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3반 오지랖 오지영 레드문고
윤정 지음, 서영 그림 / 그린북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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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오지랖의 원조'!
지영이의 국대급 오지랖은 다름 아닌 지영이 엄마의 어린 시절 오지랖을 쏙 빼닮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대목이었다.
태생부터가 남다른 지영이의 오지라퍼 일상을 들여다 보았더니...

-집에선 일찍 나가는데 학교 가는 길에는 궁금한 게 너무 많아서 여기 저기 구경하다가 맨날 지각을 한다.
-수업시간에는 가만히 선생님만 보는 건 너무 어렵다.

수줍음이 많은 짝꿍에게 너도 발표해 보라며 격려하는가 하면 학교 화단에서 축 늘어진 꽃을 보았을 때도, 길에서 배변을 하고 있는 강아지를 만났을 때도, 눈에 뭔가 들어가서 눈을 비비고 있는 친구를 보았을 때도 지영이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너도 발표해 봐."
"선생님께 꽃에 물 줘야 한다고 말씀드려야겠어."
"휴지 드릴까요?"
"소라야, 울어?"

-엄마는 남 일에 자꾸 끼어들지 말라고 하였지만 그게 잘 안 된다.

그런데 오늘 아침 등굣길에서 공교롭게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도움을 주려고 한 일이 오히려 그 사람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학교 도서관에서 《오지랖 대장 벗어나는 법》이라는 책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 지영이는 그 책을 통하여 자신의 행동을 바꾸어 보려는 결심을 하게 된다.

1단계, 남 일에 관심 끄자.
2단계, 절대로 참견하지 말자.
3단계, 필요할 때만 도와 주자.

과연 지영이는 오지랖 대장을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지라퍼 지영이를 응원하는 윤정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나 또한 여기에 적극 동의한다.

-세상의 모든 다정한 지영이들에게-

"요즘처럼 자기밖에 모르는 세상에서, 어쩌면 지영이 같은 친구가 세상의 온도를 따뜻하게 높여 주는 사람이 아닐까요?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오지랖 오지영'이라면 너무 주눅 들지 마세요. 나 아닌 남에게도 따뜻한 관심을 가질 줄 아는, '착한 오지랖'이 필요한 세상이니까요."

저학년 아이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표지부터 내지까지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가득하다.
참으로 예쁜 책이다.
무관심이 당연시 되는 왜곡된 현실 속에서도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난 희망을 보는 듯 즐거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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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 케이를 찾아서
풀피리(박영란) 지음, 안병현 그림 / 초록개구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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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인천 남동유수지에서 저어새 탐사를 했던 예전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하는 동화였다.
서식지 감소 및 파괴, 그리고 번식지에서의 인간 방해 등의 요인으로 저어새는 멸종위기종이 되었다고 들었었다.
그때 이후로 저어새는 사실 잊혀진 존재였는데, 이번 기회에 모처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환경오염과 개발 논리 등의 불편한 진실 앞에서 무작정 외면할 것이 아니라 자연보호에 더욱 큰 관심이 필요함을 일깨우는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다.

저어새를 지켜내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가슴을 웅장하게 만든다.
표지 그림 속 세 아이가 바로 그들이다.
동화는 저어새들과 인간 세상, 두 시점이 교차하면서 밀도높게 진행된다.
저어새 도도와 보미가 각각 그 중심에 있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할머니 댁에 머물게 된 보미는 강마을 초등학교 5학년 전학생이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어서 외롭고 어두운 나날들을 보내게 되지만 새로 사귄 두 친구들과 함께 저어새를 가슴에 품는 동안 안정과 평화를 얻는다.
한편 비바람이 거세던 어느 날, 저어새 도도는 길을 잃고 보미네 집 마당으로 떨어진다.
도도의 다리에 감겨 있는 빨간색 가락지에는 K94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보미는 도도를 케이라고 불렀다.
저어새 케이를 돌보면서 차츰 활력을 되찾는 보미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닥쳐왔다.
저어새가 돌연 사라져 버린 것이다.
보미와 친구들은 케이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야생 동물 구조 센터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저어새를 보호하는 활동가들을 만나 K94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똥섬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한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동화 속 내용들은 대부분 자신의 경험에서 나왔으며 K94 가락지를 단 저어새도 실제 있는 저어새라고 하였다.
풀피리 작가는 2009년부터 환경 교육 활동가로 일을 하고 있는데 이 동화를 쓰게 된 까닭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저어새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저는 저어새 이야기를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함께 지켜 나가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고, 시간도 오래 걸렸어요. 힘들어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요. 하지만 저어새를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어요. 결국 저어새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데요. 열심히 살아 준 저어새와 저어새를 보존하기 위해 애쓰시는 단체 활동가들, 연구자들 그리고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지구의 모든 생물들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우리가 지구에서 멸종되어 가는 약한 생물을 지킨다면 결국 그것이 우리를 지키는 일로 이어진다고 말하는 작가의 생각에도 적극 동의한다.
동화 속 친구들처럼 우리 모두가 함께 지구 생물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 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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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쌤과 함께하는 한국사 도장 깨기 1 - 서울(전근대) 역사 쌤과 함께하는 한국사 도장 깨기 1
허두영 지음, 김학수 그림 / 라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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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굳이 이런 거창한 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평소 역사와 문화 유적에 관심이 많다면 더욱 반갑게 만날 수 있는 좋은 길잡이 책이 나왔다.
라임 출판사에서 시리즈로 기획하여 첫 책으로 탄생한 《역사 쌤과 함께하는 한국사 도장 깨기 1》<서울 전근대편>을 나 또한 감사한 마음으로 읽어 보았다.
한때는 문화유산해설사가 되고 싶어서 자격증 공부를 하기도 했었고, 답사 여행을 두루 다니기도 했었다.
책을 만나는 동안 잊고 지내던 그 시간들이 일제히 튀어오르는 듯하여 감회가 새로웠다.

이 책은 도장깨기 미션을 통하여 구석기 시대, 삼국 시대, 고려 시대, 조선 시대까지 이어지는 서울 지역 역사 탐방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시키고 있다.
첫 번째 도장 암사동 선사 유적 박물관으로 시작하여 열 번째 도장 한양 도성2에 이르기까지 치밀한 구성과 흥미로운 팁으로 정보가 풍성하면서도 재미나다.
진심으로 푹 빠져서 읽을 수 있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저절로 몸이 들썩거리며 현장으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라면 당장 가보자고 조를 것이 분명하다.

서울에 살면서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의 경우, 책 속에 있는 장소는 거의 대부분 이미 다녀온 곳이다.
그런데 지금껏 깨지 못한 도장이 하나 있다.
바로 네 번째 도장인 낙성대 공원이다.
내게 있어 서울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은 거쳐가기만 하는 무심한 역이었는데 이제는 달라졌다.
공원 광장 옆에 있다는 안국사를 방문하기 위해 가을이 더욱 깊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낙성대 공원과 안국사는 일 년 중 언제 방문해도 좋지만 가을 단풍이 너무 이쁜 곳이야. 빨간 단풍이 든 안국사의 모습은 얼마든지 기대해도 좋아.-

안국사는 강감찬을 기억하기 위해 세운 사당이다.
낙성대 공원 내에는 강감찬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전시관이 새로 생겼다고 하니 아이들과 동행하게 된다면 이곳 역시 꼭 둘러보아야 할 것이다.

각 챕터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만 골라 읽어도 엑기스를 건질 수 있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백제의 첫 번째 수도는?
-온달과 평강 공주
-강감찬의 홍화진 전투와 귀주 대첩
-종묘와 사직이 뭘까?
-도전, 역사 골든벨
-왕자의 난
-영조의 조세 개혁
-남산 봉수대

거기에 교과 연계 학습과 함께 개별적인 탐방 기록까지 더한다면 완벽해진다.

아는만큼 보이는 법이다.
책 한 권을 가슴에 품는 순간 더욱 크고 넓어지는 세상을 경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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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초록해
키박(박은정) 지음 / 다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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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퀘렌시아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그림책이 내게 슬쩍 말을 건넨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건 늘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언제부턴가 고민이 사라졌다고...그 마법 같은 경험을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마음이 강렬하게 나를 이끄는 듯하였다.
온 세상의 우리를 이어주는 인연의 끈은 서로가 서로에게 SOS를 전달하고 있다.
그 미세한 떨림은 따스한 온기가 되어 다정하게 세상을 감싸며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었다.

그림책 속 주인공은 원숭이 씨다.

-어쩌다가 난
도시에 살게 됐어.-

-낯선 회색 정글에서
나는 매일 정신없이 달려야만 했어.-

-이대로
괜찮을까?-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하게 찾아 온 씨앗과 더불어
주인공 원숭이 씨의 팍팍한 삶에도 어느듯 초록이 무성해졌다.
회색 도시에서 여전히 바쁜 날과 매우 바쁜 날들을 보내지만 긴 하루의 끝은 충만하다.
감사하게도 해피 엔딩이다.

퀘렌시아는 스페인어로 '안식처' 또는 '피난처'를 뜻하며 투우 경기 중 지친 소가 숨을 고르고 힘을 얻기 위해 본능적으로 찾아가는 장소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이를 현대적 개념으로 이해하자면 특정 장소를 넘어 개인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으로 확대 해석할 수 있다.
원숭이 씨의 초록이들처럼 반려 식물이나 동물, 사람 또한 퀘렌시아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그림책은 원숭이 씨가 반려 식물을 돌보며 건강한 자아를 회복하고 삶의 의지와 꿈을 되찾게 된다는 희망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독특한 일러스트가 눈길을 사로잡고, 꽤 많은 분량의 페이지는 선물처럼 달콤하다.

//어른도, 아이도 잠시 쉬어가고 싶은 모두에게 필요한 이야기
작은 씨앗이 건네는 커다란 위로//_출판사 서평글 중에서

오래도록 생각날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과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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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따라 국악 따라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34
주연경 지음 / 한솔수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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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기를 소개하는 멋진 그림책 한 권을 만났다.
18가지 국악기를 연주하는 그림과 함께 실제 소리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솔직히 처음 접하는 악기들도 있었다.
오케스트라 연주회는 자주 가는 편인데, 국악 연주는 들을 일이 없던 터라 무엇보다도 귀한 경험이 되었다.

-툭툭툭 툭툭툭 툭툭툭
축 소리가 들려요.
호기심 많은 호랑이가 귀를 기울여요.-

호기심 많은 호랑이라니!
이처럼 운율과 리듬감을 살려낸 문장들이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어디 그 뿐인가!
악기 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들도 텍스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툭툭툭 축
덩덩덩 좌고
뎅뎅뎅 편종
끼이이잉 낑낑 아쟁
휘요오 대금
슬기둥덩둥당동딩 거문고
디링 디링 디리링 비파
휠릴리 생황
삐리리 단소
깽깨깽 깽 해금
...

호랑이는 우리나라 전래동화 속에서 친근하게 등장하는 동물이다. 이러한 호랑이를 앞세워 국악기 탐색을 시도하려는 발상이 재미나다.

'툭툭툭' 축 소리로 시작되는 이 그림책은 18가지의 국악기를 탐색하는 동안 다양한 감정들을 불러 일으킨다.
모든 악기마다 큐알코드를 찍으면 즉각적으로 소리 탐색도 가능하다.
타이포그래피로 처리된 의성어들이 다채로운 음색과 빛깔로 페이지를 수 놓고, 각 악기들의 선율 표현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리소프린트 방식으로 작업한 일러스트 또한 특징적이다.

가장 궁금했던 페이지이다.
어떤 악기도 보이지 않는데 소리 큐알코드는 켜져 있다.
아! 역시...
활력 넘치는 풍물패의 소리를 동적인 색감과 이미지로 표현한 솜씨에 새삼 감탄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호기심 많은 호랑이의 여정을 따라 온 국악기 여행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탁탁탁 드르륵 탁탁탁 드르륵 탁탁탁 드르륵
조용히 자리잡은 호랑이는
등을 쓰다듬자 어가 되어 스르르 잠이 듭니다.-

참으로 소담스럽고 아름다운 풍경이 아닌가!
책을 읽는 동안 국악기의 매력에 흠뻑 빠진 나 또한 호랑이의 마음처럼 즐겁고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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