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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세습 - 중산층 해체와 엘리트 파멸을 가속하는 능력 위주 사회의 함정
대니얼 마코비츠 지음, 서정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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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는 사람의 능력만큼 신분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거의 모두가 동의한다. 열심히 일하고 버는 사람만이 재화와 사회신분을 가지게 된다. 이것에 대하여는 도덕적인 문제를 제기 하지 않는다. 능력주의 이전 사회는 세습신분 사회였기 때문에 민주적이지 않았다.이후 민주적인 발전과 인식에 의해 능력위주 사회가 된 것인데, 미국작가이자 예일대 교수 대니얼 마코비츠는 자신이 졸업 연설을 했던 예일대라는, 능력이 핵심인 능력위주 사회를 비판했다. 이 책 [엘리트 세습]은 그 연설에서 비롯되었다.
page.94.96
엘리트들은 성적, 시험점수, 입학에 대한 경쟁에 투입되는 유년기에 처음으로 능력주의의 압력에 부딪힌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유치원들이 입학을 허락하는 인원은 지원자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유치원마다 평가 목적으로 네 살짜리 지원자에게 에세이, 평가, 면접 등의 혹독한 시련을 거치도록 한다. 그럼에도 요즘 뉴욕,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에서 부유층 부모들이 유치원 열 곳에 지원서를 내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다.
과거 귀족 부모들은 자녀를 자상하면서도 무관심으로 대했고, 능력주의 시대 엘리트 부모들은 자녀가 승리할 목표에 맞춰 가정을 재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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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모든 사회제도와 마찬가지로 능력위주 사회도 그 나름대로의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정치양극화(서로 점점 더 달라지고 멀어짐), 빈부격차(한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이 지닌 재산의 차이) 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page.136
능력주의에 따른 불평등은 정치적 과정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상을 더럽히고, 민주주의 정치를 실천하는 시민들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능력주의적 불평등에 내재된 도덕적 모욕은 정치활동에 타격을 입히며 부유층의 무관심과 나머지 계층의 적대감을 이끌어 낸다.
한 집안의 재산과 신분, 직업을 물려주는 세습 신분에서, 능력있는 자는 보다 빨리 승진시키고 보다 많은 보수를 지급하는 능력위주로 변화하면서 나쁜 점이 생겼는데, 과거 1960년대와 1970년대는 어떤 학교를 들어가냐의 기준이 자신의 집안, 인종, 재력이었다고 한다. 명문대학이라고 하는 하버드와 예일대 등등의 대학 학생들이 대부분 공부를 잘해서 오는 게 아닌 인종과 재력에 의해 학교를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은 실로 놀라웠다.
page. 213
엘리트 대학들은 1940~1950년대에도 최소한의 학업 능력을 갖추었다는 전제하에 동문의 아들을 입학시키는 것을 사실상 공식 방침으로 유지했다. 특권의 대물림과 그에 따른 합격률은 대학 입학과 관련된 용어에도 영향을 주었다. 최고명문가의 아들들은 원하는 대학에 "지원"한다기 보다 "명단에 이름을 올려" 놓는다고 표현했다. 더욱이 동문들은 "자기 아들들의 입학을 당연한 권리로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예일대학교 졸업 후에 10년 동안 해외여행을 다니거나 다시 뭔가를 배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 일을 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놀고 배우는 것의 연속이었다.) 세월이 흘러 한 40대가 넘어가면 가업을 이어받는 경우들이 70년대까지의 모습들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개혁가들은 경제적이고 민주적인 동기에서 비생산적이고 안일한 엘리트 계층을 해체할 심산으로 능력주의와 학력시험, 입시경쟁 등의 도구를 선택했고, 가문에 대한 가산점을 주는 포인트를 없애고, 오직 학점으로만 뽑는 제도를 만들어낸다. 지금의 SAT가 하버드 대학을 시작으로 한 성공작인 것이다. 일의 직업윤리에 투철한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오고, 능력으로 선발된 학생들은 그들이 대체한 세습 엘리트들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냈고, 일을 잘하니까 기업에서 스카웃을 하기 시작한다. 물려받은 물리적 부를 즐기는 엘리트에서 자신의 노동가치를 통해 부를 창출하는 엘리트로 변화한 것이다.
page.218
태생에 따른 입학이 권리라는 구시대 엘리트의 의식은 실력으로 따낸 입학이 명예라는 능력주의 시대, 엘리트의 자랑스러운 확신으로 대체되었다. 문화의 중추는 능력주의 시대 엘리트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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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임금을 받는 사람은 적어지고, 높은 스킬을 원하는 직업으로 변화하면서 능력주의 사회는 공평하지 않아진다. 이런 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받은 아이들만 엘리트 직업을 가지게 되고, 엘리트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되는데 태어났을 때부터 들어가는 교육 비용을 계산해보면 천만 달러가 들어간다. 유산으로 물려줄 정도의 천문학적인 돈으로 투자를 해야 엘리트 능력주의가 세습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 부분도 세습이 될 수 밖에 없다. 기존에 부자들이 가지고 있는 자본으로 자녀들을 양육하고, 중산층과 하층민이 생각할 수 없는 경제적 부로 키워내기 때문에 능력주의는 다시 세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page.431
뿌리 깊은 사회적. 경제적 힘이 그 과정을 앞당긴다. 흔히 불평등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부유해진 엘리트가 자기 뒤에 놓인 기회의 사다리를 거둬들인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이것은 적어도 능력주의적인 불평등의 가장 큰 결함을 포착하지 못한 비난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정말 그런 걸까? 라고 물어보는 책이다. 미국인 작가는 공부를 잘하고 능력있는 엘리트들에게 일이 몰리는 것이 정말 좋은 일일까? 라는 물음으로 이 책을 썼다.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 책은 그 부분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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