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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알갱이의 소원
실뱅 알지알 지음, 베노이트 타디프 그림, 김여진 옮김 / 바이시클 / 2022년 6월
평점 :
표지 그림에 폭 빠져버렸다.
사랑스럽다.
쓰다듬고 또 쓰다듬고...
반짝반짝 눈에 띄는 모래알 캐릭터가 친구인듯 반갑게 인사한다.
큼지막한 그림책의 판형과 감각적인 디자인도 마음에 쏙 든다.
묵직한 주제에 걸맞게 두꺼운 종이를 사용하였다.
반복되는 어휘는 타이포그래피로, 둥근 모서리로는 모래알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등 주변 텍스트를 활용한 메시지 전달력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는 바스크 지방의 전설과 아시아의 전통적인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표제지
동서양의 전통 문화에 대하여 관심이 많은 글 작가가 고전 이야기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라고 하니 더욱 솔깃하였다.
원작들도 궁금해졌다.
색감이 매우 강렬하다.
면지부터가 형광색이어서 그림책을 펼치자마자 감정 온도가 훅 올라갔는데, 수많은 모래알들이 화면을 채우고 있는 첫 장면에서 순간 멈칫하였다. 마치 미술관 전시실에 들어선 기분이었다.
압도적인 분위기에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그토록 보잘 것 없는 모래 알갱이를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니 참으로 놀라웠다.
그리고 마침내 조우하였다.
수많은 모래 알갱이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모래 한 알을...
-모래 한 알이 있었습니다.
아주 조그마한 알갱이였죠.-
인간 욕망의 본질을 꿰뚫어 보여주는 그림책 세상이 명료하게 다가왔다.
주인공 모래알처럼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무엇이 늘 부러웠던 우리들의 자화상. 하지만 막상 그것이 되어보면 이내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고개 끄덕끄덕, 몰입도 최상이다.
그림책을 통하여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다른 무엇이 되고 싶은 적이 있었던가?
용기가 부족하고 소극적인 성격 탓에 무엇이든 호기롭게 선언해본 적은 없지만 내심으로는 부러움이 많았나보다.
작디 작은 모래알이 평화로운 돌멩이, 위대함과 개성으로 가득찬 화산, 태양, 구름, 바람, 바다로 깜짝 변신하는 역동적인 모습에 감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래알의 한계는 무엇인가?
현재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끝없는 욕망에만 사로잡혀 지금 이 순간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모래 알갱이로 사는 건 정말 지긋지긋해".-
온종일 투덜거리던 모래 알갱이는 편안해 보이는 큼지막한 돌멩이를 만난다
-"저 우아한 모습! 내가 저 돌멩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모래 알갱이가 소원을 빌자마자,
돌멩이로 바뀌어버렸어요!-
돌멩이가 된 모래 알갱이는 정말로 편안해졌을까?
욕망은 끝이 없었고, 그는 여전히 툴툴거렸다.
-바람이 소원을 빌자마자,
바다로 바뀌어버렸어요!-
어느 날 저녁, 해변에 도착한 바다의 눈을 사로잡은 건 무엇이었을까?
-바다는 깊이
아주 깊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의 여운이 너무 커서 쉽게 책장을 덮지 못했다.
현재의 내 모습을 적극적으로 사랑하게 하는 마법같은 이야기.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꼭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