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가 투데이의 얼굴을 두 팔로 감싸 않았다. 억울했다. 자신이 억울한 것인지 투데이의 억울함을 대리로 느끼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은혜는 가슴이 꽉 막힌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너도 나도 알아서 잘 살아갈 수 있는데, 반드시 도움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처럼, 도움받지 못하면 살아가지 못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자기들 멋대로 생각하는 게 꼴 보기 싫다.(215p)˝-기술이 발전해서 로봇이 말도 타는데 수술 비용이 없어 여전히 휠체어를 타는 ‘은혜‘와 더 이상 경주에 뛸 수 없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기다리는 말 ‘투데이‘.장애인은 늘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 물어보지도 않고 대뜸 휠체어를 밀어 주며 자신의 행동이 ‘선의‘라 믿는 사람들. 인간이 필요로 하지 않으면 살아 있을 이유가 사라지는 동물들.마주하면 마음이 불편해져 애써 외면하려는 것들이 많다. <천 개의 파랑>은 지금 나의 삶과는 무관한, 나중에, 아주 나중에 여유 생기면 그때 좀 들여다봐야지 했던 내 마음에 다시 힘을 보태주는 소설이었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다. 우리가 만든 모든 문명은 자연 안에 있기에 자연의 질병은 반드시 인류의 파멸로 돌아온다. 자연은 ‘공존‘을 말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살펴야 할 우리의 보금자리이다.˝-기후문제, 환경오염, 인간에 의한 동물 착취 등을 나와 무관한 일로, 나중의 일로 미루지 않은 것.
˝당신들은 이 인간 세계의 문제을 그토록 중요하다 여기고 그토록 고민하며 괴로워하지만, 내가 보는 세계는 당신들이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복잡하며 풍부하다. 내가 어떻게 당신들의 사고방식에 따라 그 좁아커진 감옥으로 들어가 느끼며 사고할 수 있겠는가? 개미 떼가 자신들의 세계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다고 해보자. 내가 그 개미 떼를 따라 함께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가?˝
˝이 세상 모든 것들 중, 가장 길되 동시에 가장 짧고, 가장 빠르되 가장 느리며, 가장 분할하기 쉽돠 가장 길게 뻗어 있고, 가장 등한시하돠 가장 아까워하며,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고, 작은 것은 무엇이든 삼켜버리되 큰 것은 무엇이든 생생하게 만드는 것, 그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