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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을 자르면 ㅣ 라임 그림 동화 39
디디에 레비 지음, 피에르 바케즈 그림, 이세진 옮김 / 라임 / 2024년 9월
평점 :
해양생태계가 위태롭다.
바다로 흘러 들어간 각종 쓰레기 때문에 만신창이가 된 바다 생물들의 모습을 눈 앞에서 만나게 된 순간, 공포감이 덮쳤다.
집게발이 잔뜩 뒤틀린 게, 그물에 걸려서 다리가 온통 엉겨버린 낙지, 온몸에 뾰족한 빨대가 빽빽하게 박혀 있는 농어...
흑백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생동감 있는 묘사가 감정을 더욱 끌어올리는 듯하였는데, 이처럼 특별해 보이는 일러스트는 메조틴트 기법의 판화로 작업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메조틴트
메조틴트(Mezzotint)는 요판 인쇄 기법 중 하나이다. 조각한 판면을 약품을 이용해 부식시키는 과정(에칭)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드라이포인트 기법에 속한다.
선이나 점으로 음영을 표현하지 않고 직접 중간 톤을 인쇄할 수 있는 기법으로 1642년 독일 예술가 루트비히 폰 지겐(Ludwig von Siegen)이 고안했다.
세밀하고 날카로운 에칭과 달리 벨벳처럼 부드러운 농담을 표현할 수 있다.
한 판으로 다색 판화를 만들 수 있다.
판을 수정할 수 있다. [출처 : 위키백과]
따라서 메조틴트로 제작된 인쇄물은 섬세한 그래픽과 다양한 음영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돋보인다.
피에르 바케즈 그림 작가는 2005년에 파리의 한 서점에서 판화를 전시하면서 판화 작업을 시작하였고, 지금은 프랑스 브르타뉴에서 메조틴트 기법의 판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일러스트에 푹 빠져서 감탄사를 연발하며 읽었다.
천천히 책장을 넘겨가는 동안 수많은 감정들이 교차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
놀람, 안타까움, 미안함, 슬픔, 분노, 불안, 안도감...위로와 격려, 응원의 메시지까지...
그림책의 서사 또한 매우 흥미롭다.
주인공 올로는 깊은 바닷속에 사는 상어이다.
어느 날 난파선을 발견한 이후로 그의 삶이 달라졌다.
기계실 벽에 걸려 있던 여러 가지 공구들을 이용하여 아픈 바다 생물들을 고쳐주고, 돌봐주고, 위로하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올로의 솜씨는 금방 소문이 났다.
곳곳에서 몰려드는 손님들 뿐만 아니라,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까지 최선을 다하는 올로 박사의 활약상이 눈부시게 펼쳐진다.
갇혀 있던 물고기들을 살리기 위해 가위로 그물을 잘라버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올로는 멜빌호의 기계실로 돌아가다가
바닷속에 드리운 거대한 그물을 보았어요.
그 안에는 수많은 물고기가 갇혀 있었지요.
올로는 가위로 그물을 싹둑싹둑 잘랐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해양 생태 파괴의 현실이 도사리고 있었으니...
바다는 모든 생명의 근원이기도 하다.
오늘날 이렇게 소중한 바다가 위험에 처하게 된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 나가야 할 때이다.
"올로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에요."
그림책의 마지막 문장은 커다란 울림이 되어 일파만파 온누리로 퍼져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만나보았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