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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는 꽝이고 내일은 월요일 - 퇴사가 아닌 출근을 선택한 당신을 위한 노동권태기 극복 에세이
이하루 지음 / 홍익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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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너무 다니기 싫다. 그런데 당장 다니지 않으면 생활하기 힘들다.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도 잠시 들지만. 나이가 들수록 꿈이 아니라 돈이 더 중요해진다. 빠듯한 삶에 그나마 규칙적으로 다닐 수 있는 곳이 있어야 카드값도, 생활비도 벌 수 있다. 그렇게 직장인들의 대부분은 꾸역꾸역 회사를 다닌다.
회사를 억지로 다니지만, 퇴사를 꿈 꿀 수도 없다. 작가는 퇴사를 포기하고 출근을 선택한 사람 중 한명이다. 직장생활은 녹록치 않다. 때로는 상사가, 동료가, 업무가 나를 힘들게 한다. 치이고 치여서 결국 무뎌질 대로 무뎌지면, 그렇게 서서히 회사에 적응한다. 계약직과 퇴사 ,프리랜서, 정규직을 오가며 그간 느껴왔던 회사라는 주제는 저자의 환경이 바뀌듯 여러갈래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유머스럽게 부장을 욕하기도 하며, 인삼주 아저씨와 소주 아저씨의 사연(?)을 회사의 이치와 대입해본다. 20대 마지막 퇴사 후 1년 8개월간의 기간동안 겪어온 감정과 심리는 직장을 다녀본 모든 사람들에게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들 것이다. 적당하고 알맞은 표현에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읽다보면 혼자 피식 웃게 되기도 하고, 눈물 한 방울이 맺혀지기도 한다. 내 감정 최우선의 주제여서 일까, 이야기가 기억을 곱씹게 하고 마음을 동하게 한다.
출근해서는 성실하게 일하고, 퇴근 후에는 귀찮아도 퇴사준비나 노후 준비에 관심을 쏟아야 해.주말에는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이런저런 기회도 찾아봐야 하고 세상이 참 피곤해졌어. 해야 할 일이 많아졌거든. 근데 삶이 그렇더라. 남들보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이 실패할 확률이 적어. 퇴사도 똑같아. 버틴다고 생각하면 괴로워. 그러니까 제대로 관두겠다는 마음으로 차곡차곡 퇴사 계획을 세우는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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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면 누구든 나보다 나이가 어린 직장상사를 만날 수 있다. 작가는 20대 직원이었을 때, 나이가 적은 직장상사를 둔 40대 선배를 떠올린다. 어린 직장상사가 불편하지 않냐고 하는 주변의 시선과 질문에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선배를 보고는 묘한 표정으로 선배를 바라봤다는 작가는, 그보다 10년이나 빨리 어린 직장상사를 보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회사에서 두번째로 연차가 적었던 사람이었고, 인원감축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그나마 있던 팀장의 자리를 4번이나 교체하고선 찾은 후임자리였던 탓에, 새로운 사람을 뽑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작가는 지각을 한 날, 담배를 피우러 나온 어린 직장상사 눈을 피해 전략질주를 한다. 자신과 같은 직급(?)이었던 이가 팀장이 되었다. 예전과 다르게 그를 대해야 했을 그 기분과 상황이 어땠을까... 절로 울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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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러니까 정확하게 2011년 7월 27일 강남이 장대비로 물바다가 된 적이 있었다. 지하철 버스정류장 할 것 없이. 허리까지 오는 물바다에 대규모 정전사태까지 일어난 100년 만의 기록적 폭우였다. 그 당시를 연상하게 하는, (혹은 그때의 사건일지도 모르겠다.) 흙탕물과 비바람에 사람들은 서로의 손을 잡으며 도미노가 되어 안전하게 도로를 건넌다. 지하철 입구로 뛰면서도 일제히 회사에 전화를 거는 사람들, 재난 영화같은 사건에서도 가족이 아닌, 회사지각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에 씁쓸함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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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어린상사를 마주하게 될 때, #이직한 회사에서의 텃세, #퇴사 후 2년간의 심리변화, #회사가기 싫어서 받은 심리상담.
회사 이야기는 참 동질적이다. 누구나 겪었을 내용들이 한두개 혹은 그 이상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가고. 이해되며, 위로가 된다. 회사에 출근하기 싫어, 로또를 산다. 낙첨되면서도 다시 로또에 희망을 건다. 하지만 빌어먹을 내일은 월요일이다. 모든 직장인이 로또1등에 당첨되면 회사를 때려치울 것이다. 그래서 언제일지 모를 로또 1등 당첨을 소원하며 회사에 출근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너무 힘들 때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에세이를 찾게 된다. 그 고민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나만이 아니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된다. 공감을 느끼고, 경험을 공유한다. 로또 복권 1등 당첨자 행동강령이 있다. 회사원들의 희망에 더욱 부채질을 해 줄것이다. 출근의 상황이 씁쓸하고,노동권태기에 울적하지만 역시 그 와중에도 로또는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