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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또예프스끼 평전
에드워드 H. 카 지음, 김병익.권영빈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19세기 러시아 대문호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끼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다룬 이 책은 책장을 넘기가 수월치 않다. 도스토예프스끼의 작품에서도 그렇지만 우선 러시아어의 길고긴 지명이나 인명이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재확인해야 할 정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고, 러시아어 표현이 우리 언어로 깔끔하게 번역되지 않는 탓인지 억지스러운 은유적 표현이 많아 가독성이 떨어졌다. 어쩌면 이것은 도스토예프스끼의 작품이라고는 <죄와벌> 달랑 하나만을 완독했고, 세권이나 되는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는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는 주제에 평전을 읽겠다고 덤빈 나의 무모함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겠으나, 어쨌든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을 읽은 이나 읽지 않은 이가 똑같이 공감하긴 힘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읽고 있긴 하지만 심하게 겉을 핥고있는 기분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을 때까지도 계속되었다. 따라서 읽은 후의 멍한 기분은 어쩔 수 없는 것이리라.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은 열린책들에서 같이 출판된 <도스또예프스끼가 말하지 않은 것들>이었으나 어찌어찌 손에 들어온 책은 평전이었다. 평전에는 아무리 사실에 바탕을 두고 쓴 글이라 해도 글을 엮은이의 개인적인 평이 섞일 수 밖에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누군가의 인생을 논하는 글은, 바라본 이의 관점에서 적을 수 밖에 없으므로 다 평전에 속한다고 본다. 영국의 역사학자이며 유명한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이며 러시아사가 전문분야였다는 에드워드 핼릿 카는 사실적 증거(도스또예프스끼의 편지, 작품 등)를 바탕으로 도스또예프스키의 생애와 작품의 연관성을 엮었다. 강박증이 있는 아버지 밑에서의 성장을 시작으로 아버지의 돌연한 죽음과 도스또예프스끼 자신의 간질 발작, 비밀 독서회 관련으로 받게된 사형선고, 시베리아에서의 수감생활, 두 번의 결혼, 죽음을 앞 둔 첫번째 부인을 두고 정부와의 여행, 의붓아들과의 관계, 그리고 후원자였던 형의 죽음으로 커진 생활고 등과 그의 작품 속 인물들과의 연관성에 대해 적고 있다. 특히 흥미있었던 것은 오랜 세월 대문호로 추앙받고 있는 그가 의붓아들의 수업료 면제 입학을 간청하기 위해 황제에게 직접썼다는 탄원서였는데 탄원서의 문구가 황제에 대한 일반 러시아 국민들의 열광과 같은 수준이었는지, 혹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그 이상의 비굴함이었는지에 관심이 컸다. 이는 대문호 도스또예프스끼 역시 체제 아래 순종하지 않을 수 없는 일개의 국민이었으며, 돈을 위해 글을 썼다는 그에게 애잔함과 동시에 한낱 무상한 인간에 대한 연민을 느꼈기 때문이다.
역시 작품에는 작가의 세계관이 녹아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작가의 세계관은 작가의 인생과 동떨어져서 형성될 수 없는 바, 작가의 평전을 읽는 다는 것은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디딤돌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불평을 섞어 평전을 읽었지만, 읽고 난 후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완독할 용기가 생겼으며, 그의 다른 작품들 <가난한 사람들>과 <지하로부터의 수기>, 시베리아 유형 생활의 경험을 적은 <죽음의 집의 기록>을 읽으려 한다. 작가의 평전은 일독으로 멈출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품들을 읽을 때마다 이 평전을 들춰보는 것이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며 역시 평전은 도스또예프스키의 작품을 읽지 않은 이보다는 읽고있는 이나, 한 두권이라도 읽어본 이에게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