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칼훈의 랫시티

존 칼훈의 랫시티 - 완벽한 세계 유니버스25가 보여준 디스토피아
에드먼드 램스던 외 지음, 최지현 외 옮김 / 씨브레인북스 / 2025년 9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존 칼훈의  렛 시티]는 런던 정경대에서 함께 연구한 두 공저 (존 애담스)와 (에드먼드 램스던)이 "칼훈의 쥐 실험사"와 그 영향을 파고들어 쓴 책이다.  두 공저 모두 학술과 연구를 기반한 활동을 하는 작가로 [존 칼훈의 렛 시티]에서는 칼훈의 유니버스 25의 실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유니버스 25 : 쥐에게 먹이. 물. 위생은 완전히 주되, "공간" 만 제한한 상태에서 쥐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사회를 망가뜨리는지를 보는 실험.

칼훈은 미국의 행동 생물학자로 특히 "과밀"이 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책을 읽어보면. "과밀"이라는 단어에서 아파트와 층간소음 또는 출근길 지하철 등이 생각날 수 있는데, 실제 칼훈이 말한 과밀의 핵심이 "공간의 부족이 아니라 관계의 질식"에서 온다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가 된다.

쥐들은 물리적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정작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공간은 사라진다. 충분한 개인 공간만 빼놓은 것이다. 이후 작은 몇 쌍의 쥐를 넣자 번식이 빠르게 늘어난다. 무리가 커진다. 그런데 개체수가 어느 수준까지 급증하면, 강한 무리와 약한 무리의 위계가 생긴다. 약한 개체는 밀려나는데. 사람으로 치면 강한 애들이 좋은 자리를 다 차지하고, 약한 애들은 쫓겨나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암컷들이 새끼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격성과 비정상적인 행동이 증가한다. 쥐들의 일부는 사회적 접촉을 완전히 거부하고 혼자만 빼어난 외모를 가꾼다던가 혹은 청결에 집착한다. 결국 쥐의 개체 수는 스스로 감소한다. .고립된 개체로 흩어지는 것이다. 칼훈은 이러한 현상을 <행동적 침몰>이라 불렀다. "서로 너무 가까워져서, 오히려 관계가 무너지는 상태"인 <과밀>이 어떻게 사회를 무너지게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실험이다. 이와 비슷한 실험에서는 타우슨 실험도 사례로 연결된다.

책에서는 대한민국의 인구 추이와 쥐의 곡선을 비교한다. 한국의 급격한 출산율 하락과 같은 현상을 이해할 때, 단순히 "정책은 돈이다!" 라는 문제 만이 아니라 사회와 구조, 관계와 공간의 문제를 함께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충분한 물질적인 편의만으로는 사람이나 집단의 삶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듯 하다. 공간과 관계가 망가지면 집단 전체가 병들 수 있다는 경고를 던진다. 오늘 날 도시집중과 사회적 고립, 저출산의 문제를 새로 볼 수 있도록 한 책이 [존 칼훈의 렛 시티]이다. 

만약 우리 사회가 과밀하고, 각자의 역할이 사라지고, 사회적인 관계가 끊길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라는 물음이 꽤 흥미롭게 들린다면, 질문에 대한 답과 실험에 대한 상징이 꽤 신선하게 들리는 [존 칼훈의 랫 시티]에 주목해보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