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들은 정말 굉장해 - 작지만 소중한 곤충들의 흥미진진한 삶과 비밀스러운 이야기 더숲STEAM 시리즈
플로랑스 티나르.카밀라 레앙드로 지음, 뱅자맹 플루 그림, 이보미 옮김, 김태우 감수 / 더숲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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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사생활》이라는 책을 매우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곤충들의 세계도 들여다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림책으로 알려 준다니 무척 기대되었다.
솔직히 나의 경우에는 곤충을 무서워하는 편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곤충의 몸을 만지고 나아가서는 가까이 두고 기르고 싶어하는 아이들도 많지 않은가!
다양한 곤충들의 신박한 비밀들을 접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
미처 몰랐던 곤충의 세계를 이만큼이나 유익하고 아름답게 담을 수 있다니...과연 멋진 그림책이었다.

국립생물자원관 김태우 연구관의 '감수의 글'을 시작으로 그림책이 열렸다.
곤충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써 곤충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파브르 곤충기》를 추천해 보기도 했지만 읽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 곤충의 삶을 압축시켜 소개하는 얇은 책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이 그림책을 만났다는 것이다.
차례만 보아도 간결하고 흥미롭다.

-꽃이 가득한 들에서 만나요
-못에서 만나요
-한밤의 숲에서 만나요
-겨울에 만나요

곤충의 삶과 인간의 삶이 순식간에 연결되는 마법이 시작되었다.
부지불식간에 무턱대고 맞닥뜨릴 법한 곤충의 서식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토록 다정한 목소리로 들려주다니...
특히 겨울 동안 곤충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려주는 페이지는 평소에도 특별히 궁금했던 터이라 더욱 재미나게 읽었다.

포식자라고 하면 우리는 당연히 커다란 육식동물을 떠올릴 것이다. 
곤충의 세계에서는 어떨까?
가장 충격적인 페이지가 아닐 수 없다.
귀엽기만 한 쪼꼬미 무당벌레와 레이스처럼 예쁜 투명 날개를 가진 잠자리를 포함하여 '무시무시한 10대 포식자'를 그림과 함께 만날 수 있다.
노을빛에 물든 연못의 생태를 표현한 이 페이지도 참 예쁘다.
딱딱한 백과사전에서 지식을 얻었던 기성세대라서 그런지 이 모든 것이 다 만족스러웠다.

'곤충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그림책은 이 두 가지에 집중하며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접근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곤충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하자.

-먹고살기
-번식하기
-살아남기

참으로 간단 명료하다.
애초에는 우리 삶도 이처럼 단순한 공식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오늘도 수많은 관계와 번민 속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굴레에 대한 생각이 스치듯 잠깐 지나갔다.

지구에 사는 동물의 70%는 곤충이라고 한다.
3억 5천만 년전부터 지구에 살았으며 마지막까지도 살아남을 역사적인 종족들이다. 
그들은 먹고살고, 번식하고, 살아남기 위하여 스스로의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며 슬기롭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하여 그러한 모습들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가령 파리가 음식 위에 앉아 다리를 계속 비비는 까닭이라든지, 긴 다리로 연못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소금쟁이가 먹이 사냥을 어떻게 하는가라든지...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하루살이 어른벌레는 입이 아예 없어 먹지 못한다는 놀라운 사실까지 알게 된다.
모기는 꽃꿀을 먹고 사는데 암컷이 알을 낳으려면 피를 먹어야 한다는 글을 읽고는 소름이 돋았다.
곤충 세계에서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집게벌레나 빨간노린재, 소똥구리 등 부모 역할을 잘하는 곤충도 있다고 하였다. 언제나 그렇듯 육아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한편, 암컷 반딧불이에게는 면목이 없다. 번식을 위해 빛으로 서로의 존재를 알려야 하는데 요즘의 빛 공해 때문에 방해를 받아 반딧불이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빛 공해*는 인구가 많고 밤에도 경제 활동이 활발한 도시에서 특히 심각하며 이러한 영향은 생태계의 혼란을 초래한다.
이처럼 부록 페이지 '이해하며 읽어요' 코너를 통하여 *표를 붙인 어려운 용어 풀이도 함께 실어 두었다.

"곤충들은 정말 굉장해!"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단숨에 읽히는 흡인력, 주문처럼 빠져드는 감탄사에 새삼 놀라게 된다.
곤충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고품격 과학 그림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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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2반 슈퍼 방귀쟁이 다시 보는 고전이야기 1
소예(정미선) 지음 / 춘희네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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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그림책 좋아하는데 '방귀쟁이 며느리'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고 해서 더 호기심이 생겼다.
"전국의 1학년 2반 아이들 주목~
 게다가 방귀쟁이라면 두 손 번쩍 들고 환영할게."
더운 여름날,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 바람 소리를 듣고 있는 듯 행복감을 주는 그림책이었다.
따뜻한 봄날, 꽃놀이 하는 기분으로 신이 나서 재미나게 잘 읽었다. 
귀염뽀짝 일러스트는 볼수록 넘 사랑스럽고, 디테일이 살아있는 인물들의 표정과 태도를 관찰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타이포 그래피라든가 심리 상태를 반영한 묘사까지...서사적 특성을 잘 드러낸 화면 구성도 좋았다.
넉넉한 사이즈의 그림책 판형도 마음에 들었다.
가로로 긴 판형의 장점은 펼침면 그림의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펼침면 그림이 많고, 선명한 색감의 커다란 화면은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주인공 서하에게는 비밀이 있다.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 하지만 그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다만 남들과 조금 다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귀쟁이, 방귀 괴물"
1학년 2반 친구들은 서하를 놀려대었다.
서하는 어쩔 수 없이 외톨이가 되었다.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큰 개가 으르렁거리며 친구들에게로 달려가는 것이 아닌가!
다음 장면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방귀쟁이 며느리 이야기'를 알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누구라도 눈치챘을 것이다.
"뿌웅~~뿡뿡뿡~~~"
폭풍 방귀에 무서운 개는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서하는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친구들에게 멋진 슈퍼 방귀쟁이로 인정 받았기 때문이다.
남다른 능력을 가진 서하도, 그런 서하의 좋은 점을 칭찬하는 친구들의 마음도 모두 아름답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재능과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했다.
이렇듯 서로의 특별함을 축복하면서 모두가 사이좋게 잘 지내기를 바라는 그림책의 메시지가 참으로 다정하다.
'나만의 장점은 무엇일까?'
'나는 어떻게 친구들을 도울 수 있을까?'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림책으로 한 뼘 더 성장할 우리의 아이들을 위하여 슈퍼 열정을 전하고 싶다.
이 한 권의 예쁜 그림책이 바로 그렇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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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저씨 이야기
바르브루 린드그렌 지음, 에바 에릭손 그림, 이유진 옮김 / 미세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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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고전이 걸작으로 거듭나다!'
스웨덴 어린이 문학의 거장 바르브루 린드그렌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 수상 작가 에바 에릭손의 아름다운 협업이 시공간을 넘나들어 새롭게 결실을 맺었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 1979년 이래로 31년만의 일이었으며, 무채색이었던 이야기에 수채화 기법의 색을 입혀 감각적인 그림책으로 재탄생 시킨 역작이라 할 수 있다.
늦었지만 한국의 독자들을 찾아온 그림책이 더욱 반갑다.
그림책의 주인공은 우리 사회의 차별받는 모든 약자들을 대변한다.

-아저씨는 끊임없이 모자를 벗어 들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무도 아저씨를 생각해 주지 않았습니다. 작은 아저씨가 아침 산책을 할 때 다른 아저씨들은 작은 아저씨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습니다. 개들마저 작은 아저씨에게 으르렁거렸습니다.-

밤마다 작은 아저씨는 외로움에 치를 떨며 울었다.
강한 자에게는 한없이 주눅들고, 약한 자에게는 지나치게 폭력적으로 군림하려는 소인배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오래 전에 씌어진 글이지만 오늘날의 세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문득 생각해 보았다.
나는 진심으로 약자들의 눈물을 이해하는가!
드라마 '퀸메이커'에서 극 중 문소리가 여성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고공 농성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지는 하되 사력을 다해 싸우지는 못할 것이 분명한 이기적인 나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미안했다.
차별받고 무시 당하면서 점점 어두워지는 작은 아저씨의 표정을 똑바로 마주보기 어려웠다.

어느 날 커다란 개 한 마리가 친구를 찾는 작은 아저씨를 찾아왔다.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점점 행복해진다.
그리고 마침내 함께 지내기로 결정했다.
커다란 개는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모두 챙겨서 작은 아저씨의 집으로 들어왔다.
감동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바로 이 장면이다.
동글동글한 일러스트는 그 자체만으로도 햇살처럼 밝고 따스하다. 작은 아저씨와 커다란 개가 즐거워 하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기만 하여도 기분이 좋아졌다.
통쾌한 장면도 있다.
평소처럼 작은 아저씨를 괴롭히려고 하던 어리석은 아저씨와 어리석은 개를 커다란 개가 한방에 혼내 주고 있지 않은가!
드디어 '내 편'이 생긴 작은 아저씨~
그런데 다시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왔다.
작은 아저씨는 슬픔과 우울로 가득해졌다.
삶이란 것은 늘 이렇듯 녹록치 않음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마음 깊숙이 가라앉아 있는 상처가 어느날 불쑥 올라올 때가 있다.
그 상처에 빨간 약을 발라주며 눈물꽃을 말려주는 존재, 나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을까 새삼 생각해보게 되는 그림책이었다.

'따스한 우정의 기억'
'소외된 존재들이 만든 아름답고 단단한 연대'

책을 읽는 내내 그들만의 단단한 연대와 지지로 인하여 내 마음까지도 한껏 충만해졌다.
우리 모두 더는 외롭지 않기를...
함께의 가치를 실현하며 모두가 행복해지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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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 분식 - 우리 동네 냠냠 쩝쩝 으라차차 할미 분식 1
할미잼 지음 / 트리앤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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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주는 위로를 잘 알고 있다.
몸이 안 좋을 때마다 생각나는 음식이 있는데 그걸 먹고나면 진짜로 회복이 된다.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그림책의 이야기 속으로 쑥 빠져드는 것이었다.

할미잼 작가는 쭈글쭈글함을 그린다. 
어느 날 '늙는다는 것을 생각하며 낙서하듯 그리기 시작한 캐릭터들로 이 그림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무엇이든 진심을 다하면 아름다운 결과물을 얻는 법이다.
이야기는 앞면지부터 시작된다.
이동식 푸드 트럭 한 대가 쪼글 마을로 향하고 있다.
일러스트부터 포근포근 다정하다.
이름도 재미있는 쪼글 마을, 마을에는 마시써 초코 공장이 있다.
초코 공장에서 일하는 곰과 토끼, 그리고 다람쥐 사장이 차례로 할미 분식을 찾아오게 되는데...
일상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할미 분식에서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스토리다.

할미 분식의 메뉴는 딱 세 가지, 떡볶이, 튀김, 어묵이다.
그야말로 평범한 음식들이지만 할머니 표 비법 소스를 사르륵 뿌려주면 마법의 주문이라도 통한 듯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기막힌 맛을 낸다.
힘들었던 마음이 노곤하게 녹아내리는 매콤 달달한 떡볶이.
어느새 마음까지도 말랑말랑 보들보들해지는 달걀 튀김.
으슬으슬했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침샘 폭발 어묵탕.

"배고프고 고민이 있다면 할미 분식에 오세요."

그림책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에 힘입어 나도 모르는 사이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할미 분식을 찾아온 곰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자기가 초콜릿 반죽을 잘못 저어서 공장도, 옆에 있던 토끼도 엉망이 되어 너무나 속상했단다.

"곰아, 괜찮아. 정성이 듬뿍 들어간 떡볶이를 해 줄테니 힘내렴."

과연 그러했다.
곰이 떡볶이 맛을 보는데 불현듯 어린 시절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
"곰아, 잘하지 못해도 괜찮아."
할머니만의 비법 소스로 엄마의 맛을 되살려낸 떡볶이가 상심한 곰을 가만히 어루만져 주었던 것이다.

때마침 배 고픈 토끼도 푸드 트럭을 찾아왔다.
둘은 맛있는 튀김을 나누어 먹으며 서로의 진심을 나누는 기회를 얻는다.
"미안해."
"괜찮아."

밤이 깊어지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할미 분식도 파장 분위기다.
그때 다람쥐가 후다닥 뛰어 들어왔다.
다람쥐 사장에게도 애환은 있었다.

"휴! 돈 많고, 초코 과자가 많으면 뭐 해요.
 공장에서도 다들 나를 싫어한다고요.
 내가 쳐다보기만 해도 조용해져요.
 나도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데..."

뜨끈한 어묵탕 한 그릇 덕분에 무장 해제된 다람쥐 사장이 속마음을 털어 놓는다.
지금 그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라면 그 자리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다 괜찮다.
할미 분식에 가면 이 모든 것이 한 방에 해결된다.
그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을 상상해 보라!
세대를 뛰어넘어 모두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삶 그림책'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기분좋게 책장을 덮었다.
곁에 두고 아껴가며 볼 그림책이 한 권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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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꾸러기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지라우두 아우베스 핀투 지음, 김용재 옮김 / 우리학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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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보다 많이 읽힌 아동 문학의 고전이라고 해서 궁금한 마음이 앞섰다.
지라우드 작가는 세계적 권위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비롯하여 다수의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브라질의 대표 아동문학가로서 언론인, 화가, 만화가, 극작가로도 활동했다고 한다.
1980년 출간된 후 지금까지도 스테디셀러가 된 매력적인 그림책의 세계, 누구라도 이 책을 만난다면 폭풍 공감하게 된다.
하고 싶은 건 다 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그림책이니까...
어린 시절을 마냥 추억하게 하는 그리운 그림책이니까...

-예전에 한 아이가 있었어요.
 눈이 배보다 더 큰 아이였지요.
 엉덩이에 불이 달리고
 발에는 날개가 달려 바람이 일었어요.
 세계를 감쌀 정도로 긴 다리에,
 나무 위에서 뛰노는 원숭이들처럼
 머릿속엔 늘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이 가득했어요.-

작가의 시선을 빌려 만나 본 주인공 꾸러기의 신박한 모습이다. 
약간의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보통의 아이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듯하였다.
언젠가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관찰한 적이 있었는데 어찌나 분주하게 움직이는지 스팟 필름이 돌아가는 활동 사진을 보고 있는 것처럼 흥미로웠다. 
사실은 멍한 시선을 아무렇게나 던져 놓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모르게 아이들의 움직임을 쫓아다니게 된 것인데, 그러는 동안 수많은 감정들이 일어났다.
그것은 참으로 즐거운 경험이었다.
아이들의 세상에서는 온갖 마법이 저절로 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산골 우리 집 마당에서 지난 달에 태어난 아기 고양이 네 마리가 작약밭을 놀이터 삼아 뛰어 다니기 시작하였다.
술래잡기 놀이라도 하는 걸까?
잠깐동안 열일을 제쳐두고 고양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서 있었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아이들은 모두 사랑스럽다.
아무런 조건없이 나를 웃게 만든다.
그새 낯이 익었는지 나를 빤히 바라보는 아이, 먹성이 좋고 활발한 아이, 조심스러워 절대로 경계심을 풀지 않는 아이...
유난히 겁이 많아서 형제 간의 서열에서 밀리는 아이조차도 놀 때는 다행히 활발하다. 
네 마리의 아기 고양이들이 별탈없이 잘 자라주기를 바라며 더불어 세상의 모든 꾸러기들을 함께 축복한다.

그동안 내가 만나본 꾸러기들이 불현듯 생각났다.
지금 그 아이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세상을 움직이는 빛나는 존재들은 어린 시절 모두가 하나 같이 꾸러기들이 아니던가!
오늘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도 우연히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왔는데, 자신의 꾸러기 기질로 매를 벌었던 경험들을 풀어내면서 분위기가 몹시 화기애애했었다.
작가는 자신의 행복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마흔여덟 살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처음에 만화로 연재한 책이 출간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조금은 엉뚱한, 그러면서도 지극히 보편적인 일상의 해프닝들은 다름 아닌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다.

-갑자기 마음이 텅 빈 듯이 느껴지면
 자기를 꼭 끌어안을 줄 알았어요.
 어디에 자신의 두 팔을 두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거든요.
 주위가 너무 조용하면
 이야기를 지어낼 줄 알았어요.
 사람들은 기꺼이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줬어요.-

감성적인 텍스트와 만화체의 일러스트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유롭고 특징적인 터치감은 역동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였다. 특히 면지 그림은 단연코 최고다.

책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각자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나 또한 시간 여행을 다녀왔다.
엄마 양산을 몰래 들고 나갔다가 잃어버린 꼭지를 찾느라고 눈을 부라리며 길바닥을 샅샅이 뒤졌던 일,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소나기를 만나서 흠뻑 젖었던 일, 만화방에 틀어박히면 시간가는 줄 몰라서 툭하면 동생이 찾으러 왔던 일, 차비를 아껴서 엄마 몰래 길거리 풋복숭아를 사 먹던 일 ...
"안녕? 나의 꾸러기"
덕분에 그 시절을 다시 추억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고마웠으며 이토록 멋진 책을 소개하게 되어 기뻤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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