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화첩 한 권을 만났다.원화의 느낌을 잘 살려낸 아름다운 그림책이 뜻밖의 커다란 감동을 선물하였다.빛으로 가득한 표지 그림에 마음을 빼앗긴 채오래도록 들여다 보았다.한동안 책장을 넘길 수조차 없었다.그러다가...면지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눈 내리는 거리 풍경, 나란히 서 있는 자전거 두 대가 내 눈에 들어왔다. 뒤면지를 열어 보았다.어느새 시간이 흘러 다시 봄이 왔고, 가방을 멘 두 아이가 다정한 모습으로 함께 걸어가고 있다.그림책은 자전거와 두 여자 아이 그리고, 겨울부터 봄까지의 풍경을 담고 있다. 주인공 아이의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 펼쳐지는 주옥같은 그림책의 모든 장면이 압권이었다.텍스트와 일러스트는 시소놀이를 하듯 균형을 맞추며 애틋한 서사를 이어간다.처음부터 끝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읽었다.단짝 친구와 서먹해진 주인공은 마음의 방황을 겪는다.-겨울 방학이 지나고 친구와 마주쳤는데 어쩐지 어색해서 눈을 피하고 말았어.- 누구라도 한번쯤 이런 경험 있을 것이다. 여기서도 한참을 머물렀다.-친구가 내게 먼저 말 걸어 주기를 기다렸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봄꽃이 환하게 필 때까지도 말이야.-아이의 상실감이 최대치에 달했다. 슬픈 장면인데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빛은 유난히 더 화사하다. 바깥 풍경과 상반되는 아이의 심리 상태를 강조하기 위해서일까? 어쨌든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었다.-나는 친구와 다시 가까워지고 싶어. 손잡고 인사하고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다 말하고 싶어.-드디어 용기를 낸 아이가 친구네 우편함에 편지를 넣고 있다. 이 장면을 보는데 울컥하였다.답장을 받기 전까지 얼마나 마음 졸였을까? 기다림의 시간은 또 얼마나 길었을까?'아픈만큼 성숙해진다'라는 말이 있지만 아홉 살 아이에게 그 아픔이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책이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모두의 유년과 어린이의 오늘을 환하게 비춰주는 책'이라는 출판사 리뷰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책을 기다리는 내내 두근거렸고, 정말 정말 아껴 읽었다.그동안 잊고 있었던 유년의 기억들이 불쑥불쑥 떠올랐다.양지 바른 빈터에서 친구와 소꿉놀이하던 기억, 날이 저물도록 뛰어다니던 골목길, 친구네 집에서 내가 가질 수 없었던 인형을 구경하던 일...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은 언제나 함께 찾아오는 것 같다.마음을 서로 나누었지만 지금은 소식조차 모르는친구가 불현듯 생각났다.사소한 오해로 관계가 끊어져버린 친구도 있다.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그림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불꽃처럼 뜨겁다.나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전할 용기를 북돋우는 그림책의 정서가 정말 좋았다. 나는 참 용기가 부족한 사람이다.그래서 유독 이 그림책을 곁에 두고 싶어했던 것 같다.'잊었던 용기'그림책 제목을 자꾸만 소리내어 읽어 보았다.용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잊고 있었다?어쩐지 힘이 되는 말이다.그도 그럴 것이 처음부터 내게 없었던 것이 아니라 단지 잊고 있었던 거라면 나도 얼마든지 용감해질 수 있다는 말이니까...관계의 벽 앞에서 이제 더는 망설이지 않으리라!잊었던 용기를 불러내는 아름다운 그림책 덕분에 한 뼘 더 성숙해지다!*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