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닮았어! ㅣ 밝은미래 그림책 59
애니 배로스 지음, 레오 에스피노사 그림, 천미나 옮김 / 밝은미래 / 2024년 6월
평점 :
무엇과 무엇이 닮았을까?
표지를 보면 그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발동한다.
나도 모르게 푹 빠져서 재미나게 읽었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함께 밝고 명랑한 분위기의 색감이 예뻐서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는 그림책이다.
표지 속 곱슬머리 아이가 화자이다.
아이의 눈동자와 손짓이 마치 나를 가리키며 말을 건네는 것만 같다.
실제로 이 책은 시종일관 구어체 문장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읽어주면 훨씬 효과적이다.
시작 페이지에서 곱슬머리 아이가 독자들과 인사를 나눈다.
-안녕.
나는 나고, 너는 너야.
우리는 사람이야.
우린 많은 것들과는 참 달라.-
독자들은 그림책의 이야기를 통하여 비교와 대조의 형식으로 여러 가지 사물이나 동물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기초적인 탐구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나, 너, 우리의 사회적 관계를 따스한 시선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인문학적 성찰 또한 얻을 수 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그림책이라고는 하지만 메시지의 반향은 전 세대를 아우른다.
무한 경쟁과 욕망의 덫에 걸려 갈피를 잡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닮음' 보다는 '다름'을 부추긴다.
흑백으로 나뉘어 서로 물고 물리는 처절한 전쟁 상황 또한 그러하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할 때마다 슬프고 안타까울 때가 많다.
나는 함께 하는 밝은 세상에서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했으면 참 좋겠다.
이러한 나의 소망을 꼭 닮은 장면 하나를 발견하였다.
-잠깐만, 이 많은 사람들을 좀 봐.
모두 다 우리를 꼭 닮은 건 아니야.
그래도 우리의 다른 점보다는
닮은 점이 더 많아.-
남녀노소, 국적과 인종을 초월한 사람들의 한결같이 넉넉한 미소가 참으로 아름답다.
그림책의 마지막 문장 또한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너와 가장 많이 닮았어.
그래서 참 기뻐.
내가 버섯이 아니라 너를 닮은 사람이라서.-
그림책과 함께 하는 동안 매우 즐거웠다.
말 솜씨가 훌륭한 사람이 흥미로운 주제를 가지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듯이 페이지를 이어가는 독특한 스타일에 한껏 매료되었다.
게다가 의외의 탐구 대상들이 등장하는 장면마다 놀라움이 가득하였다.
이를테면 통조림, 수영장, 버섯, 굴착기, 하이에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연덕스럽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된다.
책장을 덮기 전에 속표지 속 헌사를 다시 읽어 본다.
'세상에 나를 닮은 누군가가 있을까 궁금해하는 모든 사람에게' - 애니 배로스 & 레오 에스피노사
외롭고 쓸쓸한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닮은 너'가 있다는 사실은 커다란 위로가 된다.
그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하려는 두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참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