망한다면 누구나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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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뷰 -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우신영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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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뷰/ 우신영 저/ 다산책방




소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프롤로그가 이해된다.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살고 싶은 도시, 그 투명한 시티 뷰 너머 보이지 않는, 보지 않는 인생들의 로프가 흔들리고 있었다. 

도시가 품고 있는, 모순된 이중성을 탁월하게 그려낸 우신영 작가의 소설 [시티 - 뷰]는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갯벌을 메꿔 만든 신도시, 송도.

아찔한 높이의 유리빌딩이 숲을 이루는 그곳에 모이는 사람들. 다양한 인간 군상의 삶 속에 내재된 욕망과 결핍, 상처와 고통들이 얽히고설켜 우리네 민낯을 드러낸다. 감출 수도, 피할 수도 없이 마주하게 되는 현대인들의 초상은 피처럼 비릿하면서도 뜨겁고, 칼처럼 날카롭고 서늘했다. 







신도시 안과 밖. 

안에서 일하고 사는 석진과 수미,

안에서 일하지만 밖에서 사는 동준과 채원과 옥란, 

밖에서 일하고 사는 유화와 해룡.

다들 제각각 살아가는 것 같지만 도시를 배경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들의 삶이 씨실과 날실이 되어 [시티 - 뷰] 소설을 직조하고 있다. 







칼국숫집을 하시는 가난한 집안의 섬 출신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로펌을 운영하는 집안의 도시 출신 필라테스 원장. '하고 싶은 게 아니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결혼한 석진과 수미 부부는 너무 다른 성장과정을 겪었다. 필요에 의한 결혼은 서로의 취향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이는 서로를 향한 존중이라기보다 대립과 갈등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들은 가정을 이루었지만, 진정한 의미의 인생 동반자가 되지는 못했다. 






보는 존재보다 보이는 존재가 익숙한 수미는 자신의 가치를 타인의 욕구와 시선을 불러일으키는 데서 찾는다. 유화는 연인 해룡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후 그가 남긴 장화를 신고 면도칼을 삼킨다. 그리고 석진의 병원을 찾는다. 누가 섭식장애일까? 과연 수미와 유화만 섭식장애일까. 석진의 헛기침, 동준의 헛구역질도 반동이 아닐까. 다들 살아가기 녹록지 않은 세상에서 선택한 현실에 대한 무의식의 반응처럼 느껴졌다. 



보이는 존재인 수미와 동준은 숍에서 왁싱을 하지만, 

석진은 턱에 생긴 흉터를 가리기 위해 수염을 기른다.

석진은 바버 숍에서 그 수염을 관리하지만,

유화는 연인 해룡이 죽은 후 면도칼을 먹는다. 

칼국숫집을 하는 석진의 아버지는 칼로 가족을 부양하지만, 

그 칼로 아내를 학대한다. 

클라이밍을 하는 석진은 로프를 감고 가짜 벽을 타지만, 

해룡은 로프를 감고 빌딩 창문 청소를 한다. 

동일한 소재들을 인물별 상황에 맞게 녹여내어 한 시대 한 공간을 공유하는 이들의 삶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대비되는 듯 싶으나 하나같이 편안하지 못한, 피곤하고 고단한 삶을 조명하고 있다. 








덕적도를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서 육지로 떠난 석진이 자리 잡은 송도가 덕적도의 해사로 메꿔졌다는 사실처럼 고통의 근원을 해소하지 않고 도망치는 걸로는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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