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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머리 아이 천백모 ㅣ 가나 열매책장 2
윤수란 지음, 서지현 그림 / 가나출판사 / 2023년 6월
평점 :
어른의 동화 읽기!
멋쩍을 수도 하지만 한편으론 고급 취향이라 자부한다.
나에게는 세계 명작 동화에 푹 빠져 살았던 어릴 적 행복한 기억이 있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황홀한 판타지 세계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고 상상의 나래를 연이어 펼치다보니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아이로 성장하게 되었는데,
지금도 동화를 읽으면 그때의 아련한 느낌이 떠올라서 참 좋다.
이 책의 주인공 천백모는 자신의 이름처럼 태어날 때부터 백모, 그러니까 흰 머리카락의 남자 아이다.
삶이 얼마나 고달팠을까?
남과 다르다는 그 이유 하나 때문에 학교에서 백모는 누구에게도 다가가지 못했고, 그 누구도 백모에게 다가오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백모가 3학년이 된 첫 날부터 이야기는 달라진다.
담임 선생님은 백모의 흰 머리를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으며 차별없이 한결같이 아이들을 대하는 분이었다.
그로 인하여 '파뿌리', '백 노인'이라며 백모를 놀리는 짖궂은 용이를 비롯하여 자청하여 백모의 짝꿍이 되어준 정의로운 진국이까지...나중에는 백 신사, 흰 머리 천사로 통하는 백모 곁에 비로소 친구들이라는 존재가 생겨나게 된다.
아이들 세상에서 친구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작가는 현실과 판타지의 모호한 경계를 넘나들면서 흥미로운 반전과 함께 서사의 축을 자연스럽게 풀어나간다.
어느 날 불현듯 백모는 흰 머리카락의 마법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흰 머리카락을 뽑아서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주문을 외우면 원하는 물건으로 변하는 것이다.
처음에 백모는 이 마법을 사용하여 친구들의 환심을사게 되었고, 급기야 반에서 배려왕에 뽑히기까지 하였다.
자신의 흰 머리카락을 뽑아서 용이에게는 빨간 색연필을, 새미에게는 머리 묶는 고무줄을, 진국이에게는 줄넘기 줄을, 모둠 친구들을 위해서는 빨대를 만들어 주었는데 이러한 노력들이 기적처럼 백모의 학교 생활을 확 바꾸어 놓았다.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하고, 반 전체 앞에서 과학 실험 시범을 보이며 처음으로 손을 들고 선생님께 질문을 하게 되는 등 그동안은 꿈도 꿀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났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차례를 다시 살펴보면 전체적인 사건 전개와 함께 테두리 그림도 더 맛깔나게 다가온다.
실제로 아이들 중에는 물건으로 친구들의 관심을 사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것은 결코 건강한 우정으로 발전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백모 또한 비슷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 흰 머리는 보통 흰 머리가 아니에요. 가늘고 길쭉한 물건들을 만들 수 있단 말이에요. 그래서 친구들하고도 엄청 친해졌고요. 제 평생소원이 친구들이랑 친해지는 거였다고요. 만일 검은 머리가 되면......이제 그런 것들을 할 수가 없잖아요."-
마지막 챕터는 '진짜 백모 찾기'
소제목만으로도 해피엔딩임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차별과 소외, 그리고 왕따!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발랄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작가의 글솜씨가 돋보인다
어린이 독자들에게 꼭 꼭 전하고 싶은 윤수란 작가의 메시지에도 귀 기울여보자.
"이 책을 읽는 여러분도 남에게는 말하기 힘든 부끄러운 구석이 한둘쯤은 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 그것에 지지 말아요. 대신 여러분만이 가진 강점을 찾고, 그것을 잘 발휘하면서 더 당당해지고 행복해지면 좋겠어요. 백모처럼요!
여러분의 당당하고 행복한 생활을 응원할게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