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 분식 - 우리 동네 냠냠 쩝쩝 으라차차 할미 분식 1
할미잼 지음 / 트리앤북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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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주는 위로를 잘 알고 있다.
몸이 안 좋을 때마다 생각나는 음식이 있는데 그걸 먹고나면 진짜로 회복이 된다.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그림책의 이야기 속으로 쑥 빠져드는 것이었다.

할미잼 작가는 쭈글쭈글함을 그린다. 
어느 날 '늙는다는 것을 생각하며 낙서하듯 그리기 시작한 캐릭터들로 이 그림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무엇이든 진심을 다하면 아름다운 결과물을 얻는 법이다.
이야기는 앞면지부터 시작된다.
이동식 푸드 트럭 한 대가 쪼글 마을로 향하고 있다.
일러스트부터 포근포근 다정하다.
이름도 재미있는 쪼글 마을, 마을에는 마시써 초코 공장이 있다.
초코 공장에서 일하는 곰과 토끼, 그리고 다람쥐 사장이 차례로 할미 분식을 찾아오게 되는데...
일상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할미 분식에서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스토리다.

할미 분식의 메뉴는 딱 세 가지, 떡볶이, 튀김, 어묵이다.
그야말로 평범한 음식들이지만 할머니 표 비법 소스를 사르륵 뿌려주면 마법의 주문이라도 통한 듯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기막힌 맛을 낸다.
힘들었던 마음이 노곤하게 녹아내리는 매콤 달달한 떡볶이.
어느새 마음까지도 말랑말랑 보들보들해지는 달걀 튀김.
으슬으슬했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침샘 폭발 어묵탕.

"배고프고 고민이 있다면 할미 분식에 오세요."

그림책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에 힘입어 나도 모르는 사이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할미 분식을 찾아온 곰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자기가 초콜릿 반죽을 잘못 저어서 공장도, 옆에 있던 토끼도 엉망이 되어 너무나 속상했단다.

"곰아, 괜찮아. 정성이 듬뿍 들어간 떡볶이를 해 줄테니 힘내렴."

과연 그러했다.
곰이 떡볶이 맛을 보는데 불현듯 어린 시절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
"곰아, 잘하지 못해도 괜찮아."
할머니만의 비법 소스로 엄마의 맛을 되살려낸 떡볶이가 상심한 곰을 가만히 어루만져 주었던 것이다.

때마침 배 고픈 토끼도 푸드 트럭을 찾아왔다.
둘은 맛있는 튀김을 나누어 먹으며 서로의 진심을 나누는 기회를 얻는다.
"미안해."
"괜찮아."

밤이 깊어지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할미 분식도 파장 분위기다.
그때 다람쥐가 후다닥 뛰어 들어왔다.
다람쥐 사장에게도 애환은 있었다.

"휴! 돈 많고, 초코 과자가 많으면 뭐 해요.
 공장에서도 다들 나를 싫어한다고요.
 내가 쳐다보기만 해도 조용해져요.
 나도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데..."

뜨끈한 어묵탕 한 그릇 덕분에 무장 해제된 다람쥐 사장이 속마음을 털어 놓는다.
지금 그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라면 그 자리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다 괜찮다.
할미 분식에 가면 이 모든 것이 한 방에 해결된다.
그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을 상상해 보라!
세대를 뛰어넘어 모두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삶 그림책'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기분좋게 책장을 덮었다.
곁에 두고 아껴가며 볼 그림책이 한 권 더 늘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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