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좀 하는 고양이 루이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24
의자 지음 / 한솔수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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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작가의 고양이 루이 시리즈 세 번째 그림책이다.
수채화의 서정적인 감각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평소, 무엇보다도 그림이 아름다운 그림책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편이다.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화려한 색채의 향연과 함께 루이의 깜찍한 모험에 동행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호기심 많은 고양이가 여행 가방 안으로 쏙!
고양이들은 어디든 좁은 공간을 파고 들어가는 것을 좋아한다.
가방은 물론이고 상자, 컵, 심지어는 비닐봉지 안에도 잘 들어간다.
여행 가방 속 짐을 보자니 피서지로 떠나는 모양이다.

 -"여기는 어디지?"
  루이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펼침화면에 시원하게 그려진 장면마다 루이가 움직이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포착된다.
한 페이지 당 적게는 넷, 많게는 열 여섯이나 되는 루이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동적인 화면 구성은 매우 흥미롭다.
루이의 동선을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 또한 그곳에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이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물을 싫어한다고 알려져 있다.
털이 물에 젖는 것이 불편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그림책 속 루이는 다르다.
워터파크에서, 수영장에서 거침없이 신나게 즐긴다.

"이거, 재미있는 걸!"
"잠수도 별 거 아니잖아."

루이는 큰 물고기가 보고 싶어졌다.
버킷리스트가 생긴 것이다.

"더 멀리 가 볼까?"

바다로 향하던 루이의 눈 앞에 펼쳐진 뜻밖의 풍경.
그림책 속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절로 발걸음이 멈추었어요.
 세상이 온통 반짝이고 있었어요.-

바다의 윤슬을 이토록 멋지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루이의 발걸음이 저절로 멈추는 것처럼 책장을 넘기던 내 손길 또한 멈추어 버렸다.
잠들어 있던 기억 속의 윤슬들을 몇 개 꺼내어 본다.
신기하게도 윤슬은 여전히 나를 행복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
그림책 덕분에 새삼 깨닫게 되는 소중한 순간들, 이 모든 것이 다 축복이다.

드디어 해변에 도착한 루이.
흥미진진한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이쯤에서 책을 덮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어보는 것도 좋겠다.
각자의 경험을 떠올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동안 우리는 더 넓고 커다란 세상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가치를 높이는 또 하나의 장치가 있다.
바로 부록 페이지다.
무려 30종의 해양 생물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대왕쥐가오리, 우주해파리, 머리없는치킨몬스터, 볼록눈물고기, 바다돼지, 보름달물해파리, 설인게, 흡혈오징어, 유령문어와 같은 생물들은 매우 흥미롭다.
다시 바닷속 장면으로 되돌아가서 보물찾기 하듯 구석구석 뒤져보기도 하였는데, 발견의 기쁨 또한 쏠쏠한 재미를 준다.
나아가서는 신비로운 심해 생물들을 탐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 또한 그림책 덕분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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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고양이 캡틴 미운오리 그림동화 16
고마츠 노부히사 지음, 가노 가린 그림, 봉봉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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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하늘에서 생선비가 내린다면?

이처럼 재미있는 상상이 솔깃한 이야기를 만들고, 생동감 넘치는 일러스트가 입혀져서 매력 넘치는 그림책으로 탄생하였다.

표지 그림 속 도둑고양이 캡틴의 포스가 예사롭지 않더니 역시 여느 고양이들과는 다르다.
초록 눈과 초록 스카프가 완벽하게 잘 어울리는 고양이 캡틴과 마음씨 좋은 생선 가게 아저씨와의 아름다운 우정 이야기를 담은 이 그림책은 2020년, 제 18회 그림책 대상 스토리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마을 시장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 고양이를 '캡틴'이라고 부른다.
캡틴은 오늘도 생선 가게를 찾아왔다.
자기가 좋아하는 꽁치 한 마리 가져가도 되냐며 당당하게 묻는다.
그럴 때마다 아저씨는 싱긋 웃으며 한 마리라면 얼마든지 가져가도 좋다고 대답한다.
참으로 훈훈한 장면이 아닌가!
어릴 적 기억 하나가 불현듯 떠올랐다.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밥상 위의 구운 갈치 한 토막을 입에 물고 잽싸게 도망가는 것이었다.
그 고양이는 주인 밥상을 탈취한 배은망덕한 녀석이었다.
그날 저녁 우리 집에서는 고양이 때문에 잠시 평화가 깨졌지만, 그림책 속 마을 시장은 그래서 오늘도 여전히 평화롭다.

"오늘은 전국이 맑은 가운데 한때 생선비가 쏟아질 예정입니다. 맑은 하늘에 갑자기 꽁치가 내리고 가끔 고등어가 내릴 수도 있습니다. 우산을 챙기는 게 좋겠습니다.
그물이나 냄비도 좋을 것 같네요."

가전제품 가게에 진열된 텔레비전에서 일기 예보가 들려왔다.
캡틴은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생선 비늘 모양의 구름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캡틴의 설레임과는 달리 생선 가게 아저씨는 낙담한 표정이다.

"캡틴, 너도 일기 예보 들었니?
 아무래도 큰일이 난 것 같구나.
 하늘에서 꽁치가 쏟아져 내리면 생선 가게는 망할 거야.
 아무도 생선을 사지 않을 테니까.
 휴, 이를 어쩌면 좋니?"

이 말을 들은 캡틴은 앞발로 얼굴을 닦으며 곰곰이 생각하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캡틴답게 마을의 고양이들을 다 불러 모은 것이다.
열 마리가 넘는 고양이들이 캡틴 앞으로 모여 들었다고 했는데, 내가 직접 세어보니까 21마리나 되었다.
캡틴까지 합쳐서 22마리 고양이 그림이 장관이다.

그림 작가는 페이지를 넘겨서 눈빛과 표정이 살아있는 갯버들 도적단 고양이들의 면면을 클로즈업 시켰는데 이 장면이 과연 압권이다.
닮은 듯 각기 다른 고양이들이 독자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지금부터 갯버들 도적단의 눈부신 활약을 기대해도 좋다는 의미일까?

야생의 고양이가 새를 사냥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물까치 한 마리가 마당에 놀러 왔는데, 그걸 본 고양이는 
풀잎 사이에 몸을 숨긴 채 기다리다가 새가 날아오르는 바로 그 순간 재빨리 점프를 하여 순식간에 낚아채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눈부신 솜씨였다.
갯버들 도적단 고양이들의 솜씨는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면 이 그림책을 꼭 만나보시라.

하늘에서 내리는 꽁치를 먹어치우는 고양이들을 보면서
환호하며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였다.
충분히 호쾌한 장면들이다.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은 뒤에 찾아오는 나른함이 묻어나는 그림책 후반부에 이르면 또 한 번의 기가 막힌 반전이 예고되어 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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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이발소 미운오리 그림동화 15
야마다 마치 지음, 가와무라 후유미 그림, 봉봉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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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생산된 채소들이 슈퍼마켓 진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상상력과 더불어 흥미롭게 펼쳐지는 이야기이다.글의 구성은 간단하지만 여러 가지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마치 채소 알아맞추기 게임이라도 하는 듯 즐겁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콧수염 아저씨가 운영하는 채소 이발소는 늘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솜씨까지 좋아서 손님들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다.
채소 이발소이므로 채소 손님만 받는다.
과일 손님이 찾아오면 정중하게 거절하고 과일 미용실로 안내까지 한다.
이 부분이 너무 웃겼다.
그 손님은 과연 누구였을까?
책 뒤표지를 활용하여 과일 미용실 장면도 한 컷 담았다.
그림 작가의 섬세함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기억을 떠올리면 머리 손질을 받기 위해서 남자와 여자가 가야 할 곳이 달랐던 시절이 있었다.
그림책에서처럼 채소는 이발소에서 관리하지만 과일은 미용실로 보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 그림책은 일본 작가들이 쓴 외국 그림책이지만 전혀 낯설지 않다.
역사적인 인과 관계로 인하여 우리가 일본 문화를 공유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몇 해 전 일본 여행 중 가슴이 뜨끔했던 기억이 있다.
남자 고등학생들이 검정교복과 교련복을 입고 길거리에 잔뜩 쏟아져 나왔는데, 그 순간 내가 해외여행이 아니라 시간여행을 온 것이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었다.
이발소 회전간판도 눈에 익다.
그림책의 앞ㆍ뒤면지에서 다양한 회전간판 모델들을 만나보는 재미는 덤이다.

본문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채소들은 누구일까?

-딸랑딸랑!
 이발소에 손님이 찾아왔어요.
 "어서 오세요."
 "머리 자르고 파마하려고요."
 "네. 알겠습니다. 여기 앉으세요."-

브로콜리를 위시하여 무, 당근, 순무, 가지, 오이, 토마토, 옥수수가 차례로 이발소를 방문한다.
각종 채소 캐릭터들이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로 이발소를 찾아와 슈퍼마켓 매대에서 보는 것처럼 깔끔한 모습이 된다.
가장 멋드러지게 변신에 성공한 캐릭터는 옥수수이다.

-쭈욱쭈욱 썩둑썩둑.
 쓰윽쓰윽 싹둑싹둑.
 서걱서걱 사각사각.
 옥수수 수염이 
 살랑살랑 하늘하늘.
 "휴, 이제 시원해졌네.
 알맹이도 가지런히 빗어 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잠시 실례할게요."
 또르륵 또르륵
 따르륵 따르륵
 옥수수 알갱이가 반들반들
 "마음에 쏙 들어요!"-

야마다 구치 작가는 어릴 적 자신의 경험으로 이 그림책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어릴 적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지내는 날이 많았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밭일을 나가셔서 계속 저를 돌볼 수 없었습니다. 저도 자연스럽게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밭일을 돕게 되었습니다. 수확한 깨와 콩 중에 벌레 먹은 것을 골라내는 건 할머니, 할아버지보다 제가 더 잘했죠. 무나 당근에 묻은 흙을 수세미로 털어내거나, 옥수수 껍질을 벗기거나, 낫으로 벼를 자르는 일도 했습니다. 마치 《채소 이발소》같지 않나요?"

작가의 말처럼 채소들이 슈퍼마켓에 진열되기 위해서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지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이런 상상을 마음껏 해보는 것도 매우 유쾌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작가가 던진 질문에 각자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펴 보기를...

"자, 참깨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슈퍼마켓에 왔을까요?"

아이들과 함께 읽을 때는 좋아하는 채소와 과일들을 마음껏 소환한 다음 ,이발소와 미용실 놀이를 통하여 분류 활동까지 해 보면 좋겠다.
아마도 아이들은 이전보다 채소와 과일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될 것이며, 다양한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관심도가 증폭될 것이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좋은 그림책 한 권을 곁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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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온 강아지 케르베로스 웅진 우리그림책 119
박우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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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사랑하는 아이의 마음을 순수한 시선으로  풀어낸 그림책이다.
핑크빛 컬러감과 더불어 애써 귀여움이 묻어나는 제목 덕분에 첫인상이 매우 좋았다.

케르베로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지옥의 문을 지킨다는 '지옥의 삼두견'이라 불리운다. 그것은 여러 경로를 통하여 일반적으로는 무시무시하고 포악한 형태로 만나볼 수가 있는데, 작가는 이러한 편견을 물리치고 아이들에게 친숙한 그림책의 소재로 가져와 희화화 함으로써 막연한 공포에 맞서고 있다.

그저 길 잃은 강아지일 뿐 케르베로스는 사람들에게 전혀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잔뜩 겁에 질려서 온갖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며 경악을 금치 못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림책 속 아이는 다르다.
가족을 찾을 때까지 돌봐 주겠다며 집으로 데려간다.
공포감에 떨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내 안에 있는 두려움도 꺼내어 보게 된다.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는 이 말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와 닿는 순간이었다.

-엄마, 아빠!
 길을 잃어버린 귀여운 강아지를 데려왔어요.
 가족을 찾을 때까지
 데리고 있어도 되지요?-

케르베로스를 처음 본 엄마와 아빠의 반응도 서로 다르다.
아빠는 괴물이라며 무서워하는데 엄마는 아이가 강아지를 데려온 것이 못마땅하여 잔뜩 화가 났다.
어쨌든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아빠는 두려움을 버리고 케르베로스를 받아들이려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반대한다.
이런 정도는 깨알 재미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가족으로 들인다는 것은 무한한 책임감과 윤리 의식이 수반되는 커다란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음 날부터 아이는 케르베로스의 가족을 찾아 주기 위해서 동네를 돌아다니는데...
좌충우돌하며 강아지 길들이기에 공을 들이는 아이의 모습이 참으로 사랑스럽다.

-안 돼, 귀여운 강아지야!
 약한 동물들을 괴롭히고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그러면 되겠니?
 착한 강아지가 되겠다고 나랑 약속해.
 자, 약속!
 그럼 우리 연습해 볼까?-

그림책의 하이라이트는 전혀 뜻밖의 사건 전개로 독자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결말 또한 대박 사건이다.
작가의 작품 세계는 유독 스케일이 크다.
아무렇지도 않게 시공간을 넘나들고, 입맛대로 신화 속 인물들을 소환해 온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독자들은 함께 나눌 이야기가 많다.
그리스 로마 신화라든가 공룡시대, 그리고 가족, 친구, 이별,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 나누기 등...

좋은 그림책의 기준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재미와 감동이 있어야 한다. 
이 책 또한 충분히 그러하다.
어린이 독자들이 그림책을 통하여 정서적으로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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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번 산 고양이 백꼬선생 4 - 1등 만들어 드림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정연철 지음, 오승민 그림 / 우리학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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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도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극적 구성 덕분에 단숨에 읽었다.
어쨌든 훈훈하게 마무리되어 천만다행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초등학생 예나, 예민하고 까칠한 성격이라 친구들 사이에서 미모사라는 별칭이 있다.
예나는 이번 수학경시대회에서 교육부 장관상인 대상을 타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유치원 때부터 친구였던 석민호와는 수학경시대회를 앞두고 돌연 경쟁관계에 놓인 상태이다.
민호는 이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예나가 마법의 힘을 빌어 민호를 돌연 위험에 빠뜨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 일요일 전국 수학 학력 경시대회가 있어. 내 인생이 걸린 아주아주 중요한 시험이야. 내 성적이 잘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난 무엇보다 같이 시험 보는 우리 반 석민호가 완전히 망하는 꼴을 보고 싶어, 꼭."

백꼬선생과 꼬북영감은 매우 난처하다.
아무 이유 없이 상대방한테 해를 가할 목적으로 비는 소원은 안 된다. 그런 임무 수행은 금지되어 있다.
예나의 소원은 과연 이루어질 것인가!

이 책은 매직 캐츠 월드에 사는 백 번 산 고양이 백꼬선생이 그림책방을 찾아 온 의뢰인들의 고민을 해결해 준다는 컨셉의 연작 동화이다.
이미 세 권이 출간되었으며 본 도서는 그 네 번째 이야기인 것이다.
백꼬선생은 백 번을 살아본 경험으로 인하여 예나를 속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도움을 주려는 태도를 보인다. 꼬북영감 또한 최선을 다하여 자신의 주특기인 드림 매직 파워를 사용하여 위기에 빠진 예나의 영혼을 구해내는데...
흥미진진하면서도 감동적인 서사는 동화책 속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엄마가 밥 먹듯이 하는 말. 솔직히 말하면 의대는 엄마 목표였다. 의대 진학을 준비하던 오빠가 갑자기 진로 방향을 인공 지능 쪽으로 트는 바람에 집안에 태풍이 불었다. 하지만 오빠의 고집을 꺾진 못했고 대신 예나를 향한 부모님의 집착이 더 강해졌다. 예나는 아직 뭐가 되고 싶다는 샘각을 한 적이 없다. 할아버지도 의사고 아빠도 의사고 친척 중에서도 의사가 많긴 했지만 그건 예나와 상관없는 일이었다. 엄마는 뭐든 "다 너를 위해서야."라고 말했다. 예나는 엄마한테 의사가 되고 싶다고 부탁한 적 없는데...-

우리 주변에서도 수많은 '홍예나'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자신의 꿈이 뭔지도 모른 채 부모의 바램대로 살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 말이다.
친구의 딸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후 폭탄선언을 하더란다.
지금까지 엄마가 하라는 대로 공부해줬으니 이젠 내 삶에 끼어들지 말라고... 
친구는 충격을 받았겠지만 그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내어 당당하게 내적 독립을 선언하였고, 그로 인한 더 이상의 비극은 없을 것이므로...

재미난 어투를 그대로 살린 위트있는 문장과 오승민 작가의 섬세한 일러스트가 더해진 이 책. 가독성이 좋아서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을 성큼 훔칠 듯하다.
읽기 시작하면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할만큼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책장을 덮는 순간에는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라며 일침을 놓는 작가의 단단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양육자, 교사들에게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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