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의 의미 - 어느 재일 조선인 소년의 성장 이야기 카르페디엠 14
고사명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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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제 TV로 SBS스페셜 '일제 사진, 그 비밀과 거짓말'이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조선 풍속' 혹은 '경성 풍속'이라는 이름으로 찍힌, 아니 조작된 이미지들이 제국주의의 시각과 그것의 유포에 얼마나 크게 기여했으며,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 지금에는 아예 우리의 과거를 보는 시각의 프레임으로 자리잡아 버린 건 아닌가 하는 섬뜩한 내용이었다.

 나름대로 재일교포에 대해서 잘은 아니지만, 왠만큼은 알고 있다고 생각해왔던 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마침 책을 다 읽고 나서 본 어제의 프로그램을 통해 '과연 내가 생각하는 재일교포의 삶이란 무엇인가? 그저 하나의 스테레오 타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제에 대해서, 조선에 대해서, 그리고 대한민국에 대해서, 일본에 대해서 우리는 과연 제대로 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내가 이 책을 처음 펼치면서 나름대로 가졌던 프레임이었을 것이고, 이 책을 읽어 가면서 내내 마음 한구석에서 뭔가 불편함을 느꼈던 이유였을 게다. 용기, 상냥함... 지금의 우리에겐 너무 와닿지 않는 말일 수도 있다. 거기다 어린 소년이 겪은 정체성의 혼란이 고스란히 전해져 올 때의 당혹감까지...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아는 재일교포라는 친구들은 이미 3세대, 혹은 4세대 까지도 있을 것이고, 이 책의 지은이이자 주인공은 2세대 아닌가. 가난과 전쟁이라는 엄청난 시련을 온몸으로 겪어낸 세대의 삶을, 겨우 책과 영화 등 이미지로만 알고 있는 내가 어찌 감히 가다부타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어려운 시대를 겪어내면서, 이제 한 명의 재일동포로서,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너무나 솔직하게 털어놓은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말.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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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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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몰입도 75%

장르 소설, 혹은 엔터테인먼트 소설로 제격이라는 말을 하려 했는데, 나중에 책소개를 보니 작가가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천재'라고 하는 소개가 이미 있었다는... 나로서는 처음 만나는 작가이니, 일단 명성에 맞는 작품을 썼다고 할 수 있겠다.

독특한 캐릭터, 여기서는 사신 - 우리네 정서로 치자면 저승사자 쯤 되겠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지만, 감각이 없고, 따라서 감정도 느낄 수 없고, 배고픔, 피로 등 생활의 불편함도 없는 존재다. 완전한 이성적 존재라고 할 수 있지만, 좋아하는 건 음악. 장르도 상관없고, 그저 리듬과 비트를 좋아하는 것. 이런 그가 죽음을 앞둔 인간을 밀착 조사하며 가/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대상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 

이 정도의 캐릭터와 설정이라면 시리즈 드라마물로 만들어 꽤 오래 우려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사신이 매회 변해야 되니 주인공 섭외에 약간의 어려움은 있겠다만.

적당한 재미에 적당히 연결된 이야기들.

쉽게 읽히지만, 그만큼 쉽게 잊히진 않을지. 하지만 읽는 동안 재미를 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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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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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도 60%

관심이 있어 일부러 찾아 읽고는 구태여 주저리 주저리 좋지 않은 평을 쓰는 것은 나름대로 애정이 있어서라는 변명을 먼저 하고 싶다.

최근의 소설들에 대해 별로 좋은 느낌을 받지 못했고, 특히 젊은 작가들...의 소설 속에서, 특별히 단편 소설 속에서 인생의 오의 라던가 하는 심각한 것을 발견하리라는 기대를 접은 지 이미 오래지만, 아직도 뭔가 우리 문단의 미래를 짊어진 것처럼 포장되는 작가들에게는 이런 비슷한 희망이라도 가져야 되는 것이 독자의 옳은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결론부터 섣불리 얘기하자면 이런 기대는 접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 요즘의 심정이다.

이렇게 저렇게 말을 돌려서 평을 해놓은 평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작가에게 남은 것은 체제가 제공하는 욕망의 끈끈이 주걱에 매달려 살아가는 삶의 매순간에 의문부호를 달아주는 일 뿐'이므로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의미없는 짓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평자가 말하는 것처럼 이렇게 '흥분과 냉소를 배제한 세심한 관찰'을 쿨하다고 말해버릴 수도 없는 것이 엄연한 사실인 거고, '한 여성의 지극히 일상적인 내면 풍경'을 적는 것이 과연 이 시대 젊은 작가들의 남은 과제인가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반복해서 '인물들의 평범함을 보여주는' 것이, 이제 하나의 대세가 되어 버린 블로그의 개인적인 글쓰기, 혹은 예전의 일기장에 끄적거리는 글들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

최근 젊은 독자들에게 일본 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의 기저라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 '끝까지 밀고 가는' 일본 소설가들의 자세와 우리의 작가들의 자세가 어느 지점에서 차이가 나는지 새삼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소설의 주인공은 끊임없이 머뭇머뭇 거리고, 작가는 끊임없이 주변과 동시대의 동업자들이 이뤄 놓은 작품들을 기웃기웃 거린다면, 언제 '삶 속에 숨어 있는 '진짜 비밀의 공포'와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오랜만에 잡은 최신 소설이었지만, 연재 소설로서 나름대로 젊은 감각, 튀는 감성을 보여주려 노력한 작가의 단편들이 기대에 못 미친 점에 흥분해서, 비판과 비난의 경계에 선 글을 쓰고 말았다.

제발 머뭇머뭇, 기웃기웃 거리지 말고, 자기 만의 세계를 끝까지 가는 치열한 글들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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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07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를 많이 하고 있던 책이었는데.. 조금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도 직접 만나봐야 겠죠. 님의 글을 보면서 제가 너무 많은 기대를 키운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군요. 직접 만났을때 조금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책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hanci 2007-08-07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 제 생각이 그렇다는 거니까, 혹시 제가 쓴 글 때문에 안 좋은 기분으로 책을 보지는 말아 주세요. 직접 읽고 느끼는 건 각자의 몫이니까요. 그러고 보니 너무 단점들만 써 놓았다는 생각도 드네요. ^^;
 
호숫가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몰입도 80%

기본적으로 이런 장르 소설의 장점은 몰입도가 높다는 것. 아무리 흔들리는 지하철이라 해도, 이런 소설을 들고 있으면 쉽게 잠들지도 않고, 목적지까지 가는 시간도 훨씬 짧게 느껴진다.

올 여름 읽기 손대기 시작한 장르 소설들 중, 저자가 '용의자 X의 헌신'를 쓴 사람이길래 얼른 집어든 책. 하지만 딱히 추리 소설이라고 하기엔 먼가 다른 소설.

초반에는 소년 탐정 김전일이나 명탐정 코난 등 전형적인 추리 소설의 시작을 보여주지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명탐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호숫가 펜션에 온 가족들 전원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물론 마지막에 주인공(?)에 의해, 사건의 전모와 그들이 얽힌 추악한 관계와 욕망,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순응하는, 나름의 해피 엔딩까지 술술 재미있게 읽힌다.

용의자 X에서 워낙 황당하게 막판 반전을 당한 터라, 이번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기대감, 긴장감이 있었지만, 약간 허무하다고 해야 하나, 안타깝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결말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소설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하겠다.

재미있게 읽히고, 여러 가지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여름에 읽기엔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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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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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도 90%

먼저 그 두께와 무게가 주는 중량감.

그리고 하나의 살인 사건에 얽힌 수많은 사람들을 살려내는 디테일.

현대 일본의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그로 인해 개인의 삶이 어떻게 영향을 받고 망가져 가는지, 그리고 그러면서도 그것을 어떻게 나름대로 극복하고 삶을 영위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작가의 능력.

압권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내 책꽂이에 그냥 꽂혀 있는 반년 동안, 끊임없이 나에게 전달되던 부담감의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이런 책은 읽지 않고 놓아 두는 것이 죄악이다. 이제라도 읽은 것이 다행이지만, 왜 이제야 읽었는지 후회가 들 정도.

그런 이유로 이제는 그 옆에 꽂혀 있는, 이 책의 3배나 되는 '모방범 3권'이 두렵다. 올 여름은 미미 월드에서 보내게 될 것 같은 서늘한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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