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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의 슬기로운 조직생활
김 부장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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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1
사실 조직에 대한 로열티를 증명한다는 것은 많은 여성에게 낯선 일이다. 한국 대기업에서는 많은 이들이, 특히 여성들이 승진을 하기 위해 뛰어나게 일을 잘하는 쪽을 택한다. 그렇지만 사다리의 끄트머리에 거의 다가갈 때 쯤 되면 한계에 부딪힌다. 눈에 보이지 않는 승진 채점표 에서 충성심이라는 배점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똘똘이 스머프는 갈아 치울수 있어도 충성심 있는 돌쇠는 그럴 수 없다.
p.117
회사에서 일 잘하는 사람이 대체 불가한 사람이 될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일 잘러의 포지션은 아이돌 그룹으로 치명 일종의 센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센터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단순하게 일 잘하는 사람은 많을 수 있지만, 맛집을 찾는다 거나 어디서든 분위기를 잘 띄운다거나 동종업계의 현황을 알려 준다거나 상사의 비위를 잘 맞춘다 거나 등 일 실력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포지셔닝이 훨씬 더 중요한 상황도 얼마든지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회사에서 어떻게 포지셔닝 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팀 안에서 모든 사람이 똑같은 일을 잘할 필요는 없다. 내게 딱 맞는 역할, 나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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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누적 조회 170만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책을 읽고 나니, 한번은 들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 직급으로 부장 이상을 가기도 힘들고, 부장 직급까지 올라와 있는 경우를 찾기가 힘든데, 물론 어떤 직종 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부장,과장,대리, 사원까지 우리 주변의 언니들의 이야기다. 서른에서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 내가 이 글을 읽으면서 느낀점 은, 늘 생각해 왔던 것들을 한데 모아 정리한것 같다는 점이다. 20대, 30대 때 내가 한번은 생각해 왔던 의문이나 질문을 깔끔하게 요약하고 해석해 놓았다. 그 당시 20대였던 내가 30대,40대의 과장 부장의 언니들에게 질문하면 이런 대답을 들었겠구나, 30대인 지금의 내가 20대였던 지난날을 회상하면 이런 대답을 하겠구나.
사원 일때 의구심이 들었던 것들, 신입 사원 시절 열정으로 자신감에 뭉쳤던 그때 그 시절을 저자들도 모두 겪었고, 대리 이상의 직급으로 넘어가면서 직장 생활에서 치인 경험들, 상사나 동료로 인해 겪은 차별 및 부당함을 이들도 같이 겪어왔다는 점이다. 주제는 딱 들어맞는 내용들이었다. 사람마다 직장이나 업종이 다르니 사례는 다양했지만, 결론은 같았다.
힘든 경험, 그만 두고 싶었지만, 견디고 버텨서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면 그냥 버티라는 점과 회사 소속에서 있어 누릴수 있는 혜택은 다 가지고 와야 한다는 점. 조직에서 나오면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에 의문이 드는 상황이 오게 된다는 것에서 소속이 아닌 나라는 사람 한명의 브랜드를 만들어가야 은퇴나 퇴사를 고려할때 자괴감이나, 정체성에 회의를 가지지 않게 된다는 것들.
어느 책에서도 볼법한 내용이나, 내용의 저자가 여성들이라는 점에서 특징적이었다. 퇴사를 심하게 고려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조금 이나마 해결이 되어줄 것 같다. 실제 경험담을 다룬 내용이고, 지금의 내가 대답해 줄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즉흥적인 감정에 휘말려서 퇴사를 고려하기보다 저자들처럼 미래 계획이 정해져 있지 않다면 힘들어도 버티라는 것이다.
직장이 생계와도 연관된 부분이라 늘 퇴사를 고민함에도 어쩔 수 없이 출퇴근을 반복한다.
직장인의 생명도 짧다. 소속감이 있을 때나 인정받던 경력도 정년 퇴직을 하고 나면, 정체성이 흔들릴 상황도 오게 된다. 직장을 다니면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직장인으로의 삶 보다 내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 집,집 직장으로 무사히 하루를 보내고 나면 누구 에게나 똑같은 일상이지만,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마음 한 켠 꽉 채워지지 않은 회사 생활에 무료하고 지치고 목표가 정해지지 않으면 회의감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직장인의 삶을 노예 생활이라고 말한다.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로 접어 든지 오래다. 어떻게 해야 저자들의 생각처럼 내가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p.123
일 잘하는 사람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 조직인데도 평화롭게 굴러간다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그것은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실제로 조직이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주는 건 다르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찰떡같이 들어맞는 일 잘한다의 기준은 없다. 나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통속적인 일 잘의 기준에 맞추려 애쓰기보다 내가 잘 할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 살리는 것이 낫다. 빠르고 성실하고 흠 잡을데 없이 일을 잘하는 사람을 일 잘러라고 하지만, 진짜 일잘러는 조직에서 나만의 역할을 찾고 잘 살아남는 사람이 아닐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조직이 원하는 진정한 일 잘러다.
p.144
기본적으로 회사 안 에서는 업무 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잡음은 물론이고, 그 외에도 수많은 갈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높은 직급일수록 실무보다 아래와 위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부서 간의 수평적인 관계를 조율하는 일에서 많은 책임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높은 직급일수록 일의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많다. 그 때문에 정글 같은 조직 안 에선 홀로 버티기가 힘들다.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 줄 수 있는 조력자와 동료들이 필요하다. 건전한 방식으로 내 편을 구성하는 일, 나는 그것이 사내 정치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p.222
첫번째, 그만두고 나서 대안이 없었다. 이 업계에서 경력이 충분하지 않아서 경력으로 이직 하기에는 어려웠고, 나이도 이미 많아서 신입으로 다른 곳 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두번째, 이직을 한다고 해도 갑자기 일잘하는 사람이 될것 같지 않았다. 지금도 못하는데 다른곳에 가서 잘하리라 보장이 없지 않은가. 그리고 지금 일 못하는 상태에서 퇴사하면 영영 일못하는 사람으로 남을 텐데. 그건 더 싫었다.
세번째, 사람에게는 저마다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의 양이 정해져 있다고 믿는다. 여기서 스트레스를 100받아야 하는 위치에 있다면, 위치를 바꿔 저기에 가도 스트레스가 100만큼 기다리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네번째, 내가 나에게 너무 높은 기준을 적용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 시점의 회사에서 더원하는 것이 없고, 퇴사후에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뚜렷하다면 당연히 퇴사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퇴사하고 싶은 이유를 확실히 이해하고, 회사의 장점과 단점을 나열해 보고, 개선의 여지나 도움을 받을수 있는 자원이나 동료, 또는 상사가 있는지 점검해 봤으면 좋겠다.
p.247
30년 가까이 직장에만 충실했던 사람들, 회사의 가치가 자신의 가치라 믿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퇴사후 심각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 사회적 자아에 대한 고민을 마주하게 된다. 사회적 공동체에서 나의 존재가 사라져 간다는 것을 견딜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회사라는 굴레에서 자유로워지길 꿈꾸지만, 한편으론 망설인다. 단지 생계에 대한 걱정 때문만은 아닐것이다.
막상 회사가 내 정체성의 중요하나 일부로 자리잡을때, 걷잡을수 없이 커져버린 사회적 정체성을 버리고 새로 무언가를 쌓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잘나가는 위치에 있을때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을 미쳐 하지 못했다. 어느 회사의 누구라는 이름은 회사밖의 나를 절대치켜주지 못한다. 명함의 직함에 기대지 말라. 김**라는 이름으로 브랜드가 될수 있는가?
회사에 속해 있을 때야말로 나라는 사람을 더 아끼고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