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점심시간 다봄 어린이 문학 쏙 5
렉스 오글 지음, 정영임 옮김 / 다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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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쩔 수 없이, 다른 엄마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과 정반대로 날 보살펴 주는 엄마.-p 129

아이의 이름은 렉스 오글.
올해 중학교 1학년 신입생이 되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 아직은 돌봄이 필요한 나이다.
그런데 돌봄은 커녕 이렇게 어린 아이가 집안일을 다 떠맡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믿기 어려웠다. 요리부터 청소, 아기 돌보기, 엄마의 통장 잔액을 확인하는 일까지...
부모의 이혼을 겪은 아이는 재혼 가정에서 가난과 폭력, 일상적인 학대에 노출되어 있었다.

렉스의 엄마는 정서적으로 아직 미성숙하며 불안정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결핍과 분노가 뒤엉켜 결국 스스로를 망치고 가정을 파괴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엄마가 일어나 앉았다. 엄마는 엄마나 어른처럼 보이지 않았다. 예닐곱 살 정도 되는 어린 여자아이 같았다. 엄마는 하도 울어서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잔뜩 겁에 질린 순진한 어린아이의 눈빛이 보였다. 엄마는 나를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바라봤다.-p 127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는 많이 보았는데 렉스처럼
집보다 학교가 더 좋다고 하는 아이는 처음이다.

-내가 학교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다. 안심된다. 학교에서는 일체 집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생각하는 거라고는 수업, 친구들 같은 것뿐이다. 미술 수업과 스케이트보드, 화제가 되는 영화 따위를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성적을 받거나 멋지고 인기가 많아질까 궁리한다.-p 78

하지만 엄마가 신청해 놓은 무료급식프로그램 때문에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개학 첫날부터 친구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될까봐 내내 두려웠고, 가난한 집안 형편에 더욱 짜증이 났다.
상황은 더 안 좋아져서 정부로부터 월세를 보조받는 공공임대아파트로 이사까지 가게 되는데...《불편한 점심시간》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이러한 내적 갈등을 겪고 있는 렉스의 심경을 직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주인공 아이의 이름이 다름아닌 작가 본인이라는 것을 문득 알아차린 순간, 살짝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자전적 이야기라고 해도 일반적으로는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쓰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세월 작가로서 제 어린 시절 이야기는 되도록 쓰지 않으려고 했어요. 솔직히 회피한 셈이지요.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는 단순한 이유였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사회경제 시스템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여러 면에서 오히려 나빠지기도 했지요. 그런 사실을 알고 나니 제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결심이 서더군요. 제 경험이 많은 사람들과 나눠야 할 중요한 이야기라고 믿었기에 이 책을 썼어요. 실제 경험을 나누는 차원을 넘어, 가난한 아이들에게 혼자가 아니라고 알려주고 싶었어요. 더 나아가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어린이 청소년 독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어요." (p 324 작가의 말 중에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따스한 가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건강한 친구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헌사에서 밝힌 것처럼 '이 책은 가난한 아이, 가난하지 않은 아이 모두를 위한 이야기'일뿐만 아니라 양육자를 비롯한 모든 교사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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