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헨리 노는날 그림책 1
카타리나 마쿠로바 지음, 김여진 옮김 / 노는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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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품격이 느껴졌었다.
달팽이 헨리라니!
달팽이에게도 어엿한 이름이 있다는 걸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깨달음이었을까?
책을 받아보고 난 뒤에는 확실해졌다.
기품있는 그림책이다.
시원스러운 판형, 사랑스러운 서체, 산뜻한 일러스트, 고급스러운 종이의 질감, 그리고 무엇보다도 감성적인 텍스트가 이 그림책을 온전히 품고 있다.

비 온 뒤 숲길을 걷다보면 달팽이들을 만나게 된다.
예쁘고 신기해서 가만히 들여다 본다.
달팽이가 지나온 짧은 길에는 끈끈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나는 때로 그 앞에서 겸허해진다. 그 순간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기 때문이다.
헨리는 그런 점액질이 없는 달팽이다.
존재의 결핍. 아무도 묻지 않고,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무섭도록 슬프고 외로울 지도...
하지만 헨리는 좌절하는 대신 방법을 찾고, 용감하게 실천에 옮긴다.
'다름'을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열쇠'로 만들었다는 출판사 서평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헨리라는 이름을 가진 달팽이 이야기가 궁금하신가?

-헨리는 줄기를 꽉 쥐고,
촉수 하나를 쭉 뻗고,
또 다른 촉수도 힘껏 뻗었죠.
그런데...-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고 싶어.'-

아름답지만 안타까운 장면들이었다.
이어지는 페이지에서 헨리는 온갖 지혜를 짜내어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그렇다면 헨리의 마지막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용감한 달팽이 헨리의 이야기는 유쾌하다.
극적인 반전은 뜻밖의 귀한 선물이다.
비록 언제나 등껍질을 갖고 싶은 민달팽이로 살아가더라도 어려운 이웃에게 힘껏 도움의 손길을 내밀줄 아는 선한 영향력을 기억하게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주저앉지 아니하며 꿈을 향하여 나아가는 삶의 태도 또한 눈부시다.
작고 여리지만 특별한 달팽이의 세계를 만나고 싶다면 이 아름다운 그림책을 펼쳐 보시기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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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루소 모두의 예술가 5
미셸 마켈 지음, 어맨다 홀 그림, 신성림 옮김 / 책읽는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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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루소의 그림을 좋아한다.
단순하면서도 꽉 찬, 차분하고도 깊은 초록의 색감이 내면의 정서를 흔들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를 떠나본 적이 없었던 가난한 화가. 지난 여름 나는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을찾아가서 실제로 그의 작품들과 마주하였다.
상상했던 것보다 더 깊었다. 오래된 기와지붕 아래 심연을 알 수 없는 더 오래된 우물의 빛깔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오르세 미술관 2층, 앙리 루소의 전시실은 무겁고 아득한 기분이었지만 그의 작품 몇 점을 직접 본다고 해서 그를 다 알 수는 없었다.
앙리 루소는 어떤 화가일까?

그림책 한 권을 만났다.
꼭 만나고 싶었던 그림책이다.
앙리 루소의 그림들이 어떻게 녹아있을지 참으로 궁금하였다.

기대감 최고!
재미 백배!
친밀감 찰떡!

화가의 이야기를 가장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르가 바로 그림책이 아닐까 싶다.

벌써 눈치를 챘겠지만 그림작가 어맨다 홀은 앙리 루소 풍의 일러스트를 적극적으로 실현하였다.
그러면서도 밝고 화사한 색채 사용으로 그림책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림책의 컬러감은 산뜻하고 부드럽다.

-이 책의 그림을 그리면서 저는 늘 쓰던 색연필과 수채 물감 대신 수채 물감과 아크릴 물감을 같이 썼습니다. 앙리의 그림과 비슷한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앙리가 세상을 바라보던 독특한 시선을 보여 주고 싶어서 비례와 원근법을 벗어나기로 했습니다. 몇몇 장면들은 실제 앙리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어맨다 홀-

면지 그림도 압권이다.
앙리 루소의 정글을 그대로 보고 있는 듯하다.

어맨다 홀 또한 앙리 루소의 그림을 좋아하였다.
열여섯 살에 그의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누군가 머릿 속에 탁 하고 불을 켜 준 것 같았다고 한다.
게다가 미셸 마켈이 앙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법이 몹시도 뭉클해서 더욱 기뻤다고 한다.
그림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파리 여행을 다녀오고, 앙리와 가깝게 지내던 예술가들에 대한 책도 찾아 읽으면서 내내 즐거운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

-앙리는 삶의 막바지에 이르러 <꿈>이라는 놀라운 그림을 그렸어요.
어느 이름난 시인이 이런 글을 남겼어요.
"올해는 어느 누구도 앙리 루소를 비웃지 못할 것이다."
정말 그랬어요.-

이 위대한 작품은 현재 뉴욕 현대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앙리 루소의 대표작이라 일컫는다.
그림 작가 어맨다 홀 역시 이 그림을 패러디하여 책의 겉표지로 사용하고 있다.

이제 그림책의 텍스트를 따라가 보기로 한다.
화가가 되고 싶었던 앙리 루소는 마흔 살이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무작정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업료를 마련할 수 없어서 혼자 그리는 법을 익혀야 했다.
그리고 마흔 한 살에 처음으로 전시회에 출품도 하였다.
하지만 평론가들은 하나같이 앙리를 비웃었다.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 같다는 둥, 눈을 감고 발로 그린 것 같다는 둥, 심지어는 '한바탕 웃고 싶다면 앙리 루소의 그림을 보러 가라'는 둥 악평을 서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앙리 루소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싶어서 열심히 그렸고, 자신의 그림을 보고 미소 지었다.

그림책의 텍스트는 힘이 세다.
독자들이 진심으로 앙리를 응원할 수 있도록 감동적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감동적인 글과 그림으로 생생하게 다가올 앙리 루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반드시 이 그림책을 만나 보시라!
벅찬 감동으로 보답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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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쁘다고? -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수상작 온그림책 8
황인찬 지음, 이명애 그림 / 봄볕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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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아홉 살 남자 아이의 두근거리는 마음이 귀여웠다.

-내가 예쁘다고?-

그림책은 시종일관 아이의 마음을 따라다녔다.

수업 중에 짝꿍인 김경희가 '나'를 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되게 예쁘다."
어느 날, 누군가로부터 예쁘다는 말을 듣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맞아.
나도 예쁘구나-

'나'는 그 생각만으로 하루를 꽉 채웠다.
밥도 유난히 맛있고, 좋은 꿈도 꾸었다.
마음이 아주 간질거렸다.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아침에 진실이 밝혀진다.
김경희가 예쁘다고 한 것은 '나'를 향한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거였구나.
이게 예쁘다는 거였어.-

예쁘다'의 사전적 뜻은 '어른의 말을 잘 듣거나 행동이 발라 흐뭇함을 주는 상태에 있다'라는 의미이다.
생각해보니까 나는 그림책을 보면서 예쁘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눈 맑은 아이들을 볼 때도 그렇다.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고 있노라면 마음 깊은 곳에서 행복이 꽃처럼 피어난다.
또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에게도 예쁘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하고 있다.
"아이~ 잘했다. 아이~ 예뻐!"

황인찬 시인은 아홉 살 남자 아이의 시선으로 예쁘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수줍게 어필하고 있다.
반짝거리는 시인의 감성이 촉촉이 스며드는 듯 하였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꽃 향기가 났다.
그림책은 봄볕처럼 화사하고 봄바람처럼 부드럽다.
이명애 작가가 그려내는 교실 풍경 또한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스럽다. 햇살 가득한 창가 풍경, 놀이기구가 있는 운동장 풍경도 매우 사실적이다. 그러므로 또 예쁘다.
글과 그림은 서로 상호작용한다. 어느 한쪽의 치우침도 없다.
글이 말하지 않는 아이의 속 마음은 그림으로 이야기한다.
앞면지 속, 어깨가 축 처져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등교하는 아이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혔다.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 지수가 세계 1위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 예쁜 그림책을 선물해 주고 싶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뜻밖에 마주치는 분홍빛 설레임을 경험하게 하고 싶다.

예쁜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법.
모두가 이 예쁜 그림책을 꼭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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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국민서관 그림동화 256
아우로라 카치아푸오티 지음, 정화진 옮김 / 국민서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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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온통 헝클어진 채,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잔뜩 웅크린 이 아이의 이름은 에이미다.
에이미는 매사에 이렇게 말한다.
"싫어.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유달리 걱정이 많았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들킨 것 같아서 뜨끔했다.
어른들이 계신데도 대문 단속을 항상 내가 했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다.
어쨌든 심리적으로 불안을 느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다행히 별다른 탈 없이 잘 성장했지만 내가 겪어봐서 누구보다 잘 안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의 폐해가 어떤 것인가를...
정도가 지나치면 스스로를 늪에 빠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마음 돌봄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건강한 방식으로 불안을 대처해나가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주는 책'이라는 출판사 소개글에 주목하였다. 그래서 이 그림책이 더 많이 궁금했었다.
그림책은 기대 이상이다.
무엇보다 읽힘이 자연스러웠다.
일러스트는 과하지 않으면서 편안한 느낌을 추구하고 있다.

어느 날 회색빛 아이가 에이미를 찾아왔다.

-"네가 항상 나를 피하잖아.
이대로라면 내 꿈을 이룰 수가 없어!"-

에이미는 아이에게 미안해졌다.
아이의 기분을 좋게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과자 먹기,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기, 할머니와 함께 블랙베리 따기, 엄마랑 텃밭에서 놀기, 아빠 따라 동물보호소에 가서 강아지 입양하기.
예전에는 두려움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회색빛 아이와 함께 조금씩 성취해 나갔다.
에이미는 그때마다 외쳤다.
"좋은 생각이 있어!"
드디어 아이의 기분이 좋아졌다.

-회색일 때 내 이름은 두려움이었지만
지금 내 이름은 용기란다..-

면지의 변화도 눈여겨보자.
소심하고 용기가 부족한 우리 아이들에게 힘을 주는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두려움과 용기는 같은 마음의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을 다정한 시선을 담아 가만히 전해주고 있다.
마치 강물이 흘러가듯이 고요하지만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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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마리 들오리의 즐거운 하루
아델 졸리바르 지음, 박선주 옮김 / 바이시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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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원스럽고 커다란 판형의 그림책이 눈을 한껏 즐겁게 해준다.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색감에 마음이 평온해지는 건 덤이다.

그림책은 면지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른 새벽, 마을의 빵집에 불이 켜졌다. 일찍 일어난 사람들의 집에서도 불빛이 새어나온다. 마을 오른쪽은 숲이다. 쓰러진 나무가 한 그루 있고, 그 옆에 철 구조물도 보인다. 이곳이 바로 100마리 들오리들이 모여 사는 집이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들오리 한 마리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항상 모자를 쓰고 다니는 이 들오리는
오늘 아침에도 99마리의 다른 들오리들을 위하여 혼자서 빵집에 다녀오는 길이다.

-들오리 친구가 빵집에 다녀와요.
바게트와 크루아상을 샀어요.-

언뜻 보면 이 들오리가 주인공인 것 같다.
무려 8페이지에 걸쳐서 이 들오리 혼자만을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100마리 들오리가 맞다.

그런데 왜 100마리일까?
진짜 100마리가 모두 등장하는지 일일이 세어보고 싶어졌지만 그만 참는다.
사실 숫자 100의 백은 전체, 완성, 가득함, 진정성의 상징이다. 그러니 100마리가 안 되든 100마리가 넘든 어쨌든 100마리가 맞을테니까...

100마리 들오리들이 사는 집은 죽어서 쓰러져 있는 나무다.
나무는 죽어서도 숲을 지키고 가꾼다고 한다.
그림책에서도 죽은 나무의 왕성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지혜롭게도 작가는 이곳을 도심 속 들오리들의 완벽한 둥지로 설정하였다.

오늘은 파티가 있는 날이다.
100마리 들오리들이 함께 파티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집안을 치우고, 장식용으로 쓸 꽃을 따러 간다. 음악을 골라놓고, 초대장을 돌린다. 마지막으로 음식을 준비한다.
파티가 시작되었다.
무당벌레, 달팽이, 지렁이, 꿀벌, 나비, 개구리, 애벌레, 개미 손님들이 선물을 들고 차례로 찾아왔다.
불꽃놀이와 유쾌한 인사, 맛있는 음식은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들오리 친구들은 신나게 놀았어요.
그러나 즐겁게 놀고 난 뒤 제일 하고 싶은 건,
포근한 이불을 덮고 자는 거랍니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평온한 시간"

즐겁게 사는 것.
고요한 순간을 즐기는 것.
평온한 감정을 유지하는 것.

요즘은 이 세 가지가 내 삶의 모토다.
그림책의 메시지 또한 그러하다.
이야기는 뒤면지까지 이어진다.
어둠이 내려 숲은 잠들었건만 도심의 불빛은 꺼질 줄 모른다.

오늘 밤은 그림책을 곁에 두고 모처럼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행복한 그림책을 만나서 참 좋았다.
좋은 꿈을 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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