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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판결문 - 이유 없고,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판결을 향한 일침
최정규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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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판결문을 보면 어려운 용어들이 너무 많다. 피고와 원고는 차치 하더라도 공판 기일, 송장 부본, 소송 구조 결정 등등 한번 더 생각해 그 단어를 풀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도 여지없이 책에서 원고와 피고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덧 붙여 재판정이 얼마나 높고 불편 한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page. 75 ~76
재판정에서 물러나는 원고와 피고가 서로 "방금 판사님이 무슨 얘기를 했냐?" ," 너는 들었냐"
며 진지하게 의논을 하기 시작한 것이죠. "무슨 말씀인지 다시 한 번 말해주기 바란다.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고 했다면 재판장이 간략하게 내용을 알려 줬을텐데, 재판장에게 묻는 것이 어려워 결국 원수나 다름없는 상대방과 재판 내용을 의논하는 것이었습니다.
판사가 어렵게 비쳐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많은 시간을 할애해 재판을 받는 동안 최소한의 법률 서비스를 받는 것이 이렇게 불편하고 어렵다면 이 부분도 다르게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판결문에 대한 내용을 보면, 판결의 이유, 결론에 대한 통지를 알 수 있는데, 한 판사의 판결문이 얼마나 불량 한지를 알 수 있다. 읽어 보면 마치 돌림 노래 하듯, 사용하는 단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는 비슷한 내용의 구절이나 문장을 반복적으로 배치하는 기법을 수미 상관 법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 부분에서 판결문의 심각성을 대치하는 웃음 코드로써 표현정의를 읽다가 웃음이 나왔다.)
page.101~102
나. 판단
살피건대 갑 2, 10호 증의 각 기재 등에 비추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 만으로는 원고의 위 청구 원인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반 소 청구에 관하여
살피 건데, 갑 1 내지 11호 증(가지 번호 포함) 의 각 기재 등에 비추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 만으로는 피고의 위 청구 원인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따라서 원고의 본 소 청구는 이유 없고, 피고의 반 송 청구도 이유 없다.
참나. 이유 없다 이유 없다. 라니...
피식 하고 저절로 웃음이 났다. 누군가는 소액이든 나홀로 소송이든 준비할 때 재판의 판결문을 보고 상고를 할지 말지를 결정할 텐데. 이유가 이렇게 이유 없다 의 난발이라면 과연 원고든 피고든 재판을 한 이유가 있었을까. (책에서도 확인되는 부분, 법적으로도 소액 재판, 3000만원 이하의 재판인 경우는 판결의 이유를 생략할 수 있다고 한다. 더욱 아이러니한 점은 2020년 법원이 발표한 민사소송의 소액 사건이 68만여건 그러니까, 총 71%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재판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송을 할 때, 3000만원 이하의 재판을 하고, 대개는 이런 이유 없다 불량 판결문을 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한 시간 점심시간을 빼거나, 하루 월차로 시간을 빼서 재판정에 올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서 판사의 개인 사정으로 미뤄지는 기일 변경도 문제점이 크다. 읽으면서도 내가 힘이 쏙 빠지는 것 같다. 이혼을 하고 남편의 양육비 청구 소송을 낸 한 여성의 이야기를 읽노 라면, 재판 기일 변경과 재판까지 가는데 1년 이상의 시간을 허비해 엄청난 경제난을 겪어도 재판이 열리기 전까지 나홀로 양육비를 감당해야 하는 원고의 입장이 안쓰럽게 다가왔다.
새롭게 안 사실은 공익 신고의 부분에 있었다. 결론은 공익 신고는 절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익 광고에서도 정부에서도 법으로 신고자를 보호할 것처럼 말하지만, 결국 내부 고발자로 인해 다른 회사를 알아 볼 수도 없거니와 나 홀로 소송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해지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 된다. ( 지금 까지의 관련 법과 판결이 그랬다. 중국의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알렸다고 중국 공안에 끌려가 훈계서를 쓴 안과 의사의 이야기 라던지, 대한 항공 조현아 땅콩 사건의 피해자 박창진 사무장 등. 우리가 보아온 모든 사건에 공익 신고자를 위한 법 장치는 절대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신고를 해도 이익보다 피해가 월등히 높다면 누가 공익을 위해 신고를 하겠느냐 말이다. ) 책 속의 사례에서 내부 고발을 했지만. 결국 피고가 낸 것은 벌금 200만원에 위자료 500만원이다. 이 정도를 받기 위해 내부 고발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 밖에 재판과 관련된 불편한 공소사실,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로 다가오는 법의 형태와 구멍, 법원의 불친절과 무례함, 재심 청구에 대한 사례와 판사들의 상식에 맞지 않는 불량 판결문, 소년 법의 제정에 따른 성범죄와 송치 문제 등의 논의해야 할 문제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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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소속과 달리 부당하고 불공정한 법을 제시하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대한 법률 구조 공단 소속의 변호사인 작가가 정의와 불량한 판결에 이의를 제기한다. 이 책은 적어도 판사와 재판정에 대한 눈치를 보지 않고, 특권 의식에 반기를 들어 이유와 사법부의 불신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읽는 내내 드라마 속에서만 나오는 번듯한 판사와 실제 판사들의 이야기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두가 이 책을 읽고 대한민국의 법과 문제점에 대해 논의 할 수 있다면 책을 읽는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