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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판타지 - 스파이처럼 여행한 26가지 에피소드
오세아 지음 / 시공사 / 2011년 10월
품절
그 동안은 주로 뉴욕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어왔고, 최근 들어서야 프랑스, 이탈리아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을 하나 둘씩 접하게 되었다. 하나 익히는데도 꽤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타입이라서 직접 겪어 보는 것이 아니라면 봤던 정보도 눈에 익게 자주 자주 보는 편이다. 핑계 같지만 그래서였는지는 몰라도 어떻게 자꾸 손에 들어오는 책들이 뉴욕에 관련된 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곳은 한 번쯤 꼭 가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물론 볼 때마다 새로운 곳처럼 느껴지는 걸 보아하니 직접 가보기 전엔 별 소용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긴 하지만.
어쨌든, 이번에 읽게 된 책의 여행지는 모스크바다! 모스크바..? 평소에 관심이 있던 나라는 아니었고, 모스크바라고 했을 때 추운 느낌 외에 별다른 것이 떠오르지 않는데 책을 읽으면서 의외의 모습들에 적잖게 놀랐다. 책의 표지만큼이나 알록달록하고 볼거리가 많은 화려한 느낌! 이렇게 가고 싶은 나라의 수는 많아져만 간다.
4시가 조금 넘으면 순식간에 칠흑 같은 어둠이 온다니.. 그것도 일 년의 반절씩이나! 더위는 참아도 추위는 질색인 나에겐 상상이 잘 되지 않는, 아니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날씨다. 이런 곳에도 따뜻한 날씨가 찾아오고 그러한 느낌을 만끽할 수 있는 풍경들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전체적으로 책에 사진이 많이 담겨있는데 알록달록 칼라풀해서~ 몇 장 넘기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여행지에 가서 튀고 기억에 남을 만한 기념품들을 골라 담아 놓은 느낌이랄까.
국내든 해외든 내 인생에 몇 번 없었던 여행 경험을 돌아보면, 난 그 여행지의 시장을 꼭 들러봤던 것 같다. 못 가본 곳도 물론 있긴 하지만 시장에 가면 괜히 힘이 막 솟고 에너지를 얻고 오는 느낌이라 참 좋다. 비록 책이긴 해도 시장을 발견하니까 기뻤는데 러시아의 독특한 느낌을 담고 있는 제품을 사기 위해서는 꼭 들러야 하는 곳 중 하나라고 하니 러시아를 방문하려는 여행객이라면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에서 봤던 것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예술작품이 따로 없는 모스크바의 지하철역 모습들이었다. 우리 나라 지하철역의 모습을 떠올려 봤을 때, 깨끗한 편이긴 해도 특별히 색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던 적은 없었는데 이 곳은 무슨 전시관에 온 것 같았다. 여러 곳의 지하철역 모습이 담겨 있지만 그 중에서도 도스토옙스키를 기리며 그의 작품과 초상을 역 내부 벽화로 장식했다는 2010년 가을에 개통한 도스토옙스까야 지하철역 (위에 있는 사진)이 특히 멋졌다.
러시아 시인 마야꼽스끼를 기리는 의미에서 명명된 역인 마야꼽스까야 지하철역도 멋졌는데, 이 곳은 유네스코 문화유산 목록에 포함된 유적! 무려 유적이라고 한다. 내부가 마치 백화점 로비 같기도 하고..ㅋㅋ 색다르다.
다른 여행 책자와 마찬가지로 가볼 만한 음식점이라든지 볼거리들에 대한 소개는 어김 없이 들어가 있지만 프랑스인 남자친구를 따라 모스크바에서 홀로 적응하며 모스코비치가 되기 위한 노력이 담긴 이야기는 흥미롭다. 모스크바에 관한 책이 처음이라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