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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이발소 ㅣ 미운오리 그림동화 15
야마다 마치 지음, 가와무라 후유미 그림, 봉봉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4년 6월
평점 :
땅에서 생산된 채소들이 슈퍼마켓 진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상상력과 더불어 흥미롭게 펼쳐지는 이야기이다.글의 구성은 간단하지만 여러 가지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마치 채소 알아맞추기 게임이라도 하는 듯 즐겁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콧수염 아저씨가 운영하는 채소 이발소는 늘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솜씨까지 좋아서 손님들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다.
채소 이발소이므로 채소 손님만 받는다.
과일 손님이 찾아오면 정중하게 거절하고 과일 미용실로 안내까지 한다.
이 부분이 너무 웃겼다.
그 손님은 과연 누구였을까?
책 뒤표지를 활용하여 과일 미용실 장면도 한 컷 담았다.
그림 작가의 섬세함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기억을 떠올리면 머리 손질을 받기 위해서 남자와 여자가 가야 할 곳이 달랐던 시절이 있었다.
그림책에서처럼 채소는 이발소에서 관리하지만 과일은 미용실로 보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 그림책은 일본 작가들이 쓴 외국 그림책이지만 전혀 낯설지 않다.
역사적인 인과 관계로 인하여 우리가 일본 문화를 공유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몇 해 전 일본 여행 중 가슴이 뜨끔했던 기억이 있다.
남자 고등학생들이 검정교복과 교련복을 입고 길거리에 잔뜩 쏟아져 나왔는데, 그 순간 내가 해외여행이 아니라 시간여행을 온 것이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었다.
이발소 회전간판도 눈에 익다.
그림책의 앞ㆍ뒤면지에서 다양한 회전간판 모델들을 만나보는 재미는 덤이다.
본문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채소들은 누구일까?
-딸랑딸랑!
이발소에 손님이 찾아왔어요.
"어서 오세요."
"머리 자르고 파마하려고요."
"네. 알겠습니다. 여기 앉으세요."-
브로콜리를 위시하여 무, 당근, 순무, 가지, 오이, 토마토, 옥수수가 차례로 이발소를 방문한다.
각종 채소 캐릭터들이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로 이발소를 찾아와 슈퍼마켓 매대에서 보는 것처럼 깔끔한 모습이 된다.
가장 멋드러지게 변신에 성공한 캐릭터는 옥수수이다.
-쭈욱쭈욱 썩둑썩둑.
쓰윽쓰윽 싹둑싹둑.
서걱서걱 사각사각.
옥수수 수염이
살랑살랑 하늘하늘.
"휴, 이제 시원해졌네.
알맹이도 가지런히 빗어 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잠시 실례할게요."
또르륵 또르륵
따르륵 따르륵
옥수수 알갱이가 반들반들
"마음에 쏙 들어요!"-
야마다 구치 작가는 어릴 적 자신의 경험으로 이 그림책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어릴 적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지내는 날이 많았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밭일을 나가셔서 계속 저를 돌볼 수 없었습니다. 저도 자연스럽게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밭일을 돕게 되었습니다. 수확한 깨와 콩 중에 벌레 먹은 것을 골라내는 건 할머니, 할아버지보다 제가 더 잘했죠. 무나 당근에 묻은 흙을 수세미로 털어내거나, 옥수수 껍질을 벗기거나, 낫으로 벼를 자르는 일도 했습니다. 마치 《채소 이발소》같지 않나요?"
작가의 말처럼 채소들이 슈퍼마켓에 진열되기 위해서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지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이런 상상을 마음껏 해보는 것도 매우 유쾌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작가가 던진 질문에 각자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펴 보기를...
"자, 참깨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슈퍼마켓에 왔을까요?"
아이들과 함께 읽을 때는 좋아하는 채소와 과일들을 마음껏 소환한 다음 ,이발소와 미용실 놀이를 통하여 분류 활동까지 해 보면 좋겠다.
아마도 아이들은 이전보다 채소와 과일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될 것이며, 다양한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관심도가 증폭될 것이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좋은 그림책 한 권을 곁에 둔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