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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목욕탕 ㅣ 미운오리 그림동화 20
다시로 치사토 지음, 봉봉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5년 1월
평점 :
몸이 조금 찌뿌둥할 때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공간이 있다.
그곳은 바로 따끈따끈한 목욕탕이다.
돌이켜보면 어릴 때는 목욕탕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탕 안의 뜨거운 열기가 답답해서 찬물에서 놀고 있노라면 이내 영낙없이 붙들려와 목만 내놓은 채 몸을 담그고 있어야 했는데, 그 시간이 너무 지루하고 숨이 막혀서 참 싫었던 기억이 있다.
그림책 속 아이는 어땠을까?
이 그림책은 시작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목욕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아이가 목욕 열차를 타고 동물 친구들 집을 차례로 방문하는 동안 온갖 종류의 목욕탕을 경험하게 된다는 이야기 구조이다.
의성어와 의태어, 리듬감과 운율이 살아 있어 글맛도 좋다.
-토끼의 보글보글 거품 목욕탕
돼지의 철벅철벅 진흙 목욕탕
사슴의 후꾸후끈 사우나
수달의 풍덩풍덩 미끄럼틀 목욕탕......-
앞면지의 그림지도는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보면 더욱 재미있다.
읽은 내용을 기억하며 동물 친구들 집을 찾아보는 활동 또한 매우 유의미할 것이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목욕탕은 산 중턱에 있는 악어네 열대 목욕탕이었다.
새콤달콤 열대 과일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 눈요기만으로도 완벽하다.
이처럼 페이지 페이지마다 디테일과 색감을 잘 살린 수채화 일러스트가 책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가로로 길다란 판형의 펼침 화면으로도 모자라서 대문 열림 화면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최고의 그림 선물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온 가족이 함께 뜨거운 탕 안에 몸을 푹 담근 채 밝은 표정으로 목욕을 즐기고 있는 마지막 페이지는 뜻밖의 반전이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아이 또한 뜨거운 탕 속에 몸을 담그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지루하고 답답했을 것이다.
아이는 어느새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하마야, 우리 친구들 집으로 목욕하러 갈래?"-
"그래, 좋아!"-
하마를 비롯하여 토끼, 돼지, 사슴, 올빼미 가족, 생쥐, 문어, 악어, 코끼리들, 수달들, 원숭이 가족, 앗! 펭귄까지...온갖 동물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신나는 목욕 파티 장면은 그림책의 하이라이트다.
누구라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생겨나는 부정적인 마음을 전환시켜 새로운 세상으로 이끄는 이야기, 《동물 목욕탕》을 읽으며 우리 모두 '카르페디엠'을 신명나게 외쳐보자.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