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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랄 수술실의 세계 - 진짜 외과 의사가 알려주는
기타하라 히로토 지음, 이효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진짜 외과의사가 알려주는 깜짝 놀랄 수술실의 세계]는 실제 수술방의 의사가 독자의 언어로 쓴 “현장 노트”라고 할 수 있다. 목차부터 233개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어 원하는 항목을 골라 읽어도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질문과 답이 한 페이지에 걸쳐 설명되기 때문에 간단 명료하다. 질문은 “심장 이식 수술은 어렵나요?”,"의사도 이성의 나체를 보고 흥분하나요?", "간호사에게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나요?" 처럼 병원과 의사의 관계 뿐만 아니라 " 인간의 신체를 자를 때 냄새가 나나요?", "전신 마취 중에 코를 고는 사람도 있나요?" 등등 다소 엉뚱하고 쌩뚱한 질문들도 있다. 의료계 특히 수술에 대한 누구나 궁금했을 법한 질문들이 많다.
병원에서는 차마 묻기 어려운 것들로 가득한 이 책은, 어려운 질문을 단정적으로 시작해도 곧바로 "왜 그런지"를 알려준다. 예컨대 심장 이식은 상황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지지만 원칙은 기존 심장을 들어내고 새 심장을 좌심방·대동맥·폐동맥·대정맥 등으로 정확히 연결하는 일이며, 술기의 정교함 못지않게 평생 이어질 면역억제 관리가 관건임을 강조하거나, “혈관이 파열되기도 하나요?”라는 날카로운 질문에는 대동맥 박리 수술의 핵심이 <‘터진 부위를 인조혈관으로 바꾸는 것>과 <뇌를 지키기 위해 체온을 낮추고 순환을 일시 정지하는 전략>임을 풀어낸다. 저자는 선택적·역행성 뇌관류 같은 전문어도 숨기지 않지만, 꼭 필요한 만큼만 소개하고 곧 유머로 긴장을 식히기도 한다. (“전문용어가 많았네요. 머리를 식히고 오겠습니다.” 같은 메모가 툭툭 끼어든다).
중간중간 들어간 손그림은 큰 장점이다. 심장 혈관 연결도, 장의 구조, 충수 위치처럼 글로는 자세하지 않았을 장면을 한 컷으로 잡아주니 독해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심장을 만졌을 때의 감촉은?” 같은 파트도 인상적이다. 심장은 주먹보다 약간 크고 단단한 근육의 덩어리라는 촉각적 묘사에서 시작해, 심장외과와 순환기내과가 맡는 경계, 한 사람의 환자를 둘러싼 여러 전문과의 협업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반대로 “심장에도 근육통이 생기나요?”에는 "모른다"’로 시작해 심근의 특성과 관상동맥 혈류를 설명하며, 애매한 가슴 통증을 느낀다면 운동 여부와 무관하게 검사가 필요하다는 실용적 결론으로 마무리한다. “우수한 의사를 구분하는 법”을 묻는 대목은 이 책의 태도를 가장 잘 보여준다. 저자는 의사의 인품과 술기를 단순히 하나로 재단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다른 의사와 명백히 엇갈리는 주장을 하면서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경우라면 신중히 판단하라고 권한다.
또 “가장 필요 없는 장기는 무엇인가요?”라는 물음에는 충수(맹장)가 무용지물이 아니라 장내 세균과 면역 균형을 돕는다는 최근 견해를 소개해 <의학은 항상 업데이트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전반적으로 문장은 짧고, 설명은 정확하며, 결론은 과학적 겸손 위에 선다. 그래서 의학 지식이 전무한 독자도 편안히 읽히고, 반대로 의대생 또는 전공의는 "환자에게 이렇게 설명하면 되겠구나" 싶은 문장을 챙겨갈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드라마틱한 영웅담 대신, 실제 수술이란 “안전을 위해 지루함을 감수하는 반복”이라는 진실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데 있다. 저자는 일본과 미국 병원을 모두 경험한 심장외과 의사로, 임상 현장에서 얻은 사실과 손맛을 숨기지 않고 꺼내 놓는다. 두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저자 기타하라 히로토는 시카고 대학교에서 임상 펠로십을 거친 심장외과 의사로 일본·미국을 오가며 수술해 온 의사이자 이 책의 저자다. 의료 교육과 해외 연수를 돕는 <팀 WADA>를 설립해 대중과 의학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수술실 문턱을 한 번 넘어가 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가진 모든 이에게 유용하다. 한 챕터를 읽을 때마다 병원에서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의사의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가 또렷해진다. 손그림과 단문이 만들어내는 가독성, 질문을 정리해 주는 구성 덕에, 수술실이 궁금했던 보호자들에게는 실전 가이드가, 의학에 호기심 있는 일반 독자에게는 최고의 입문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