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구름 같아요 작지만 소중한 3
하이거우팡둥 지음, 린샤오베이 그림, 허동호 옮김 / 두마리토끼책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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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을 좋아한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도 좋지만, 구름이 떠 있는 하늘이 훨씬 더 다채롭다.
어렸을 때는 하늘의 구름을 보면서 동화 속 장면을 떠올리거나, 상상력을 펼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곤 하였다.
글 작가인 하이거우팡둥 역시 하늘과 구름을 관찰하기를 즐긴다고 하여 친근한 마음이 들었다.
어느 날 작가는 구름을 보다가, 구름이란 매우 그립지만 만날 수 없는 사람과 같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러한 상상이 바로 이 그림책의 모태가 되었을 것이다.

오늘 당신이 문득 올려다 본 하늘에 구름이 떠간다면 ok.
그냥 한참을 바라보기로 하자.
그러다가 불현듯 구름의 신호를 알아차리는 순간, 그리운 얼굴이 반짝 떠오른다면 어떨까?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책이 너무도 아름다워 두 팔 벌려 꼬옥 안아 주었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모든 구름에게"

그림책의 헌사 또한 매우 인상적이다.
그리움의 대상을 매일의 구름에 담아낼 수만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쓸쓸하지 않겠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테니까 말이다.
꼬마 개구리의 속상했던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 준 구름의 마법을 눈 마주치는 그 누구에게라도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엄마는 ___________ 같아요."
학교에서 꼬마 개구리는 이 짧은 문장을 완성하지 못하여 의기소침해지고 말았다.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꼬마 개구리의 엄마는 벌써 세상을 떠나 지금은 곁에 없기 때문이다.
꼬마 개구리는 엄마와의 추억이 깃든 언덕에 올라 하늘의 구름을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후드득 툭!
떨어지는 빗소리가 치트키가 된다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변화무쌍한 구름의 움직임을 묘사한 텍스트 또한 그러하다.
게다가 감정선이 예리한 일러스트는 몰입도를 높인다.

그림책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장면!
엄마 구름을 발견한 꼬마 개구리가 깜짝 놀라 팔짝 뛰어 오른다.
"엄마ㅡ"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애틋한 마음에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한동안 머물러 있었다.
그렇지만 꼬마 개구리는 씩씩하다.
심기일전하고, 드디어 빈칸을 채울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서 아빠에게로 총총 달려가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때론 아이들이 어른보다 낫다.
건강한 애도의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불현듯 깨우치게 하는 힘이 있다.
상실의 아픔을 초자연적 그리움으로 승화시킨 개구리 가족의 이야기가 내게도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왔다.
책을 만나는 동안 아주 많이 행복하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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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고래를 훔쳐라
추이차오 지음, 김용재 옮김 / 쥬쥬베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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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을 반추하게 하며 자연스럽게 향유고래에게 이끌리게 하는 매력적인 그림책이다.

*향유고래
현존하는 이빨고래 중 가장 거대하다.
향유고래는 유대감이 깊어 동료 중 1마리만 낙오되어도 무리 전체가 기다려 준다. 그래서 얕은 물에서 허우적거리는 동료를 돕다 무리 전체가 대참사를 당하는 일도 있다. 그리고 향유고래가 기형 돌고래를 자기 무리에 입양시킨 동영상도 공개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뇌를 가진 동물이다.
향유고래의 똥은 바다의 이산화탄소를 묶어 지구온난화를 막는 역할을 한다. 1마리당 자동차 2~3대 분량의 이산화탄소 억제효과가 있다고 한다.
전 세계의 대양에서 서식하고 한국 동해에도 서식하고 있다.  (출처 : 나무위키)

본문 속에도 향유고래에 대한 정보가 풍부하다.

-향유고래는
 바다의 신과 같은 존재래요.-

-향유고래는
 학교만큼이나 커다랗고,
 학교 가는 길만큼이나
 깊이 잠수할 수 있대요.-

-향유고래는 바다에서 수십 마리가 함께 커다란 숲처럼 서서 잔대요.-

-향유고래는
 똥도 향기롭다고요.-

-향유고래는 이 세상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큰 뇌를 가졌대요.-

그런데 똥이 향기롭다고?
무슨 뜻일까?
궁금한 마음에 검색을 계속하게 된다.

*용연향
수컷 향유고래의 위석으로, 극히 드물게 해변에 밀려오는, 돌처럼 생긴 냄새나는 검은 덩어리다. 알코올에 녹이면 물질이 추출되면서 향료로 변한다. 주 성분인 앰브레인은 원래 별 향기가 없는 물질이지만, 다른 향과 결합하면 향을 증가시켜주면서 향 성분을 오래가게 만든다.
사향(머스크), 영묘향과 함께 향수의 원료로 쓰이는 동물성 향료 중 하나다. 몽환적이고 포근한 향을 낸다.
고대부터 현재까지도 최고급 향료로 취급되는 물질이다. 희귀성도 그렇고 향료로서의 가치도 있어 당연히 엄청 비싸므로 바다에서 나는 노다지로 취급된다. 고대 중국의 황제들이 좋아했다고 한다. (출처 : 나무위키)

다양한 채널을 통하여 접하게 된 향유 고래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사실은 향유고래가 인간 언어와 유사한 복잡한 신호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과 고래의 대화가 수년 내로 이루어질 것을 관망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림책 속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라니!

-그렇다면 우리가 향유고래를 훔쳐서 
 바다로 돌려보내 주자!
 우리는 향유고래의 이야기를 
 돌고래 친구들에게 알렸어요.-

여기서 '우리'는 그림책 속 화자와 해양생물학자인 아버지이다.
향유고래를 왜, 어디서, 어떻게 훔친다는 말일까?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그림책은 향유고래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동시에 동물권에 대하여서도 진지하게 고민한다.

-향유고래는 
 울고 있는 걸까요?-

수족관에 갇혀 있는 향유고래는 슬퍼 보였다.
고래를 수족관에 가두는 것은 옳지 않다.
고래 뿐만 아니라 거울 실험을 통과한 침팬지를 비롯한 영장류, 그리고 코끼리처럼 지능이 높은 동물들을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가두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
그리하여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수족관에 갇힌 향유고래를 바다로 돌려 보내는 그림책 이야기가 다만 전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돌고래나 범고래의 지능이 높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향유고래 또한 자신들만의 언어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동료애로 집단 생활을 꾸린다는 점이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하나의 이야기, 세 가지의 힘'이라는 부록페이지 추천사의 문장에도 크게 공감하는 바이다.

"이 책을 보는 어린이들이 아름다운 소망을 잘 간직했으면 합니다. 이 기적 같은 이야기처럼 우리가 품은 소망은 소중한 씨앗이 되어 우리 마음 속에 뿌리를 내리고 힘차게 자라날 것이며, 언젠가는 힘이 생겨 바람과 비와 파도를 부르고 현실의 벽을 깨부술 것이니까요. 물고기가 뛰노는 넓은 바다와 하늘을 나는 고래가 있는 아름다운 미래가 우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추천사 중에서)

유의미한 질문과 명쾌한 답, 그리고 아름다운 소망의 씨앗을 품고 있는 이 책을 우리 아이들의 가슴에 모두 한 권씩 안겨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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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덜이와 붕붕이 찰리의 작은 책꽂이
조시온 지음, 송선옥 그림 / 찰리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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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덜이는 어린 시절의 나를 생각나게 하고, 붕붕이는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덜덜이와 붕붕이가 두려움을 극복함으로써 힘껏 성장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누구에게나 무서운 게 있어.
 덜덜이와 붕붕이의 무서움 극복 대작전! (출판사 서평)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두려움을 느낀다.
벌이는 친구들의 평가가 두려워서 교실에서 하고 싶은 말을 쉽사리 꺼내지 못하여 '고물차 덜덜이'로 불린다.
한편, 예은이는 벌을 무서워하고 붕붕이 또한 사람들이 자신을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조시온 작가는 벌이와 붕붕이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는 독특한 서사구조를 토대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있다.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며 그 순간을 견디면요,  두려움은 절대 우리를 무너뜨리지 못해요." (작가의 말)

실제로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통하여 작가의 이런 마음이 여실히 와 닿았다.
🙇‍♂️벌이
-"아...안 돼요! 꾸...꿀벌을 죽이면 아...안 돼요!"
 어떻게 그렇게 큰 목소리를 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절박하고 다급한 마음 뿐이었다. 저 꿀벌을 내가 살려 줘야 한다는 생각만이 간절했다. 그러자 목구멍에 쳐 있는 거미줄을 뚫고 내 목소리의 조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예은이
-나는 예은이에게 얼른 다가가 손을 꽉 잡으며 속삭였다. 외할아버지가 나에게 그렇게 해 줬듯이.
 "꿀벌은 아주 예민해서 갑자기 움직이거나 소리를 지르면 안 돼. 꿀벌이 근처에 있을 때는 꿀벌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움직여야 해. 나랑 같이 숫자 열 까지만 속으로 세 보자."
예은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몸을 오들오들 떨면서도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붕붕이
-갑자기 부스럭부스럭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벽 쪽으로 뒷걸음 쳤다. 검은 그림자가 순식간에 나를 덮쳤다.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고개를 들었다. 커다란 눈동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덩치가 거대한 누군가가.
머릿속이 소용돌이쳤다. '우리 가족을 죽였을지도 모를 사람이잖아. 복수해야 해!'라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나에게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오면 꽁지의 창을 내리찍을 작정으로 꽁지에 힘을 꽉 줬다.-

작가는 모든 독자들을 향하여 피하지 말고 두려움의 실체와 마주할 용기를 내라고 이야기한다. 조근조근한 그 목소리가 어찌나 정답게 들리던지...

"벌이는 자신에게 정말 소중한 꿀벌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어 덜덜 떨리는 목소리를 입 밖으로 냈어요. 붕붕이는 위기 속에서 목숨을 건 복수보다 삶의 소중함을 택했고요. 벌을 무서워하는 예은이는 친구가 소중히 여기는 꿀벌을 함께 지키기 위해, 그 떨리는 순간에도 벌을 보고 도망치지 않았어요." (작가의 말)

두려움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낸 자랑스러운 우리의 주인공들에게 엄지 척!
이러한 태도는 자신 뿐만 아니라 친구와 가족, 나아가서는 생태계의 선순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엔딩 장면의 감동 또한 충만하다.
생태계 복원을 기원하는 작가의 고귀한 소망을 담뿍 담았다.

꿀벌이 더 자유롭게 날갯짓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모든 이가 두려움과 마주할 용기를 내기를...(속표지의 헌사)

세상의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아름다운 사랑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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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다듬기
이상교 지음, 밤코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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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멸치 다듬기를 알까?
이상교 시인의 시에 밤코 작가의 그림이 덧입혀진 이 그림책은 멸치를 다듬는 일상의 이야기와 함께 멸치를 매개로 하는 작가적 상상력이 결합되어 매우 흥미롭다.

'집중취재, 302호 사람들 멸치를 다듬어 어디에 썼나'
나란히 멸치를 다듬는 표지 그림 속 아빠와 아이의 모습이 신문 1면에 떴다. 
하긴...보기 드문 풍경이긴 하다.
멸치를 다듬어 어디에 썼는지는 그림책 속에서 직접 확인해 보기로 하자.

콩나물이나 멸치를 다듬는 일은 아이들도 할 수 있을만큼 단순한 노작 활동이다.
나 또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둥그런 밥상 위에 신문지를 깔고 빙 둘러앉아 콩나물이나 멸치를 다듬던 기억들이 생생하다.
식구가 많다보니 그 양도 만만치 않아서 언제 이걸 다 끝낼 수 있을지 아득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동생들은 꾀를 부릴 때가 많아서 맏이였던 나는 늘 독박을 썼다. 임무를 완수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면 다리에 쥐가 나곤 했다.
나는 그렇게 컸지만 정작 내 아이들에게는 한 번도 시키지 않은 멸치 다듬기.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두 손 번쩍들고 자진하여 멸치 다듬기에 나서고 싶어진다. 
아마도 멸치 다듬기를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아이들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대가리 떼고 똥 빼고' 몸통 분리를 무한반복 하다 보면 
두 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러다가 몸통 모아 놓은 데에 대가리와 똥이 가기도 하고 
대가리와 똥 모아 놓은 데에 몸통이 가는 실수가 생긴다.
누구라도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상교 작가는 이러한 일상의 에피소드를 붙들어 진한 국물 맛이 우러나는 리드미컬한 시 한 편을 유쾌하게 써 내려 갔다.
시를 읽으면 입가에는 미소가 떠오르고, 생각만으로도 따뜻하게 말아낸 잔치국수가 그리워진다.

"멸치 다듬을 거니까 신문 한 장 가지고 오렴!"
다 읽고 난 신문을 쟁여 놓으면 쓰임새가 많았다.
사실 지금은 종이 신문 구하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지만 그 시절에는 흔한 풍경이었다.
밤코 작가 또한 바로 이 지점을 놓치지 않았다.
작가가 보여주는 신문지 일러스트는 또 하나의 세상이다.
그림 읽는 맛이 쏠쏠하다.
곳곳에 숨겨 놓은 각종 화제들을 보물 찾기 하듯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새록새록 페이지를 넘기는 손끝만큼이나 간절하게 드는  생각은 오로지 멸치 국수였나니...대가리 떼고 똥 빼고 멸치 다듬어서 내가 좋아하는 김치 국수 인증 샷!
힐링 되는 순간이었다.

멸치 다듬기를 해 본 사람, 안 해 본 사람 여기 모두 다 모여라.
새로운 문화 코드를 장착한 흥미진진한 시 그림책 한 권으로 한바탕 신명나게 놀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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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을동이 있어요 알맹이 그림책 71
오시은 지음, 전명진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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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자주 드는 생각은 '감사함'이다.
평온한 일상이 계속되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죽는 날까지 이렇게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싶다.
참으로 소박한 꿈이 아닌가!
그런데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이러한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화북1동 4410.
여전히 주소가 남아있지만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동네 곤을동.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그 곳에 살던 사람들 또한 이처럼 소중한 일상에 감사하며 평온한 삶을 꾸려가고 있었을 터이다. 
곤을동은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역사적 상징성을 갖고 있다.
수많은 희생자와 더불어 순식간에 삶터를 잃은 곤을동 사람들은 기만적인 국가 권력의 폭력으로 인하여 그들의 생명과 일상을 그야말로 송두리째 빼앗기고 말았다.

사라지고 없는 세계, 그러나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
지금 곤을동은 없지만 여전히 있습니다. (출판사 서평 중에서)

때때로 "제주 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제주에 가면 곤을동을 먼저 갑니다. 곤을동 돌담을 거니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곤을동이 있어요>를 쓰게 되었습니다. (작가 소개 중에서)

글을 쓰는 사람의 발걸음이 어떤 곳을 향해야 하는지 실행하며 질문해 온 오시은 작가는 이 책에서 침묵 속에 갇혀 있던 4.3의 기억 속으로 간다. 전명진 작가의 그림은 그 통한의 문장 위에 떨어진 눈물처럼 툭툭 번진다.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서울예대교수- 추천사 중에서)

과연 그러하였다.
그림책은 기대 이상이었고, 김지은 교수의 말처럼 '아무 이유도 없이 찾아왔던 그 날의 비극을 나란히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부록 페이지에 실린 제주 4.3사건의 역사적 해석 또한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화자는 바위다.
오랜 세월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그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아름다웠던 시절을 추억하기도 하고, 끔찍한 기억을 소환하기도 하면서 회환에 차오르는 목소리를 내는 동안 나는 자꾸만 숙연해지는 마음을 속절없이 어루만져야만 했다.

동백꽃은 가장 예쁜 모습으로 낙화하는 꽃이다.
어느 날 갑자기 툭! 떨어지는 붉디 붉은 꽃송이를 보며 '미인박명'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린 적이 있다.
가슴이 쿵 내려 앉을 때처럼 극도로 애절한 감정을 불러 오기도 한다.
이 페이지 또한 그러하다.

-와랑와랑 불꽃에
 불덩이가 된 마을
 나무는 떨고
 동백꽃 봉오리는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이 그림책에서 동백꽃은 그 날 곤을동에서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수많은 이름들을 대신하고 있다.
새빨간 동백꽃이 피고 질 때마다 언제까지나 기억해야만 할 이름들이다.

올해 제주 한달살이를 계획하고 있다.
제주에 가면 꼭 가 보고 싶은 장소가 한 군데 더 생겼다.
그림책을 가슴에 품은 채 곤을동에 가서 동백꽃 같던 고운 얼굴들을 떠올리며 진정으로 애도하는 마음을 전하려 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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