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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인정하는 여자들의 비밀 - 스마트한 여자들은 절대 놓치지 않는 애티튜드 46
유인경 지음 / 시공사 / 2011년 3월
품절
입이 떡 벌어지는 억대 연봉을 받고,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하고 있는 멋진 커리어우먼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그녀들은 대체 어떤 비법을 가지고 있기에 저렇게 성공했을까 부러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가도 부러움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저런 사람들은 원래부터 특별한 사람들이었을거라는 합리화를 하고선 이내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마는 바보같은 짓(?!)을 반복하곤 했다. 그러나, 얻고 싶다면 구해야 하는 법!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어디 한 번 들어나 보자' 였다. 정말 특별한 게 있긴 있는건지...
이름은 낯설었지만 얼굴을 보니 어디선가 많이 봤던 것 같은 느낌의 저자! 알고 보니 아침 방송에서 자주 보던 얼굴이었다. 채널을 돌리다 패널로 활동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자신의 생각을 똑 부러지게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좀 더 나아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 시대의 커리어우먼 답게, 책에서도 자신의 회사 생활 노하우와 평소 눈에 띄는 후배들의 모습을 솔직하고 재밌게 풀어내고 있다.
다섯 가지의 파트로 나눠져 있는 이야기 중에 가장 와닿았던 몇 가지의 이야기들을 뽑아봤다. 내 생활에 적용하기 딱 좋은, 마치 내 일기장을 훔쳐 보고 그걸로 이야기를 쓴 것 같아 뜨끔했던 그런 이야기들.. 우선, 4번째 파트, "스마트한 여자, 매력적인 여자"에 실려 있는 '착한 짓과 오지랖의 경계선'은 정말이지 딱 나를 위한 이야기 같았다.
저자처럼 엄청나게 발이 넓은 건 아니지만,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누군가 어떤 일을 부탁하면 웬만해선 다 들어주는 편이다. 좀 찝찝한 기분이 들어도, 혹은 내 일이 있어서 고생할 줄 뻔히 알면서도 대놓고 거절을 하지 못하는 편이라 일단은 어설프게 받아주고, 그 후에 어떻게 거절하면 좋을지 골머리를 썩다가 결국 하고 마는 일들이 빈번하다. 처음엔 부탁을 받는 것이 상대가 나를 어느 정도 믿고 있다는 증거 같아 보여서 기분 좋았다. 그래서 조금 힘이 들어도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하려고 노력했는데 어느 순간 부터 내 범위를 넘어설 만큼 수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예스걸로 비춰지는 (거절을 할 줄 모른다고 남친이 '예스걸'이라고 부르더라.) 이미지 때문에, 아니면 내가 만만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나의 이런 점들을 알고 있으면서도 거절하는 방법과 적정한 선을 찾지 못하는 것이 답답한 문제였다.
부탁을 했던 사람들에게 착한 사람으로 남고 싶어서 욕심을 부렸던 것은 아니었는지, 책을 읽으면서 많이 생각했다. 아니라는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걸 보면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요즘 난, 서투르긴 하지만 나를 위해 거절하는 방법을 조금씩 익히고 있다. 예를 들면, 얼마 전 친구가 다급하게 연락을 해서 오늘 밤 자신의 회사 업무를 도와 주는 알바를 해달라고 했다. 자기와 함께 밤을 새서 작업을 하면 되는건데 이야기를 하는 말투가 마치 내가 당연히 OK할 거라는 듯한 말투였다. (아, 난 그 동안 정말 예스걸이었어.) 미안하지만 안 될 것 같다고 거절했다. 친구는 신경쓰지 말라고 자신의 탓이라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마치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ㅠ_ㅠ 그런데 한편으로는 잘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야구선수의 타율을 비유로 들어, '10개의 부탁이 들어왔을 때 3개 정도만 제대로 해결해줘도 훌륭한 성적 아닌가' 라고 말하는 책의 내용처럼, 그래- 조금씩 바꿔 가면 되는거야!
다음은 두 번째 파트, "스마트한 여자의 듣고 말하기 기술"에 실려 있는 '때론 뻔뻔한 자랑질도 필요하다' 는 이야기다. 그 동안 겸손은 반드시 갖춰야 할 미덕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지나친 겸손도 좋은 건 아니란 걸 익히 들어왔던터라 나름 적정한 선을 지키며 살았고 (그렇게 믿고 싶다.), 오히려 누군가에게 칭찬을 들으면 손발이 오글거려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다른 쪽으로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대학교 때 전공 교수님이 여기에 소개된 김정운 교수와 비슷한 분이셨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이 말해주듯, 젊은 나이에 이뤄 낸 많은 업적들 뿐만 아니라 강의도 재밌게 하는 분이셔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수업시간에 (밉지 않을 정도로) 수위 조절을 해가며 자랑을 하시곤 했는데 정말 나중엔 자연스럽게 그 분야의 연구하면, 교수님이 떠오르곤 했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충분히 알 것 같았다.
너무 자랑만 하면 자칫 거만한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 그렇다고 너무 겸손한 태도만 보이면 자기PR 시대에 뒤처질 수 있으니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적정한 선을 지키는 센스인 것 같다. 사회 초년생 시절엔 자기 자랑을 예쁘게, 사랑스럽게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말, 그래서 더 공감이 간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갑자기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커리어우먼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닐테지만, 내가 모르거나 혹은 간과하고 지나치던 것들부터 신경써서 좋은 태도로 바꾸게 된다면 지금과는 분명 다른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책의 초반은 물음표로 시작하다가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느낌표로 바뀌어 가는 그런 책이었다. 자, 이젠 행동으로 옮기면 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