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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관람차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7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2월
평점 :
<고백>의 미나토 가나에를 알게된 것은 김봉석의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을 읽고 였다. 그후로 몇주간 줄곧 범죄소설을 읽고 있는데, 그야말로 미나토 가나에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이 기쁘다. 그녀의 소설은 범죄 이야기이지만, 그 전에 각자의 입장에서 한 사건을 바라보는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더불어 남의 일이라면 함부로 마구 거칠어지고 마는 심리를 밀도있게 잘 표현한다. 말 그대로 빛과 어둠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인간의 양면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작가인 것이다.
언덕 위에 살면서 고통을 느끼는 이는 언덕 밑으로 내려가야만 하는 사람들 뿐이다.(126쪽)
역시 남의 고통에 대해 상상하거나 말하기는 쉽다.
범죄 소설이라지만 흔히 하드보일드에서 느끼는 공포감과는 또다른 연민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남의 일이지만 남의 일만은 아닌, 어느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범죄에 대한 공포와 연민이 공존한다. 그것이 미나토 가나에 작품의 힘이다. 또한 피해자와 피의자 외의 주변인물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사건의 외향 또한 놓치질 않는다. 이렇게 섬세한 작가이기에 범죄 소설도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새삼 감탄한다. 지금껏 하드보일드라면 삼류의 무협지처럼 여기지 않았던가 반성하는 마음까지 든다.
분명 그 가족밖에 모르는 일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 집은 어떨까? 도망치고, 내일 돌아가고, 마유미와 아야카에게 멸시당하고, 또 일상으로 돌아간다. 다른 선택은 없단 말인가?(280)
부촌으로 알려진 언덕위의 한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일상 속에서 언덕위의 집은 평온했다. 온화한 부모가 있고, 성실한 아들과 딸이 사는 집이였다. 그런데 그런 집에서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후로 사건을 바라보는 각각의 입장이 스토리를 이어나간다.
개인적인 것을 강조하지만 살아가는 데 절실히 필요한 것은 역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와 어딘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때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아야카도 신지도 지극히 평범할 뿐인 자신들의 발을 단단히 붙들어 매주는 누군가의 마음이 필요했던 것이다.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었던 것이다. 준코 역시 자신이 외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살인만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무리 강한 살의를 품어도 죽였다는 사실과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 사이에는 크나큰 경계선이 있다. 그 경계선을 뛰어넘을 것인지, 눈앞에서 그칠 것인지, 결정은 의지가 크게 좌우한다고 믿었다. 윤리관, 이성, 인내심. 하지마 그것뿐이라면 나는 지금쯤 살인자 신세다. 말려주는 사람의 유무가 결정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결코 훌륭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나는 말려주는 사람이 있었다. 다카하시 준코에게는 없었다. 차이는 그저 그뿐.(286)
살인자이며 동시에 피해자의 가족이 된 다카하시의 형제들은 이웃에 받아들여짐으로써 자신의 자리를 그나마 지킬 수 있게 된다. 살인자라는 비방문이 잔뜩 붙은 집으로 되돌아가 가기는 힘겹지만, 이웃과 친구의 도움으로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친구라는 말, 이웃이라는 말에 잠깐 감동하게 된다. 역시 사람은 혼자서만은 살 수 없기에.
야행관람차. 사람들은 대부분 관람차의 승객이 되어 타인의 삶을 바라본다. 자기 마음대로, 생각대로 자기식으로 편집된 장면을 기억할 뿐이다.
오늘을 이겨낼 수 있었으니 내일도 앞으로도 분명 어떻게든 될 거야.(322)
체념. 일정정도의 체념은 오늘을 살아가는데 의지가 되고,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된다. 너무 예민하게 굴어서는 지칠뿐이다.
미나토 가나에의 다른 책들도 꼭 읽어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