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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부를 못해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
야마다 에이미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제목이 나는 공부를 못해, 나는 공부가 싫어 등으로 다시 번역되어 나왔다.
야마다 에이미의 소설은 유쾌하고 당당하다. 사회의 통념에서 살짝 비켜가며 스스로를 찾게 만드는 걸 보면 읽는 이로써 즐겁다. 이 책은 소위 성장소설이라고 할까. 이 소설의 주인공 도키다 히데미는 남들이 불우하다고 생각하는 결손가정의 아이지만 이런 생각 자체가 편견이고 우습다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편견들이 사람을 더욱 불행하고 고달프게 만든다는 것을.
히데미는 공부를 못한다. 사실 흥미가 없다고 봐야겠지. 연상의 여성과 사귀고 왠지 교사처럼 보이지 않는 담임과 친하며 그로 인해 독서량은 많은 편이다. 그의 어머니 역시 출판사에 근무하는 자아가 강한 당당한 여성이다. 사생아를 낳고 살면서도 전혀 불행해하지 않고, 사랑하며 자신의 길을 살아가는 모습이 나쁘지 않다. 조금은 철없이 굴면서도 나름대로 어머니의 역할을 해낸다. 그의 할아버지 역시 여성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즐거움에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다. 작가가 말하는 것은 정해진 것은 없다라는 것일까. 어떻게 보여진다해서 그것이 사실은 아니다라고 말이다. 뉴스에서 자신의 아이를 죽인 여성이 악마라고 말해지고, 술주정꾼인 아버지를 죽인 딸과 어머니는 동정을 받고.. 실상은 모르는 것이다.
아무래도 개인의 사정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닐까? 결국 술주정하는 남편하고 같이 살아 보지 않으면 그 여자 마음을 알 수 없을 것이고. 젊은 남자에게 미쳐 보지 않으면 여자 마음을 알 수가 없지. 단지 이 사람들은 어느 순간, 죽여 버리고 싶다고 온몸으로 느꼈을 거야. 거기에 이성이 개입될 여지는 없겠지. 그것은 타인의 일이야. 물론 아무런 관계도 없는 지나가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곤란한 일일 테지만, 가족처럼 깊은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들 사이의 일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할 수가 없지.
이 책에 등장하는 히데미의 주변인물들은 즐겁다. 공부는 못하지만 잘생기고 인기가 많은 주인공을 라이벌로 여기며 사사건건 딴지를 거는 공부는 잘하지만 인기는 제로인 와카야마. 몸은 약하지만 강한 성깔의 레이코, 주인공을 좋아하지만 과거의 남자가 찾아오자 추억을 나누며 섹스하고 그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당당히 말하는 그의 애인 모모코. 그로 인해 한때 방황하며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들인다를 외치며 운동에 전념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한편으로는 귀엽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물론 [자, 오늘도 건전한 하루가 끝났다]라고 외치는 걸 보면 폭소하게 되더라도, 그건 나름대로 치열한 고민일 테니. 사실 오래전에 실연한 후 스쿼시에 몰두하던 스스로가 생각이 나서 나름대로 공감해버렸지만 말이다-_-;;
잡음 때문에 정치인이되겠다는 고토, 친구가 자살하자 시차병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주인공과 그의 친구등등..
야마다 에이미의 소설은 무겁진않지만 남다른 여운이 남는다.
더불어 꽤 코드가 맞는다고 할까.
주인공은 단순한 규범에 맞서는 반항아가 아닌 스스로의 철학을 가지고 열심히 고민하는 소년이다. 그것이 더욱더 매력있게 다가오지않나싶다.
그 때처럼, 자신의 변변치 않음을 혐오하거나, 무작정 감동하거나 하는 것이다. 그럴 때 아무런 진보도 없는 자신에 대해 놀람과 동시에 인간에게는 결코 진보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곤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있어 이 책은 결코 진보하지 않고, 진보하지 않아도 좋은 그런 영역에 대해 쓰려고 한 것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진보한다는 것이 아니라 진보시키지 않아도 될 영역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 후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