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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시장을 지배하라 - 시장을 사로잡는 패션 마케팅의 모든 것
정인희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8월
평소 나의 패션 센스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읽고 있던 책을 보고 코웃음을 쳤을지도 모른다. 패션을 비롯해 외모에 관심이 많은 남동생은 언젠가 나를 보며 이런 말을 했었다. "내가 여자라면 진짜 예쁘게 코디해서 입고 다닐 자신있는데.." 하늘하늘한 쉬폰 블라우스나 원피스 같은 여성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옷 보다 캐주얼하거나 운동화에 잘 어울리는 코디를 주로 하는 누나가 안쓰러웠는지 여튼 그런 말을 하더라. 그런 내가 <패션 시장을 지배하라> 라는 책을 읽고 있으니 동생이 봤다면 "누나 패션부터 지배해" 라는 비수를 꽂았을거다. 나도 내 나름대로의 코드가 있다구!!!! 라고 작게 항변하며 어쨌든 이 책은 패션 마케팅과 관련된 서적이니 엄연히 다르다고 (센스 있는 사람들이 훨~씬 유리하겠지만) 최면을 걸면서 읽어내려갔다.
평소 패션 마케팅에 관심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살짝 고민이 된다. 패션 쪽으로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는데 (다른 분야의) 마케팅 쪽엔 관심이 많은 편이라서 마케팅 이론들을 패션에 적용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책을 읽으면서 이해하는데 도움도 받고 연상도 많이 하게 됐던 드라마가 있었는데 바로 권상우와 윤아가 주연이었던 <신데렐라 맨>이다. 동대문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열정, 사랑을 그린 드라마였는데 시청률에서는 쓴 맛을 봤지만 패션쪽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아 괜찮을 것 같다. 마케팅 보다는 디자인 쪽으로 더 많이 다룬 것 같지만..
책의 전반적인 느낌은 대학 교양 수업의 교재 같다. 마케팅 이론서인데 너무 딱딱하지 않게 쉽게 풀어쓴 책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그래서 책을 읽고 재미를 느끼긴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물론 학구열에 불타서 단숨에 책을 읽어내려가는 사람이라면 다를지도 모르겠다.ㅋ 패션확산이론, 파레토 법칙, JND 등 낯선 용어나 이론들이 등장할 때는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한 챕터가 끝나고 나면 이렇게 몇 가지의 활동들을 해보라고 권유하는 스스로 공부하기 페이지가 등장하는데 중학교 사회 교과서가 연상돼서 조금 웃겼다. ㅋㅋ 학창시절에 이런 걸로 수행평가도 하고 했었는데...책의 초반에는 아무래도 마케팅의 기초가 되는 배경지식, 이론들에 대해 다루고 있어서 좀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어떤 식으로 마케팅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 나와서 확실히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보게 됐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건 사례적용!! 뭐든 배우고 나서 이론으로 알고 있기 보단 실제로 어떻게 적용하는지를 직접 해보는 것이 몸에 익히고 머리로 기억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 같다. 실제로 일을 하면서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아쉬운대로 실제 적용사례를 통해 간접경험을 할 수 있도록 뒷편에 3개 브랜드 -올포유, 코데즈컴바인, 폴햄- 의 사례가 실려 있다. 그 중에 가장 관심있는 코데즈컴바인의 사례를 보면서 앞에서 머리를 아프게 했던 것들을 조금이나마 정리할 수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많은 브랜드에서 매년마다 비슷하면서도 새로운 아이템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중에서 소비자들의 눈에 띄려면 확실히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포장을 잘해서 흔히 말하는 낚시를 하든, 정말 제품으로 승부를 하든.. 소비자들의 욕구가 상황에 따라, 시대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 같은 마케팅! 패션 마케팅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인 반면, 일반 독자들에겐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